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6)
회귀해서 건물주-296화(296/740)
296
– 접니다.
현성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를 확인하는 순간 팽팽했던 긴장감이 일시에 풀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처음 전화벨이 울릴 때만 하더라도 무슨 일이 터졌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당연히 부모님이었다. 이 늦은 시간에 전화가 올 곳은 부모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칼국수 가게 사장인 신영훈이었다.
현성은 다소 힘 빠진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신 사장님, 이 시간에 웬일입니까?”
– 전화하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죠?
“아닙니다. 늦은 시간이라 좀 놀라긴 했지만 아직 잠자리에 들 시간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그런데 이 시간에 전화를 주신 거 보니까 무슨 급한 일이라도 생기신 거 같은데, 무슨 일입니까?”
– 잠깐 오실 수 있겠습니까?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밤 12시가 지났다. 그런데 이 시간에 오라는 얘기는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일 것이다.
무슨 일일까?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고개를 바로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 거 같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죠.”
– 네? 아, 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신영훈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건 현성의 태도 때문이다. 솔직히 전화를 하면서도 반신반의했었다. 이 늦은 시간에 전화를 한다고 해서 과연 와 줄까 하는 거였다.
그런데 현성이 보여준 행동은 자신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최소한 그 이유라도 물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그 이유조차도 묻지 않았다.
‘뭐지?’
의문을 안 가질 수가 없다. 이제 고작 열아홉 살이다. 한창 이기적일 나이임에 틀림없다. 그런데 그가 보여준 행동은 오히려 그 반대였다. 생각할수록 이해가 안 가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신영훈의 머릿속에 묘한 느낌이 드는 순간이었다.
가게를 나선 현성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신영훈이 이 늦은 시간에 자신을 부른 이유는 아마도 칼국수 때문일 것이다. 낮에 숙제를 내주고 왔다.
이 시간에 전화를 했다는 얘기는 이제 막 숙제를 끝냈다는 얘기일 것이다.
낮에 신영훈의 가게에서 나온 시각이 5시 조금 지나서였다. 그리고 지금 시각은 12시를 조금 넘었고, 그렇다면 7시간 정도가 지났다는 얘기가 된다.
그 말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칼국수를 끓였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제 마침내 완벽한 칼국수가 완성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래서 기쁜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고.
현성이 아무런 이유조차 묻지 않고 달려가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열정.
장장 7시간을 칼국수와 사투를 벌이면서 제대로 된 칼국수를 끓여준 신영훈의 열정을 높이 산 것이다.
현성이 칼국수 가게에 도착했을 때였다.
“오셨습니까?”
신영훈은 밖으로 나와 현성을 맞았다.
“일부러 나와서 기다린 겁니까?”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한걸음에 달려와 주셨는데 안에서 맞을 수야 없지요. 제가 그렇게 경우가 없는 놈은 아닙니다.”
“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나저나 이제는 그 말 좀 편하게 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어차피 한참 동생인데, 매번 듣는 저로서는 불편합니다.”
“그건 안 됩니다. 아무리 나이는 어리지만 어엿한 건물주 사장님인데 세 들어 사는 입장에서 그럴 수야 없지요. 그 부분은 제가 처음부터 말했던 거니까 신경 쓰지 마십시오. 전 오히려 이게 편합니다.”
“사장님도 참…….”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빙긋 웃었다.
그러자 신영훈이 바로 물었다.
“그나저나 궁금하지 않습니까?”
“뭐가 말입니까?”
“제가 왜 오라고 했는지 말입니다.”
“숙제를 다 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 숙제 검사하러 왔습니다. 제 말이 틀렸습니까?”
“하하, 역시 눈치가 빠르시군요. 자, 그럼 들어가실까요.”
신영훈은 웃으며 현성을 가게 안으로 안내했다.
가게 안으로 들어온 신영훈은 잠시 기다리라는 말과 함께 바로 주방으로 사라졌다.
현성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낮에 봤던 신영훈과 지금의 그의 모습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감.
신영훈의 모습에서는 낮에 볼 수 없었던 자신감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10분쯤 지났을까.
신영훈이 쟁반에 칼국수를 들고나왔다.
“드셔 보십시오!”
신영훈의 목소리에서도 낮에는 느낄 수 없었던 힘이 느껴졌다.
현성은 일단 눈으로 야채의 색깔을 확인했다. 확실히 낮에 봤던 야채의 색깔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났다.
“야채의 색깔이 제대로 살아났군요?”
“저도 처음엔 별반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끓이는 시간에 따라 분명히 차이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신기한 건…….”
신영훈의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그의 열정이 넘친다는 의미였기에 현성은 들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후릅.
이번엔 국물을 맛보았다.
역시 다시다를 넣고 끓였을 때와는 다른 깊은 맛이 느껴졌다.
“국물도 훨씬 좋아졌네요. 이제야 제대로 국물도 먹을 만합니다. 하지만 멸치 가루로 국물을 만드는 건 임시방편입니다. 정석은 아니란 얘기죠.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신 대로 육수를 만들겠습니다. 내일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 올 예정입니다.”
