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7)
회귀해서 건물주-297화(297/740)
297
다음날 오후.
수업을 마친 현성은 정육점에 들러 칼국수 가게로 바로 향했다.
드르륵.
현성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신영훈은 놀랍다는 듯 입을 열었다.
“아니, 이 시간에 어쩐 일입니까?”
“제가 오늘 오후에 다시 온다고 했잖아요.”
“그거야 저도 들었습니다만, 영업 끝나고 오시는 거 아니었습니까?”
신영훈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물론 현성이 어제 새벽에 나가면서 오늘 오후에 다시 온다고 했었다. 오늘 오후란 의미는 영업을 마치고 난 후의 시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건 당연한 거였다. 자신의 영업이 더 중요할 테니 말이다.
그런데 현성은 학교 수업을 마치자마자 본인의 가게가 아닌 이곳으로 바로 달려온 것이다. 그러니 신영훈이 놀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거였다.
현성이 다시 말했다.
“메뉴를 빨리 정해야 조금이라도 일찍 영업을 시작할 거 아닙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신영훈은 다시 한번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현성이 한 말 때문이다. 현성이 지금 이 시각에 자신의 영업도 뒤로한 채 이곳에 온 이유가 새로운 메뉴를 빨리 정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물론 그 새로운 메뉴를 빨리 정하는 것 또한 현성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영업 날짜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기 위한 목적이다.
물론 여기서 다른 사람은 신영훈 자신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일 수밖에 없다. 그게 흠도 아니고 당연한 거다. 더군다나 상대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거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런데 지금 현성은 어떠한가.
그 반대가 아닌가 말이다. 자신의 영업조차 뒤로하고 다른 사람의 영업 날짜를 앞당기기 위해 이렇게 달려오지 않았는가.
그뿐만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어젯밤에도 마찬가지다.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전화 한 통을 했을 뿐인데 이유도 묻지 않고 바로 달려온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자신은 그저 이용만 하려 했었고…….
쓰읍.
신영훈은 자신의 턱을 쓸었다.
뭔가 생각이 복잡할 때면 나오는 자신만의 습관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준비하라고 한 건 다 준비했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런데 새로운 메뉴가 버섯칼국수가 아닙니까?”
“비슷합니다만, 앞에 몇 글자가 더 붙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인지…….”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젯밤에 현성이 버섯을 좋아하냐고 묻기에 당연히 좋아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버섯으로 메뉴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래서 얼핏 생각한 것이 바로 버섯칼국수였다. 그런데 이상한 건 준비하라고 한 재료가 단순히 버섯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배추와 부추, 현성이 추가로 더 준비하라고 한 야채다.
그리고 중요한 건 버섯도 한 가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느타리, 표고, 그리고 팽이버섯까지 세 종류다. 거기다 배추와 부추까지, 도대체 그 많은 재료로 무엇을 만든다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신영훈이 다시 물었다.
“도대체 그 많은 재료로 무엇을 만든다는 겁니까? 그리고 거기에 또 추가할 게 있다고 하셨는데 도대체 뭐를 또 추가한다는 것인지…….”
“바로 이겁니다.”
현성은 들고 있던 검은 봉지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건 바로 삼겹살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삼겹살의 모양이었다. 일반적인 삼겹살의 모양이 아니라 마치 대패로 민 것처럼 얇게 돌돌 말려있다는 것이었다.
신영훈이 바로 물었다.
“이게 뭡니까?”
“보다시피 삼겹살입니다.”
“물론 삼겹살이라는 건 알겠는데 모양이 왜 이렇게 생겼냐는 겁니다. 무슨 대패로 민 것도 아니고…….”
“바로 그겁니다.”
“네? 바로 그거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현성의 말에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대패삼겹살입니다.”
“대패삼겹살이요?”
신영훈은 한 번 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대패삼겹살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기 때문이다.
신영훈은 다시 물었다.
“그런 말이 있었습니까?”
