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
회귀해서 건물주-3화(3/740)
그때, 이상한 일이 또 벌어졌다.
구급대원이 소년의 팔뚝에 커프를 고정하고 혈압을 측정하기 시작했다.
훅훅.
구급대원이 펌프질을 하자 커프가 부풀어 올랐다.
팔뚝에 압박감이 느껴졌다.
“어라!”
놀람도 잠시, 소년의 눈은 어느새 혈압 측정기 바늘에 가 있었다.
“어, 어?”
측정기 바늘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게 뭔 일이야?”
소년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았다. 평생에 혈압을 재면서 이렇게 긴장하기는 처음이었다.
잠시 후.
구급대원의 입에선 믿을 수 없는 말이 나왔다.
“130에 90입니다. 혈압이 조금 높기는 한데, 사고 후 이 정도면 정상입니다. 조금만 안정을 ······.”
구급대원이 뭐라 말을 계속했지만, 소년의 귀에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구급대원은 소년을 보며 뭐라 말을 한 후 장비를 챙겨 백사장을 떠났다.
소년은 믿을 수 없는 현 상황을 이해하려고 온갖 생각을 해봤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머리만 더 혼란스러웠다.
소년은 주위를 둘러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에워쌌던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소년은 머리를 세차게 다시 흔들었다.
억지로라도 정신을 차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주위를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누군가 소년의 양쪽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야, 김현성! 괜찮아?”
누군가 소년의 이름을 불렀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흔들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어? 자, 자네는······, 정우, 내 친구 이정우 맞지?”
“그래, 인마. 이제 정신이 드는구나. 그런데 징그럽게 자네가 뭐야?”
소년은 더 정신이 없었다.
분명 둘도 없는 친구, 이정우가 맞다. 조금 전에 전화로 통화했던 그 친구가 틀림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외모다. 분명 저번에 볼 때만 해도 대머리였는데······.
“야! 머리가 왜 이래?”
“갑자기 웬 머리가지고 난리야?”
“분명 대머리였는데? 그러고 보니 얼굴도 이상한데······.”
“이 자식이 무슨 헛소리야?”
소년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얼마 전에 봤던 친구 녀석의 얼굴이 갑자기 옛날 어렸을 때 모습으로 바뀌었다.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난 분명 조금 전까지도 차 안에서 정신이 점점 흐릿해지고 있었는데······.
소년은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됐지만, 일단 주위를 둘러봤다.
“해수욕장?”
주위를 유심히 살피던 소년은 자기도 모르게 ‘해수욕장’이란 말이 입에서 툭 튀어나왔다.
그리고 멀리 있었지만, 워낙 간판이 초대형이었기에 간판 글자가 뚜렷하게 눈에 들어왔다.
[경포대횟집]“경포대?”
소년은 주변 상황을 토대로 지금 이곳이 경포해수욕장임을 알 게 된 것이다.
“내가 경포해수욕장에······, 왜?”
소년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꿈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꿈이 아니라면······.’
소년의 머릿속은 더욱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소년의 눈에 백사장 입구에 있는 공중화장실이 보였다.
벌떡.
소년은 벌떡 일어나 공중화장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더는 궁금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에 공중화장실로 무조건 달려갔다.
그런데 달리는 내내 이상했다. 발바닥에 모래를 밟는 느낌이 그대로 온몸으로 전해졌다. 죽었다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감촉이었다.
‘설마 내가?’
소년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느낌은 뭐야?
소년의 심장은 더 빨리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세면대 앞에는 한 소년이 서 있었다.
“······.”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한참 동안 거울만 쳐다볼 뿐이었다.
거울 속에는 한 소년이 있었다.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아니, 아주 오래전 기억의 얼굴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던 소년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김! 현! 성!”
소년은 한 글자씩 끊어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그랬다.
거울 속의 소년은 다름 아닌 바로 김현성 자신의 어렸을 적 모습이었던 것이다.
거울 속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소년의 동공이 심하게 흔들렸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건 말도 안 된다.
그런데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눈앞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소년은 거울 속의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끼릭.
소년은 수도꼭지를 틀어 물을 세면대에 한가득 받았다.
촤악, 촤악.
소년은 앞에 있는 거울에 양 손으로 물을 여러 번 뿌렸다. 물이 흘러내린 거울 속에는 여전히 자신의 어린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번엔 머리를 통째로 세면대에 담갔다.
푸우!
고개를 들어 그대로 거울을 바라봤다. 여전히 거울 속에는 물을 뚝뚝 흘리며 서 있는 자신의 어린 모습이 있었다.
척!
손바닥으로 거울을 짚었다. 그리곤 천천히 옆으로 손바닥을 밀었다.
어찌 받아들일 것인가?
소년은 혼란스러웠다.
거울 속의 인물은 분명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이 틀림없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아……, 뭐지?”
소년은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탁탁.
현성은 양 손바닥으로 머리를 두드리며 다시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해봤다.
분명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살아있다.
그것도 죽기 전의 모습이 아닌 예전 소년의 모습으로 말이다.
반면 기억은 죽기 전 마지막 기억 그대로다.
