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82)
회귀해서 건물주-282화(282/740)
282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고 한 말 말이야.”
“어, 그러고 보니까 어디선가 들어본 거 같은데…….”
“무슨 말인지 알겠지?”
“응, 대충은 알 거 같아.”
이정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 정도면 네가 얻고자 하는 답은 나온 거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사실 어제부터 그 문제로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이제야 답을 찾은 거 같다. 근데 문제는…….”
“문제? 무슨 문제가 또 있어?”
“그게…….”
이정우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얼핏 생각해도 지금 이정우가 망설일 이유가 없는데 말을 제대로 못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물었다.
“조금 전에 네 입으로 답을 찾은 거 같다고 했잖아. 근데 뭐가 문제야?”
“함께 공부할 친구들 말인데……, 그 친구들을 모으려면 누군가 나서야 하는데 그게 마땅치가 않아서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지금 학교 내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이정우가 유일하다.
그리고 같이 공부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도 이정우다. 그렇다면 같이 공부할 친구를 모으는 일 또한 당연히 이정우의 몫이다. 그런데 지금 이정우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누군가 그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 투로 말을 하니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것이다.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당연히 네가 할 일 아니야?”
“내가?”
“그럼, 당연하지. 지금 우리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 또 있어?”
“그렇기는 하지만 내가 어떻게…….”
이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네가 어때서?”
“너도 알다시피 내가 좀 그렇잖아. 그런데 내가 어떻게 앞에 나설 수가 있겠어?”
“도대체 뭐가 그렇다는 거야?”
현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 이유는 지금 이정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태도에 이정우는 난감하다는 듯 머리만 긁적이며 말을 못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은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
“이정우, 뭐가 문제야? 말을 해 봐.”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야, 지금 네 눈에는 내가 장난하는 걸로 보이냐? 도대체 뭔데 이렇게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야?”
현성의 목소리에 은근히 짜증이 섞여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부터 이정우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이정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또 그런다. 그러지 말고 속 시원하게 말을 하라고! 도대체 뭐가 문제야?”
“내가 몸이 이런데 어떻게…….”
“뭐? 너 지금…….”
현성은 황당해서 말이 안 나왔다. 지금까지 이정우가 망설였던 이유가 자신의 몸이 불편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자 현성으로선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물론 몸이 불편한 거는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이렇게 위축되어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었다.
현성은 이정우의 이름을 불렀다.
“야, 이정우!”
“…… 어.”
“너 벌써 잊은 거야?”
“뭘?”
이정우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너 지난번에 네 입으로 뭐라고 그랬어?”
“내가 무슨……?”
“장애에 대해서 더 이상은 숨기지 않기로 했잖아? 기억 안 나?”
“아, 그거…….”
이정우는 그제야 기억이 나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너 그때 분명히 네 입으로 말했잖아. 이젠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받아들일 거라고. 남들이 뭐라고 하던 눈치 안 보고 당당하게 살 거라고 말이야. 내 말이 틀려?”
“그땐 그랬는데, 막상 닥치니까 그게 …….”
“너…….”
현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참았다. 마음 같아서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지금 심적으로 가장 힘든 건 누가 뭐라 해도 이정우라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섣불리 말하기보다는 그저 조용히 상대가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는 걸 현성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
이정우도 말이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은 길게 이어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먼저 침묵을 깬 건 이정우였다.
“현성아……!”
이정우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만큼 이정우의 심적 갈등이 심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본인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감정.
어쩌면 지금 이정우는 몸부림을 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틀 안에서 그 한계를 극복하고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한 자신만의 몸부림.
그래서였을까.
이정우의 목소리엔 떨림이 있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힘이 실려 있었다.
현성은 그런 이정우를 보며 짧지만 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말해!”
현성의 목소리가 평상시와 다름을 알았는지 이정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당연하지!”
현성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물론 이정우가 몸이 불편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데 제약을 받을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정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친구들이 이상한 눈으로 보지 않을까?”
“어떤 새끼가?”
“어? …….”
현성의 입에서 갑자기 욕이 튀어나오자 이정우는 현성을 바라보며 잠시 할 말을 잊은 듯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야, 이정우. 너 그거 알아?”
“……?”
“다른 친구들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너의 장애에 관해서 관심이 없어. 네가 무엇을 하든 신경 안 쓴다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어?”
