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80)
회귀해서 건물주-280화(280/740)
280
“그러니까 선배님 말씀은 저를 자랑하고 싶었다는 겁니까?”
“그렇다네.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굳이 처음 뵙는 교장 선생님 앞에서 무슨 자랑이라고 내 빚을 다 얘기했겠는가?”
“아니 무슨…….”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얘기였다.
그때 김명식이 다시 입을 열었다.
“조금은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자네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굳이…….”
현성은 그제야 김명식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물론 자네의 입장에서는 조금 이해가 안 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해서 자네가 대단하다는 걸 교장 선생님께 보여주고 싶었네. 만약 교장 선생님 앞이 아니었다면 나도 그렇게까지는 안 했을 걸세.”
“그 말씀은…….”
“그래, 교장 선생님께 자네가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그랬던 거네.”
“…….”
현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김명식이 무엇 때문에 그렇게 무리를 하면서까지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김명식의 입장에서는 교장 박상현의 위치가 가장 높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그 말은 사실이다. 그러기에 그런 사람한테 현성이 인정을 받는다면 학교생활을 하는 동안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때 그 얘기를 듣고 있던 교장 박상현이 김명식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깊은 뜻이 있으셨구먼?”
“별거 아니지만 그렇게라도 현성이한테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허허, 그런데 그런 일이라면 괜한 헛수고를 하셨네.”
“네? 그건 무슨 말씀이신지…….”
김명식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교장 박상현을 바라봤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일 말고도 현성 군은 이미 인정을 받고도 남았다는 얘기네.”
“네? 진짭니까?”
“당연하지. 그동안 우리 현성 군이 한 일을 자네가 몰라서 그런 생각을 했을 거네. 하여간 이 친구는 보통 학생들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친구일세.”
“그 정도입니까?”
김명식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교장 박상현이 다시 말했다.
“내가 한 가지만 얘기해줌세.”
“한 가지요?”
“그렇다네. 혹시 우리 학교 화장실에 가봤는가?”
“아까 여기 오기 전에 잠깐 들렀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은 왜 갑자기……?”
“그게 바로 여기 현성 군 작품일세.”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김명식은 교장 박상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교장 박상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말 그대로네. 그 화장실을 여기 현성 군이 만들었다네.”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교장 박상현은 화장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설명이 길어질수록 김명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교장 박상현의 설명이 끝나자 김명식이 바로 물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다네. 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그 일을 해내더군.”
“천만 원이 넘는 공사를 어떻게……?”
“동문회에 참석해서 직접 동문들을 설득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하지 않은가?”
“…….”
김명식은 할 말이 없었다.
이건 학생이 할 일이 아니다. 공사비도 공사비지만 어떻게 학생의 입장에서 그런 공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때 교장 박상현이 다시 말했다.
“이제 우리 현성 군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겠는가?”
“하하, 현성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고 보니 교장 선생님 말씀처럼 제가 괜한 짓을 했군요.”
김명식은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현성이 김명식을 보며 말했다.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사람을 옆에 세워놓고 이렇게 놀려도 되는 겁니까?”
“놀리다니, 무슨 그런 소리를 하는가? 난 자네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지는 정말 몰랐네.”
김명식은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어찌 보면 처음 자신을 찾아왔을 때부터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다. 어느 누가 재학생의 신분에 졸업한 선배를 찾아와 강연을 부탁한다는 말인가.
아니, 그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다는 자체가 이미 보통의 수준을 넘은 행위였다.
김명식은 교장 박상현을 보며 말을 이었다.
“어찌 됐건 교장 선생님께선 좋으시겠습니다.”
“그러게 말일세. 내가 말년에 인복은 있는가 보네. 그렇지 않아도 내년이 정년이라 이런저런 고민이 많았는데 현성 군 덕분에 내가 제대로 마무리를 할 거 같네.”
교장 박상현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가 나자 교장 박상현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당연히 한지은이 들어올 줄 알았다.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뜻밖에도 2반 반장인 이선우였다.
현성은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무슨 일이야?”
현성의 다급한 목소리에 교장 박상현과 김명식의 시선이 이선우에게 쏠렸다.
그러자 이선우는 약간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니까?”
현성은 재차 물었다.
그러자 이선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교실을 옮겨야 할 거 같아서.”
“교실을 옮겨?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은 순간적으로 이선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원래는 강당에서 강연을 준비하려 했으나 날짜를 일요일로 바꾸면서 장소를 교실로 옮겼다. 그 이유는 참석하는 인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그렇게 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선우는 다시 교실을 옮겨야 할 거 같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성은 그제야 이선우의 말뜻을 알 듯싶었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말이 빨랐다.
“혹시 교실이 좁은 거야?”
