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8)
회귀해서 건물주-298화(298/740)
298
빙긋.
신영훈의 뾰로통한 표정과는 다르게 현성의 입가에는 미소가 살짝 번졌다.
그 모습을 본 신영훈이 툭 말을 던졌다.
“너무 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가요?”
현성은 모르는 척 되물었다.
물론 신영훈이 왜 기분이 상했는지 잘 알고 있다. 신영훈은 지금 단지 10원의 액면 가치에 대해서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그것은 당연한 얘기다.
10원. 액면으로만 따진다면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현성이 지금 얘기하고 싶은 건 단순한 액면의 가치가 아니다.
‘10원의 미학.’
990원과 1,000원의 차이.
물론 금액으로는 단순히 10원의 차이밖에 없다.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는 금액이고 대다수의 손님들도 그 금액의 차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감의 차이는 분명히 다르다. 900원대와 1,000원대에서 느껴지는 어감의 차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그건 이미 전생에서 수없이 겪었다.
4,900원, 9,900원, 심지어는 999,000원 등, 그 숫자의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얼핏 보면 숫자로 장난치는 거 같지만 그 어감의 차이에서 오는 효과는 상당하다는 것이다. 수많은 상품의 가격이 ‘9’라는 숫자로 표시되는 걸 보면 그 가치는 이미 증명이 됐다는 얘기다.
신영훈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장난하시는 거죠?”
“장난이요?”
“네, 그렇지 않습니까? 누가 그 10원을 신경이나 쓰겠습니까? 제 생각에는 오히려 장난친다고 언짢게 생각할 거 같은데요.”
“지금부터 제가 하는 얘기 잘 들으세요. 그 10원이라는 게…….”
현성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왜 990원을 받아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신영훈의 표정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영훈이 바로 말했다.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10원이라는 금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9’라는 숫자가 주는 어감의 차이가 손님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는 거죠?”
“바로 그겁니다. 비록 금액은 10원밖에 차이가 안 나지만 손님들은 상대적으로 싸게 생각한다는 겁니다.”
“하하, 정말 그럴까요?”
신영훈은 아직도 현성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현성 자신 또한 전생에서 겪어봤기에 그 가치를 아는 것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신영훈과 같은 반응이었을 것이다.
“아직 확신이 없으신 거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솔직히 …….”
현성은 피식 웃었다.
무조건 믿으라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럴 때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일단은 시행하고 검증은 나중에 하게 하면 된다.
그러려면 상대가 시행할 수밖에 없도록 상황을 만들면 된다.
“이 방법은 어떻습니까?”
“어떤 방법이요?”
“만약에 손님들의 반응이 별로이거나 시원치 않으면 지난달 밀린 월세를 제가 받지 않겠습니다. 어떻습니까?”
“네? 아니 어떻게…….”
신영훈은 귀가 솔깃했다. 그렇지 않아도 장사가 안돼서 죽을 지경이다. 오죽했으면 월세까지 밀렸을까.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5만 원이다.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생각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현성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신영훈은 쉽게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현성의 조건을 받아들이기엔 양심상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금 장사를 하는 건 현성이 아니라 신영훈 자신이다. 그런 상황에서 현성이 그런 조건을 제시한다고 해서 모른 척 받아들인다는 건 도저히 말이 안 된다.
그럴 순 없다.
거절하는 게 맞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양심의 메아리일 뿐.
신영훈의 입에서는 엉뚱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진짜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리고 조건이 또 하나 있습니다.”
“조건이요?”
“네, 기존에 받던 칼국수 가격을 내리는 겁니다. 혹시 얼마로 내릴지 짐작이 가십니까?”
현성의 질문에 잠깐 생각하던 신영훈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혹시 490원……?”
“빙고! 맞습니다. 이제야 제 뜻을 이해하셨군요.”
“결국은 아까 얘기했던 어감의 차이를 말하고 싶은 거지요?”
“맞습니다. 저를 믿고 제 방식대로 따라주십시오. 틀림없이 손님들은 좋아할 겁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반응이 안 좋으면…….”
현성은 조금 전에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똑같이 얘기했다. 이미 전생에서 검증된 것이기에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대패삼겹살 샤부샤부 버섯칼국수는 2인분부터 주문을 받으세요.”
“그 말은 1인분은 안 판다는 얘기죠?”
“네, 맞습니다. 1인분씩 팔면 단가가 안 맞습니다. 어찌 됐건 중요한 건 매출에 도움이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니까요.”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신영훈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리고 영업을 해보시면 아시겠지만 소문만 나면 매출이 생각보다 많이 오를 겁니다. 제 생각엔 보름 내로 10만 원은 올라갈 겁니다.”
“10만 원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신영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객단가를 올리는 게 중요한 겁니다.”
“객단가요? 그건 또 뭡니까?”
“아, 그거요. 그게 뭐냐 하면, 일반적으로 매출액을 고객 수로 나눠서…….”
현성은 객단가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영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결국은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얼마를 먹고 계산하느냐 하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객단가가 높을수록 매출은 올라가는 거니까요. 물론 수익률도 당연히 중요하고요. 그리고 어찌 됐건 대패삼겹살을 팔다 보면 술도 제법 팔릴 겁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는 술장사도 제법 쏠쏠할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술값으로 300원만 받아도 200원 이상은 무조건 남는 거 아닙니까?”
“그렇게만 된다면…….”
신영훈의 얼굴엔 어느새 기대감 때문인지 표정이 환해졌다.
그런 신영훈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그리고 일반 칼국수는 주방에서 조리를 하지만 대패삼겹살 샤부샤부 버섯칼국수는 손님들이 직접 조리를 할 겁니다.”
