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2)
회귀해서 건물주-292화(292/740)
292
“어서 오게.”
이수혁의 집에 도착하자 현성을 먼저 맞이한 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수혁의 아버지 이만수였다.
“일부러 밖에서 저를 기다리신 겁니까?”
“그렇다네. 확실히 해둘 말도 있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네.”
“하실 말씀이 무엇인지요?”
“그게 말일세…….”
이만수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말씀이신데 이렇게 조심스러운 겁니까?”
“그게 말이야……, 우리 수혁이가 집을 나가는 것만큼은 꼭 막아주게. 어떡하든 집에서 문제를 해결했으면 좋겠네. 자네도 알다시피 이 녀석이 외동이라 아무것도 할 줄 모르네. 그런 녀석이 무슨 자취를 한다고 저러는지 모르겠네.”
이만수의 얼굴엔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가득했다. 아니, 너무 지나칠 정도로 안절부절못하는 이만수의 표정을 보면서 이게 진짜 최선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현성은 이만수를 불렀다.
“아버님.”
“응, 그래. 말해보게.”
“어쩌면 말입니다, 수혁이가 자취를 하는 것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이만수는 금방이라도 안구가 튀어나올 듯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충분히 예상했던 반응이다. 이만수가 자신을 집까지 부른 이유는 어떡하든 이수혁의 돌발행동을 막고자 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성이 오히려 자취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고 하니 이만수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의 생각은 달랐다.
어쩌면 이번 기회가 이수혁한테도 그렇고 이수혁의 부모님한테도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수혁의 나이도 이제 열아홉이다. 내년이면 어엿한 성인이 된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는 마냥 어리게만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품 안에 자식으로만 키울 수는 없지 않겠는가 말이다.
현성은 이만수를 보며 말했다.
“아버님, 내년이면 수혁이도 어엿한 성인입니다.”
“그거야 그렇지만…….”
“물론 아버님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닙니다만, 이젠 수혁이도 홀로서기를 준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홀로서기?”
“네, 언제까지 품 안에 품고 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게 수혁이를 위해서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닐 테고요.”
“그렇기는 한데…….”
이만수도 어느 정도는 지금의 이 상황을 고민하는 듯했다.
현성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아버님,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인데요, 만약에 수혁이가 꼭 집을 나가겠다고 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만 말씀하지 마시고 수혁이의 입장에서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수혁이의 입장?”
“네, 물론 더 얘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수혁이도 이번에 많은 고민 끝에 그 말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흠…….”
이만수는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만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기에 이번엔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기로 했다.
잠시 후.
이만수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저기……, 현성 군.”
“네, 아버님.”
“자네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네. 무조건 강요는 하지 않겠네. 하지만 중요한 건 수혁이가 왜 나가겠다고 하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알아야겠네. 그 이유를 들어보고 정말 합당하다면 한 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겠네.”
“정말입니까?”
“대신, 조건이 있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 상황에서 조건을 제시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의 입장이라면 한 번 더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는 것도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은 이만수를 보며 물었다.
“그게 뭡니까?”
“자네가 책임을 지는 거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올 뻔했다. 그만큼 황당하다는 얘기다. 그 순간에 이만수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어쩌면 처음부터 이만수의 계획은 이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혹시 처음부터 생각하고 계셨던 건 아니지요?”
“솔직히 전혀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네.”
“그 말씀은…….”
“보험이라고 이해해주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만약 끝까지 고집을 피운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저를……?”
이만수는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인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자네라면 우리 수혁이를 부탁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네. 그리고 내가 아까 낮에도 얘기했지만 우리 수혁이가 자네를 친구로 생각하기도 하지만 형처럼 생각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자네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말일세.”
“…….”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현성이 아무 말이 없자 이만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너무 부담은 갖지 말게. 가끔 한 번씩 들여다 봐주면 되네. 물론 매일 신경 써주면 더 좋고.”
“아니 무슨…….”
현성은 황당할 뿐이었다.
이만수의 말 때문이다. 부담은 갖지 말라면서 매일 신경을 써달라는 이런 모순이 또 어디 있겠는가?
현성이 물었다.
“저보고 어쩌란 말입니까?”
“말이 이상하지? 부담은 갖지 말라면서 매일 신경을 써달라고 하니 말일세. 그게 지금 내 심정일세.”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이만수가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그게 나의 솔직한 마음이라는 얘길세.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그러니까 그게…….”
현성이 여전히 못 알아듣자 이만수가 갑갑하다는 듯 다시 말을 이었다.
