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03)
회귀해서 건물주-303화(303/740)
303
버스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
신미숙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어제는 제가 너무 막무가내였지요? 경우도 없이…….”
“저도 솔직히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어젯밤에 누님들이 떠나고 많은 고민을 했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저도 처음이라 쉽게 결정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요?”
“결국, 제 마음을 움직인 건 누님이 마지막으로 나가시면서 했던 말이었습니다. 그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 우리 애들, 수민이와 수연이가 아빠 없이도 이 세상을 당당하게 살아가게 해주고 싶어요.
어젯밤 신미숙이 나가면서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다.
아예 안 들었으면 모를까, 들은 이상 신경이 안 쓰였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신미숙의 목소리가 엄마로서의 절규처럼 들렸다. 그래서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밤늦게까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신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어린 사장님한테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처음엔 애들 아빠 떠나고 너무 무서웠어요. 창피한 얘기지만 저는 집에서 살림만 했었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가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제 곁에 애들 둘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 네.”
“큰 애가 저한테 그러더군요. ‘엄마, 우리 아빠 없이 살 수 있는 거지?’”
“…….”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아, 이제는 내가 우리 애들을 책임지고 키워야 하는 거구나, 하고 말이에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긴데 진짜 애들 아빠가 갑자기 그렇게 되고 나니까 한동안 정신이 나갔던 거죠.”
“많이 힘드셨겠네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미숙이 다시 말을 이었다.
“동생이 조카들 돌보느라 고생 많았지요. 사실 저는 아무것도 못 하고 누워만 있었거든요. 제 성격이 좀 남들하고 다르다 보니까 적응을 못 했던 겁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3개월이었습니다.”
“…….”
“그때부터 정신 차리고 일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식당일을 했는데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이곳이 시골이다 보니까 일거리가 없는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지요.”
“그러던 와중에 얼마 전에 삼거리 식당에 취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장사가 안된다고 하면서 한 달도 안 돼서 해고를 하는 겁니다.”
현성도 알고 있는 일이었다. 바로 민두식이 저지른 일이다. 장사가 안된다는 이유로 일하던 종업원을 한 달도 안 돼서 두 명이나 해고를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하필 신미숙인지는 몰랐었다.
“저도 얘기는 들었지만 그게 하필 또 누님인지는 몰랐습니다.”
“황당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문제요?”
“네, 일거리가 없는 겁니다. 그땐 정말 앞이 막막하더군요. 그렇게 열흘이 지날 즈음에 동생 미애가 솔깃한 제안을 한 겁니다. 바로 사장님 얘기를 하더라고요.”
“제 얘기를요?”
현성은 신미숙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미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사장님이 이 동네에서 장사가 잘되니까 사장님의 라면 맛을 알아내자는 겁니다.”
“그래서 매일 두 분이 오셨던 거군요?”
“맞습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매일 먹다 보면 당연히 사장님의 라면 맛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저희들의 착각이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그 양념장의 비밀은 알아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네, 맞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차라리 모든 걸 다 밝히고 도움을 요청하자는 거였습니다.”
“아, 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까지는 어제 들었던 내용이라 다 알고 있는 것이었다.
신미숙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어제는 말씀 안 드렸던 얘긴데 사실은 체인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체인점이요?”
“네, 당연히 공짜로 사장님의 양념장을 쓸 수는 없는 거니까요. 안 그래요?”
“글쎄요, 그 부분은 아직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의외였다.
신미숙이 거기까지 생각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체인점이라…….’
전혀 생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그 후로 두 사람은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 더 나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버스가 홍천 시내에 진입하고 5분쯤 지났을 때였다.
“여깁니다.”
신미숙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벨을 눌렀다.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어가자 삼거리가 나왔다.
신미숙이 손가락으로 길 건너편을 가리켰다.
“저기가 바로 그 분식점입니다.”
맛나분식.
신미숙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분식 가게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2층 건물에 1층인데 밖에서 얼핏 보기에도 작아 보였다.
현성이 물었다.
“권리금이 100만 원이라고 그러셨죠?”
“네, 복덕방 사장님이 그렇게 말했어요.”
“결국은 평균 월매출이 25만 원이 안 된다는 얘기네요.”
“네? 그걸 어떻게 알아요?”
신미숙은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별거 아니라는 듯 쉽게 말을 이었다.
“권리금을 보면 대충 나옵니다.”
“신기하네요. 권리금을 보고 월매출을 알 수 있다고 하니, 그런데 복덕방 사장님이 말한 매출과는 많이 다른데요.”
“거기서는 얼마라고 얘기했는데요?”
“그 사장님의 말씀으로는 잘될 때는 50만 원도 넘는다고 했거든요. 방학 때 안 될 때가 30만 원이라고 그랬는데……, 그렇다면 그 사장님이 거짓말을 한 건가요?”
신미숙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녀의 눈빛이었다. 입으로는 복덕방 사장을 의심하면서 실제 눈빛은 현성을 못 믿겠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더 이상한 건 현성의 태도였다.
그런 신미숙의 행동에 전혀 신경을 안 쓴다는 것이었다.
그런 현성이 신미숙을 보며 말했다.
“그거야 복덕방 가서 얘기해 보면 누구의 계산이 맞는지 바로 답이 나올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바로 상권입니다.”
“상권이요?”
“네, 제가 보기엔 아무리 학교 후문이라고 하지만 상권이 너무 죽었어요. 우리가 여기 온 지 벌써 30분이 지났는데 보시다시피 사람이 없잖습니까? 물론 하교 시간이 지났다고는 하지만 유동 인구가 없어도 너무 없어요.”
