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11)
회귀해서 건물주-311화(311/740)
311
박영진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그 후로 일주일 뒤였다.
현성이 영업을 마치고 잠시 쉬고 있을 때였다.
따르릉.
“여보세요.”
– 김 사장, 날세.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박영진이었다.
현성은 순간적으로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자신이 생각했던 날짜보다 박영진의 연락이 상당히 빨리 왔기 때문이다.
건물주가 한두 사람도 아니고 자그마치 20명이라고 했었다. 그 많은 사람을 설득하려면 최소한 한 달 이상은 걸릴 줄 알았다. 그것도 짧게 잡은 거였다. 그만큼 건물주가 월세를 깎아준다는 것이 일반적으로 절대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영진은 일주일 만에 전화를 준 것이다.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아니, 벌써 설득을 다 하신 겁니까?”
– 자네 떠나고 그날 밤부터 바로 시작했지. 물론 쉽지는 않았네. 하지만 자네가 말한 것처럼 모두가 살기 위해서는 그 방법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해 설득을 했다네.
“아무리 그래도 예상보다 너무 빠른데요.”
– 이 친구야, 자네는 빠르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하루하루가 장난이 아니었네. 오죽했으면 그렇게 노력을 해도 안 빠지던 뱃살이 다 빠졌을라고.
“하하, 뱃살이요?”
– 그렇다니까. 글쎄 일주일 만에 5kg이나 빠졌더라고.
“많이 힘드셨군요? 그나저나 어떻게 그렇게 빨리 설득을 하셨습니까? 저는 아무리 빨라도 한 달은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입니다.”
– 자네가 떠나면서 그랬잖은가?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이기려 하지 말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이야.
“물론 그랬습니다만, 그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요.”
– 난 그저 자네가 얘기해준 대로 했네. 공감 말일세. 우선은 건물주들의 얘기를 최대한 들었네. 그렇게 며칠을 하다 보니까 조금씩 마음을 열더라고.
맞는 말이다.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대의 입장을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무조건 강요하는 것은 절대 도움이 안 된다.
또한 서둘러서도 안 된다.
어떡하든 끝까지 인내를 가지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노력해서 그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현성이 떠나기 전에 박영진한테 마지막으로 부탁했던 말이다.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혼자 일주일 만에 그 많은 분을 다 설득하셨다는 것이 말입니다.”
– 사실 혼자는 아니고, 도와준 친구가 있었네. 그 친구가 아니었다면 혼자는 힘들었을 거야. 나중에라도 두 사람이 서로 인사할 기회를 만들겠네. 어차피 앞으로 일을 하려면 도움이 될 친구니까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럼 그분은 그때 뵙기로 하고, 그런데 진짜 100% 건물주분들이 동의를 하신 겁니까?”
– 그게 말이야…….
“100%는 아니군요?”
– 자네 말이 맞네. 끝까지 노력을 했는데 한 사람은 끝내 설득을 못 시켰네. 그런데 그게 하필…….
박영진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하필이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 그 사람이 바로 자네가 선택한 그 가게의 건물주네.
“네? 그게 사실입니까?”
– 그렇다네. 나로서도 자네한테 면목이 없고 황당하기 그지없다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현성으로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말이었다. 분명히 가게가 안 나가고 공실로 방치된 지 2년이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건물주의 입장에서는 누군가 그 상가에 입점하겠다고 하면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게 당연하다.
월세 문제도 마찬가지다.
혼자만 월세를 50% 내리라는 것도 아니다. 상권 전체가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월세를 내리는 것도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내리자는 게 아니라 현 상권에 맞게 조정하자는 것이다.
우선은 상권을 살리는 게 먼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월세도 고정이 아니라 2년마다 20%씩 인상하겠다는 조건도 분명히 달았다. 누가 봐도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상권이 죽었으니까 그 상권을 다시 살리기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해달라는 거다. 그런데 그걸 거부한다?
현성으로선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휴우!
박영진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 나도 그 영감이 왜 그토록 고집을 부리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네.
“이유가 뭐라고 합니까?”
– 그런데 더 황당한 건 그 이유를 말하지 않는다는 거네. 아무리 물어도 대답을 안 해.
“네? 아니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습니까?”
– 내 말이 그 말이네. 그래서 나도 황당하다는 거야. 이유를 말을 해야 어떡하든 설득을 시키든 할 텐데 말을 안 하니 방법이 없어.
“혹시 연세가……?”
– 나보다 세 살 많아. 아직 망령이 들 나이도 아닌데 왜 그렇게 똥고집을 부리는지 알 수가 없네. 이를 어쩌는가?
“진짜 황당하네요. 무슨 이런 경우가…….”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이유 없이 거부를 한다? 아니, 그건 아닐 것이다. 이유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단지, 그 이유를 말하지 않겠다는 것인데…….
도대체 그러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직접 그 영감님을 만나보는 건 어떻겠는가?
“제가 직접이요?”
– 그래, 자네가 당사자니까 혹시 자네한테는 또 다른 말을 할지 모르니 일단 만나보는 게 나을 거 같네. 이대로 그냥 있을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음…… 글쎄요, 만나는 거야 어려운 건 아닌데 그분이 저한테 말씀을 해주실지 모르겠습니다.”
– 아니야, 자네는 다른 사람하고 달라서 내 생각에는 어쩌면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
“아니, 제가 다른 사람하고 뭐가 다르다는 말씀입니까?”
