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04)
회귀해서 건물주-304화(304/740)
304
“…… 김현성?”
“아니, 어떻게 제 이름을 아십니까?”
“작년에 TV에서 봤었네.”
“아니, 그래도 어떻게…….”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물론 어쩌다 TV에 나오는 걸 볼 수는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 번 본 사람을 이름까지 기억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박영진의 말이 이어졌다.
“자네의 이름 때문일세.”
“이름이요?”
“그렇다네. 내 친한 친구 중에 자네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녀석이 있거든. 그래서 작년에 TV에 나왔을 때 바로 기억을 할 수가 있었지.”
“아, 네. 그렇다면…….”
현성은 그제야 조금 전 상황이 이해가 갔다.
박영진이 다시 말을 이었다.
“TV에 나왔던 사람을 이렇게 직접 만나니 신기하기만 하네. 그건 그렇고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었는가?”
“죄송하지만 지금 그 얘기는…….”
“아, 참! 내 정신 좀 보게. 지금 내가 그럴 때가 아니지. 신 사장님 용건이 먼저지. 나도 모르게 궁금한 마음에 그만 실례를 했군.”
박영진은 얼른 다시 신미숙을 보며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아까 말씀드리던 거마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나타났는데 어찌하실 건지 여쭙고 그 사람한테도 대답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
“그래요? 글쎄 저도 아직 뭐라고 말씀드리기엔 결정한 게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데요. 우리 김 사장님하고 상의를 더 해서 말하면 안 될까요?”
“상의요? 이 동네에서 그만한 자리가 없는데 상의는 무슨 상의입니까? 그러지 마시고…….”
“사장님!”
박영진은 말을 하다 말고 깜짝 놀랐다. 현성이 자신의 말을 끊었기 때문이다.
“어? 그래, 무슨 일인가?”
“그 문제라면 사장님 마음대로 하세요.”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임자가 나타났으면 계약하시라는 말입니다. 우리 신 사장님은 그렇게까지 쫓기면서 계약할 생각은 없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박영진은 순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다른 사람이 나타났다고 했던 말은 다 거짓말이다. 그저 어떡하든 빨리 계약을 하기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계략이었다.
물론 경험이 많은 사람한테는 통하지 않는 방법이다. 하지만 경험이 없고 처음 장사를 하려는 사람한테는 써먹기 딱 좋은 방법이다.
더군다나 도움을 받겠다고 데려온 사람이 어린 학생이다 보니 더 망설일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마음대로 하라고 하니 박영진으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진짜 다른 사람이 나타나긴 한 겁니까?”
“그거야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런 말을 하겠는가? 난 그런 거 가지고 중간에서 장난치고 그런 사람 아니네.”
현성으로선 웃음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딱 봐도 중간에서 장난치는 게 눈에 보이는데 끝까지 거짓말로 일관하는 박영진의 모습이 가소로울 뿐이었다.
표정을 바꾼 현성이 말했다.
“한 가지 여쭙겠습니다.”
“그래, 뭔가?”
“조금 전에 그 분식 가게가 조건이 좋다고 하셨죠?”
“그랬네. 그만한 조건이면 여기 신 사장님한테 딱 맞는다고 생각하네.”
당당한 박영진이었다.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만한 상권에 권리금이 그 정도면 싼 거 아닌가? 그 이유가 가장 크네.”
“혹시 권리금이 어떻게 계산되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권리금은 보통 1년 동안의 순수익의 합으로 계산되는 거네.”
“더 정확히는 1년 동안의 순수익의 합과 입지 조건을 기준으로 점포의 크기 및 시설비 등을 감안하여 평가하는 거죠?”
“어? 맞네. 정확히 알고 있구먼.”
박영진은 현성이 권리금의 정의에 대해 정확히 말하자 놀랍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힐긋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물었다.
“그 분식 가게가 요구한 권리금이 100만 원이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맞네.”
“그 말씀은 100만 원 안에는 1년 동안의 순수익 외에도 입지 조건이나 점포의 크기 및 시설비까지 포함이 됐다는 얘기네요?”
“어? 그거야…… 그렇지.”
현성이 하나씩 따지고 들자 박영진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 다르게 떨림이 느껴졌다.
현성의 질문이 다시 이어졌다.
“그렇다면 결국 1년에 순수익이 100만 원도 안 된다는 얘기죠?”
“그거야…….”
“왜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난처한 건 박영진이었다. 처음 자신이 분식 가게의 조건이 좋다고 했던 이유가 바로 권리금이 싸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말은 그만큼 수익이 적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권리금이 싸다는 걸 강조했던 이유는 하나였다. 그건 바로 거래의 당사자인 신미숙이 경험이 없는 처음으로 장사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면 처음 장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익이 적다는 생각은 안 하고 권리금이 싸다는 것만 생각하기에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신미숙이 데리고 온 어린 녀석이다.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신같이 그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박영진이 제대로 말을 못 하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이번엔 월세 문젭니다.”
“월세?”
“7평에 5만 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거야 내가 관여할 바가 아니지. 난 중간에서…….”
“사장님!”
현성은 중간에서 박영진의 말을 끊었다. 어차피 그다음 말은 안 들어봐도 무슨 말인지 빤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박영진의 표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현성은 그런 박영진의 표정에는 관심 없다는 듯 자신의 할 말을 이어갔다.
