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79)
회귀해서 건물주-279화(279/740)
279
며칠 후, 일요일.
“후!”
학교에 도착한 현성은 짧게 심호흡을 했다.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물론 말로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자신의 입으로 말했지만, 그렇다고 전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었다.
3학년 총인원이 200명이다. 그중에 과연 몇 명이나 올까?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으로선 현성도 몇 명이 올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벅.
현성이 정문을 막 통과할 때였다.
“현성아!”
누군가 뒤에서 현성을 불렀다. 뒤돌아보니 이정우였다.
“어, 정우야. 근데 왜 이렇게 빨리 왔어? 아직 강연 시작하려면 1시간이나 더 남았는데.”
“빨리 가서 앞자리에 앉으려고. 아무래도 내가 공무원 준비를 하다 보니까 관심이 더 가더라고.”
이정우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물었다.
“그렇게 좋냐?”
“좋지. 이런 기회가 또 어디 있겠냐? 옛날 같으면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만 지금은 당연히 다르지. 역시 사람은 목표가 있어야 돼.”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생과 비교하면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가장 많이 변한 게 바로 이정우다. 특히 그의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 언젠가부터 웃음이 많아진 이정우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요즘 공부는 어때?”
“네가 저번에 사준 기출문제집을 보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이제 조금 감을 잡을 수 있을 거 같아. 사실 처음엔 좀 막연했었거든.”
“그래? 그거 잘됐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운동하는 거 게을리하면 안 되는 거 알지?”
“물론이지. 그렇지 않아도 네 말대로 근력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 그렇다 보니까 이제 오른쪽 다리에 근육도 제법 생겼어.”
이정우는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자신의 다리를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정우야, 요즘은 네가 많이 웃으니까 좋다.”
“헤헤, 그게 다 네 덕분이잖아. 이런 말 하기 쑥스럽지만 솔직히 너 없었으면 나는 아직도 찌질이 신세를 면하지 못했을 거야.”
“그런 말이 어디 있어?”
“아니야,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 앞에서만큼은 솔직해야 하지 않겠냐? 아무튼, 너에 대한 고마움은 내가 평생 잊지 않을 거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도록 공무원 시험에도 꼭 합격할 테니까 두고 봐.”
툭.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좋았어. 그 약속 꼭 지켜라.”
“당연하지.”
이정우는 주먹을 불끈 쥐며 흔들어 보였다.
그때였다.
“어이, 친구들.”
뒤에서 누군가 불렀다. 뒤돌아보니 김일수였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이정우와 마찬가지로 전생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모든 면에서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일수다.
특히 사람을 좋아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전생에서 주먹으로 친구들을 괴롭히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그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이 물었다.
“너는 오늘 해당 사항 없는 거 아냐?”
김일수는 이미 요리사로 진로를 선택했다. 오늘 강연할 내용은 공무원 시험과 제빵사에 관한 것이다. 그래서 현성은 지금 김일수에게 해당 사항이 없다고 한 것이다.
김일수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가 주최한 건데 당연히 쪽수는 채워줘야 하는 거 아냐?”
“그래서 일부러 온 거야?”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선배님이 일부러 오신다는데 최소한 그 자리는 지켜줘야 하지 않겠냐?”
역시 생각이 깊은 녀석이다.
보통 그 나이 또래의 다른 친구들과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자식, 그러고 보면 제법이야. 그런 것도 생각할 줄 알고.”
“이게 다 누구한테 배운 거 아니겠냐?”
김일수는 현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김일수를 보며 말했다.
“그건 뭐냐?”
김일수의 손에는 까만 봉지가 들려 있었다.
이정우의 질문에 김일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음료수. 우리를 위해서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일부러 학교까지 오시는데 이 정도는 준비해야지. 그런데 네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냐?”
그러고 보니 이정우의 손에도 까만 봉지가 들려있었다.
“이정우는 대답 대신 피식 웃었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김일수였다.
“하하, 하하하…….”
김일수는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하지만 김일수의 웃음은 길게 가지 못했다. 그 이유는 현성의 다음 행동 때문이었다.
현성은 웃으며 가방에서 음료수 두 개를 꺼내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일수와 이정우는 서로를 바라보다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소리 내서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세 사람의 웃음소리는 한참 동안 학교 정문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교실에 도착한 세 사람.
현성이 김일수와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먼저들 들어가 있어. 난 교장 선생님 좀 뵙고 갈 테니까.”
“그래, 이따 보자.”
김일수와 이정우는 교실로 들어갔고 현성은 교장실로 향했다.
똑똑.
현성이 교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교장 박상현이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게.”
“일찍 나오셨습니까?”