“…… 진짜 그럴까?”
이정우는 현성의 말에 믿지 못하겠다는 듯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니까. 남들은 신경도 안 쓰는데 괜히 너 혼자만 남을 의식해서 지금 이러는 거야.”
“…….”
“좀 억울하다는 생각 안 들어?”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남들은 내 장애에 관해서 관심이 없다는 거지?”
“왜 똑같은 말을 자꾸 하게 만들어? 남들이 미쳤냐? 자기 살기도 바쁜데 남의 장애에 관해서 신경을 쓰게.”
“…….”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정우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이런 말 한다는 게 좀 그렇지만 한마디만 할게.”
“어, 뭔데?”
“세상은 약육강식이야. 동물의 세계에서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마찬가지야. 약하면 먹힐 수밖에 없는 거야.”
“그렇겠지…….”
이정우는 인정한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다행인 건 동물의 세계와 우리 인간은 다르다는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다행히도 그 강함의 기준이 단순하게 육체는 아니라는 거지. 내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알겠지?”
현성의 질문에 이정우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저번에도 언젠가 말했던 거 같은데 다시 한 번만 더 얘기할게. 지금처럼 이렇게 약한 모습은 안 돼. 사람들은 네가 약하면 약할수록 너한테 연민을 느끼는 게 아니라 너의 밥그릇을 빼앗으려고 한다는 거 잊으면 안 돼.”
“…….”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거야. 그리고 가장 무서운 건 육체적 장애가 아니라 정신적 장애라는 것도 잊으면 안 돼.”
“정신적 장애?”
“그래, 육체적 장애는 극복하면 되는 거지만 정신적인 장애는 그 사람의 인생을 통째로 망가뜨린다는 걸 명심해. 그만큼 정신이 중요하다는 거야.”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정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니까 앞으로는 아까처럼 마음 약한 소리는 하지 마. 그리고 남의 눈도 너무 의식하지 말고. 네가 옳다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앞으로 나서는 거야. 알았지?”
“그래,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런데…….”
이정우는 무슨 말인지 말을 하다가 말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야? 뭔데 또 말을 하다가 말아?”
“같이 공부할 애들을 어떤 방법으로 모아야 할지 모르겠어.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곤 물었다.
“하겠다고 결정한 거야?”
“네가 조금 전에 그랬잖아. 옳다고 생각하면 남의 눈치 보지 말고 앞으로 나서라고. 솔직히 내가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일단은 저질러 보려고.”
“잘 생각했어. 이제야 내 친구 이정우로 돌아왔구나.”
“아까는 솔직히 겁도 나고 자신이 없었어. 근데 네가 하는 말을 듣다 보니까 오기가 생기더라고.”
“오기?”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정우가 바로 말을 이었다.
“응, 네가 조금 전에 내가 약해질수록 사람들은 연민을 느끼는 게 아니라 내 밥그릇을 빼앗을 거라고 했잖아.”
“그게 사실이니까.”“그 말을 듣고 나니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그나마 다행이다. 아까 같아서는 이정우의 약한 모습에 화가 날 정도였다. 분명 이건 아닌데 당장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정우가 다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애들은 어떤 방법으로 모아야 하는 거야?”
“두 가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두 가지?”
“응, 하나는 네가 직접 반마다 다니면서 설명을 하고 모집을 하는 방법이 있을 테고.”
이정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건 아닌 거 같다. 내가 그렇게까지 할 자신은 없다. 그러면 나머지 다른 방법은 뭐야?”
“그건 게시판을 이용하는 거지.”
“게시판?”
“응,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학교 게시판에 적는 거야. 그러면 학생들이 그걸 보고 생각이 있으면 모이겠지.”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정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역시 현성이다. 그렇게 하면 되겠네. 아주 좋은 방법이야.”
조금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밝아진 이정우였다. 그런 이정우를 바라보던 현성이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정우야!”
“어? 갑자기 무슨 이름을 그렇게 다정하게 부르고 그러냐?”
“지금 내가 이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너를 믿고 해볼까 하는데 괜찮겠냐?”
“무슨 말인데 그렇게 조심스러워?”
이정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네 몸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 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정우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원망스러웠던 게 불편한 이 다리였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몸을 감사한 적이 있냐고 물으니 이정우로서는 황당할 뿐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현성의 표정이었다.
마치 이정우의 답변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런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