“응, 지금 교실이 좁아서 앉을 데가 없어. 빨리 강당으로 옮겨야 할 거 같아.”
“그게 진짜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많아봤자 2, 30명이 오면 많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앉을 자리가 없다는 얘기는 최소 50명은 넘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는 사람이 또 한 명 있었다.
그건 바로 교장 박상현이다. 그렇지 않아도 혹시 강연에 참석하는 학생 수가 적을까 봐 노심초사하던 그다.
그렇다 보니 지금 이 상황에 가장 민감할 수박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교장 박상현이 이선우를 보며 바로 물었다.
“몇 명이나 왔는가?”
“지금 최소한 100명은 넘었습니다.”
“100명?”
“네, 그리고 지금도 계속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상한 일?”
교장 박상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들어도 이선우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단순히 학생 숫자가 많은 이유로 이상한 일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장 박상현은 급한 마음에 이선우가 대답하기 전에 다시 물었다.
“이상한 일이라니, 그게 무슨 소린가?”
“후배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후배들? 그 말은 지금 3학년뿐만이 아니라는 얘긴가?”
“네, 그렇습니다. 2학년 학생들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1학년 학생들까지도 오고 있습니다.”
교장 박상현은 이선우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엔 혹시라도 몇 명 안 올까 봐 걱정을 했었다. 조금 전까지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3학년은 물론이고 2학년 학생들까지도 강연을 듣겠다고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뿐인가. 심지어는 1학년 학생들까지도 왔다고 한다.
교장 박상현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교장 박상현이 뭐라고 말을 하려 할 때였다.
휙.
현성의 행동이 더 빨랐다.
“가자!”
현성은 이선우에게 그 말 한마디를 남겨둔 채 교장실을 빠져나갔다.
교실에 도착한 현성.
물론 조금 전에 이선우로부터 소식을 전해 들었기에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교실에 도착한 현성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건 바로 모여 있는 학생의 수가 현성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100명 안팎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학생의 수는 얼핏 봐도 200명은 훌쩍 넘어 보였다.
만약 선생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우왕좌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디서도 선생은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장 박상현이 나오지 못 하도록 미리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학교 차원에서 주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선생들의 출근을 막은 것이다.
현성은 모여 있는 학생들을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강당으로!”
현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모여 있던 학생들은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김일수가 현성 옆으로 다가왔다.
“이게 무슨 일이야?”
“그러게 말이다.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근데 1, 2학년 얘들은 또 뭐야?”
“걔들도 나름대로 절박하다는 얘기 아니겠냐?”
“그래도 그렇지…….”
김일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걔들도 불안한 거야. 너도 알다시피 여기 고등학교 졸업하고 어디 갈 데가 있겠냐? 그런 와중에 이런 강연을 한다고 하니까 솔깃했던 거지.”
“하긴…….”
김일수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김일수를 보며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가서 1, 2학년 얘들 좀 챙겨줘. 난 잠깐 다시 교장실에 가봐야 하니까.”
“그래, 알았다. 그럼 계속 수고.”
김일수는 바로 강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시 교장실에 도착한 현성.
“어떻게 됐는가?”
교장 박상현이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일단 강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몇 명이나 왔던가?”
“얼핏 봐도 200명은 넘는 거 같았습니다. 아직 강연 시작하려면 20분 정도 더 남았으니까 앞으로 몇 명이나 더 올지 모르겠지만 제 예상으로는 250명은 될 거 같습니다.”
“250명?”
“네, 그 정도는 충분할 거 같습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현성은 교장 박상현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때였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면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지은 이었다.
“어서 와요, 누나.”
현성은 반갑게 한지은을 맞았다. 그리곤 바로 교장 박상현에게 한지은을 소개했다.
“교장 선생님, 한지은 씨입니다.”
현성의 소개가 끝나자 한지은이 교장 박상현 앞으로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한지은이라고 합니다.”
“어서 오세요. 한지은 씨 얘기는 여기 현성 군한테 많이 들었어요. 이렇게 어려운 걸음을 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그런 말씀을……, 지금 학생들이 얼마나 기다리고 있는데요.”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현성은 김명식에게도 한지은을 소개했다. 그러자 두 사람은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한지은의 표정이었다.
처음 교장실에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조금 전부터 얼굴 표정이 변하기 시작했다.
현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누나, 무슨 일 있어요?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요.”
“그게…….”
한지은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다시 물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아무래도 이대로는 강연하기가 힘들 거 같아, 어쩌지……?”
한지은은 무슨 일인지 한쪽 손으로 가슴을 자꾸 두드렸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미리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한지은 앞으로 내밀었다.
“누나, 이거 먹어요.”
“어? 이걸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