“아닐세, 나도 조금 전에 왔네. 그나저나 몇 명이나 올 거 같은가?”
교장 박상현은 불안한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아무리 숫자에 연연하지는 말자고 그랬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듯했다.
현성은 불안해하는 교장 박상현을 보며 물었다.
“여전히 불안하시군요?”
“미안한 얘기지만 솔직히 그렇다네. 자네 말처럼 숫자가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막상 강연 시간이 가까워지니 그 불안함은 어쩔 수가 없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을 듯싶었다. 어찌 됐든 학교의 대표가 아닌가 말이다. 지금 교장 박상현은 학교 대표로서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현성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네는 걱정이 안 되는가?”
“솔직히 걱정이 안 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겁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들을 믿습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교장 박상현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했다.
“혹시나 몰라서 미리 말은 해놓았습니다. 날짜를 일요일로 잡은 만큼 학생이 많지 않을 수도 있으니 각오는 하라고요.”
“그랬더니 뭐라고 하던가?”
“두 사람 다 같은 말을 하더군요. 굳이 숫자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제야 조금 안색이 펴지는 교장 박상현이었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교장실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들어왔다. 바로 김명식이었다.
김명식은 들어오자마자 교장 박상현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십니까? 25회 졸업생 김명식입니다.”
“어서 오시게. 오는 데 불편은 없었는가?”
“네,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뜻깊은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나야 뭐 그냥 여기 현성 군이 하자는 대로 따라 했을 뿐이네.”
교장 박상현의 말이 끝나자 김명식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잘 지냈어?”
“네, 선배님도 별일 없으셨지요?”
“자네 덕분에 이것저것 정리하느라 바빴어. 어제 농협에 들러서 마무리까지 끝냈어.”
“이제 다 정리하신 겁니까?”
“응, 깨끗이 모든 걸 정리했네. 그래서 그런지 지금 같아선 날아갈 거 같아.”
김명식은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미소가 만연했다.
그러자 이때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교장 박상현이 김명식을 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무슨 말은 하는지…….”
“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그만 저희 얘기만 했군요.”
“아닐세, 듣자 하니 좋은 얘기인 거 같아서 말이야.”
“그게…….”
김명식은 난감한 듯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네, 굳이 어렵다면 말하지 말게. 나는 그저 좋은 일인 거 같아서 관심을 보였던 거니까. 내가 괜히…….”
“아닙니다. 말씀 못 드릴 것도 없습니다.”
현성은 김명식을 바라봤다.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명식이었다. 김명식의 말대로라면 지금 자신의 빚에 관한 얘기를 교장 박상현에게 하겠다는 얘기다.
굳이.
김명식이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김명식은 거침없이 자신의 빚 얘기를 교장 박상현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김명식의 설명이 끝나자 교장 박상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자네 빚을 여기 현성 군이 이번에 해결해줬다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그 덕분에 제가 모든 빚을 청산할 수가 있었습니다.”
“허허, 참…….”
교장 박상현은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그러자 김명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금액이 얼만지 아십니까?”
“글쎄…… 그거야 당연히 모르지.”
“자그마치 500만 원입니다.”
“뭐라고?”
박상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처음에 김명식이 빚 얘기를 할 때만 해도 그저 많아 봐야 100만 원 정도 예상했었다. 물론 그 금액도 적은 금액이 아니다.
그런데 김명식은 지금 그 빚이 500만 원이라고 했다.
중요한 건 그 빚을 현성이 해결해줬다는 것이고.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교장 박상현은 다시 물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네, 모두 사실입니다. 저도 처음엔 믿지 못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엄청난 일을 여기 현성이가 해결을 하더라고요.”
박상현은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건 바로 김명식의 행동이다.
물론 그 많은 돈을 현성이 대신 해결했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못지않게 지금 김명식의 행동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따지고 보면 오늘 첫 대면이다. 그리고 앞으로 특별히 만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자신의 빚 얘기를 이렇게 상세하게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다.
어차피 대충 지나가도 될 일이었다.
그런데 김명식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작정이라도 한 듯 자신의 빚에 관해 설명을 한 것이다.
무슨 이유로…….
그리고 또 한 사람.
현성도 박상현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명식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물론 빚이라는 게 꼭 숨겨야 할 만큼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숨기고 싶은 게 사람의 심리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김명식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란 듯이 그 반대로 행동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현성은 김명식을 바라봤다.
그 마음이 전달이라도 된 걸까.
김명식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내가 이상하지?”
“네? 그게…….”
현성은 김명식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그러자 김명식이 이번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 이상하게 보여?”
“솔직히 쉽게 이해는 가지 않습니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 다 말씀을 하시는지…….”
“자네를 위해서 그랬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김명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김명식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