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02)
회귀해서 건물주-302화(302/740)
302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아니, 왜 이러세요?”
“사장님, 우리 애들 좀 살려주세요.”
“일단 일어나세요. 제가 무슨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어나서 말씀을 하세요. 이건 아닙니다. 어서…….”
현성이 몇 번씩 얘기를 하자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신미숙.
그녀의 눈가는 어느새 촉촉이 젖어 있었다. 얼핏 봐도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미숙이었다. 그런 그녀가 어린 현성 앞에 서슴없이 무릎을 꿇을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녀의 사정이 절박하다는 얘기일 것이다.
하긴 조금 전에 그녀의 동생인 신미애가 얘기한 것만 들어도 그녀의 사정은 어느 정도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신미숙이 말했다.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급한 마음에 무례를…….”
“아니, 저는 괜찮습니다. 얼마나 힘드셨으면 어린 저한테 이렇게까지 하셨겠습니까? 그래, 저한테 하고 싶으신 얘기가 뭡니까?”
“장사를 하고 싶습니다.”
“장사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예상이 틀렸기 때문이다. 조금 전 신미애가 자신의 언니인 신미숙에 관해서 얘기를 하고 곧이어 신미숙이 자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때 얼핏 생각했던 것이 취직 문제였다.
현성이 생각하기에는 신미숙이 라면 가게에 취직을 원하는지 알았다. 그런데 지금 신미숙은 그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장사를 하겠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의아해하는 것이다.
신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라면 가게를 하고 싶습니다.”
“라면 가게요?”
현성의 머리는 다시 복잡해졌다. 많은 장사 중에서도 신미숙이 원하는 건 라면 가게다. 그 말은 자신한테 가게 오픈을 도와달라는 얘기일 것이다.
결국, 여기에 찾아온 목적은 처음부터 라면 가게가 목적이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장소다.
최소한 이 근처는 아닐 테고, 그렇다면 남은 곳은 홍천이나 횡성, 거기도 아니면 원주라는 얘긴데.
그때 신미숙이 말했다.
“장소는 홍천 시냅니다.”
“홍천 시내요?”
“네, 학교 근처인데 하나는 지금 분식점을 하는 곳이고, 또 다른 하나는 빈 가게입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이 없다 보니까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사장님을 찾아왔습니다. 저 좀 도와주세요.”
“…….”
현성은 쉽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쉽게 대답할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 라면만 끓이는 것도 아니고 가게 자체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이다 보니 현성으로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신미숙이 다시 말했다.
“믿을 사람은 사장님밖에 없습니다.”“무슨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제가 그럴 만한 능력이 없다 보니 뭐라고 말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여기 가게도 사장님이 직접 선택하신 거라면서요? 처음엔 2년 동안이나 비어있었다고 들었습니다. 남들은 사람이 죽어 나간 자리라고 다 싫다는 곳을 사장님이 들어와서 대박 자리로 만든 거 아닙니까? 그 정도 안목이면 충분히 검증된 거 아닙니까? 그러지 마시고 저 좀 도와주세요.”
현성으로선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를 선택한 건 오로지 전생의 기억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신미숙으로선 그런 사실을 전혀 알 리가 없다. 그녀의 눈에 자신은 남들이 다 꺼리던 가게에 들어와서 대박 자리로 만든 능력자로밖에 안 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기에는 명분이 안 선다.
어떡하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았던 것뿐입니다.”
“지금 운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가 어떻게…….”
“너무 하시네요.”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미숙의 입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현성으로선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네? 그게 무슨…….”
“그걸 지금 운이라고 말씀하신다면 라면 맛은 어떻게 설명할 건데요?”
“라면 맛이요?”
“네, 지금 제가 사장님을 왜 찾아왔겠습니까? 저도 처음엔 동생이 장사 잘된다고 하기에 호기심에 찾아왔었습니다.”
“호기심이요?”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어린 학생이 장사를 하는 것도 신기한데 장사까지 잘된다고 하니 저로서는 당연히 호기심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더군다나 저도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던 때라 그 호기심은 더 컸던 거고요.”
충분히 가능한 얘기였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미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왔기 때문에 음식에 대해서는 큰 기대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음식도 아니고 라면이라 그 기대치는 더 낮았던 게 사실입니다.”
“네…….”
“그런데 처음 라면을 먹어보는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냥 라면이라 거기서 거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저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걸 바로 알았지요.”
“그러셨습니까?”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신미숙이 바로 말했다.
“그날부터 저는 어제까지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라면을 먹으러 왔었습니다. 그게 거의 보름 정도 될 겁니다. 제가 왜 그랬다고 생각하세요?”
“글쎄요, 그거는…….”
“라면 때문입니다.”
“라면이요?”
“네, 더 정확히는 라면에 들어가는 양념장을 알아내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이 가게가 삼거리에 있는 가게에 비해 규모나 시설 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이잖아요?”
꼭 그런 건 아니다.
거기 같은 경우엔 가게 평수 자체가 넓다 보니까 겉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내면을 비교하면 여기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 부분을 논할 것은 아니기에 현성은 모른 척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신미숙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런데도 손님들이 여기로 몰려오는 이유는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그건 바로 사장님의 라면 맛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라면에 들어가는 양념장 때문이라는 거죠.”
