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8)
회귀해서 건물주-28화(28/740)
만약, 박희철을 여기서 살려낸다면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할까?
무섭고 두렵기까지 했다.
혹시라도 현성 자신의 운명에 영향이라도 미친다면…….
고민이 길어질수록 버스는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다.
현성은 좌우를 한 번씩 돌아봤다. 왼쪽으로 달려가면 박희철을 살릴 수 있다. 반대로 오른쪽으로 가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대신 박희철은 죽는다.
‘어찌할까?’
고민이 깊어질수록 한 글자가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왜’라는 한 글자였다.
“왜?”
왜, 회귀를 한 것일까?
회귀에 대한 원초적인 이유가 궁금해졌다.
소명(召命).
누군가 자신을 되돌려 놓은 목적이 있다면,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혼자 잘 먹고 잘 살라고?
아니면 한풀이라도 하라고?
“글쎄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주위만큼이라도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면, 그게 좀 더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물론 누구도 강요하거나 가르쳐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즉, 현성 자신의 판단과 결정의 문제라는 것.
그렇다면…….
“그래! 바꿔보자!”
결과가 두려워 망설이는 바보짓은 하지말자는 게 현성의 결론이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다.
박희철의 개과천선? 그건 그의 몫이다.
현성은 왼쪽을 돌아보았다. 버스는 여전히 흙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고 있었다.
“그래! 일단 살린다.”
현성은 버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훅! 훅!
현성은 있는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산삼을 찾아 헤맸던 시간이 여기서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버스를 따라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버스와 거의 나란히 달리기 시작했다.
쿵! 쿵!
현성은 주먹으로 버스 옆을 쳤다. 그러자 드디어 버스가 섰고 앞문이 열렸다.
그리고 바로 버스 기사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죄송합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그러다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너무 급해서요.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젭니다.”
현성은 일부러 사람 목숨까지 팔았다. 그렇지 않으면 버스 기사의 언성은 더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역시나 효과가 있었던 걸까.
버스 기사는 현성을 바라볼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
현성은 바로 박희철 앞으로 다가갔다.
“내려요!”
“이 미친놈이 아직도 헛소리야?”
역시나 박희철의 눈에 현성은 미친놈이었다.
어차피 순순히 따라줄 박희철이 아니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다. 그렇다면 다음에 취할 행동은 뻔했다.
덥석.
현성은 바로 박희철의 손목을 꽉 잡았다.
“이 양반아, 이대로 가면 당신 오늘 죽어!”
“이런 미친놈이, 이거 안 놔?”
현성은 대꾸도 안 하고 바로 박희철을 끌고 뒷문으로 내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박희철도 어쩔 수 없는지 끌려 내려왔다.
쿵! 쿵!
“오라이~~”
현성은 힘차게 차를 두드리며 버스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막 뒤돌아설 때였다.
짝!
얼굴에 불이 번쩍 났다.
그리고 동시에 박희철의 고성이 이어졌다.
“야! 이 미친놈아, 이게 뭔 짓이야? 네가 오늘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박희철은 이 순간에도 오로지 최 의원과의 관계만 떠올랐다. 앞으로 사업도 지금처럼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박희철의 판단이었다.
현성은 왼쪽 뺨을 스윽 문질렀다.
허!
어이가 없었다. 기껏 죽음의 문턱에서 꺼내줬더니 싸대기라니…….
생각 같아서는 같이 싸대기를 올려붙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현성 스스로가 선택했기 때문이다.
현성은 얼굴을 만지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아저씨, 이 뒷감당을 어찌하시려고 이렇게 막 행동하십니까?”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박희철은 아주 작정을 했나 보나. 입에 점점 걸레를 물기 시작했다.
눈빛을 보니 독기까지 올라있었다.
아무래도 관광을 못 간 게 억울하긴 억울했었나 보다. 아마도 최 의원한테 밉보이는 게 어쩌면 가장 두려웠을 것이다.
현성은 이쯤에서 박희철이 놀라자빠질 사실 하나를 더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박희철이 꼼짝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최 의원도 내일부터는 끝입니다.”
“뭐, 뭐라고?”
“의원직도 끝이라고요.”
“네가 우리 최 의원님을 어떻게 알아?”
우리 최 의원님이란다.
현성은 박희철의 아가리에 길옆에 잡초라도 한 움큼 뽑아서 쑤셔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반면 박희철은 현성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기가 막힐 노릇이 아닌가?
이 어린놈이 최 의원을 어찌 안단 말인가?
아니, 설사 안다고 치자. 그런데 여기서 최 의원이 언급된다는 것은 오늘 관광의 주최가 최 의원이라는 것을 안다는 얘기.
그걸 어떻게?
말이 안 된다. 그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지금 이 미친놈이 지껄이고 있다.
‘이놈 도대체 뭐냐?’
일단 박희철이 입을 다물자 현성이 말을 이었다.
“남의 귀한 자식을 때린 뒷감당은 하셔야죠?”
“뭐가 어째?”
