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
회귀해서 건물주-29화(29/740)
“지연아 오빠가 비빔국수 만들어 줄까?”
“오빠, 왜 자꾸 그래?”
“너 비빔국수 좋아하잖아? 어머니 소면 있죠?”
현성은 어머니를 바라봤다. 그러자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고개를 갸웃거리며.
김지연이 그런 현성을 보며 말했다.
“오빠, 정말 할 수 있어?”
됐다.
이 말은, 일단 기회는 주겠다는 얘기다.
물론 내면 한구석에 불신이 깔려있긴 해도 일말의 기대감은 있다는 얘기. 처음부터 무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그래서였을까.
동생을 위해서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마음에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기대해라!”
현성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부엌으로 사라졌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동생인가.
마음 같아서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 그건 오히려 역효과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묻고 싶은 것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혼자만의 기분에 취해 행동했다가는 어디 아프냐는 소리밖에 들을 게 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 말이다.
현성은 부엌으로 들어가자마자 커다란 양은 냄비에 물부터 올렸다.
그나마도 요리를 좋아해서 천만다행이다. 이렇게라도 동생을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 때문인지 현성의 손놀림은 경쾌했고 힘이 넘치는 듯했다.
밖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김지연은 연신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오빠가 누구인가?
평상시엔 몇 번 물어봐야 대답이나 겨우 할 정도로 말이 없었다. 거기다 고집은 또 어떻고. 그러다 보니 매사에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
그리고 지금 저 모습.
평상시엔 부엌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않던 오빠다. 그런 사람이 지금 요리를 하겠다고 저 부산을 떨고 있다.
그것도 입은 귀에 걸려있고 좋아서 어쩔 줄을 모른다.
그리고 또 하나.
조금 전에 다정하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때다. 정말 다른 사람을 보는 줄 알았다.
‘뭐지?’
안 본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잠시 후.
현성이 밥상을 들고 부엌을 나왔다.
“지연아, 다 됐다.”
“진짜?”
김지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현성이 들고 나온 밥상 위에는 정말 비빔국수가 양푼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었다.
한다고 하니까, 그저 할 수 있겠냐고 물었을 뿐이다. 그런데 진짜로 만들어서 나왔다.
맛은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색깔은 제대로다.
밥상을 내려놓으며 현성은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얼른 오세요.”
“내 것도 있냐?”
“당연하지요. 그런데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응, 아까 오 씨 아저씨네 가셨다.”
아마도 집 앞에 논 때문일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현성이 준 돈으로 논을 사기 위해 오 씨를 만나러 갔을 것이다.
현성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여동생과 어머니 앞으로 국수가 담긴 양푼을 하나씩 옮겨놓았다.
“어머니 먼저 드셔보세요.”
“고맙다. 잘 먹을게. 우리 아들.”
어머니는 현성을 보며 빙긋 웃어보였다.
그 웃음 속에는 의아함도 상당히 차지하고 있었다. 어제는 육회로 사람을 홀리더니, 오늘은 또 비빔국수까지, 아무리 봐도 방학 전의 현성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나도 오빠.”
“그래, 얼른 먹어 지연아!”
이게 또 뭐라고, 현성은 은근 긴장됐다.
꿀꺽.
국수 대신 마른침을 삼킨 현성은 여동생 김지연과 어머니를 번갈아 쳐다봤다. 맛의 평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후루룩.
그때, 면발을 한입 먹던 김지연이 갑자기 멈췄다. 그리곤 현성을 힐끔 쳐다봤다.
“왜?”
현성이 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후루룩, 후루룩.
김지연은 대답 대신 남은 면발을 빠른 속도로 입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그리곤 우물우물 씹더니 대충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오빠!”
“왜, 이상해?”
“최고!”
김지연은 현성을 보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신기할 정도였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하고 거기다 적당히 새콤한 맛까지, 지금까지 먹어 본 어떤 비빔국수보다도 맛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안을 휘감는 들기름의 고소함이 맛을 더욱 풍미롭게 만들었다.
김지연이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오빠,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맛있어?”
“최고라니까.”
그제야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은 아내 윤지수한테 배웠던 방법이다.
비빔국수의 생명은 면발이다. 너무 익으면 퍼져서 안 되고, 덜 익으면 나중에 밀가루 냄새가 난다.
국수를 삶을 때 소금을 약간 넣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면발이 붇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당히 익었을 때 찬물에 담가서 면발을 여러 번 빨아야 한다. 이때 면발에 남아있는 전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쫄깃함이 살아난다.
적당한 양념은 기본이고, 미량의 식초는 양념 맛을 더욱 살려준다고 했다.
문제는 항상 그 적당이라는 말이었다. 정확한 수치가 아니었기에 반복적으로 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느낌으로 알게 됐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기름이야말로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차라리 조금 부족한 게 낫지, 지나치면 오히려 모든 맛을 다 빨아들인다고 했다.
그때,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다시 물었다.