현성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엉킨 실타래를 풀듯 하나씩 생각을 풀어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소년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그의 입에선 믿을 수 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회귀!”
판타지 소설에나 나올법한 얘기가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설마, 이런 일이 나에게······.”
소년은 손바닥을 펴서 가슴에 대보았다.
쿵닥! 쿵닥!
느껴졌다.심장의 강한 박동이 손바닥을 통해 온몸으로 전달됐다. 나중에 심장병으로 고생했던 그 느낌이 아닌 어렸을 적 튼튼했던 그 심장의 느낌이었다.
“아! 이랬구나.”
쿵쿵!
소년은 본인 가슴을 주먹으로 세게 두드려봤다.
“이거다!”
세포 하나하나를 깨우듯 온몸으로 진동이 전달됐다. 이보다 더 분명하고 확실한 설명이 있을까?
이유야 어찌 됐든, 일단 죽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소년의 눈빛이 강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여보!”
회귀를 했건, 어쨌건 살았다고 생각하니 가장 먼저 아내 윤지수가 생각났다.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나저나 전생은 어떻게 되는 거지? 그날로 끝인 건가?
만약에 아니라면······, 계속 진행이 된다면?
아닐 거야. 내가 여기 있는데, 그건 말도 안 되지.
알 수는 없지만, 만약 그대로 전생이 진행된다면 상상하기도 싫었다. 아내 윤지수 때문이다.
많이 힘들어할 그 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말이다.
“일단 여기서 나가자.”
소년은 발길을 옮겼다.
밖으로 나오자 주변에 소나무와 멀리 파도치는 바다가 시야에 들어왔다.
흐-읍.
현성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자 폐를 꽉 채우는 신선한 공기의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휴우-.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한 번의 호흡으로 세상을 다 가진듯한 기분이었다.
척.
소나무에 양손을 대자 까칠까칠한 촉감이 손바닥을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좋네!”
현성이 소나무를 붙잡고 혼자 중얼거리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그 시선은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말이다.
그때, 여학생 두 명이 옆으로 지나갔다. 그중 한 명이 나무에 매달린 현수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얘, 지난주에 나 저기 나갔었잖아.”
“어머 나쁜 계집애. 얘기도 없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히힝···, 떨어졌어. 말도 마 창피해 죽는 줄 알았다니까.”
“호호···, 싸다 싸. 혼자 가니까 그렇지.”
여학생 둘이 재잘대며 멀어져갔다.
현성은 조금 전 여학생이 가리켰던 현수막을 바라봤다. 그건 다름 아닌 ‘전국노래자랑’ 예심안내 현수막이었다.
부분적으로 훼손은 됐지만, 내용을 알아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현수막을 훑어보던 현성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멈췄다. 바로 현수막에 찍혀있는 날짜 부분이었다.
[1986. 7. 30(수요일) 오후 1시]예심안내 시간이었다.
혹시 잘못 봤나 싶어 가까이 가서 다시 확인했지만 틀림없었다.
“1986년이면······, 어?”
순간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예전 고2 때였다.
여름방학 기념으로 절친인 이정우와 함께 경포해수욕장으로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현성은 기분에 취해 바다로 바로 뛰어들었었다.
그리고 그만 파도에 휩쓸리고 말았다.
그나마 다행히 익사 직전에 해양구조대 덕분에 살 수 있었다.
잠깐 회상에 빠졌던 현성이 그때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86년이면······, 맞네. 고2, 그때.”
공교롭게도 예전에 경포해수욕장에서 사고를 당했던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럼, 그때로 돌아왔다는 얘기?”
처음 백사장에서 깨어났을 땐 정신이 없어 아무 생각도 못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예전 기억이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 전 여학생들의 대화에서 지난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오늘은 대충 8월 초, 현수막에 7월 30일이 수요일이었으니, 7월은 31일까지고, 그렇다면 그때 월요일에 출발했으니까······, 정확히 오늘이 8월 4일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4일? 시골 장날이네, 장날······, 어?”
돌아온 시점을 생각하던 현성의 눈빛이 어느 순간 확 달라졌다.
“아!”
찌릿!
전신에 전율이 쫙 흐르는 느낌이었다. 뭔가 머릿속을 강하게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건 다름 아닌 어머니의 교통사고였다.
아주 오래전, 그러니까 현성이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던 날, 바로 그날 사고가 났던 것이다. 장날 시장에 가셨다가 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물론 그땐 어머니가 사고 난 줄도 몰랐었다. 그리고 휴대폰도 없는 시기였으니 집에서 연락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사고를 알게 된 건, 여행을 마치고 4일 만에 집에 돌아갔을 때였다.
‘그렇다면…….’
“어머니!”
갑자기 소리를 지른 현성은 어디론가 뛰기 시작했다.
이번엔 다르다.
아직 사고 전이다. 정확한 사고 시간은 모르지만, 분명 시장이 파할 때쯤 사고가 났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번엔 사고를 막을 기회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 사고로 인해 어머니는 평생 한쪽다리를 절어야 했다. 게다가 겨울이면 사고 난 부위가 시리다며 옷을 몇 겹으로 껴입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겨울이 유독 긴 강원도에서 어머니는 그렇게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