“사장님, 제 질문은 그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가 사장님한테 관여하라는 게 아니라 사장님의 의견을 여쭌 거 아닙니까? 과연 지금 이 상권에서 7평에 월세를 5만 원 내는 게 적당한지 말입니다.”
“그거야 낼만 하니까 그렇게 책정이 된 게 아니겠는가?”
“그 말씀은 적정하다는 말씀이시네요?”
“내 생각은……, 그리고 장사도 안되는 게 아니고.”
박영진의 목소리에 힘은 없었지만, 월세의 부당함을 인정하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장사요? 말씀 잘하셨습니다. 그러면 이번엔 월매출에 관해서 여쭙겠습니다. 사장님이 말씀하시기를 잘될 때는 50만 원도 넘고, 안될 때도 30만 원은 넘는다고 하셨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입니까?”
“나도 그렇게 알고 있네.”
“알고 있다는 말씀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그 분식점 사장한테서 들은 얘기네.”
“들었다는 의미는 직접 확인은 안 하셨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 내가 그거까지 확인할 수는 없는 거니까.”
당연한 얘기다. 중개업자가 그 부분까지 확인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현성이 말하고 싶은 건 따로 있었다.
“그렇다면 그 정보는 검증이 안 된 것이죠?”
“뭐,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그렇다면 검증이 안 된 정보는 정보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일 테고요?”
“그거야…….”
박영진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그다음에 이 꼬맹이가 무슨 말을 할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 질문이 뭔지를 알면서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이 바로 입을 열었다.
“왜 그러셨어요?”
“어? …….”
박영진은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예상했던 질문이 아니라 몇 단계 과정을 뛰어넘은 질문이 바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책임 추궁.
꼬맹이는 중간 과정의 질문을 생략한 채 바로 자신의 잘못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자신의 실수다.
정보로서는 가치가 없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것을 사용한 자신의 과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식으로 마무리를 할 것인지 언뜻 생각이 안 난다는 것이다.
박영진의 생각이 길어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의뢰인과 특별한 관계입니까?”
“어?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그렇습니다.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거래를 하려고 하셨는지 말입니다. 순수익이 1년에 100만 원도 안 되는 가게를 월매출이 50만 원이 된다고 하지를 않나, 거기다 월세는 또 5만 원씩이나 되고, 아무리 우리 신 사장님이 경험이 없다고 하지만 이건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현성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건 사기밖에 안 된다.
차라리 권리금 얼마에 월세 얼마라고 객관적인 정보만 알려 주고 선택은 신미숙에게 전적으로 맡겼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거래였다.
하지만 박영진은 그러지 않았다.
사심(私心).
중개인으로서 개인적인 욕심이 들어갔다는 것, 그것이 문제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돈 때문이었습니까?”
“그건 아니네. 사실은…….”
박영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분식점 사장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에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분식점 사장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건 5년 전이었다.
그때만 해도 이곳이 중심 상권이라 장사가 잘되던 곳이었다. 권리금만 해도 300만 원을 주고 들어올 정도로 사람이 많던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3년 전부터 학교 정문 쪽에 택지 개발이 시작됐고, 1년 전부터는 상권도 그쪽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이쪽이 완전 죽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이쪽 가게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박영진의 설명이 끝나자 먼저 반응을 보인 건 신미숙이었다.
“사장님, 그게 사실이에요?”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제가 워낙 친하게 지내던 분이라 그만…….”
“허! 진짜 이건 뭐 …….”
신미숙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박영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신미숙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깐 미쳤었나 봅니다. 중개인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그만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아니, 제가 만약 우리 김 사장님을 안 데리고 왔으면 완전히 당하는 거였네요.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죄송합니다. 이말 밖에…….”
박영진은 신미숙을 향해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 후로도 박영진은 몇 번을 더 고개를 숙이며 신미숙에게 용서를 구했다.
결국,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이번엔 제대로 상가를 알아봐 주겠다는 다짐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잠시 후.
신미숙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사장님, 정말 대단하세요.”
“별말씀을…….”
“아니에요. 사장님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잖아요. 월매출도 그렇고 상권이 옮겨갔을 거라는 말까지 딱 들어맞았잖아요.”
“…….”
특별히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조금만 경험이 있다면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현성으로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 혼자만의 생각인 듯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영진이 신미숙을 보며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상권이 옮겨간 걸 알다니…….”
“우리 김 사장님이 아까 그러더라고요. 예전엔 이 동네가 중심 상권이었을 거라고 말입니다.”
“아니, 그걸 이 동네 분도 아닌데 어떻게 알았답니까?”
“월세요.”
“월세요?”
“네, 7평에 5만 원이라는 얘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하더군요.”
“그 이유가 예전에는 이 동네가 중심 상권이었을 거다, 이렇게 생각을 했다는 거군요?”
“네, 맞습니다.”
박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물었다.
“그럼 상권 이동은요?”
“그건 권리금이요.”
“아, 그러니까 권리금이 100만 원이라는 얘기는 순수익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일 테고, 그래서 당연히 예전의 상권이 아니라는 분석을 했다는 말이네요. 결국은 월세와 권리금 이 두 가지 정보로 완벽하게 상권 이동까지도 분석을 했다? 이 말인 거네요?”
“맞습니다. 그래서 우리 사장님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하하, 제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고 있었군요.”
박영진은 현성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현성은 그런 박영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애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