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1)
회귀해서 건물주-291화(291/740)
291
현성이 나가고 혼자 남은 신영훈.
“후!”
신영훈은 참았던 호흡을 토해내듯 한 번에 내뱉었다.
이게 무슨 개망신이란 말인가. 기껏해야 고3, 열아홉이다. 그런 놈한테 이렇게 무시를 당하다니…….
– 기본부터 다시 시작해라.
조금 전 현성이 나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물론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구원의 손길을 내민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개무시 당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뭐 숙제?
가르쳐 줄 것이면 곱게 가르쳐 주면 될 것이지 그깟 게 뭐라고 스스로 터득해야 한다고 아까운 시간을 투자하란 말인가 말이다.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었지만 화가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두고 보자.”
일단은 참자.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이 고비만 넘기고 나면 그 꼬맹이 앞에서 더 이상 허리를 굽힐 일은 없을 것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무리한 시작이었다. 보증금도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건물주가 어린 학생이란 것을 알았기에 무리수임을 알면서도 시도할 수 있었다.
그건 바로 감성팔이.
비록 돈은 없지만 열정을 보여주면 어린 학생이라 마음을 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그 계획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실력.
요리 실력이 식당을 하기엔 턱도 없었던 것이다.
요리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흥미가 있었기에 처음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칼국수라 만만히 봤던 것이 자신의 패착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한 번 더 꼬맹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꼬맹이의 태도다.
무슨 소림사로 아니고 기본부터 다시 배우라는 그의 태도,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처음부터 이곳에 온 목적은 따로 있지 않은가.
사장.
사장이 되고 싶었다. 어려서부터 꿈이 사장이었다.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장님’ 소리가 그렇게 듣기 좋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곳에 식당을 오픈한 것이다.
물론 여기서 끝은 아니다. 이곳은 그저 앞으로 더 큰 장사를 하기 위한 발판일 뿐이다.
2년.
이곳에서 필요한 시간은 2년이다. 2년만 고생해서 적당히 권리금 받고 빠질 것이다. 어차피 이곳 시골에서 장사를 오래 할 마음은 없다. 단지 홍천 시내로 나가기 위한 어느 정도의 기본 자금과 경험이 필요한 것뿐이다.
그때까지만 이 꼬맹이를 이용하자.
“흐흐.”
신영훈의 입가에는 어느새 웃음이 번지고 있었다.
칼국수 가게를 나온 현성은 이수혁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까 낮에 이수혁의 아버지인 이만수가 부탁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10분쯤 걸었을까.
복덕방 앞을 막 지날 때였다.
“김 사장.”
박인수 사장이 현성을 불렀다.
“어? 사장님, 안녕하세요.”
“어, 그래. 어디 가는 길인가?”
“네, 친구네 집에 가는 길입니다.”
“바쁘지 않으면 잠깐 들어올 수 있겠는가?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네, 그러죠. 어차피 급한 일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현성은 박인수 사장을 따라 복덕방으로 들어갔다.
현성이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박인수 사장이 명함 한 장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보다시피 명함일세.”
“물론 그것은 압니다만, 이걸 왜 저한테 주시는지 이유를 여쭌 겁니다.”
“일단 보게. 그리고서 얘기를 함세.”
현성은 박인수 사장이 내민 명함을 대충 훑어봤다. 명함에는 군의원 최성필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성은 명함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이 사람이 누굽니까?”
“보다시피 군의원일세. 그 사람이 오늘 여기에 왔다 갔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박인수 사장이 이러는 이유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최성필이라는 사람이 복덕방에 왔다 갔다는 이유로 자신에게 이 명함을 건넬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최성필이라는 사람과 자신이 어떤 연관이 있다는 얘기일 텐데, 현성으로선 최성필이라는 이름을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러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게 저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지금 이러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최성필이라는 이름도 지금 처음 들어보는데 말입니다.”