“어떻게 된 거냐니까?”
“그게 뭐가 중요해? 맛있으면 됐지? 불기 전에 얼른 먹기나 하세요~.”
뭐라 설명할 방법이 없었기에 현성은 얼른 먹으라는 말로 대신했다. 그러자 김지연도 알았다는 듯 다시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현성도 그제야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
음!
자신이 만들었지만,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맛이었다.
예전엔 몰랐다.
비빔국수 하나로 인해 이렇게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멀리서만 찾으려고 했고, 그러다 보니 감사보다는 항상 뭔가 부족하다는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거 같다.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그것에 행복을 느낄 때, 그 사람의 삶의 질은 분명히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현성은 동생과 어머니를 바라봤다.
입 주위에 뻘겋게 묻은 고추장 양념이 참으로 예쁘게 보였다.
‘그래! 이거였어.’
무엇을 할까 고민하기보다는, 아무리 작은 거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드는 순간이었다.
어머니와 김지연은 커다란 양푼을 깨끗이 비우고는 현성을 바라봤다.
“아들, 잘 먹었어.”
“오빠, 정말로 최고였어.”
“고마워. 다음에 먹고 싶으면 말만 해. 언제든지 만들어 줄 테니까.”
그러자 김지연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다른 것도 가능해?”
“다른 거? 음… 말만 해.”
“정말?”
“당연하지!”
자신감인지 허세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은 시원하게 하는 현성이다.
어쨌거나 회귀해서 이제야 동생 김지연까지 재회를 마쳤다.
동생과 할 얘기는 많다. 그중 가장 급한 건 고등학교 진로문제다. 이제 2학기가 시작되면 별로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전생엔 미처 몰랐던 사실이다.
나중에서야 알게 된 동생의 고민 그리고 아픔.
현성 때문에 자신의 꿈을 포기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고 평생 빚을 진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번만큼은 그렇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 때문에 여동생의 인생에 도움은 못 될망정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말했다.
“지연아, 이따가 오빠랑 얘기 좀 하자.”
“무슨 얘기?”
“그건 그때 얘기하자.”
“…… 어, 알았어.”
김지연은 일단 대답을 했다. 너무 갑작스러운 현성의 말에 놀라긴 했지만,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분위기였다.
사람이 한 달 전과 달라도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었다.
얼마 후.
“오빠.”
방 밖에서 여동생 김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지연아 들어와.”
마주 앉은 현성과 김지연.
현성의 편안한 표정과는 다르게 김지연의 표정은 그리 편안해 보이지는 않았다. 이유야 뻔했다. 이런 경우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방학 숙제는 다 했어?”
“그냥 대충, 중3이라 할 것도 크게 없었어. 숙제는 그냥 핑계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노는 거지 뭐.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의외였다.
얘기 안 해도 알 것이라 생각했는지 동생은 솔직히 말했다. 그저 대충 둘러댈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었다.
그 후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예전엔 무슨 말만 해도 투덜거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오해였음을 알게 됐다.
문제는 현성 자신이었다. 상대의 얘기를 듣기보다는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했으니 듣는 상대도 좋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현성은 김지연을 보며 하고 싶었던 얘기를 꺼냈다.
“고등학교는 어떻게 할 거야?”
“고등학교? 갑자기 그건 왜?”
“이제 개학하면 2학기인데, 지연이 혹시 생각하는 학교가 있나 싶어서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척 현성은 물었다.
전생에 동생은 실업계를 선택했었다. 그땐 그 이유를 몰랐다.
나중에서야 현성 때문에 실업계를 선택했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
간단했다.
학교에서 추천서를 써주면 학비가 면제라는 이유였다. 물론 추천서를 받을 정도의 성적은 됐다는 얘기다.
가정 형편상 두 사람이 고등학교를 같이 다닌다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현성이 대학에라도 가는 날에는 더욱더 힘들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이런 사실을 나중에 알았을 땐, 어린 동생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울 뿐이었고 가슴이 미어지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자기 앞가림하기에만 바빴던 현성이다.
몰랐다는 이유로 용서받기엔 너무 뻔뻔하고 모자란 자신이었다.
현성의 물음에 김지연은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지연이 혹시 가고 싶은 학교 있니?”
“있으면 어쩌게?”
김지연의 대답이 날카로웠다.
현성은 순간 황당했다. 혹시나 자신이 뭔가 실수를 했나 되짚어봤지만 언뜻 생각나는 건 없었다.
나름대로 혹시라도 불편해 할까봐 조심한다고 했는데, 동생의 반응은 의외였다.
“응? 말이 왜 그래?”
“오빠야 말로 갑자기 왜 그러는데? 가고 싶은 학교 있으면 보내줄 거야? 그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사람을 더 힘들게 하냐고?”
동생이 갑자기 화를 냈다.
‘뭐지?’
뭔가 잘못됐다. 목적은 이게 아닌데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때 다시 김지연이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