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08)
회귀해서 건물주-308화(308/740)
308
“김 사장!”
박영진은 현성의 손을 꽉 잡았다.
박영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건 현성이었다.
“사장님…….”
“김 사장, 고맙네.”
“네? 무슨 말씀이신지…….”
현성은 박영진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자신은 그저 김명순이 세입자로서 상권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생각했던 것을 간단하게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갑자기 박영진이 다가와 자신의 손을 잡으며 고맙다고 하니 당황스러웠던 것이다.
박영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가?”
“그런 생각이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간판 말일세. 조금 전 자네가 한 얘기를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온몸에 전율이 흘렀다네. 어떻게 공동으로 간판을 제작할 생각을 했는가 말이야.”
박영진은 조금 전 자신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걸 느꼈다.
그건 바로 현성의 발상 때문이었다.
간판을 공동으로 제작하자는 것.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현성의 말처럼 비용을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현성이 말한 20%가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참여하는 가게가 많을수록 유리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간판을 다시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접근을 하지 공동으로 작업을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그게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거다.
물론 전제는 있다. 그건 바로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일이다. 이번에 월세만 새로 재조정을 하게 되면 상권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공동으로 간판을 제작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비용 때문입니다. 간판 1개를 의뢰하는 것과 10개를 의뢰하는 것은 비용면에서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냐는 거네. 그래서 놀랍다는 거고. 아무나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일세.”
“공동구매를 생각한 겁니다.”
“공동구매?”
“네, 한 개보다는 대량구매의 장점을 살린 거죠. 공동구매를 하게 되면…….”
요즘이야 인터넷의 발달로 공동구매란 말이 흔한 말이지만 그때만 해도 그런 말조차 거의 쓰지 않던 시대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박영진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영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결국은 많은 수량을 구매함으로써 개당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얘기지?”
“네, 맞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논리입니다. 문제는 얼마나 많은 상가가 참여하느냐, 그것이 관건일 겁니다.”
“음…… 그렇겠구먼. 아무래도 참여하는 상가가 많을수록 물량은 늘어날 테니까 말이야. 하여간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네.”
박영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참! 아까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네? 무슨…….”
“디자인의 통일 말이네. 간판이란 게 원래 각 상가를 광고하기 위함인데 그걸 통일하자고 하니 나로서는 잘 이해가 안 가서 말이야.”
“아, 그거요? 잠깐만 나와 보실래요?”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복덕방을 나와 상가단지가 한눈에 보이도록 길 건너로 향했다. 그러자 박영진도 자연스럽게 현성의 뒤를 따랐다.
길을 건너자 상가단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현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음…….”
박영진은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정말 다양하지 않습니까? 노란색, 빨간색, 흰색, 그리고 파란색까지. 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지만 굳이 더는 말씀 안 드려도 되겠지요?”
“음…, 이렇게까지 다양한지는 나도 미처 몰랐네. 그냥 매일 보는 거니까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이렇게 보니까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구먼.”
“솔직히 말이 좋아 다양한 거지, 이건 뭐…….”
차마 그다음 말은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박영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내가 봐도 이건 아닌 거 같네.”
“그리고 문제는 간판의 색깔뿐만이 아닙니다. 보시다시피 크기도 다 다르다는 겁니다. 거기다 돌출 간판의 위치도 다 다르고요.”
“그러니까 자네 생각은 이걸 다 통일을 하자는 얘기지?”
“혹시 여기 상가가 총 몇 개입니까?”
“정확히 25개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에 말입니다, 25개의 상가가 똑같은 디자인의 간판을 달았다고 생각해보세요. 물론 크기도 같을 겁니다. 거기다 돌출 간판의 위치도 다 똑같이 위치를 통일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어떨 거 같습니까?”
“대단하겠지!”
“지금은 비록 낮이지만 밤에 간판 불을 켰다고 생각해보시면 아마 그 느낌은 또 다를걸요.”
“허허…….”
박영진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때였다.
언제 나왔는지 김명순이 현성을 보며 말했다.
“상상만으로도 황홀할 정도야. 아니, 어린 학생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거야? 나나 박 사장이나 이 나이 먹도록 그런 생각을 못 하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누님, 우리는 헛살았나 봅니다.”
김명순의 말에 대답을 한 건 박영진이었다.
그러자 김명순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박 사장, 이 학생 놓치지 마.”
“네?”
“체인점 만든다며? 다른 동네로 뺏기지 말고 우리 동네에서 장사할 수 있게 하라고.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지?”
“하하, 네 누님. 제가 책임지고 꽉 잡도록 하겠습니다.”
“알았네. 난 지금 가게에 가봐야 하니까 알아서 해. 그리고 건물주들 설득도 책임지고 알아서 하고 말이야. 모처럼 상가 번영회 회장 이름값 좀 하라고. 그럼 난 이만……, 아! 학생 다음에 오면 우리 가게로 꼭 와. 내가 근사하게 밥 한 끼 대접할 테니까. 그리고 오늘 정말 고맙네.”
김명순은 그 말을 끝으로 길을 건너 상가 쪽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박영진이 말했다.
“자, 가게로 들어가지. 마무리는 해야지.”
“마무리요?”
“난 아직 자네한테 확답을 못 받았거든. 자, 가자고…….”
박영진은 현성이 대답도 하기 전에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도 어쩔 수 없이 박영진의 뒤를 따라 길을 건너기 시작했다.
복덕방으로 들어온 두 사람.
박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 사장!”
“네.”
“여기 신 사장님이 원하는 가게는 내가 책임지고 최고의 자리를 잡아주겠네.”
“최고의 자리요?”
