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88)
회귀해서 건물주-288화(288/740)
288
마주 앉은 두 사람.
“…….”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현성이야 그렇다 쳐도 나가려는 사람의 옷자락을 붙잡고 늘어진 신영훈조차 입을 다물고 있었다.
가게를 그만두라는 현성의 말에 쇼크라도 받은 듯 그의 침묵은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 때쯤.
먼저 침묵을 깬 건 현성이었다.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간신히 대답하는 신영훈이었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처음 오픈할 때 그 열정과 패기는 어디로 갔습니까?”
현성이 조금 전에 신영훈을 보고 제일 화가 났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보증금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상가를 임대했던 이유는 신영훈의 열정과 패기 때문이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시장조사를 하면서 보여줬던 그 열정, 그리고 지금 당장은 보증금이 없지만, 장사만 하게 해준다면 1년 안에 그 돈을 마련하겠다는 그 패기. 그것 때문에 신영훈한테 기회를 줬던 것이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지금 신영훈의 모습은 어떤가?
어디에서도 3개월 전에 보여줬던 그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조금 전에 다시다를 쓰니 간편해서 좋다는 말을 했을 때는 먹던 칼국수를 그의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영훈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게…… 의욕만 넘쳤던 거 같습니다.”
“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얘들 장난도 아니고 이건 아니다.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열정과 패기 하나만 믿고 상가를 임대했다.
그런데 인제 와서 한다는 말이 의욕만 넘쳤던 거 같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가?
신영훈을 바라보는 현성의 시선이 좋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신영훈은 죄라도 진 듯 고개를 살짝 돌렸다.
현성은 진중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신영훈 씨!”
“네.”
“가게 접읍시다. 더 이상은 아닌 거 같습니다. 제가 아무래도 사람을 잘못 봤나 봅니다. 어차피 보증금도 안 받았으니 돌려줄 것도 없고 밀린 월세도 없던 걸로 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여기 시설비도 제가 다 부담하겠습니다. 그러면 신영훈 씨 입장에서는 손해 보는 게 하나도 없을 겁니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끈다는 건 의미가…….”
현성은 하던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건 신영훈이 갑자기 자신 앞에 아까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다시 꿇었기 때문이다.
신영훈이 고개를 숙인 채로 말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모든 게 제 잘못입니다.”
“이러지 마십시오.”
현성은 조금 전에 신영훈이 처음 무릎을 꿇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우려 하지도 않았고 당황하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말할 뿐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더 이상은 신영훈한테 기대가 없다 보니 연민조차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신영훈의 말이 이어졌다.
“다시 기회를 주십시오.”
“지금 기회라고 그랬습니까?”
“네.”
“도대체 무슨 기회를 달라는 겁니까?”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자고로 기회도 기본적인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해당되는 말이다. 그런데 신영훈은 음식점을 운영하기 위한 기본조차 안 돼 있는 사람이다. 가장 기본적인 육수조차 다시다로 대체하겠다는 그런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 기회라는 말을 쓴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현성이었다.
그때 신영훈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사장님은 가능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장님은 저의 롤 모델이거든요.”
“롤 모델이요……?”
그러고 보니 생각난다. 신영훈이 자신을 처음 찾아왔을 때 식당을 하게 된 동기가 현성 자신 때문이라고 했었다. TV에 나오는 것을 보고 식당을 하기로 했었다고 했다.
현성은 갑자기 의문이 들었다.
그것과 기회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현성의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신영훈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장님은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TV에 사장님이 나온 그다음 날 가게에 갔었습니다.”
“솔직히 기억은 안 납니다. 그런데요?”
“그때 저는 결심했지요. 사장님처럼 꼭 성공하겠다고요.”
“그래서요?”
현성은 여전히 신영훈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그 의도를 알 수 없었다. 지금 신영훈이 얘기하는 것과 기회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솔직히 지금 영훈 씨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실 겁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바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현성은 어이가 없었지만 신영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더 들어보기로 했다.
신영훈의 말이 이어졌다.
“한 달 만에 깨달았습니다.”
“뭘 말입니까?”
“저의 한계를 말입니다.”
“한계라면……?”
“손님이 썰물처럼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경험이 없다 보니 그때부터 그냥 무너지더군요.”
당연한 일이다. 세상을 살아본 사람은 알 것이다. 경험만큼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말이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영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때부터 고민했습니다.”
“고민이요……, 무슨 고민이요?”
“사장님을 찾아가는 거 말입니다.”
“저를요? 왜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신영훈이 왜 자신을 찾아오려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신영훈의 말이 이어졌다.
“네, 저를 살려줄 사람은 사장님밖에 없다고 생각했거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니까 왜요?”
현성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신영훈이 왜 그런 말을 하는지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장님이니까요.”
“…….”