– 아닐세, 자네 자신은 모를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다른 사람하고는 확실히 다르네. 뭐라고 할까……, 글쎄 딱 꼬집어 말하긴 어려운데 하여간 분명히 달라. 아! 그래, 자네한테는 사람의 마음을 끄는 그런 보이지 않는 묘한 뭔가가 있다네.
“네? 아니, 무슨 그런 말씀을…….”
특별히 할 말이 없는 현성이었다.
박영진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 혹시 언제쯤이나 올 수 있겠는가?
“내일이 마침 개교기념일이라 학교에 안 가니까 내일 바로 가겠습니다. 어차피 이왕 시작한 거니까 어떤 식으로든 빨리 결론을 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알겠네. 그럼 내일 보세.
“네, 그럼 내일 오전 중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이만…….”
뚝.
피식.
전화를 끊은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건 바로 조금 전에 박영진이 마지막으로 했던 말 때문이다.
그 말은 바로 자신에게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묘한 뭔가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말이다.
살다가 별말을 다 들어본다.
하여간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어떡하든 그 건물주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상식 밖으로 행동을 한다는 얘기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이유.
‘그게 뭘까?’
***
전화를 끊고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딸랑.
가게 문이 열리면서 박희철이 들어왔다.
“어? 아저씨!”
“내가 그렇게 반가운가? 목소리에 반가움이 철철 넘치는구먼.”
“아저씨도 참, 그나저나 지금 어디서 오시는 길이십니까?”
“홍천 시내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다가 저녁 먹고 들어오는 길이네. 그런데 자네 또 한 건 했더군?”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현성은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지금 영진이를 만나고 오는 길이네.”
“혹시 복덕방 박영진 사장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그 친구가 그러더군. 자네가 일주일 전에 다녀갔다고.”
“아, 네. 맞습니다. 그런데 한 건은 또 무슨 말씀입니까?”
“허허, 자네가 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렸다고 그 친구가 얼마나 칭찬을 하는지, 내가 그 소리를 듣고 얼마니 기뻤는지 모른다네.”
“아닙니다.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현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두려운 마음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말이 좋아 상권을 살리는 거지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떠나간 사람들을 다시 불러들이는 일이다. 사람이란 게 원래 떠나긴 쉬워도 다시 돌아온다는 건 더욱 어렵다. 그만큼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성의 걱정스러운 표정과는 반대로 박희철의 표정은 오히려 밝았다.
“난 자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네.”
“무슨…….”
“월세 말일세. 어떻게 건물주들을 설득할 생각을 했는가?”
“그거야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까요.”
“그러니까 대단하다는 거야. 자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건물주들은 월세를 올리면 올렸지 내리는 법은 절대 없거든.”
“상황에 따라 다르지 않겠습니까? 이대로 있다가는 다 같이 망하는 게 뻔한데…….”
“아니, 그건 자네 생각이고, 건물주들은 그렇게 생각 안 한다네.”
“네? 그게 무슨…….”
현성은 박희철을 다시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은 그게 자존심이거든.”
“자존심이요?”
“그래, 그 사람들은 월세가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네. 그래서 월세 내리는 걸 유독 싫어하는 거지.”
“월세를 내리면 자신의 자존심이 깎인다고 생각하는 거군요?”
“유치하지만 그게 사실이야. 특히 다른 건물주와 비교하기 좋아하다 보니까 그런 증상이 더욱 심한 거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전생에서도 여러 번 겪었던 일이다. 특히 바로 옆에 있는 건물주들과의 관계만 보더라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서로 인사하지만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의식하고 경계하는 모습을 여러 번 지켜봤었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그런데 자네는 이번에 귀신같은 방법을 썼더군.”
“네?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가장 센 놈을 먼저 친 거야.”
“네? 그 말씀은…….”
“그래, 영진이 말이야. 그 녀석이 그 동네에서는 입김이 제일 센 녀석이거든. 그 녀석을 제일 먼저 설득한 게 신의 한 수였네.”
“하하, 그게 그렇게 되는 건가요?”
현성은 웃음밖에 안 나왔다. 솔직히 박영진이 그 동네에서 그 정도 인물인지는 몰랐다. 그저 처음 만난 사람이 그 사람이었을 뿐이다.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내가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건물주들은 서로 자존심 때문에 먼저 월세를 내리려고 하지 않거든.”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중에서 가장 센 놈이 제일 먼저 월세를 내렸으니 다른 건물주들은 어떻겠는가?”
“눈치 볼 이유가 없었겠지요.”
“바로 그거야. 그래서 내가 조금 전에 자네보고 귀신같은 방법을 썼다고 한 거네.”
현성은 대답 대신 빙긋 웃었다.
어쩐지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건물주들을 설득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는 미처 생각도 못 했었다.
어쨌거나 중요한 건 건물주들의 반응을 이끌어 냈다는 것이다.
박희철이 다시 말했다.
“그런데 재밌는 게 또 하나 있네.”
“네? 뭐가 또 있습니까?”
“혹시 자네 최성필이라는 이름 기억하는가?”
“최성필이요?”
“그래, 왜 자네가 저번에 나한테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했던 군 의원 말일세.”
“아, 네. 기억납니다.”
현성은 그제야 기억이 났다.
얼마 전에 복덕방 사장인 박인수로부터 건네받은 명함의 당사자다. 산 중턱에 있는 땅을 사겠다고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그런데 그 사람에 대해선 별게 없다고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였다. 박희철이 아무리 뒷조사를 해봤지만 특별한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사람 이름이 갑자기 여기서 왜 튀어나온단 말인가?
현성은 바로 물었다.
“그 사람 이름이 여기서 왜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