“그래, 이 동네에서는 그만한 자리가 없지. 평수도 그만하면 라면 전문점으로 충분할 걸세.”
“몇 평입니까?”
“25평이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이유는 신미숙이 말하기로는 이 동네에 매물로 나온 상가는 두 개밖에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삼거리에 있는 7평짜리 분식 가게고 또 하나는 빈 상가인 10평짜리가 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박영진은 25평짜리를 얘기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 말은 신미숙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지금 그 말씀은 여기 신 사장님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얘깁니까?”
“내가 아까도 얘기했지만 삼거리 분식 가게 사장이랑 특별한 관계라고 얘기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그 가게부터 처분을 하려고 했었다고. 그 부분은 내가 아까 신 사장님께 분명히 사과도 했었고 말이야. 이유야 어찌 됐든 그건 내가 잘못한 일이니 열 번을 사과하라고 해도 그렇게 하겠네.”
“이젠 숨기는 거 없는 거죠?”
“이 사람아, 이젠 내가 아쉬운 판이야. 조금 전에 명순이 누님 얘기 못 들었는가? 어떡하든 자네를 꽉 잡으라고 했잖은가. 그런 상황에서 내가 숨길 게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말이야 그 상가가…….”
박영진은 무슨 이유인지 여운을 남겼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혹시 그 상가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좀 세네.”
“세다는 건, 혹시 월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월세가 아니고 권리금이 500만 원일세. 근데 처음에 신 사장님이 나한테 얘기하기를 여유 자금이 350만 원밖에 없다고 하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렇게 되면…….”
현성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다. 문제는 바로 돈이다. 신미숙이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조금 전 박영진이 말했던 그 상가를 구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그때 신미숙이 박영진을 보며 바로 물었다.
“500만 원이요?”
“네, 그 자리가 지금 이 동네에서는 장사가 제일 잘 되는 자리라 그렇습니다. 그나마 지금은 많이 내려간 겁니다. 몇 년 전만 해도 1,000만 원이 넘었던 자리거든요.”
“어머! 1,000만 원이요?”
“네, 그 정도로 장사가 잘되던 자립니다. 그런데 상권이 옮겨가면서 이젠 반 토막 난 거고요. 어떡하시겠습니까?”
“500만 원이면 저로서는…….”
신미숙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현성이 박영진을 보며 물었다.
“정문 쪽은 어떻습니까?”
“미안하지만 정문 쪽은 그 돈으로는 명함도 못 내미네. 그리고 지금 그쪽은 건물주들이 바닥 권리금까지 받고 있는 상황이라 웬만해서는 들어갈 수가 없네.”
“바닥 권리금까지 받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렇다네.”
“어차피 그 권리금은 나갈 때도 못 받는 돈 아닙니까?”
권리금에는 세 가지가 있다. 영업 권리금, 시설 권리금,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닥 권리금.
영업 권리금과 시설 권리금은 전 임차인이 나갈 때 어느 정도 받을 수 있는 권리금이지만 바닥 권리금은 성격이 완전 다르다. 말 그대로 그 자리이기 때문에 붙는 권리금이라 임차인과는 상관없다. 대부분이 임대인, 즉 건물주들이 별도로 받는 것이기 때문에 임차인으로서는 전혀 권리가 없는 돈이다.
박영진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이지. 건물주들이 챙기는 돈이니까. 내가 볼 때 그쪽은 빛 좋은 개살구야.”
“실속이 없다는 거죠?”
“맞아. 장사는 곧잘 되는데 월세도 여기보다 세 배는 비싸. 그렇다 보니 고정비가 많이 나가서 장사하는 거에 비해 가져가는 돈이 적다는 거지.”
“그렇군요. 그렇다면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혹시 말이야…….”
박영진의 눈빛이 약간 변하는 듯했다.
그 모습을 본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가 또 있는 겁니까?”
“골목 안쪽에 상가가 하나 있기는 있는데 말이야, 그게 좀…….”
“골목 안쪽에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상가가 또 있다는 말씀입니까?”
“근데 그 상가가 다 망해서 나간 자리라 2년 동안 공실이고 더군다나 화재까지 났던 자리라 아무도 …….”
“조건은요?”
현성은 박영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물었다.
그러자 박영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권리금은 당연히 없고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가 10만 원이야.”
“네? 그게 말이 안 되잖아요? 2년이나 비어 있었다면서 월세가 10만 원씩이나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평수가 좀 크거든.”
“몇 평인데요?”
“30평.”
“갑시다! 지금 당장 거기로!”
현성은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30평에 10만 원, 만약 이번에 건물주들끼리 월세를 재조정하게 되면 월세는 더 내려갈 것이다. 그렇게만 되면 그만한 장소가 없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자리가 너무 안 좋은데…….”
적극적인 현성과 달리 망설이는 건 박영진이었다.
그러자 현성이 다시 말했다.
“자리는 음식 맛이 만드는 겁니다. 앞장서세요. 직접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어? 어, 그래 알았네.”
그 말을 끝으로 박영진은 복덕방을 나서기 시작했다.
10분 후.
“여기네.”
박영진은 어느 상가 앞에서 멈췄다. 박영진의 말처럼 확실히 뒷골목 안쪽에 자리를 잡은 만큼 접근성이 안 좋은 건 사실이었다.
장점이라면 딱 하나, 가게가 넓다는 것이었다.
현성은 신미숙을 보며 물었다.
“누님은 어떠세요?”
“저는 사장님만 믿겠습니다. 처음부터 말씀드렸잖아요. 모든 걸 사장님께 일임하겠다고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영진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영진이 말했다.
“혹시…….”
“네, 이곳으로 하겠습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