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17)
회귀해서 건물주-317화(317/740)
317
“…….”
현성은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박영진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당할 뿐이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의 눈빛이다.
그냥 대충 둘러대기엔 그의 눈빛이 너무 진지하다는 거였다.
‘설마…….’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어쩌면 자신이 회귀자 인지 아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바로 그의 진중한 모습 때문이었다.
물론, 무속신앙을 절대적으로 믿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시하지도 않는다. 세상엔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으니까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현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잠깐의 상념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때 박영진이 다시 말했다.
“이상해.”
“네? 뭐가요?”
“자네는 모르겠단 말이야. 다른 사람 같은 경우는 보통 느낌이 딱 오거든.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떻게 살아왔고 앞으로 어떻게 살 건지 말이야. 물론 100%는 아니지만 대략은 느껴진단 말이야.”
말로만 들어서는 흔히 얘기하는 무당이 맞다. 그런데 또 무당이라고 하기엔 지금 박영진의 모습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우선 대표적으로 신당이 아닌 복덕방을 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도대체 박영진의 정체는 뭐란 말인가?
갑자기 호기심이 발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요?”
현성은 박영진의 다음 답변이 궁금해졌다. 과연 무슨 말이 나올지. 진짜 자신이 회귀자 인지 맞춘다면 무릎이라도 꿇을 심산이었다.
그때 박영진이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것도 느낄 수가 없어.”
“네? 아무것도요?”
“그래, 자네가 이 세상 사람이라면 적어도 자네의 조그만 흔적이라도 느낄 수 있을 텐데 전혀 느낄 수가 없단 말이야. 이런 경우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거든. 내 느낌이 맞는다면 자네는…….”
박영진은 현성을 바라보며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꿀꺽.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긴장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회귀자인지 맞출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때였다.
그의 입에서 엉뚱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아닐세.”
“네? 아니 그게 뭡니까? 사람 궁금하게 해놓고…….”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투정을 부리고 말았다.
그러자 박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이젠 나도 망령이 들었나 보네.”
“갑자기 얘기가 왜 그쪽으로 갑니까?”
“생각해 보게. 지금 내 촉이 맞는다면 자네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단 말이야.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일세. 이러다 벽에 똥칠이나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에휴…….”
“…….”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잠시 후.
박영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가?”
“네? 아, 그거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현성은 박영진을 바라봤다. 역시 과학으로 증명할 수 없는 일이 세상에는 많다는 걸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바로 말을 이었다.
“잠시 후에 신미숙 사장님과 설비업자가 도착할 겁니다.”
“신 사장이야 계약 때문에 올 것이고, 설비업자는 왜?”
“계약하면 바로 공사 시작하려고요. 어차피 할 거면 하루라도 빨리 영업을 시작하는 게 신 사장님한테도 나으니까요. 그리고 저번에 말씀드렸던 간판 정비 사업도 빨리 시작해야 하니까 오늘 간판 디자인도 가지고 올 겁니다.”
“간판 디자인?”
“네, 우선 상가 사장님들한테 디자인 다섯 가지를 보여 드리고 그중에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결정할 겁니다. 선정 작업이 끝나면 바로 작업 들어갈 거고요.”
“그 모든 걸 벌써 다 준비했다는 건가?”
“간판 디자인은 이미 일주일 전부터 준비를 시작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일이라 미리 준비를 했던 겁니다.”
“허허, 하여간 자네는 빈틈이 없구먼. 그저 놀라울 뿐이야.”
박영진은 현성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웃었다.
그리곤 곧이어 바로 물었다.
“그래, 내가 할 일은 뭔가?”
“혹시 사람들을 모아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사람들이라면 여기 상가 사장님들을 말하는 건가?”
“네, 맞습니다. 아무래도 정식으로 인사드리고 앞으로 일의 진행 과정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서 말입니다.”
당연한 수순이다.
한 상가에 최하 15만 원씩만 잡아도 24개의 상가면 360만 원이다.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런 공사를 아무런 말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진행했다가는 나중에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른다.
돈이 연관되면 없는 말도 만들어지는 게 세상의 이치다. 특히 ‘공동’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그 잣대는 더욱 엄중해질 수밖에 없다. 작은 모임에서 기념품으로 수건을 제작해도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게 세상의 이치란 걸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현성이었다.
그 모든 잡음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투명성.
현성이 오늘 저녁 하고자 하는 일이다.
박영진의 말이 이어졌다.
“알았네. 오늘 저녁에 상가 사람들을 한곳에 모으도록 하지. 그렇지 않아도 상가 사람들이 자네를 보고 싶다고 난리네.”
“물론 그건 사장님 입김이시고요?”
“흐흐, 내가 아까도 말하지 않았는가, 그게 다 김 사장을 위해서라고 말이야.”
“아니, 그게…….”
현성은 무슨 말을 하려다 참았다. 어차피 박영진이 그동안 자신에 대해서 과대 포장해서 상가 사람들에게 얘기했다는 것을 이미 김명순을 통해서 들은 상태다. 하지만 그게 악의가 없다는 걸 잘 알기에 현성은 말을 중간에서 자른 것이다.
어찌 됐건 박영진의 의도는 상가를 다시 살리고자 하는 마음, 바로 그것이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신미숙과 유민철이 동시에 들어왔다. 아마도 유민철이 신미숙에게 연락해서 함께 나왔을 것이다.
