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13)
회귀해서 건물주-313화(313/740)
313
다음 날.
현성은 혼자 홍천으로 향했다. 신미숙과 같이 가지 않은 이유는 아직 계약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만약, 건물주가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그 상가는 아쉽지만 계약을 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다른 건물주들과의 형평성 때문이다.
건물주가 월세를 내린다는 것, 그것도 50%씩이나,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렇게 했다.
상권이 살아난다는 확실한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어떡하든 상권을 살리려는 일념으로 총 20명 중 1명을 제외한 19명의 건물주들은 한마음으로 양보를 한 것이다.
문제는 그 1명이다.
바로 지금 현성이 만나러 가는 이우석.
물론, 최선을 다하겠지만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면 현성으로서도 어쩔 수 없다.
버스에서 내린 현성은 바로 복덕방으로 향했다.
삼거리를 건너 5분쯤 걸었을 때였다.
“이게 누구야?”
골목에서 누군가 나오면서 아는 체를 했다.
얼핏 보니 현성도 아는 사람이었다. 일주일 전에 복덕방에서 만났던 바로 김명순 사장이었다.
현성은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사장은 무슨……, 다 늙은 노인네한테. 그냥 할머니라고 불러.”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한 가게의 어엿한 사장님이신데, 그리고 누가 할머니예요? 제가 볼 땐 아직 50대 후반으로밖에 안 보이는데요.”
자고로 말하는 데 돈 드는 거 아니다. 이왕이면 상대가 들어서 기분 좋은 말을 하는 것도 살아가는 지혜다.
역시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김명순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한층 밝아졌다.
“호호, 뭐 50대 후반?”
“네, 사장님. 제 눈에는 그렇게밖에 안 보입니다. 제 말이 맞죠?”
“에끼, 이 사람아. 아무리 농이라고 하지만 너무 심했네. 내 나이가 올해로 65살이야. 그런데 50대 후반이라니, 그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65살이요? 그게 정말입니까? 아무리 봐도 제 눈에는 60은 안 되신 거 같은데요. 제가 원래 사람 나이는 기가 막히게 맞히거든요.”
현성이 정색을 하고 같은 말을 계속하자 김명순도 모르는 척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호호, 이 학생 아주 보통이 아니구먼. 어쨌거나 기분이 나쁘진 않네. 그나저나 요즘 우리 동네에서는 학생 덕분에 살맛이 났네.”
“네? 저 때문에요?”
“그래, 월세 말이야. 학생이 이 동네 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건물주들이 월세를 깎아줘야 한다고 했다는 소문이 쫙 퍼졌거든.”
현성은 김명순의 말은 듣는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그날 복덕방에 있었던 사람은 자신을 포함해서 총 4명이다.
자신과 신미숙, 그리고 복덕방 사장인 박영진과 지금 얘기를 하고 있는 김명순 사장.
일단 자신과 신미숙은 제외다. 그렇다면 소문을 낸 사람은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박영진 사장과 김명순 사장.
‘누굴까?’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김명순을 보며 피식 웃었다.
“사장님이죠?”
“어? 뭐가?”
“소문을 내신 분 말입니다.”
“호호, 왜 그렇게 생각해? 그날 복덕방에 있었던 사람은 나 말고 또 있었는데?”
김명순은 재미있다는 듯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뭐지?’
현성은 순간적으로 당황스러웠다.
당연히 김명순 사장이 소문을 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웃으면서 되묻는 표정을 봐서는 적어도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는 듯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박영진 사장.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박 사장님입니까?”
“호호, 나 아니면 그 사람밖에 더 있겠어?”
“왜 굳이…….”
현성은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박희철의 말에 의하면 이 동네에서 제법 입김이 센 사람은 바로 박영진 사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오히려 박영진 사장이 주도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오히려 동네 사람들한테도 자연스럽고 수월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현성 자신을 일부러 노출 시켰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현성은 다시 물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갑니다. 박 사장님이 왜 저를 노출시켰는지.”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건 잘 모르겠네. 왜 굳이 학생을 전면에 내세웠는지, 그렇다고 박 사장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행동을 할 사람은 아닌데 말이야.”
“그 말씀은 무슨 의도가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내 생각은 그렇다네. 궁금하면 직접 물어봐. 그건 그렇고 오늘 계약하러 온 거야?”
“그건 아닙니다.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어서요.”
“아! 맞다. 그 영감이 아직 월세를 안 내렸다고 했지?”
“네, 그래서 오늘은 일단 그분을 만나 뵙고 말씀 좀 들으려고 왔습니다.”
“혹시 말인데……, 끝까지 그 영감이 고집을 부리면 어떡할 거야?”
김명순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현성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말했다.
“그땐 저도 어쩔 수 없죠.”
“그 말은…….”
“결단을 내려주신 다른 건물주들을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을 찾아보는 수밖에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김명순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건 안 되는데 우리는 어쩌라고…….”
김명순의 반응에 놀란 건 현성이었다. 그 이유는 김명순의 반응이 자신이 생각해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했기 때문이다.
자신은 아직 이곳에서 특별히 한 게 아무것도 없다.
그런데 김명순의 반응은 마치 무슨 큰일이라도 난 듯한 표정을 보이니 현성으로선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저는 여기서 한 게 아직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건 학생 생각이고.”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여전히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현성이었다.
