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0)
회귀해서 건물주-290화(290/740)
290
“얼굴이요.”
“얼굴이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신영훈은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성이 지금 말한 얼굴이란 게 단순하게 그냥 얼굴을 말하는 것은 아닐 거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표정을 보시라는 말입니다.”
“표정이요? 아, 네…….”
신영훈은 그제야 현성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듯싶었다. 현성은 지금 단순히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표정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표정에는 그 사람의 마음속 심리와 감정이 드러나게 된다. 현성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바로 심리와 감정의 표현이었던 것이다.
현성이 말했다.
“외모는 바꾸기 쉽습니다. 머리는 자르면 되고 옷은 갈아입거나 앞치마를 걸치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의 표정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아시겠죠?”
“대충은 알 거 같습니다.”
“물론 사장님이 그동안 힘들어서 표정이 그렇게 어둡게 변했겠지만 앞으론 그 표정으로는 안 됩니다. 사장님의 표정이 바로 이 가게의 생명이라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는 밝은 표정으로 손님들을 맞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그동안 힘들다 보니 저도 모르게 표정이 많이 어두워졌었나 봅니다. 거울 보며 많이 연습하도록 하겠습니다.”
신영훈은 다짐하듯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표정에 대해서는 그 정도로 끝내고 다음은 칼국수 문제입니다. 먼저, 지금 메뉴가 어떻게 되죠?”
“칼국수 하나입니다. 처음부터 칼국수 하나만 하기로 생각했었거든요.”
“이유는요?”
“네?”
현성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신영훈은 당황한 듯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아니,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라 이유가 있었을 거 아닙니까? 저는 그 이유를 듣고 싶은 겁니다.”
“아, 네. 저는 혹시 하나뿐이라고 뭐라고 하는 줄 알고……. 이유는 간단합니다. 장사를 시작하기 전에 시장 조사를 했는데, 그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겠다는 게 칼국수였습니다.”
“음……, 그랬군요.”
현성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칼국수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만큼 많은 사람에게 거부감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음식이 칼국수다.
더군다나 이곳은 터미널 바로 옆이다. 아무리 시골이라지만 그나마 유동 인구가 제법 있다는 얘기다.
물론 신영훈도 그 사실을 알고 이곳에 장사를 시작한 것이고.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칼국수의 맛이다. 맛은 걱정 없다. 어차피 지금 머릿속에는 백종운의 레시피가 들어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게 있다. 그건 바로 메뉴가 너무 단조롭다는 것이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한두 번 먹다 보면 질리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이 문제도 유동 인구가 아주 많은 곳이라면 별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이곳은 기껏해야 면 소재지다. 그만큼 유동 인구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메뉴를 늘리는 것.
메뉴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음식의 종류를 늘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같은 음식인데 맛을 다르게 하는 방법이다.
음식의 종류를 늘리는 방법과 맛을 다르게 하는 방법, 어떤 게 더 좋을까?
두 방법 다 장단점은 있을 수밖에 없다.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신영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메뉴를 늘려야겠습니다.”
“메뉴를 말입니까?”
메뉴를 늘린다는 말에 겁부터 내는 신영훈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칼국수 하나도 제대로 못 끓여 가게를 말아먹기 일보 직전이란 걸 누구보다도 본인 스스로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훈이 놀라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십니까?”
“알다시피 지금 제가 칼국수 하나도 제대로 못 끓이고 있는 처지라 겁부터 나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어떤 메뉴를 정하든 그 맛은 제가 책임지고 전수해 드릴 테니까요.”
신영훈은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바로 현성의 자신감 때문이다.
물론 아쉬워서 부탁을 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래봤자 아직 어린 학생일 뿐이다. 그런데 지금 말하는 걸로만 봐서는 어떤 요리든 자신 있다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신영훈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의외네요.”
“네? 뭐가 말입니까?”
“혹시 요리를 따로 배운 적이 있습니까?”
현성은 그제야 신영훈이 왜 의외라는 말을 했는지 알 거 같았다. 자신이 조금 전에 어떤 요리든 그 맛을 전수하겠다는 말 때문일 것이다.
이제 고작 고3인 녀석이 그런 말을 했으니 신영훈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의문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할 말이 없는 건 아니다.
“네, 어려서부터 어머니한테 배웠습니다. 제가 요리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 말을 상대는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검증할 수 없는 거짓말, 그건 사실이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역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이해가 갑니다.”
신영훈은 궁금증이 풀린 듯 표정이 조금 전보다 밝아졌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메뉴를 늘리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
현성은 메뉴를 늘리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신영훈이 바로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급히 할 말이 있는 듯했다.
“잠깐!”
“네, 말씀하세요.”
“메뉴를 늘리기 전에 먼저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들어 신영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말인지 하라는 얘기다.
그러자 신영훈이 바로 물었다.
“메뉴를 굳이 늘리려는 이유가 있습니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곳이 면 소재지이기 때문입니다.”
“면 소재지요?”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메뉴를 늘리는 것과 면 소재지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신영훈이 이해를 못 하는 표정을 짓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유동 인구가 적기 때문입니다. 유동 인구만 많다면 이런 걱정은 안 해도 될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사람이 적기 때문에 메뉴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군요. 그런데 제가 머리가 나빠서 그런 건지 이해가 안 가는 건 어차피 음식만 맛있으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사람이 많든 적든 올 사람은 정해져 있는 거 아닌가요?”
휴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그러자 신영훈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일그러졌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사람을 앞에 놓고 한숨을 지었으니 말이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현성의 입이 빨라졌다.
“미안합니다. 제가 그만 저도 모르게…….”
