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89)
회귀해서 건물주-289화(289/740)
289
“경쟁자요?”
의외다.
신영훈이 자신을 경쟁자로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이상한 건 경쟁자로 생각하기엔 상권과 고객층이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신영훈 같은 경우엔 터미널 근처라 일반 성인들이 주된 고객층이라면 현성은 그와 반대로 학교 근처라 당연히 학생들이 주 고객이었다.
그때 신영훈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웃기죠? 제가 사장님을 경쟁상대로 생각했다는 것이.”
“아니, 그건 아니고 우리가 경쟁하기엔 거리가 너무 멀지 않나요? 고객층도 다르고…….”
“그런 경쟁이 아닙니다.”
“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보통 경쟁이라 하면 같은 상권에서 손님을 누가 더 많이 오게 할 것인지를 놓고 다투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지금 신영훈은 그런 개념의 경쟁이 아니라고 한다.
현성은 신영훈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영훈이 씩 웃으며 말했다.
“손님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과 경쟁을 한 것입니다.”
“저하고요?”
“네, 사장님보다 더 대박 나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요. 아까도 말했지만 사장님이 롤 모델인 만큼 사장님을 뛰어넘고 싶었습니다.”
“아, 네…….”
현성은 그제야 신영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신영훈은 지금 손님을 놓고 경쟁한 것이 아니라 현성 자체를 놓고 경쟁했던 것이다. 일종의 목표처럼 말이다. 그런데 신영훈은 거기서 한 발 더 나가 현성보다 더 장사를 잘하고 싶었던 것이다.
신영훈이 멋쩍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지금 생각하니까 제가 봐도 어이가 없네요. 어떻게 제 주제도 모르고 그런 생각을 했을까요?”
“그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오히려 저는 그 부분은 칭찬해 드리고 싶은데요. 사람이 목표가 있다는 건 좋은 거니까요.”
맞는 말이다.
사람이 살면서 목표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확실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목표가 있으면 방향을 잡을 수가 있다. 그만큼 흔들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반면에 목표가 없는 사람은 방향을 잡을 수 없다 보니 당연히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영훈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목표를 갖는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문제는 저한테 있었다는 겁니다.”
“문제요?”
“네, 의욕만 앞섰지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었던 겁니다. 지금 생각해도 웃긴 건 단지 장교 식당에서 근무했다는 이유로 식당을 하겠다고 생각한 저 자신이 너무 한심스럽습니다. 어떻게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이런 얘기 없었잖아요?”
“제가 바봅니까?”
“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순간적으로 신영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신영훈이 말했다.
“만약 그때 사실대로 말을 했다면 사장님이 저한테 기회를 줬겠습니까?”
“아,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맞는 말이다.
만약 그때 신민호가 그런 얘기를 했다면 아무리 열정과 패기가 넘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론 가게를 임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신영훈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면 뭐 합니까? 지금 제 꼴이 이 모양인데요.”
“아, 참! 아까 그건 무슨 소리예요? 한 달 만에 실패했다는 걸 알았으면서 3개월이 지난 이제야 저한테 부탁을 한 이유 말입니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습니다.”
“자존심이요?”
“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사장님을 뛰어넘는 게 저의 목표였습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도움을 요청하려니까 제 자존심이 허락을 안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떡하든 혼자 해결하려고 했는데…….”
그다음 말은 안 들어도 빤한 말이었다.
결국, 알량한 자존심이 상황을 이렇게 최악으로 끌고 왔다는 얘기였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은요?”
“제가 아까 무릎을 꿇으면서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젠 저의 모든 것을 버리겠다고 말입니다.”
“자존심까지요?”
“네, 이젠 알았습니다. 개뿔도 없으면서 자존심을 세운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하고 못난 짓인지 말입니다. 이제 다시는 그런 바보 같은 짓은 안 할 겁니다.”
신영훈은 고개를 흔들며 다짐하듯 말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느낀 게 많군요?”
“그렇습니다. 바닥에 떨어져 보니 저 자신의 위치를 알겠더라고요. 처음엔 의욕만 있으면 뭐든지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손님이 빠져나가기 시작하니까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습니다. 손님이 이렇게 무서운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손님은 냉정한 거거든요. 입맛에 안 맞으면 그냥 안 옵니다. 그걸로 끝이에요. 생각 같아서는 음식 맛이 왜 이러냐고 불만이라도 얘기했으면 좋겠는데 손님들은 그런 말도 안 하거든요. 그냥 돌아서면 끝입니다.”
“맞습니다. 차라리 맛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말을 해주었으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손님은 그런 말도 없이 어느 날부턴가 그냥 발길을 딱 끊는 겁니다. 처음엔 그게 이해가 안 갔는데 이젠 그게 이 업계의 특성이라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맞는 말이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싫은 소리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손님들은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전달한다. 단지 그것을 주인이 눈치를 못 채는 것뿐이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혹시 그거 아세요?”