“당연히 없었죠.”
“그런데요?”
신영훈은 황당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신영훈과는 다르게 여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있을 겁니다.”
“그 말은…….”
“네, 오늘 제가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첫 고객이 되는 거고요.”
물론 거짓말이다.
대패삼겹살이란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백종운 대표다.
언젠가 한 방송에서 대패삼겹살의 탄생 비화를 소개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과거에 실수로 햄 써는 기계로 삼겹살을 썰었는데 돌돌 말아진 형태로 나왔고 이를 본 한 손님이 ‘대패로 썰었느냐’는 반응을 듣고, 그때부터 대패삼겹살이란 이름을 붙이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전생의 기억이니 앞으로 9년 후에나 일어날 일이다. 정확히는 1996년 8월에 대패삼겹살 상표를 출원할 것이고, 2년 후인 1998년에 정식 상표로 인정을 받게 된다. 물론 앞으로도 그 부분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굳이 그거까지 가로챌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신영훈은 여전히 황당할 뿐이었다.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다. 대패삼겹살이든 그냥 삼겹살이든 어차피 같은 돼지고기이니 말이다. 문제는 그 용도다.
삼겹살의 용도.
삼겹살의 용도는 뭐니 뭐니 해도 구이가 가장 우선이다. 그런데 여기는 칼국수 가게다. 여기서 고기를 굽겠다는 것은 아닐 것이고.
칼국수와 삼겹살, 얼핏 생각해도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신영훈은 다시 물었다.
“설마 칼국수에 삼겹살을 넣자는 건 아니지요?”
“비슷합니다.”“네? 비슷하다고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순서요?”
신영훈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때 현성이 말했다.
“주방 좀 쓰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신영훈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직접 삼겹살의 용도를 보여주겠다는 얘기다. 신영훈의 대답이 떨어지자 현성은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주방에 들어선 현성은 냄비에 아침부터 끓이기 시작한 육수를 반 정도 담아서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손질해 놓은 야채와 버섯을 냄비 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바로 간장을 이용해 소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뭐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이유는 현성이 만드는 소스 때문이었다.
그때 현성이 말했다.
“소스를 어떻게 만드는지 잘 보세요.”
“네? 아, 네. 그런데 그 소스는 어디에 쓰는 겁니까?”
“삼겹살을 찍어 먹을 겁니다. 야채와 버섯도 마찬가지고요.”
그 순간 신영훈의 머릿속을 스치는 게 하나 있었다. 언젠가 TV에서 비슷한 요리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땐 돼지고기가 아니라 소고기였다.
신영훈은 바로 물었다.
“혹시 샤부샤부……?”
“이제야 아시겠습니까? 바로 그겁니다. 사장님이 앞으로 팔게 될 메뉴입니다. 바로 대패삼겹살 버섯칼국수입니다.”
“대패삼겹살 버섯칼국수요?”
“네, 그렇습니다. 삼겹살을 샤부샤부로 먼저 먹고 나중에 마무리로 그 국물에 면을 넣고 끓여 먹는 겁니다.”
“아, 네. 그런데…….”
신영훈은 궁금한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샤부샤부의 재료가 소고기가 아니라 돼지고기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로 다시 물었다.
“샤부샤부는 소고기로 하는 거 아닌가요?”
“맞습니다.”
“네? 그런데요?”
“돼지고기도 됩니다. 그리고 샤부샤부의 종류는 의외로 다양합니다. 각 나라마다 다르고요. 그리고 돼지고기를 선택한 이유는 여기 가게의 특성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현성은 왜 돼지고기로 선택을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영훈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가격의 차이라는 거죠?”
“물론입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칼국수 가게에서 한우로 샤부샤부를 하면 가격이 맞겠습니까?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얘깁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드셔보시면 아시겠지만 돼지고기 샤부샤부도 맛이 아주 좋다는 겁니다. 잠깐만요.”
그때 냄비의 육수가 끓기 시작했다.