김영순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내가 조금 전에 얘기하지 않았는가? 학생은 이미 이 동네에서 유명인사라고 말이야. 학생이 오기만을 여기 사람들은 얼마나 기다리는지 아는가?”
“저를 기다려요?”
“그럼! 당연하지.”
김영순은 고개까지 크게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 동네에서 안면이 있는 사람은 복덕방의 박영진 사장과 앞에 있는 김명순 사장 두 사람뿐이다.
물론, 박영진 사장이 상가 사람들에게 자신을 얘기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기다린다?
한 것도 없는데.
더군다나 이제 고작 고3 학생인 자신을.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얘기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무슨 이유로 저를 기다린다는 말씀인가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명순의 말이 빨랐다.
“희망이니까.”
“희망이요?”
“그려, 학생은 다 죽어가던 우리에게 희망을 줬거든. 그저 어쩔 수 없이 계약날짜만 채우고 나가려던 우리에게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용기를 준 거라고. 혹시 학생 눈에는 우리 동네가 달라진 게 안 보이는가?”
“네? 달라져요?”
현성은 그제야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잠깐 주위를 살피던 현성은 김명순이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청소 상태였다.
일주일 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인도와 상가 주변이 깨끗하게 변해 있었다.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청소를 하셨군요?”
“그려, 장장 3일이 걸렸어.”
“3일이요?”
“그렇다니까, 청소하는 우리도 놀랐어. 이 정도로 우리 상가가 지저분한지 말이야. 상가 전체에서 나온 쓰레기가 글쎄 쓰레기차로 세 차가 나왔다니까.”
“세 차요?”
“응,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넋을 놓고 살았는지 솔직히 반성하는 시간이었다네.”
세 차 분량을 생각하니 현성으로서도 어이가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겉으로 보기엔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 얘기는 상가마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쓰레기들이 숨어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한마디로 몇 년 묵은 쓰레기를 대청소한 것이다.
그만큼 이들에겐 그동안 의욕이 없었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었다.
김명순의 말이 이어졌다.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그게 우리의 모습이었네.”
“…….”
“그걸 학생이 바꾼 거야.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저는 그저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
사실이다.
김명순이 상가를 위해서 자신들이 무엇을 하면 되겠냐고 처음 물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났던 것이 청결 문제였다.
그만큼 상가의 청결 문제는 심각한 상태였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어린 현성의 말 한마디에 일주일 만에 거짓말처럼 깨끗하게 치우지 않았는가 말이다.
김명순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 학생 말처럼 그저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일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 말 한마디가 포기하고 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깨운 거야. 설사 그게 우연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야. 중요한 건 우리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 바로 그거야.”
“…….”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김명순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 듯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김명순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물론 처음 시작은 건물주들이 월세를 50%나 내려준 거고.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말을 처음 끄집어낸 것도 학생이란 말이야. 내 말이 틀려?”
“어쩌다 보니…….”
“어쨌거나 중요한 건 모든 변화의 시작은 학생의 입에서 시작했다는 거야. 그러니 우리가 어떻게 학생을 기다리지 않겠어?”
처음부터 이런 결과를 기대하고 얘기했던 건 아니다.
어쩌면 원론적인 얘기였다. 상권은 죽었는데 월세는 예전 장사가 잘되던 그때 그대로라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나마 마지막으로 상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월세를 내리는 거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혹시나 했던 그 일을 박영진이 해내고 말았다.
그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상가의 세입자들도 놀랐을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50%다. 누가 봐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니 세입자들의 마음도 당연히 다시 해보자는 분위기로 바뀌었을 것이다. 그때 김명순이 나서서 대청소를 제안했을 것이고.
조금 전 김명순이 직접 했던 말.
희망.
지금 이 사람들은 다시 희망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다.
현성은 슬쩍 김명순을 바라봤다.
일주일 전에 처음 봤던 모습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었다. 그녀의 눈빛에선 확실히 뭔가를 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저도 최선을 다해서 건물주를 설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선만 가지고는 안 돼.”
“네?”
“무조건 설득해야 해.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학생은 이제 혼자 몸이 아니야. 그러니까 무조건 그 영감을 설득해서 우리 상가로 들어와야 해.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살아!”
김명순의 목소리엔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함이 묻어났다.
현성도 그 마음을 얼 거 같기에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네, 사장님! 알겠습니다. 꼭 입점하겠습니다.”
“고맙네, 학생.”
김명순은 현성의 손을 꼭 잡았다.
***
“어서 오게. 김 사장!”
현성이 복덕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박영진 사장이 반갑게 현성을 맞았다.
반갑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박영진이 해냈기 때문이다. 그것도 일주일 만에 말이다.
그래서인지 현성의 목소리에도 힘이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허허, 목소리에 힘이 있어서 좋네. 그나저나 생각보다 빨리 왔구먼? 나는 한두 시간 뒤에나 올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건물주를 빨리 만나서 양단의 결정을 내려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그래, 잘했네. 이왕 만날 거면 빨리 만나는 게 좋겠지.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닙니다. 무조건 설득시킬 겁니다. 그래서 그 상가에 꼭 들어가고 말 겁니다.”
조금 전 김명순과 나눈 얘기가 있기에 현성은 강하게 얘기했다.
그러자 박영진은 약간 놀랍다는 듯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래야지. 그래야 우리가 한 팀이 되지. 꼭 설득시키게. 자, 그 영감 만나러 어서 가세.”
박영진이 앞장섰고 그 뒤를 현성이 바로 따라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