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299)
회귀해서 건물주-299화(299/740)
299
“회장님, 그게 아니라…….”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고 나서야 서민규 노인회장의 승낙이 떨어졌다.
– 알았네. 그럼 김 사장만 믿고 갈 테니 잠시만 기다리게.
“네, 회장님. 그럼 잠시 뒤에 뵙겠습니다.”
뚝.
전화를 끊은 현성은 신영훈의 표정부터 살폈다.
신영훈으로서는 큰맘 먹고 노인정의 어르신들을 초대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돌아온 답변은 황당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것이었다.
‘맛이 없어서 못 가겠다.’
초대를 한다는 얘기는 당연히 무료로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 초대를 거절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흔한 말로 공짜로 줘도 안 먹겠다는 얘기다.
초대를 한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불쾌하고 자존심이 상하고도 남을 것이다.
“……괜찮아요?”
현성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뭐가요?”
신영훈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되물었다. 현성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신영훈의 기분이 상해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현성으로선 당혹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모습이었다.
“진짜 괜찮아요?”
“왜요? 제가 화라도 낼 줄 알았습니까?”
“솔직히 조금은…….”
“화가 아니라 오히려 오기가 생기는데요.”
“오기요?”
현성은 신영훈의 뜻밖의 말에 한 번 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신영훈은 지금 오기라고 했다. 그 말은 상대의 무시에 상처를 받고 화를 내거나 무너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보란 듯이 더 노력해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는 의미가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현성의 눈에 신영훈이 다르게 보였다.
그때 신영훈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다시는 노인회장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지 못 하도록 이번에 제대로 맛을 보여주고 말겠습니다.”
“하하, 신 사장님 멋지십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괜히 제가 걱정을 했었군요.”
“아닙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기분이 많이 상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저 자신이 너무 한심하더라고요. 오죽했으면 공짜로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하는데도 거절을 하겠습니까? 그만큼 저의 음식이 형편없었다는 얘기잖아요. 그걸 생각하니까 저도 모르게 오기가 생기더군요.”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노인정 어르신들한테 제대로 실력을 보여 줍시다. 그래서 앞으로는 다시는 그런 말이 안 나오도록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그럼 저는 나가서 휴대용 가스레인지부터 사 오도록 하겠습니다.”
신영훈은 그 말을 끝으로 식당에서 사라졌다.
피식.
사라진 신영훈의 뒷모습을 보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솔직히 서민규 노인회장으로부터 못 오겠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그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상상도 못 했었다.
그만큼 신영훈의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영훈이 그 말을 듣고도 상처를 받거나 무너지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하려는 오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현성은 기분 좋게 주방으로 향했다.
30분 후.
“이제 다 준비된 거지요?”
신영훈이 긴장한 목소리로 현성을 보며 물었다. 마치 수험생이 시험을 보기 전에 긴장하듯 신영훈의 표정이 지금 그랬다.
그런 신영훈을 보며 현성이 빙긋 웃었다.
“사장님, 보기 좋습니다.”
“네? 뭐가요?”
“지금 사장님의 모습이 마치 수험생 같습니다.”
“솔직히 많이 떨립니다. 처음 오픈할 때도 이렇게 긴장을 안 했었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신영훈은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할 정도였다.
3개월 전에 처음으로 오픈할 때만 해도 이 정도로 긴장하지는 않았었다. 오히려 그때는 자신감이 넘칠 정도였다.
음식을 만들 때도 두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은 옆에서 현성이가 도와주는 데도 조심스럽고 음식에 더욱더 신경을 쓰게 된다.
신영훈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이상합니다.”
“네? 뭐가요?”
“3개월 전에 오픈할 때와는 기분이 너무 다릅니다. 그때는 혼자 해도 자신감이 넘쳤었는데 오늘은 이렇게 사장님이 옆에서 다 도와주는 데도 하나하나가 다 조심스럽고 겁이 납니다.”
“그게 저는 더 보기 좋은데요.”
“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이제 손님 무서운 줄 아신 거죠. 어찌 보면 좋은 현상 아니겠습니까?”
“그 말씀은…….”
신영훈은 그제야 현성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사실 처음 오픈할 때만 해도 손님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그저 자신이 만들면 손님들은 그 음식을 먹으면 된다는 단편적인 생각밖에 없었다.
심지어는 손님들이 음식을 남기는 데도 그에 대한 반성이 없었다. 손님들이 음식을 남긴다는 얘기는 그만큼 자신의 음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긴데 그 부분을 철저히 무시했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다.
자신이 딱 그 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결과, 3개월 만에 보란 듯이 고꾸라지고 말았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이제 손님이 무서운 거죠?”
“많이 무섭습니다. 그동안 3개월을 겪고 보니 제가 참 무식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어떻게 그렇게 무대뽀로 장사를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하니 한심하기만 합니다.”
“그걸 느끼셨다니 됐습니다. 이제 중요한 건 앞으로입니다. 지금까지는 경험으로 생각하시고 앞으로는 그런 실수 절대로 하지 않으면 됩니다. 음식 장사하면서 손님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건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는 것만 명심하십시오.”
“네, 무슨 말씀인지 확실히 알겠습니다. 이제는 그런 실수 다시는 하지 않을 겁니다. 이번에 사장님한테 확실히 배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어린 분이 어떻게 그런 걸…….”
신영훈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가게 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드르륵.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예상대로 노인회장인 서민규와 노인정의 어르신들이었다.
마땅히 인사를 해야 하지만 현성은 일부러 뒤로 살짝 빠졌다. 이곳의 주인은 신영훈이기에 그가 먼저 나서길 바랐기 때문이다.
그 마음이 전달이라도 된 걸까.