“그 사람이 자네를 만나고 싶다고 하더군.”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 사람이 왜 저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름조차 오늘 처음 들어보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왜 자신을 만나려 한단 말인가.
박인수 사장이 바로 말을 이었다.
“땅 때문일세.”
“땅이요?”
“그렇다네. 그 최성필이라는 사람이 자네의 땅을 사고 싶다고 하더군.”
“땅이라면……?”
“바로 산 중턱에 있는 그 땅을 말하는 거네. 자네가 나중에 식당을 한다고 했던 그 땅 말일세.”
현성은 순간 머릿속에 스치는 뭔가가 있었다.
스윽.
현성은 테이블에 있는 명함을 다시 들었다. 그리곤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현성의 시선이 명함에 적힌 어느 글자에 꽂혔다.
그건 바로 ‘군의원’이라는 세 글자였다.
‘그래!’
기억이 난다. 이름은 모르지만 분명히 군의원이라고 했었다.
전생에서 산 중턱에 고깃집을 오픈한 사람이 군의원 출신이었다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면 그 군의원의 이름이 바로 최성필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전생의 기억을 찾아낸 현성은 조금 전과는 다르게 흥미롭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조금 전에야 최성필이라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 사람은 바로 전생에서 그 땅에 150평이 넘는 규모의 가든 식당을 오픈했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현성은 박인수 사장을 보며 물었다.
“그 사람은 거기다 무엇을 한다고 하던가요?”
“그 얘기까지는 하지 않았네. 그냥 그 땅을 사고 싶다고만 했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땅의 가격일세.”
“가격이요?”
“그렇다네. 글쎄 평당 만 원을 부르더군. 자네도 알다시피 지금 그 땅은 2천 원에도 거래가 안 되는 땅이네. 그런데 시세의 다섯 배를 부르는 걸 보면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당연히 이상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인들의 시각이다. 그 땅에 용도를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지, 농사를 목적으로 한다면 그 가치는 당연히 2천 원도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그 땅의 목적을 전원주택지나 식당 용도로 생각한다면 그 가치는 열 배, 아니 수십 배가 되고도 남는 자리다.
더군다나 앞으로 2년 뒤에는 그 땅 앞으로 4차선 도로가 뚫린다. 그렇게 되면 그 땅의 가치는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오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최성필이 그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는지가 중요한데, 지금 이 시점에서 시세의 다섯 배를 부를 정도면 어떤 식으로든 미리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쪽에서 얼마를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그 금액을 부르지는 않았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이 박인수 사장을 보며 말했다.
“이상할 거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시세의 다섯 배를 부르는데 이상하지 않다니……, 더군다나 그곳은 산 중턱이고 길도 없어서 접근하기도 힘든 땅이 아닌가?”
“만약에 말입니다, 그곳에 길이라도 뚫리는 날에는 어떻게 됩니까?”
“그거야 당연히 대박이지. 그곳이 이 마을에서 경치 하나는 최고로 끝내주는 곳이 아닌가? 자네 말대로 그곳에다 큰 식당이라도 하나 오픈하는 날에는 제대로 한방 터트릴 걸세. 근데 그곳에 길이 뚫리겠는가?”
역시 한 치 앞을 못 보는 게 사람이다.
그나마 부동산을 거래한다는 박인수조차 2년 앞을 못 내다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하긴 전생에서도 그쪽으로 도로가 뚫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역시 최성필은 그 정보를 미리 알고 있는 게 틀림없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혹시 모르죠. 그곳으로 4차선 도로라도 뻥 뚫릴지 누가 압니까?”
“허허, 글쎄 내 생각엔 20년이나 지나면 모를까 그 전엔 힘들 거 같네.”
박인수 사장의 말에 현성은 빙긋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어차피 2년 뒤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될 테니 말이다.
현성이 말했다.
“그건 그렇고 그 사람은 뭐라고 하고 갔습니까?”