현성은 바로 대패삼겹살을 냄비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곤 젓가락으로 몇 번 휘휘 젓더니 고기를 꺼내 접시에 담았다. 물론 야채도 같이 담았다.
“자, 여기 야채에 싸서 소스 찍어서 한 번 드셔보십시오. 드셔보시고 그리고서 얘기합시다.”
현성은 접시를 신영훈한테 내민 다음 자신도 다시 고기를 꺼내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현성이 물었다.
“어떻습니까?”
“정말 놀랍습니다. 이런 맛이 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야채랑 같이 먹으니까 느끼한 맛도 전혀 없고 지금까지 먹던 삼겹살하고는 차원이 다릅니다.”
신영훈은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입관 탓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처음엔 별 기대가 없었다. 하지만 고기를 먹는 순간 지금까지의 선입관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한마디로 감탄 그 자체였다.
처음에 놀란 건 고기의 부드러움이었다. 삼겹살 특유의 지방 때문인지 그 부드러운 맛은 가히 일품이었다.
그리고 또 놀란 건 고소한 맛이었다. 혹시나 느끼하지나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지방 특유의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아마도 그 이유는 삼겹살의 얇은 두께 때문이었을 것이다. 두꺼웠다면 절대 이 맛이 날 수 없었을 것이다. 결국, 삼겹살 샤부샤부의 맛을 좌우하는 건 그 두께가 신의 한 수였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는 면을 넣어볼까요?”
현성은 냄비에 면을 넣기 시작했다.
꿀꺽.
그 모습을 바라본 신영훈은 어느새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단순히 육수에 칼국수를 끓여도 그 맛이 끝내준다. 그런데 그 육수에 야채와 버섯까지 넣고 끓였다. 그뿐인가, 삼겹살도 들어가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 말은 지금이야말로 육수의 맛은 최고라는 얘기다. 거기에 칼국수라…….
그 맛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상상이 가는 순간이었다.
“드셔보세요.”
현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신영훈은 면을 접시에 담아 입으로 가져갔다.
후루룩.
“…….”
말이 필요 없었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깊은 육수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칼국수의 맛은 가히 예술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최고의 맛이었다.
잠시 후.
마주 앉은 두 사람.
현성이 먼저 물었다.
“이 정도면 되겠습니까?”
“놀랍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는지 저는 그게 신기할 뿐입니다. 그런데…….”
신영훈은 말을 다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말씀하세요.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고기는 어떻게 조달해야 하는지 그게 걱정입니다. 기계를 들이기엔 주방이 너무 좁고 그렇다고 정육점에서 소매가로 고기를 사 오자니 너무 비싸고 무슨 좋은 방법이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현성이 제일 처음 고려했던 사안이 고기의 조달 문제였다. 아무리 좋은 메뉴를 정해도 그 재료를 조달할 수 없다면 그 메뉴는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칼국수 가게에 들어오기 전에 정육점에 먼저 들렸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정육점 사장님의 동의가 있었습니다. 가격도 소매가에서 20% 저렴하게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 달 지나서 그 가격은 다시 조정 가능하다고 말씀하셨고요.”
“다시 조정 가능하다는 얘기는 고기 소비량에 따라 가격을 더 내릴 수도 있다는 말씀이네요?”
“맞습니다. 추가로 10%까지 더 내려갈 수 있을 겁니다. 이게 다 정육점이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겁니다. 만약에라도 조금만 거리가 더 멀었어도 불가능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양쪽 가게가 다 윈윈하게 될 겁니다.”
“아, 그렇군요. 여기가 장사 잘되면 정육점도 좋은 거니까요. 그만큼 고기가 많이 팔리는 거니까. 그런데 가격은 얼마를 받아야 하는 겁니까? 저는 도저히 그 가격을 모르겠습니다.”
“990원이요.”
“네? 990원이요? 아니, 1,000원이면 1,000원이고, 900원이면 900원이지, 무슨 가격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신영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