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01)
회귀해서 건물주-301화(301/740)
301
신영훈의 양심 고백은 결국 5년 장기 계약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10년에서 5년으로 줄인 이유는 신영훈을 위해서였다. 사람 일이란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 5년 후 신영훈이 다시 계약 연장을 원한다면 아무 조건 없이 5년 더 계약을 연장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하기로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성이 물었었다.
“아까는 이곳에서 2년만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마음을 바꾼 진짜 이유가 뭡니까?”
“그 이유는 조금 전에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사장님 때문이라고 말입니다. 어디 가도 사장님 같은 건물주는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 겁니까?”
“사실인데…….”
신영훈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현성은 그런 신영훈을 보며 피식 웃었다. 신영훈의 나이 스물여섯이다. 세상 물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어쨌거나 한 식당의 오너다. 그런 사람이 단순히 건물주만을 보고 그런 결정을 내렸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다른 이유는 정말 없는 건가요?”
“그게…….”
신영훈은 머리를 긁적이며 잠깐 망설이더니 바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희망을 봤습니다.”
“희망이요?”
“네, 처음엔 솔직히 이곳 시골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래서 2년만 장사하다가 시내로 나가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의 오판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지금 오판이라고 그랬습니까?”
현성은 신영훈의 다음 말이 궁금해졌다. 무엇을 잘못 판단했는지.
신영훈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네, 문제는 저 자신에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시골이라고 해서 장사에 한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이 틀렸던 겁니다. 그걸 오늘에서야 깨달은 겁니다.”
“그 이유가……?”
“바로 오늘의 매상입니다. 저는 솔직히 엊그제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머지않아 10만 원도 오를 것이라고 했을 때 믿지 않았었습니다. 그저 어떡하든 살아만 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틀 만에 5만 원이 넘는 걸 보고, 제 생각과 판단이 얼마나 잘못된 건지 알았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영훈이 바로 말을 이었다.
“결국, 시골이 문제가 아니라 제가 문제였던 겁니다. 시골에서도 얼마든지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영업을 끝내자마자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사장님을 뵙고자 찾아왔던 겁니다.”
“그래서 이제는 자신이 있는 겁니까?”
“자신이라기보다는 사장님의 말씀을 믿기로 했습니다. 이젠 더 이상 의구심을 갖지 않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사장님의 나이 때문에 자꾸 갈등을 느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턴 그러지 않기로 했습니다. 무조건 사장님만 믿고 앞으로 열심히 장사할 겁니다.”
신영훈의 말은 거기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나가려던 신영훈이 돌아서서 다시 물었다.
“참! 뭐 잊으신 거 없습니까?”
“네? 뭐가 또 남았나요?”
“신메뉴 말입니다.”
“신메뉴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신영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못 알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신영훈이 다시 말했다.
“아직 신메뉴 하나가 더 남지 않았습니까? 처음에 세 가지라고 했잖습니까? 이제 멸치 칼국수하고 대패삼겹살 나왔으니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 네 그거요?”
현성은 신영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피식 웃었다.
그러자 신영훈이 말했다.
“마지막 히든카드는 뭡니까?”
“하하, 히든카드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 이유는 남은 하나는 히든카드라 할 정도로 색다른 게 아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이거 어쩌나요? 사장님이 생각하는 것처럼 특별한 게 아니라서…….”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세 번째 신메뉴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정말입니까?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궁금한데요.”
신영훈은 궁금하다는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세 번째 메뉴는 두 번째 메뉴의 응용 버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응용 버전이요?”
“네, 그러니까 지금 두 번째 메뉴인 대패삼겹살 샤부샤부 버섯칼국수에 다른 양념을 추가하는 겁니다.”
“다른 양념이라면 무엇을 더 넣는다는 건지…….”
신영훈은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지금은 맑은탕 아닙니까?”
“맑은탕이라면 국물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렇다면 혹시……?”
“이제 감이 잡히십니까?”