“…….”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제가 여기에 보름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온 이유가 바로 그 양념장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몇 번 먹어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보름이 지나도 결국 그 양념장의 비밀은 찾아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
전생에서 백종운 대표가 가르쳐주지 않았다면 현성도 그 양념장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양념의 종류만 해도 일곱 가지가 들어간다.
그러니 그 양념장을 맛만 보고 그 성분을 분석한다는 건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신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그만큼 사장님의 양념장은 대단한 겁니다.”
“부끄럽습니다.”
“아니요, 부끄러운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거죠. 그런데 그런 양념장을 만드신 분이 지금 운이라고 말하면 그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그건…….”
특별히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무슨 말이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운이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막상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따지듯 얘기를 하니 현성으로선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신미애가 입을 열었다.
“사장님, 그러지 마시고 우리 언니 좀 도와주세요.”
“글쎄요, 제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우선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장소부터 골라 주세요. 언니나 저나 그쪽은 전혀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음…….”
난감한 건 현성의 몫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할 수도 없는 입장이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도움을 준다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사정이 딱한 건 조금 전에 들었다. 그래서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한 번의 실수도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쩐다.’
잠깐 고민하던 현성이 신미숙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먼저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지금 운용 가능한 자금이 얼마입니까?”
“많지는 않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게 350만 원이 답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습니다. 조금이라도 실수를 했다가는 큰일 나거든요.”
현성의 표정은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시골이라면 모를까, 저 돈으로 시내에 나가서 한 가게를 꾸민다는 것이 절대 쉽지 않으리란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성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신미숙이 바로 말했다.
“여유가 너무 없죠?”
“그러게요, 솔직히 좀…….”
“그래서 가게를 알아보는 데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금액에 맞는 가게가 두 군데가 있더라고요.”
“평수는 아무래도 작겠네요?”
“하나는 7평이고, 또 다른 하나는 10평 정도 된다고 하더라고요.”
휴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부터 나왔다.
주방 빼고 나면 하나는 5평일 테고 다른 하나는 8평 정도가 될 것이다. 물론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은 그보다도 좀 더 좁아질 것이고.
현성은 다시 물었다.
“지금 영업을 하고 있는 곳은 어느 가겝니까?”
“작은 가겝니다. 분식점이죠.”
“분식이라면?”
“떡볶이, 어묵, 순대, 그리고 김밥을 팔더라고요. 잘은 모르지만 장사는 좀 되는 거 같던데요.”
“그 가게 조건은 어떻게 됩니까?”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가 5만 원, 그리고 권리금을 100만 원 달라고 하더라고요.”
“권리금이 100만 원이요?”
“좀 세죠?”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생각보다 의외로 권리금이 셌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거기가 학교 앞인가요?”
“후문이요.”
“아니, 정문도 아니고 후문인데 권리금이 그렇게 세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나마 거기는 후문이라 그렇지 정문은 보통 그 두 배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씀은 장사는 곧잘 된다는 얘기네요?”
“글쎄요,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권리금만으로 판단할 때는 제법 된다는 얘기죠. 학생들 하교 시간이면 정신없다고 하더라고요.”
“학교 근처는 보통 그 시간대에는 다 정신없을 겁니다. 중요한 건 월 매출이죠. 과연 한 달에 매출이 얼마가 오를 것인지, 그게 중요할 겁니다.”
맞는 말이다.
학교 근처 상권의 특성이 특정 시간대에 학생들이 몰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한 달 전체를 봐야 하는 것이다.
신미숙도 그 부분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건 사장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 그 가게가 마음에 드신다면 결정하기 전에 일주일 정도는 그 가게 근처에서 지켜봐야 할 겁니다.”
“일주일씩이나요?”
“당연하지요. 장사 하루 이틀 할 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리고 지금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요. 실수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지금 신미숙의 경우는 가지고 있는 돈이 350만 원이 전부다. 흔한 말로 까딱 실수했다가는 한 번에 말아먹기 딱 좋은 금액이다.
장사를 처음 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게 바로 조바심이다. 일단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다른 게 눈에 안 들어오기 때문이다.
신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사장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전 주인의 말도 반만 믿으면 됩니다.”
“거짓말을 한다는 얘긴가요?”
“물론 모든 사람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거짓말을 하죠. 그렇다 보니 권리금도 당연히 높게 책정돼 있을 거고요. 보통 부른 값에 60~70%라고 생각하시면 될 겁니다.”
“그렇게나 많이 차이가 납니까? 저는 그냥 10만 원 정도 깎는다고 생각했었는데 큰일 날 뻔했네요.”
“물론 그것도 경우마다 다릅니다.”
중요한 건 적정 권리금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게 경험이고 실력이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다른 가게 하나는 조건이 어떻게 됩니까?”
“거긴 권리금은 없고 보증금 120만 원에 월 6만 원이요.”
“대체적으로 가격이 세군요?”
“아무래도 학교 근처라 그리고…….”
신미숙의 설명이 더 이어졌다. 설명은 길었지만, 결국 결론은 직접 가보지 않고서는 어떤 결정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다음 날.
수업을 마친 현성은 신미숙과 함께 홍천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