“아닙니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 제가 한심한 거죠. 사장님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게 아닌데…….”
“됐습니다. 그런 거에 자존심을 세우기엔 지금 제 처지가 너무 급박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이젠 쓸데없는 자존심 같은 건 다 버렸습니다. 그러니 그 이유나 알아듣게 설명해 주세요.”
충분히 기분 나쁠 상항이었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그냥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영훈이었다.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실수로 벌어진 일이었지만 신영훈의 그런 모습에서 오히려 이 상황을 극복하려는 그의 의지가 보이는 듯했다.
현성은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럼 다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니까…….”
현성은 왜 메뉴를 늘려야 하는지 그 이유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신영훈은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현성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영훈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말을 이었다.
“아, 이제야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에도 질린다는 것을 미처 생각을 못 했습니다. 그래서 메뉴를 늘리자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신 사장님은 어떤 메뉴를 원하십니까?”
“저는 두 번째가 좋을 거 같습니다.”
“두 번째라면 칼국수의 종류를 늘리자는 거죠?”
“네, 어차피 처음부터 칼국수로 시작했으니 그걸로 끝까지 승부를 보고 싶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의 종류를 늘리는 것보다는 칼국수의 종류를 늘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칼국수의 종류를 늘리는 게 장단점이 있긴 하지만 맛만 제대로 살려낸다면 칼국수의 소비층이 좀 더 넓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유는 또 있다.
그건 바로 신영훈 때문이다.
신영훈의 요리 실력. 음식의 종류를 늘리기엔 신영훈한테는 역부족이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신영훈도 그 사실을 알았던 걸까.
그의 고백이 이어졌다.
“솔직히 다른 음식은 자신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칼국수로 승부를 봅시다. 어차피 시장 조사에서도 칼국수의 선택이 가장 많았다고 하니 그걸로 갑시다.”
신영훈도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근데 칼국수 종류는 몇 가지로 할 겁니까?”
“세 가지만 할 겁니다. 종류가 너무 많아도 오히려 조리하기에 복잡할 테니까요.”
“그것도 저를 배려한 건가요?”
왠지 말에 가시가 있는 듯한 말투였지만 현성은 가볍게 웃어넘겼다.
“하하, 아닙니다. 그냥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만 할 겁니다. 종류만 너무 많아도 오히려 역효과가 나거든요.”
“그 말 진짜죠?”
물론 거짓말이다. 욕심 같아서는 기본적으로 다섯 가지 정도는 해야 한다. 하지만 신영훈을 봐서는 세 가지 정도가 적당하다는 생각에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거고.
“당연히 진짜죠. 이 세 가지만 완벽하게 맛을 낸다면 사장님은 틀림없이 대박 날 겁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마시고 제가 하라는 대로만 하세요.”
“좋습니다. 그럼 그 세 가지가 뭡니까?”
“첫 번째가 멸치 칼국수입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맛입니다.”
“멸치 칼국수요? 그럼 그건 멸치로 육수를 낸 걸 말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네?”
신영훈의 고개가 자동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멸치 육수로 만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고 하니 신영훈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육수 말고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당연히 맛은 육수 못지않게 진국이고요.”
“그런 방법이 있습니까? 그게 뭡니까?”
“멸치 가루를 이용하는 겁니다.”
백종운이 TV에 나와서 가르쳐준 방법이다. 조리하기에도 편하고 맛도 전혀 빠지지 않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는 방법이다.
“지금 멸치 가루라고 하셨습니까?”
“네, 뭐가 잘못됐습니까?”
“그 비린내를 어떻게 하시려고…….”
신영훈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장교 식당에서 근무할 때 멸치를 손질할 때마다 가장 싫었던 게 멸치 특유의 비린내였기 때문이다.
“볶으면 됩니다.”
“네?”
“비린내 잡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프라이팬에 적당히 볶아주면 됩니다. 그러면 비린내는 열과 함께 다 날아가거든요.”
“아, 그런가요?”
신영훈은 너무 간단하게 설명하는 현성의 모습에 오히려 허탈한 기분마저 들 정도였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멸치 가루를 많이 만들어 놓고 조리를 할 때마다 적당량을 넣고 끓이면 됩니다. 그리고 야채도 끓이는 순서가 있다는 거 아시죠?”
“저는 그냥 한꺼번에 넣고 끓이는데요?”
“그러지 말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호박 같은 경우는 완전히 죽이 되는 거 아닙니까?”
현성의 목소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 이유는 아까 신영훈이 끓여온 칼국수 때문이다.
야채의 색깔을 보면 그 야채가 어느 정도 익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신영훈이 끓여온 칼국수에선 어느 야채도 제 색깔을 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 말은 야채를 끓일 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음식점을 하겠다는 사람이 그 기본조차 없으니 현성으로선 이해가 안 가고 화가 나는 것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말인데요, 숙제가 있습니다.”
“숙제요?”
“네, 조금 전에 얘기했던 멸치 가루를 만들어서 칼국수를 다시 끓이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야채 고유의 색깔과 맛을 살리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당연히 야채를 끓일 때 순서가 있는 거고요. 제 말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지금 그 말씀은 저보고 그 방법을 찾으라는 거죠? 가르쳐 주시는 게 아니고…….”
“네, 물론입니다. 죄송하지만 일주일이 걸리든 한 달이 걸리든 그 방법을 찾기 전까지는 영업 못 합니다. 최상의 맛을 찾으세요. 그리고 찾거든 연락주세요. 그때 와서 나머지 칼국수 두 가지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기본이 안 돼 있으면 어쩔 수 없다. 이렇게라도 해서 제대로 장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현성의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