“네, 혹시 그 양념이라는 것이 고춧가루를 말씀하시는 거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런데 고춧가루 말고 다른 두 가지 양념이 더 들어갑니다.”
“두 가지요? 그게 뭡니까?”
“바로 된장과 고추장입니다. 어때요?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습니까?”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영훈은 신난 듯 무릎까지 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 그러니까 한 가지 메뉴로 두 가지 맛을 낸다는 얘기죠? 하나는 순한 맛이고 또 하나는 얼큰한 맛, 맞죠?”
“네, 맞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된장과 고추장, 그리고 고춧가루의 비율입니다.”
“그것도 비율이 있습니까?”
“당연하지요. 그게 비법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겠네요. 아무렇게나 넣으면 제맛이 나올 수 없겠군요. 근데 설마 그 비율을 저번에 야채 끓이듯이 저보고 또 찾아내라고 하시는 건 아니지요?”
“네? 아, 그것도 괜찮은 방법이네요. 하하…….”
현성은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신영훈의 표정이 갑자기 울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아, 진짜 그럴 겁니까? 저는 그러면 오늘 밤 한잠도 못 자고 밤을 꼬박 새워야 합니다.”
“글쎄요, 밤을 새운다고 그 비율을 찾을 수가 있을까요?”
“네? 그렇게 어렵습니까?”
“당연하지요. 저도 어머니가 안 가르쳐주셨다면 일주일이 걸려도 그 비율은 못 찾았을 겁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그 비율은 바로 백종운 대표의 레시피다. 언젠가 TV에 나와서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현성의 말에 신영훈의 표정이 조금 밝아졌다. 그 이유는 현성의 말속에는 그 비율을 가르쳐 주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영훈이 물었다.
“설마 사장님도 못 찾는 걸 저보고 찾으라고 하실 건 아니지요?”
“하하, 제가 그렇게 모질지는 못합니다.”
“휴우! 다행입니다. 저는 혹시나 또 ……, 그나저나 그 비율이 어떻게 됩니까?”
“0.5 : 2 : 3입니다.”
“그러니까 숟가락으로 말하자면 된장이 반 숟가락, 고추장이 두 숟가락, 고춧가루가 세 숟가락이라는 말씀인 거죠?”
“우리 사장님 센스 있으시네요. 맞습니다. 정확합니다. 그게 2인분 기준입니다. 그러니까 양이 늘어나면 그거에 비례해서 양념 양을 늘리면 됩니다.”
“아, 그렇군요. 근데 된장이 의외로 조금 들어가네요?”
“네, 혹시나 해서 저도 그 된장을 좀 더 넣어보기도 했는데, 역시 제맛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어머니가 가르쳐준 대로만 끓여 먹습니다.”
사실이다.
전생에서 아내 윤지수도 칼국수를 좋아했었다. 그렇다 보니 비라도 오는 날이면 얼큰 칼국수를 가끔 끓여 먹곤 했었다. 그때 끓여 먹었던 방법이 바로 백종운 대표가 가르쳐준 방법이었다.
물론 처음부터 백종운 대표의 레시피를 알았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전에는 된장은 넣지 않고 고추장과 고춧가루만 넣고 끓여 먹었었다.
하지만 백종운 대표의 레시피를 알고 난 다음부터는 꼭 그 비율대로 끓여 먹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확실히 백종운 대표가 말한 방법이 맛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영훈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 당장 가서 끓여 먹어봐야겠습니다.”
“12시가 넘었는데요?”
“12시가 문젭니까? 어쨌건 사장님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신영훈은 그 말과 동시에 가게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신영훈이 나가고 정확히 40분 뒤에 전화가 다시 왔었다. 그 내용은 얼큰 칼국수 맛이 최고라는 거였다.
그걸로 신영훈 문제는 일단 마무리를 지었다.
***
이틀 후.
딸랑.