현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더 이상은 신영훈의 갑갑한 행동에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까부터 계속 알아들을 수 없는 말만 하는 신영훈의 행동에 화가 난 것이다.
저벅.
현성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에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저를 버리겠습니다.”
이상한 말을 하면서 신영훈이 현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자 현성은 입은 다문 채 신영훈을 바라봤다.
“…….”
“마지막 남았던 저의 자존심까지도 모두 버리겠습니다. 이젠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할 테니까 저 좀 살려주십시오. 사실 그동안 …….”
신영훈은 작정이라도 한 듯 그동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영훈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현성의 표정도 처음과는 다르게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신영훈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결론은 저보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가르쳐 달라는 말씀이죠?”
“네, 그렇습니다. 이제는 무조건 사장님 말씀만 따르겠습니다. 그러니 저를 좀 살려주십시오.”
“제가 왜 그래야 합니까?”
“네?”
신영훈은 놀랍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제가 왜 사장님을 도와드려야 하는지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제가 먼저 사장님한테 권한 것도 아니고 사장님이 먼저 저한테 사정을 했던 거 아닙니까? 저는 단지 그런 사장님을 한 번 믿어 드렸던 거고요.”
“그러니까요!”
신영훈은 기다렸다는 듯 현성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만약 그때 사장님이 거절하셨다면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네, 맞습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된 데는 사장님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는 얘깁니다.”
“허! 아니 무슨…….”
현성은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물론 신영훈의 말이 전혀 틀린 말은 아니다. 신영훈이 처음에 자신을 찾아왔을 때 거절했다면 오늘과 같은 일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아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이건 말이 안 된다. 어떻게 도와준 사람한테 자신의 잘못을 이런 식으로 전가할 수 있단 말인가.
현성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신영훈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영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지금 제 말이 말도 안 된다는 거 저도 잘 압니다. 그렇게까지 인간 말종은 아니니까요. 누구보다도 사장님이 처음에 저한테 기회를 주신 거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제 말은 책임이 아니라 아까 처음 여기 들어왔을 때 말한 것처럼 한 번 더 도와 달라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물론 사장님이 왜 도와줘야 하냐고 물으면 저는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 또한 이렇게 무너질 수는 없기에 사장님한테 사정을 하는 겁니다.”
휴우!
현성의 입에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신영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한심하시죠?”
“아니 그건 아니고…….”
“아니요, 한심할 겁니다. 제가 봐도 한심한데 사장님이 보시기엔 오죽하겠습니까?”
“…….”
“저 여기서 나가면 죽습니다. 저를 살려 줄 사람은 사장님밖에 없습니다. 아까도 말했듯이 저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열어 주십시오. 처음 저를 믿었듯이 이번에도 한 번만 더 저를 믿어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렇게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신영훈은 그 말을 끝으로 현성을 향해 머리를 90도로 숙였다.
믿어 달라. 기회를 달라. 살려 달라.
신영훈이 한 말이다.
지금까지 1시간을 넘게 말했지만 결론은 하나다. 도와 달라는 얘기다.
처음에는 귀에도 안 들어왔는데 이젠 그의 모습에서 절실함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현성의 고민이 깊어지는 순간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창밖을 보던 현성이 방향을 틀어 신영훈이 앉은 건너편에 다시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먼저 하나만 묻겠습니다.”
“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습니까?”
“물론입니다. 저는 사장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제가 처음 사장님의 라면을 먹어보고 뭘 느꼈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최소한 10년 이상이 되지 않았다면 이 맛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라 제 진심입니다.”
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신영훈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건 바로 양념장 때문이다.
그 양념장의 진짜 주인은 따로 있다.
바로 백종운이다.
그가 누구인가.
기업인이자 요리 연구가다. 그뿐인가, 요즘은 방송인으로서도 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바로 그 사람이다.
현성이 회귀하기 전까지도 그의 방송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볼 정도로 좋아하던 사람이다. 그렇다 보니 방송에서 나오는 백종운의 요리 레시피는 메모는 기본이고 간단한 건 다 외울 정도였다.
그중의 하나가 라면에 들어가는 바로 그 양념장이다.
그러니 신영훈이 그 맛에 반하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현성이 신영훈을 보며 다시 말했다.
“그러면 하나만 더 묻겠습니다.”
“네.”
“아까 분명히 한 달 만에 자신의 실패를 알았다고 했죠?”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왜 그때는 찾아오지 않고 3개월이 지난 이제야 저에게 부탁을 하는 겁니까? 만약 그때 바로 얘기를 했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거 아닙니까?”
“그게…….”
신영훈은 쉽게 말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이 상황에 아직도 저에게 못 할 말이 있는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그런데 그게 지금 생각하니까 너무 어이가 없는 일이라 말씀드리기 부끄러워서 그렇습니다.”
“부끄러운 일이요?”
“네, 그게 그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