“네? 손님이 직접 조리를 한다고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신영훈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어쩌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요즘이야 손님이 직접 조리를 하는 샤부샤부 문화가 일반화되었지만 그 시절만 해도 그런 음식점은 도심지에 몇 개만 있을 정도이니 신영훈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그러니까 사장님은 기본 재료만 준비해서…….”
현성은 음식을 어떻게 서빙할 것인지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신영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근데 손님들이 귀찮아하지 않을까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손님들은 새로운 음식 문화에 흥미를 느낄 겁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장님도 드셔보셨지만 맛입니다. 아까 그 맛만 꾸준히 유지해 주신다면 손님들은 알아서 찾아올 겁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식에서 중요한 게 맛 못지않게 양도 중요하다는 거 잊으시면 안 됩니다.”
“양이요?”
“네, 여기가 시골이라는 점 염두에 두시라는 겁니다. 솔직히 밀가루 싸잖아요? 면 아끼지 마시고 넉넉하게 퍼주시라는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한 거 있습니까? 이제 거의 다 얘기한 거 같은데요.”
현성이 묻자 신영훈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아까부터 걱정했던 건데요, 한 끼 식사로 990원은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어서요. 여기가 시내도 아니고 시골이라…….”
“사장님!”
현성은 낮은 목소리로 신영훈을 불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가격을 언급한다는 것에 조금은 실망스러운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격에 대해서 얘기할 거면 처음 990원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얘기했어야 한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걱정하는 신영훈을 향해 뭐라고 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물었다.
“그게 걱정이 되십니까?”
“사실 처음부터 그게 신경이 쓰였거든요. 물론 맛은 있는데…….”
신영훈의 말이 길어졌다. 그만큼 나름대로는 걱정이 많았다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신영훈이 얘기하는 동안 현성의 표정은 전혀 공감을 못 한다는 듯 굳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영훈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번지수를 잘못 찾으셨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손님의 입장에서는 뭐가 제일 짜증이 나는지 아십니까?”
“글쎄요……, 제 생각엔 가격에…….”
“아닙니다!”
신영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은 단호하게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제값입니다.”
“제값이요?”
“네, 그냥 가격이 아니라 제값입니다. 손님들이 제일 짜증 날 때는 단순히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 아니라 음식이 그 가격에 못 미쳤을 때입니다.”
“못 미칠 때요?”
신영훈은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리 싼 가격이라 해도 그 음식이 형편없으면 손님은 그게 짜증이 나는 겁니다. 반대로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음식만 만족한다면 손님들은 흡족해할 겁니다.”
“그러니까 가격이 중요한 거는 아니란 거죠?”
“아닙니다. 가격도 물론 중요합니다. 그 상권에 맞는 적정 가격을 정하는 건 당연히 중요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아까도 말했지만 음식이 그 값에 미치느냐 못 미치느냐가 관건이라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이 동네에서 990원은 비싼 게 아니란 얘기고, 그 값에 맞게끔 음식을 만들면 된다는 얘기죠?”
“그렇지요. 바로 그겁니다. 손님들이 먹고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앞으로 사장님이 할 일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말한 제값의 논리입니다.”
신영훈은 그제야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신영훈을 보며 현성이 다시 말했다.
“이제 남은 건 홍보입니다.”
“홍보요?”
“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그 맛을 홍보하지 않으면 손님들은 모릅니다. 그동안 장사를 못 하셨으니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장사를 해야 할 거 아닙니까?”“그거야 물론이지요. 무슨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신영훈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말했다.
“자고로 홍보는 입소문만큼 확실한 게 없지요.”
“입소문이요?”
“네, 직접 맛을 보고 주위 사람들한테 소문을 내주는 겁니다. 그러려면 당연히 먼저 맛을 보게끔 하는 게 우선이겠지요.”
“그 말씀은…….”
“네, 사람들을 초청하는 겁니다. 물론 음식은 무료로 제공이 될 거고요.”
“무료로 말입니까?”
신영훈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만큼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왜? 아깝습니까?”
“그게 아니고 반값이라도 받으면 안 될까요?”
“그건 말이 안 되죠. 광고해달라고 부탁을 하는 건데 돈을 받다니요, 이왕 하는 거 화끈하게 합시다. 어차피 돈 내고 광고도 하는 판인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현성의 적극적인 모습에 신영훈이 어쩔 수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효과는 있을까요?”
“물론입니다. 저를 믿어 보세요. 저도 오픈할 때 이분들 도움 많이 받았거든요.”
“그분들이 누구신지……?”
“노인정 어르신들입니다.”
“노인정이요?”
신영훈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어르신들을 못 믿는 겁니까?”
“아니, 꼭 그런 거는 아닌데, 그래도…….”
신영훈의 모습에 현성은 피식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걱정하지 마시고 어르신들을 믿으세요. 제가 경험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좋습니다. 그럼 사장님 말씀을 믿어보겠습니다.”
현성은 신영훈의 말이 끝나자마자 전화기 옆으로 다가갔다.
디디딕.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자 잠시 후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사람은 노인회장인 서민규였다.
“회장님, 접니다.”
– 어, 김 사장이 무슨 일이야?
“ 지금 노인정에 몇 분이나 계십니까?”
– 나까지 포함해서 열 명인데, 그건 왜 물어?
“혹시 터미널 옆에 칼국숫집 아세요?”
– 물론 알지. 그런데 왜?
“지금 어르신들 다 모시고 여기로 오세요. 저녁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 허허,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거긴 갈 수가 없는데…….
“왜요? 혹시 벌써 저녁을 드신 겁니까?”
– 그건 아닌데, 그 집은 맛이 없어서 가기가 싫어.
“네? …….”
현성은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