“경우가 그렇지 않습니까?”
물론 이번엔 악의가 없었다는 건 안다. 당연히 화가 났을 테고 그래서 순간적인 감정으로 저지른 행동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의 귀한 자식을 때렸으면 최소한 사과는 받아야겠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이 경우를 따지자 박희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얼마면 되는데?”
“뭐라고요? 아니 무슨 말씀이 그렇습니까? 사람을 때려놓고 얼마면 되냐고요?”
“시끄럽고, 얼마면 되겠냐고?”
현성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는 순간이었다.
허!
이 영감 봐라. 그저 미안하다면 될 것을 판을 키우려고 아주 용을 쓰고 있지 않은가.
마다할 현성이 아니었다.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머릿속에 어마어마한 숫자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기는 게임이다.
현성의 입이 열렸다.
“100억!”
“뭐라고?”
“한국말 못 알아듣습니까? 100억이요.”
“미친놈!”
박희철의 눈에 현성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놈이었다.
히죽.
이번엔 현성의 입꼬리가 한쪽으로 살짝 말려 올라갔다.
본연의 장난기가 발동한 것이다.
“아저씨, 만약에 말입니다. 오늘 제가 아저씨 생명의 은인이라면 어쩌실래요?”
“닥쳐. 헛소리 그만 지껄이고, 꺼져!”
박희철의 눈빛은 흡사 광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현성의 표정은 박희철과는 전혀 반대였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는 게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그 시간이 지금으로선 좀 더 필요한 것일 뿐이고. 그 시간 또한 굳이 편을 가르자면 현성의 편일 터.
결과를 알고 기다리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와의 체감 시간은 다를 테니까 말이다.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게 헛소리가 아니라면요?”
“줄게, 100억 준다. 대신 헛소리면 김현성 너는 나한테 오늘 죽는다!”
돈의 액수는 더 이상 박희철한테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만큼 여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단지, 현성에 대한 분노, 그것에 대한 표출일 뿐이었다.
박희철은 미칠지경이었다. 관광도 못 가게 막더니 이젠 싸대기 한 대 값으로 100억을 달란다. 그리고 뭐 생명의 은인?
미친놈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나 직직 나불대고 있다.
어차피 미친놈이야 몽둥이가 약인 거고, 그나저나 최 의원한테는 뭐라고 핑계를 댄다? 어차피 어떤 핑계도 안 먹힐 인간인데…….
봉투라도 들고 다녀와야 되나? 하여간에 저 미친놈 때문에 일이 이상하게 꼬이고 말았다.
식식 거리는 박희철을 보며 현성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잠깐!’
혹시 사고가 안 난다면?
박희철이 빠지면서 운명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쩝.
현성은 입맛을 다셨다. 잘하면 오늘 박희철한테 맞아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자 어이도 없고 황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운명이란 것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훨씬 컸다.
현성은 박희철을 보며 말했다.
“아저씨, 오늘 밤에 9시 뉴스 꼭 보세요.”
“미친놈.”
“100억도 준비하시고요.”
“죽을 준비나 단단히 해라.”
두 사람은 각자의 바람대로 말을 하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
그날 오후.
“엄마.”
여동생 김지연이 마당에 들어서며 어머니를 불렀다.
방학 숙제야 핑계일 테고, 방학 내내 친구네 집에서 살다시피 하더니 내일이 개학이라 집에 왔을 것이다. 예전에도 방학이면 친구네 집에 가서 살다시피 했으니 그거야 별문제 될게 없었다.
현성은 반가운 마음에 방에서 얼른 뛰어나갔다.
“김지연!”
“어? 오빠 집에 있었네.”
중간에 집에 몇 번은 왔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오빠는 집에 없었다.
엄마한테 물어봤지만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그런데 집안 분위기가 영 이상했었다. 하지만 별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리고 오늘 일주일 만에 집에 다시 오는 거였다.
현성의 반가움에 비해 동생 김지연의 목소리는 너무 태연했다.
현성은 다시 말을 걸었다.
“그동안 잘 있었어?”
“응.”
“여전히 예쁘네.”
“오빠, 왜 그래?”
현성의 엉뚱한 말에 김지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항상 봐도 별로 말이 없던 오빠다. 그런데 조금 전 이름을 부를 때부터 이상했다.
그리고 예쁘다니?
오빠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럴 땐 엄마한테 물어보는 게 최고다.
“엄마, 오빠 어디 아파?”
“아니 왜?”
“아무리 봐도 좀 이상해서.”
“걔가 요즘 좀 그래. 그냥 그런가 보다 해. 그래도 나쁜 쪽은 아니라서 다행이지만….”
뭐 나쁜 쪽은 아니라서?
옆에서 듣고 있던 현성은 두 모녀의 대화를 들으며 할 말을 잊었다.
그때 어머니가 김지연을 보며 물었다.
“점심은?”
“10시쯤 아점으로 먹었는데, 조금 배가 고프네. 내가 대충 찾아 먹을게.”
그때 현성이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