“자네하고 약속을 잡아달라고 하더군.”
“약속이요?”
“그렇다네. 내가 분명히 그 땅은 자네가 안 팔 거라고 얘기했는데도 막무가내로 약속을 잡아달라고 하더군. 본인이 직접 만나서 얘기를 하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이상한 게 또 있었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바로 물었다.
“이상한 거요? 그게 뭡니까?”
“자네에 대해서 너무 잘 알더라고. 라면 가게를 하는 건 기본이고 심지어는 자네가 학교에서 1등 하는 것도 알더라고. 그뿐만이 아니라 자네가 그 땅을 희철이 형님한테 증여를 받은 것까지도 다 알고 있더군.”
“제 뒷조사를 했다는 말이네요?”
“그래서 이상하다는 걸세.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론 조사하는 거야 어렵지 않다. 땅 문제야 등기소 가서 확인하면 되는 것이고, 개인 신상도 마음만 먹으면 그 정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단순하게 땅이 목적이라면 복덕방에 와서 의뢰를 하면 될 텐데 말이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사장님은 뭐라고 했습니까?”
“일단 자네한테 얘기는 해보겠다고 했지.”
“일없습니다. 굳이 그 땅을 팔 것도 아닌데 그 사람을 만날 필요가 뭐가 있겠습니까? 그 사람한테 제 입장을 분명히 말씀해 주세요. 저는 그 땅을 팔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입니다.”
“알았네. 그리 전함세.”
현성은 인사를 하고 나오려다 다시 돌아섰다.
“참! 제가 부탁했던 땅들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제 3만 평 정도 구입했네. 생각보다 쉽지가 않더군. 아무래도 이곳에서 오래된 사람들이라 땅을 팔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네.”
“그럴 겁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거니까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마을 사람들입니다. 그분들한테 조금이라도 서운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함께 할 사람들이니까요.”
“알겠네. 그 부분은 걱정하지 말게. 처음부터 자네가 부탁했던 말 아닌가. 나도 특별히 신경 쓰고 있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현성은 마지막으로 인사를 하고 복덕방을 나왔다.
복덕방을 나와 현성이 향한 곳은 공중전화 부스였다.
현성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울리자 박희철이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아저씨 접니다.”
– 자네가 이 시간에 어쩐 일인가?
“부탁드릴 게 있어서요. 혹시 군청에 아는 사람 있어요?”
– 갑자기 군청은 왜?
“오늘 그러니까…….”
현성은 조금 전에 박인수 사장으로부터 들었던 최성필에 관한 얘기를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희철이 바로 물었다.
– 그러니까 최성필이라는 사람이 자네에 관해서 뒷조사를 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 그 사람이 무엇 때문에 자네 뒷조사를 했단 말인가?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그게 이상합니다. 박 사장님 말씀으로는 땅을 원한다고 하는데 그럴 거면 복덕방에 의뢰를 하면 될 것이지 굳이…….”
– 생각할수록 이상하군.
“그래서 말인데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실 수 있겠습니까?”
– 어디까지 알아보면 되겠는가?
“이왕이면 자세히 알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찝찝해서 그냥 있을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아저씨가 저한테 증여한 사실까지도 알고 있더라고요.”
소유권 이전이야 등기부 등본만 확인하면 되겠지만 그 이상을 알고 있다는 건 일부러 더 조사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잠시 말이 없던 박희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그 말은 나까지도 뒤를 팠다는 얘기네.
“정확한 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무래도 그랬을 확률이 높습니다.”
– 군의원 나부랭이가 감히 겁도 없이 나를……허허.
“그럼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걱정하지 말게. 그놈 정도야 이틀이면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까지 다 알아낼 테니까. 내가 알아보고 연락해줌세.
“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현성의 얼굴에 묘한 웃음이 드리워지는 순간이었다.
공중전화 부스를 나온 현성은 이수혁의 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