“육수만 제대로 뽑아도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겁니다. 귀찮다고 해서 조미료로 맛을 내려고 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육수가 생명이라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음식 장사하면서 요령 피우면 절대 안 된다는 거 꼭 명심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앞으로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신영훈은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몇 번씩이나 숙였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신영훈의 행동 때문이다.
뭐랄까…….
왠지 그의 모습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느껴졌다.
‘뭐지?’
뭐든 정도가 있다. 그 정도를 지나친다는 건 어떤 식으로든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사람은 보통 속으로 다른 의도가 있을 때 과장된 표현을 하게 된다.
지금 신영훈의 행동이 그렇게 보였다.
절레절레.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순간적으로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핏 생각해도 신영훈의 입장에서는 지금 이 시점에서 자신한테 어떤 다른 의도를 보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왜 그러십니까?”
현성의 표정이 이상했던지 신영훈이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잠깐 다른 생각이 나서…….”
“저는 또 음식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알고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면을 한번 드셔보시지요?”
“아, 네…….”
후루룩.
현성은 바로 면을 맛보기 시작했다.
휴우!
그 모습을 바라보는 신영훈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 전 자신도 모르게 과한 행동이 나왔음을 나중에야 깨달았다.
조급증이었다.
현성한테서 조금이라도 빨리 다음 메뉴를 알아내고자 했던 욕심이 자신도 모르게 과한 행동으로 표출된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성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때 칼국수를 먹던 현성이 입을 열었다.
“8점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말입니다.”
그제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은 신영훈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뭐가 문제인 겁니까?”
“제가 잠깐 주방을 써도 되겠습니까?”
“네? 아, 네. 물론입니다. 얼마든지…….”
신영훈은 처음엔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를 못했다. 하지만 현성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대답을 했던 것이다.
현성은 지금 남은 2점의 점수가 왜 부족한지를 직접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고 그 뒤를 신영훈이 바로 따랐다. 신영훈이 바로 따라간 이유는 현성이 요리하는 것을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서로의 의도를 충분히 알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현성은 주방에서 칼국수 한 그릇을 들고나왔다.
“맛보세요.”
조금 전과 위치가 바뀌었다.
현성이 서 있었고 신영훈이 앉아서 칼국수를 맛보기 시작했다.
오물오물.
신영훈은 면발을 입 안에 넣고 씹기 시작했다.
현성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다르네요.”
“뭐가 다릅니까?”
“식감이 다르군요. 씹는 맛이 확실히 다릅니다. 사장님이 말하는 2점의 차이가 뭔지 이제야 알 거 같습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신영훈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 현성이 10점 만점에 8점이라는 소리를 했을 때만 해도 고개를 갸웃했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두 시간도 아니고 장장 7시간 동안이나 불과 사투를 벌이면서 끓여낸 맛이다.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현성의 입에서는 만족하지 못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 차이가 2점이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일단은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가 칼국수를 끓이는 과정을 뒤에서 하나도 빠짐없이 지켜봤다.
차이는 두 가지였다.
그 첫 번째가 면발의 차이였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면발의 굵기가 자신이 뽑은 면발보다 미세하지만 조금 더 굵다는 것이었다.
‘무슨 차이가 있을까?’
의문이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이 더 컸다. 별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생각이 자신의 무지로 인한 잘못이었다는 걸 면발을 먹어보고 나서야 확실히 깨달았다.
미세한 면발의 차이가 식감을 살리는데 신의 한 수였던 것이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또 하나의 차이점도 아시겠습니까?”
“네.”
신영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처 자신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그건 바로 면을 끓는 육수에 넣기 전에 흐르는 물에 한 번 씻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그 과정이 왜 필요한지 솔직히 몰랐다.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하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그건 바로 감자 때문이었다.
감자에도 전분이 있다. 그리고 칼국수 면에도 밀가루가 묻어있다. 물론 밀가루의 용도는 면끼리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문제는 이 밀가루가 묻어있는 면을 그냥 넣고 끓였을 때다. 미세하지만 그 면에 붙은 밀가루 때문에 결과적으로 전분이 과잉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일반인들의 경우는 그 차이를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성은 그 미세한 차이까지도 용납을 안 하겠다는 거였다.
후릅.
신영훈은 숟가락으로 국물을 맛보았다.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어디까지나 예상이었다. 그런데 막상 맛을 보니 현성이 왜 면을 끓이기 전에 면발에 붙은 밀가루를 씻어냈는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알 거 같았다.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대단하군요.”
“느껴지십니까?”
“미세하지만 확실히 느껴집니다. 국물 맛이 깔끔합니다. 처음에는 면을 왜 씻는지 몰랐는데 먹어 보니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겠네요. 이게 마지막 숨은 1점의 맛이었군요?”
“네, 그렇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빙긋 웃었다.
새삼 백종운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신영훈이 물었다.
“이제 두 번째 메뉴는 뭡니까?”
“혹시 버섯 좋아합니까?”
“버섯이요? 혹시 두 번째 메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