현성이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주의 깊게 주변을 살폈던 이유는 바로 유동 인구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장사하는 데 있어서 유동 인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 때문이다.
신미숙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봐도 사람이 없긴 없네요.”
“그리고 이상한 건 월셉니다. 처음부터 느꼈던 건데 가게 크기에 비해 월세가 너무 비쌉니다. 막상 와서 보니까 더 심하네요. 그리고 주변의 건물들이 너무 오래됐어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 예전에는 이곳이 장사가 잘됐을 겁니다.”
“어떻게 그걸 아세요?”
“월세를 보면 답이 나옵니다.”
“월세요?”
신미숙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가게 크기에 비해 월세가 비싼 이유가 있었을 거란 얘깁니다.”
“비싼 이유요?”
“네, 무조건 월세가 비싸지는 않거든요. 월세가 비싸다는 이유는 그만큼 장사가 잘됐다는 얘기 아니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지금 사장님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까부터 자꾸 월세가 비싸다고 하시는데 저는 그 이유를 모르겠어요. 지금 이곳이 장사가 되는지 안 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자꾸 월세만 비싸다고 하시니까…….”
신미숙은 이해 안 가는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월세 문제다.
이곳에 도착한 지 이제 겨우 30분 조금 더 지났을 뿐이다.
물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근거로 무조건 월세가 비싸다고 단정하기에는 너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뭔가 오해를 하신 듯합니다.”
“오해요?”
“네, 제가 말한 월세의 기준은 권리금을 보고 말한 겁니다. 보통 월세라는 게 권리금과 깊은 관계가 있거든요. 물론 정비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비례하거든요.”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은 권리금에 비해 월세가 비싸다는 거죠?”
“맞습니다. 그 정도 권리금이라면 월세는 2만 원에서 2만 5천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비싸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7평인 가게라면 더욱 비싼 거죠.”
“아, 그렇군요. 그렇다면 제가 오해한 게 맞습니다. 저는 사장님이 잠깐 지켜보고 상권을 평가하는 거 같아서 말씀드렸던 겁니다.”
신미숙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바로 다시 물었다.
“조금 전에 월세가 비싼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은 또 무슨 의미입니까?”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장사가 잘됐을 겁니다.”
“그래서 월세도 비쌌을 거란 얘기죠?”
“그렇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장사가 잘됐으니까요. 문제는 그때 책정된 월세가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사장님은 지금 그걸 월세와 권리금으로 분석을 하신 거고요?”
“네, 맞습니다. 물론 더 정확한 건 복덕방에 가서 확인하면 답은 바로 나오겠지만 제 판단으로는 지금 그렇다는 겁니다.”
잠깐 생각하던 신미숙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요?”
“상권의 이동이겠죠.”
“상권의 이동이요?”
“아마 예전에는 이곳이 메인 상권이었을 겁니다. 보시다시피 상가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상권이 옮겨간 것도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제 예상으로는 1년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현성의 말이 끝나자 신미숙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1년이요? 그건 또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빈 상가가 없지 않습니까? 만약 상권이 옮겨간 지 오래됐다면 아무래도 빈 상가가 많이 나왔을 겁니다.”
“그건 무슨 이유로…….”
“메인 상권이 옮겨갔다는 얘기는 그만큼 장사가 안될 것입니다. 그에 반해 월세는 예전 그대로니 당연히 사람들이 떠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군요. 어떻게 단순하게 월세와 권리금만 가지고도 그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겁니까? 저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부분인데, 정말 대단하세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확실한 건 확인을 해봐야 압니다.”
“그럼 이제 빈 상가를 보러 갈까요? 여기서 멀지 않으니…….”
“아니요, 굳이 거기는 가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현성은 신미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그러자 신미숙은 놀라운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여기까지 오셨는데 안 보신다고요?”
“어차피 이쪽 상권은 지는 해입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리해도 늦는 법이죠.”
“그 말씀은…….”
“이쪽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그럴 시간에 어디 상권이 뜨는지 그쪽으로 알아보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일단 복덕방으로 가죠.”
“네? 아, 하지만…… 네.”
신미숙은 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닫았다. 그리곤 방향을 틀어 복덕방으로 향했다.
10분 후.
복덕방 앞에 도착한 두 사람.
신미숙이 말했다.
“여깁니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복덕방 사장인 박영진이 신미숙을 알아보고는 반갑게 맞았다.
“어? 신 사장님 오셨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연락드리려고 했었습니다.”
“저한테요? 왜요?”
“지난번에 보셨던 분식점 때문에요.”
“분식점이 왜요?”
“아, 그게 다른 사람이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있어서요. 그래서 어떡하실 건지 먼저 여쭤보려고 했었거든요.”
피식.
현성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박영진의 어설픈 상술이 너무 빤히 보였기 때문이다.
경쟁 심리.
경험이 없는 사람한테 가장 먼저 써먹는 방법이다.
현성이 미소를 짓자 그 모습을 본 박영진이 신미숙을 보며 물었다.
“혹시 같이 오신 이분은 아드님이신가요?”
“아들이요? 호호, 아닙니다. 이분은 제가 일부러 모시고 온 사장님입니다. 계약에 관해서 저를 도와주실 분입니다.”
“사장님이요? 아니 제가 보기엔 아직 학생 같은데, 혹시 나이가…….”
“네, 지금 고3입니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지금 라면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입니다. 물론 장사도 대박 나고 있고요. 작년에 TV에 맛집으로 나오기도 했고요. 우리 동네에서는 유명한 분입니다.”
신미숙의 설명이 끝나자 박영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자네 이름이 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