현성이 뒤로 빠지자 신영훈이 앞으로 나섰다.
“어서 오세요, 어르신!”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일부러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 메뉴를 추가하셨다고요?”
“어르신, 말씀부터 편하게 하십시오. 듣는 제가 불편합니다.”
“알았네. 신 사장이라고 했던가?”
“네, 그렇습니다.”
신영훈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노인회장인 서민규가 바로 말을 이었다.
“어쨌든 고맙네, 그건 그렇고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다고?”
“네,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뒤에 있던 현성이 서민규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회장님.”
“어, 그래. 그런데 김 사장이 오늘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 라면 가게는 어쩌고?”
“그게 그럴 일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서 이쪽으로 앉으시죠.”
현성이 손짓을 하자 서민규와 노인들은 테이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게 다 뭔가?”
테이블을 보자마자 서민규가 처음으로 한 말이다.
그러자 현성이 신영훈을 보며 눈을 찡긋했다. 어서 메뉴에 관해서 설명을 하라는 얘기다.
고개를 끄덕인 신영훈이 앞으로 나섰다.
“이게 바로 앞으로 새로 선보일 신메뉴입니다.”
“허허, 보아하니 단순한 칼국수가 아닌 거 같은데 신 사장이 설명 좀 해주겠나?”
“먼저 이 메뉴 이름은 …….”
신영훈은 메뉴 이름부터 시작해서 먹는 방법을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신영훈의 설명이 길게 이어질수록 노인들의 표정은 신기하다는 듯 연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신영훈의 설명이 끝나자 노인 한 사람이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이 고기를 먼저 먹고 나중에 칼국수를 끓여 먹는다는 얘기지?”
“네, 어르신. 고기는 여기 야채와 버섯이랑 같이 드시면 맛이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이 고기가 삼겹살이라 부드러워서 드시기에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겁니다.”
“허허, 내가 70 평생을 살도록 고기를 이런 식으로 먹어보기는 또 처음이네. 그러니까 이 고기가 대패삼겹살이라는 거지?”
“네, 맞습니다. 얇으니까 드시기에도 훨씬 좋을 겁니다.”
“대패삼겹살이라…… 허허, 참…….”
노인들은 신기한 표정으로 조금 전에 신영훈이 가르쳐 준 대로 대패삼겹살을 육수에 담갔다가 먹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장 먼저 입을 연 건 노인회장인 서민규였다.
“다들 맛이 어떤가?”
“삼겹살이 이렇게 부드러운지 정말 몰랐네.”
“고소하기는 또 어떻고?”
“야채랑 버섯도 이 소스에 찍어 먹으니까 맛이 기가 막히는구먼. 그나저나 이런 요리가 원래부터 있었는가? 난 70이 넘도록 삼겹살을 이런 식으로 먹기는 처음이네.”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하고는 또 다른 맛이네, 그려. 허허, 참…….”
대패삼겹살 샤부샤부의 반응은 한결같이 칭찬 일색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영훈의 입가에는 미소가 만연했다.
툭.
현성은 그런 신영훈의 어깨를 살짝 치며 소주병을 가리켰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신영훈이 빙긋 웃으며 소주병을 들고 서민규 옆으로 다가갔다.
“어르신, 한잔하십시오.”
“허허, 신 사장. 내가 사과부터 함세. 아까는 내가 실수했네. 이렇게 훌륭한 음식을 준비한 줄도 모르고 안 온다고 했으니 얼마나 섭섭했겠는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제가 많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실망하시지 않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알았네, 열심히 응원하겠네. 그리고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 늙은이들이 이 맛을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겠네.”
“감사합니다.”
신영훈은 고개를 푹 숙였다.
신영훈이 돌아가면서 노인들한테 술을 다 따르자 서민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이보게들. 여기 우리 신 사장이 대박 나도록 우리 다 같이 건배 하세.”
그 말과 함께 서민규는 술잔을 높이 들었다. 그리곤 바로 큰 소리로 말했다.
“자, 우리 신 사장의 대박을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여기저기서 서로 ‘위하여’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그 모습을 본 신영훈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어린 나이에 사장이 된다는 우쭐함에 사람들이 우습게 보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님들이 점점 줄기 시작하자 아차 싶었다.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욕심을 부렸다는 것이 화근이었음을 알았지만 되돌리기엔 너무 늦은 상태였다.
그렇게 억지로 버틴 시간이 3개월이었다.
더 이상 버틴다는 건 자멸임을 알았기에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현성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늘의 도움인지 현성이 자신이 내민 손을 잡아주었다.
그 결과, 생각하지도 못했던 메뉴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처음엔 눈에도 안 들어왔던 사람들이 지금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 건배를 해주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젠 이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신영훈은 노인들을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어르신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잠시 후.
칼국수까지 다 먹고 난 후 서민규가 신영훈을 불렀다.
“신 사장.”
“네, 어르신!”
“고생 많았네. 미리 축하하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지금 서민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서민규의 말이 이어졌다.
“대박일세.”
“네? 아, 네. 감사합니다.”
신영훈은 그제야 서민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그때 서민규가 다시 물었다.
“그리고 혹시 이 대패삼겹살 샤부샤부 버섯칼국수를 얼마 받을 생각인가?”
“…… 990원입니다.”
신영훈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러자 서민규의 입이 떡 벌어졌다.
“그거밖에 안 하는가? 내 생각엔 1,500원은 받아도 충분할 거 같은데, 허허……, 1,000원도 안 된단 말이지?”
신영훈은 기뻐서 당장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가격 때문이다. 혹시라도 비싸다는 말이 나오면 어쩌나 했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거밖에’라는 말이 나왔다.
신영훈은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는 듯이 말이다.
신영훈은 그런 현성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