“자네한테 무조건 부담을 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안 그런가?”
“그거야 그렇지요.”
“하지만 내 아들 녀석이니 당연히 걱정은 될 것이고?”
“그거야 물론이지요.”
“그래서 하는 말이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는 말일세. 자네한테 무조건 부담을 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네. 그러면서도 자네가 매일 우리 아들을 신경 써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일세. 어떻게 보면 내 욕심인 거지.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현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야 이만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듯싶었다.
“그러니까 아버님은 결국 제가 수혁이를 매일 신경 썼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미안하지만 그렇다네. 이 녀석이 굳이 집을 나간다면 그 이유가 혼자 있고 싶어서일 텐데 우리가 매일 찾아가면 또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르지 않겠는가? 하지만 자네라면 그럴 일은 없을 테니 부탁을 하는 거네. 이게 물론 자식을 가진 아비의 욕심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 심정을 자네가 조금만 이해해줬으면 좋겠네.”
이만수의 말이 길어졌다.
말은 길었지만 결국 결론은 간단했다.
이수혁을 부탁한다는 것.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 달라는 것.
현성은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일단은 수혁이의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집을 나가는 일은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고.”
이만수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다르게 밝게 빛났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그만큼 이수혁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성은 그런 이만수를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버님.”
“어, 그래. 말해보게.”
“중요한 건 수혁이가 이번 기회에 더 성장할 거라는 겁니다. 그러니 너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자네가 보기엔 내가 그렇게 불안해 보이는가?”
“솔직히 그렇습니다. 아버님이 좀 더 느긋한 마음으로 수혁이를 지켜봐 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수혁이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고 아버님을 위해서도 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
이만수는 잠시 고민하는 듯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이만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인정하네. 아들이라고 하나밖에 없다 보니 내가 좀 과한 듯하네. 지금까지 이 녀석이 이런 적이 없었거든.”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성장통이라고 생각해 주십시오. 아무래도 제 예상으로는 이번 모의고사의 결과가 그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만수도 그 부분에는 동의를 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건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을 하네. 그런데 문제는 왜 꼭 집을 나가려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네.”
“남자니까요.”
“남자?”
이만수는 무슨 말이냐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남자의 습성 아니겠습니까? 자신만의 동굴이 필요한 겁니다. 아마도 집에서는 자신만의 동굴이 없다고 생각하는 거 같습니다.”
“허허, 동굴이라…….”
이만수는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는 듯 모처럼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동굴.
남자는 흔히 동굴이 필요하다고 한다. 즉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지금 이수혁이 그런 감정이라는 것을 이만수는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현성은 이만수를 뒤로한 채 이수혁의 방으로 들어갔다.
“현성아!”
이수혁이 반가운 목소리로 현성을 맞았다.
“자식, 목소리 들어보니 멀쩡하네.”
“그게 무슨 소리야? 혹시…….”
“혹시 뭐?”
“우리 아버지가 너한테 찾아갔었어?”
“그건 아니고, 오늘 낮에…….”
현성은 농협에서 이만수를 만났던 일에 관해서 설명했다. 물론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도 빠짐없이 설명했다.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이 여기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수혁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괜히…….”
“인마, 그게 무슨 소리야? 아버지는 너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하시는데, 그건 그렇고 뭐가 문제야?”
“…….”
이수혁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래도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는 게 아무리 친구 사이지만 쉽지는 않은 듯했다.
그렇다고 재촉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때 현성의 시선에 띄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벽면에 붙은 A4용지에 적힌 글자였다.
– 延世大
한자로 적힌 세 글자.
이수혁이 항상 자신의 입으로 입버릇처럼 말하던 그 학교다.
현성은 턱으로 벽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거 때문이냐?”
“…….”
“맞구나?”
“휴우!”
이수혁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역시 현성의 예상이 맞았다. 이수혁이 지금 힘들어하는 건 이번 모의고사 성적이 원인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전생에서도 대학은 못 갔던 이수혁이다.
‘어쩐다?’
아무리 회귀한 현성이지만 이 문제만큼은 지금으로선 풀 수 없는 난제일 수밖에 없다.
어차피 지금 이 점수로 대학을 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지금 이 시점에서 재수를 권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러기엔 이수혁이 감당해야 할 상처가 너무 크다.
그렇다면…….
용기.
지금 필요한 건 용기다. 이수혁이 좌절하지 않고 학력고사를 볼 때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 설사 나중에 재수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중 문제다.
중요한 건 지금이다.
그때였다.
이수혁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현성아, 나 포기할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