“뭘 말입니까?”
“손님들은 떠나기 전에 분명히 어떤 식으로든 불만을 얘기합니다. 그게 단지 말로 하는 게 아니라서 그렇지.”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신영훈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혹시 손님이 나간 다음에 빈 그릇을 확인했나요?”
“빈 그릇이요?”
“네, 빈 그릇에 음식이 얼마나 남았는지 혹은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었는지 말입니다.”
“그건 별로 신경을 …….”
신영훈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 빈 그릇에 손님의 메시지가 있는 겁니다.”
“메시지요?”
“네, 신 사장님께 한 가지 묻겠습니다. 혹시 어디 식당에 가서 음식을 드신 적 있죠?”
“그거야 당연히.”
“그때 맛이 있는 음식이 나오면 어떡합니까?”
“그거야 당연히 깨끗하게 다 먹죠.”
“그러면 그 반대의 경우엔 어떻게 합니까?”
“그땐 어쩔 수 없이 남길 수밖에……, 아! 그러니까 지금 사장님이 말하고 싶은 게 바로 이거군요?”
신영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변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 빈 그릇의 메시지라는 게 바로 이거군요?”
“맞습니다. 이제야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습니까?”
“네, 그러니까 손님이 나가고 난 후 그 빈 그릇에 손님의 메시지가 있다는 얘기 아닙니까? 맛이 있다면 하나도 안 남겼을 것이고 그 반대라면 당연히 남기겠지요. 결국은 잔반의 양으로 손님의 반응을 알 수 있다는 얘기네요. 저는 그동안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신영훈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물었다.
“여기 손님들은 어땠나요?”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까 잔반이 많이 나왔었어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반 정도 먹다가 남긴 사람도 있었습니다. 저는 근데 그게 음식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못 하고 양이 많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양이요?”
“네, 그래서 어느 날부터는 음식의 양을 줄이기 시작했거든요.”
현성은 그제야 아까 신영훈이 칼국수를 가져왔을 때 양이 적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신영훈은 손님들이 잔반을 많이 남기자 양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 양을 줄였던 것이다. 정작 문제는 음식에 있었는데 말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잔반의 원인이 음식에 있었다는 걸 몰랐던 거죠?”
“네, 지금 생각하니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장사를 했던 거 같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했더라면 충분히 미리 알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어차피 지난 일입니다. 앞으로 실수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 말씀은 저를 도와주시겠다는 말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후!
현성은 대답 대신 짧게 심호흡을 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이 이렇게 된 게 제 책임도 있다면서요?”
“그건…….”
“어쩌면 사장님 말씀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때 제가 냉정하게 거절했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없었겠지요.”
“아닙니다. 그건 제가 부족한 탓이지 사장님이 책임질 문제는 아니지요. 100% 제 탓입니다.”
신영훈은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현성이 결심이라도 한 듯 신영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
“신영훈 씨!”
“네.”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 잘 들으세요.”
신영훈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제 눈을 다시 한번 믿어보려고 합니다.”
“네? 그게 무슨…….”
신영훈은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처음에 신영훈 씨를 믿었듯이 지금부터 다시 믿어보려고 합니다.”
“그 말씀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그 전에 확인할 게 하나 있습니다.”
“뭡니까? 말씀만 하세요.”
신영훈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나고 있었다.
현성이 말했다.
“제 말에 100% 따를 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제 모든 것을 다 버렸습니다. 이제부터는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좋습니다. 노트 가져오십시오.”
“네!”
신영훈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방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마주 앉은 두 사람.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여기 가게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아무래도 칼국수가 아니겠습니까?”
“아니요, 제 생각은 다릅니다.”
“네? 칼국수 가게에서 칼국수 말고 다른 게 또 있습니까?”
신영훈은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바로 사장님입니다.”
“네? 저요?”
“네, 사장님이 이 가게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음식은 그다음입니다.”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신영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지금 일어나서 거울 앞에 서 보세요.”
“거울이요?”
“네, 거울 앞에서 지금 사장님의 모습을 한 번 보시기 바랍니다.”
신영훈은 일어나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영훈이 거울 앞에 서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어떻습니까?”
“그게 …….”
신영훈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머리는 이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물론 장사가 안되다 보니 머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복장도 마찬가지였다. 밀가루를 만지다 보니 옷에 묻은 밀가루가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였다.
신영훈은 다시 현성 앞으로 돌아와 앉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늘 당장 이발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복장도 신경 쓰겠습니다.”
“저는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닙니다.”
“네? 그게 아니면…….”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히 형편없는 머리와 지저분한 복장을 지적하고자 거울을 보라고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현성은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렇다면 거울을 통해서 뭐를 보라고 했던 것일까?
그때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