영업을 마치고 30분쯤 지났을 때였다. 가게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여자는 현성도 잘 아는 여자였다. 얼마 전에 농협에 갔을 때 이번 주 내로 언니와 함께 가게에 들르겠다고 했던 농협의 여직원인 신미애였다. 물론 그녀의 옆에는 언니가 서 있었다.
현성도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누나! 이쪽으로 앉으시죠.”
“네, 먼저 이거…….”
신미애는 병으로 된 음료수 박스를 현성에게 건넸다.
그때 당시에 유행했던 둥근 사각형 모양의 오렌지 델몬트 선물 세트였다. 일반 가정집에서 델몬트 빈 병을 선호했던 이유는 물병으로 쓰기 위함이었다. 그땐 그게 또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였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순간적으로 현성은 신미애와 그의 언니가 그냥 단순하게 가게에 방문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게 뭔지는 어차피 조금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고.
현성은 두 손으로 신미애가 내민 선물 세트를 받았다.
“뭐 이런 걸 다…….”
“마땅히 사 올 게 없어서요. 냉장고에 넣고 시원하게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제가 오렌지 좋아하는 건 어찌 아시고……, 잘 먹겠습니다.”
말하는 데 돈 들어가는 거 아니다. 이왕이면 상대가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삶의 지혜라고 생각하는 현성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신미애의 표정이 한결 더 밝아졌다.
“사장님은 항상 보면 말씀도 참 예쁘게 잘 하세요.”
“하하, 그렇습니까? 그렇게 받아들여 주시니 오히려 제가 더 고맙지요.”
형식적인 인사가 끝나자 신미애가 옆에 있는 자신의 언니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장님, 지난번에 제가 언니랑 같이 찾아뵙겠다고 했었죠? 바로 저희 큰 언니예요. 언니, 인사드려요. 여기는 라면 가게 사장님이신 김현성 님.”
“안녕하세요, 미애 언니 신미숙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김현성입니다. 그리고 막냇동생 벌인데 말씀 편하게 놓으세요.”
“아닙니다. 앞으로 제가 모셔야 할 사장님이신데 그럴 수야 없지요.”
“네? 그게 무슨…….”
현성은 순간적으로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신미숙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모셔야 할 사장님이라고 했다.
‘모신다?’
그 의미는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자신과 신미숙 간에 어떤 접점이 있을 거라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현성으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그냥 이곳에 온 건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신미숙의 말은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는 말이었기에 현성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옆에 있던 신미애가 바로 나섰다.
“사장님, 우리 언니가 성격이 좀 급해요. 그렇다 보니 말이 좀 빨랐네요.”
“아, 네. 그런데 그게 무슨 말씀인지…….”
“네, 제가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그 전에 먼저 몇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한테요?”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신미애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네, 사장님. 사실은 우리 언니가 2년 전에 혼자가 되었습니다.”
“네? 아…… 네.”
현성은 순간적으로 ‘혼자’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그 이유는 혼자 됐다는 얘기는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사별이거나 아니면 이혼.
그런데 그거야 개인 사정인 거고 중요한 건 그 사실을 왜 어린 자신한테 굳이 밝히는 것이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그 이유를 또 물을 수는 없었다.
신미애의 말이 이어졌다.
“형부가 그만 교통사고로 먼저 하늘나라에 가셨습니다.”
“아니, 어쩌다…….”
“새벽에 일 끝나고 퇴근하다가 그만…….”
“…….”
현성은 할 말이 없었다.
신미애가 다시 말을 이었다.
“조카가 지금 둘이고요. 큰 애가 5학년이고, 작은 애는 3학년입니다.”
“언니분이 많이 힘드시겠네요?”
“네, 제일 큰 문제가 아무래도 경제적인 문제입니다. 여자 혼자 몸으로 얘들 둘을 키운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그뿐만이 아니라…….”
신미애의 설명은 그 이후에도 한참 동안 이어졌다. 그러다 마침내 신미애의 설명이 끝나자 옆에 있던 신미숙이 현성을 보며 무릎을 꿇었다.
“사장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