신미숙이 현성을 보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수고하셨어요, 사장님.”
“아닙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빨리 오셨네요.”
“네, 여기 유 사장님이 일부러 연락을 주셨더라고요. 그래서 덕분에 버스를 안 타고 유 사장님 차로 바로 왔습니다.”
“아, 그러셨군요. 잘하셨어요.”
현성과 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신미숙은 박영진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네, 어서 오세요, 신 사장님. 이렇게 다시 뵙게 돼서 기쁩니다.”
“그게 다 여기 김 사장님 덕분이죠.”
신미숙은 다시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이번엔 유민철을 보며 말했다.
“형님, 인사드리세요. 여기 이분은 복덕방 사장님이십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민철은 박영진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인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설비와 간판 일을 하고 있는 유민철입니다. 상가 번영회 회장님이라고 얘기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부탁은 무슨…… 나도 여기 김 사장한테 부탁하는 입장인데, 그건 그렇고 여기 김 사장한테 들으니까 오늘 간판 디자인을 가져온다고 하던데,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볼 수 있겠습니까?”
“당연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께 먼저 보여 드리려고 따로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회장님!”
유민철은 미리 준비한 서류철을 박영진에게 내밀었다.
자고로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유민철이 정중하면서도 살갑게 말을 하자 박영진이 기분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다 같은 어른인데 그럴 수야 없지요. 당연히 예의를 지켜야지요. 어쨌거나 이렇게 미리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잠깐 먼저 보겠습니다.”
박영진은 의자에 앉자마자 유민철이 건넨 서류철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꽤나 진지해 보였다. 그만큼 박영진도 이번 간판 정비 사업을 중요시 여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상가의 얼굴은 간판이다. 간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가의 이미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성은 그런 박영진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어쨌거나 여기 상가의 핵심 인물은 박영진이다. 그런 그가 혹시라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다면 상가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박영진이 보여주는 모습은 다행히도 그와 반대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니 현성으로선 기분이 좋았던 것이다.
“사장님, 저는 그럼 여기 형님이랑 상가에 좀 가보겠습니다. 이우석 사장님 오시면 계약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어, 그래. 그건 걱정 말고 좀 이따 보자고.”
현성은 유민철을 데리고 복덕방을 나왔다.
***
상가 앞에 도착한 두 사람.
현성의 시선이 유민철을 향했다. 그 이유는 조금 전부터 유민철의 표정에서 무슨 할 말이 있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왜요? 무슨 할 말이 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그게…….”
유민철은 바로 말을 하지 못하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자 현성이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무슨 말인데 이렇게 뜸을 들여요? 아무 말이나 상관없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뭐예요?”
“이미 소용없는 얘기라서 말하기가 미안해서 말이야.”
“이미 소용없는 얘기요? 그 말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는 얘기지요? 그 말은 혹시…….”
조금 전이었다. 대화를 나누던 유민철이 갑자기 말수가 줄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골목으로 들어서 10m쯤 지났을 때였다. 자꾸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게 상가의 위치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상가가 너무 뒷골목에 있기 때문에 그것을 걱정하는 건 아닌지 싶었었다.
유민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상가의 위치 말인데…….”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 유민철은 지금 상가의 위치를 걱정하는 것이다.
처음부터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건 상가의 크기 때문이었다. 업종의 특성상 학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동시간대에 몰릴 수밖에 없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공간을 확보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물론, 골목 안쪽에 있다 보니 접근성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문제는 맛으로 승부를 건다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치가 너무 안쪽이죠? 저도 처음부터…….”
현성은 자신이 고민했던 문제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고민했고 그 해결책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최종적으로 여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현성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그제야 알겠다는 듯 유민철은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유민철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괜한 걱정을 했구나. 어련히 김 사장이 알아서 했을 텐데 말이야.”
“아닙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형님이 걱정하시는 대로 어려운 자립니다. 하지만 주 고객층이 학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 겁니다.”
“매운맛에 빠지면 학생들은 움직일 거라는 얘기지?”
“네, 맞습니다. 음식도 일종의 유행이니까요.”
“유행?”
“네, 친구가 먹으면 당연히 먹고 싶을 테고 그러다 보면 당연히 소문도 날 테고……, 물론 저의 희망사항입니다. 하하.”
현성은 가볍게 웃었다. 어차피 결과는 나중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하지만 유민철의 입에선 다른 말이 나왔다.
“무슨 소리! 이미 마스터 플랜이구먼.”
“네?”
“이미 검증된 거잖아. 지금 김 사장이 장사하고 있는 그 자리도 처음엔 거기서 그렇게 대박 날 거라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어? 하지만 결국 김 사장은 해냈잖아. 여기도 마찬가지일 거야. 난 믿어.”
유민철은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조금 전에 보였던 불안한 기색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성은 그런 유민철을 보고 살짝 웃은 다음 열쇠로 상가 문을 열었다.
끼익.
자주 사용을 안 해서 그런지 문에서 약간의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 정도야 약간의 윤활유만 뿌려주면 단박에 해결될 문제이기에 거슬리지 않았다.
“어때요?”
현성이 먼저 묻자 유민철이 가게 안을 쓱 훑어보며 말했다.
“2년 동안 장사 안 한 게 맞아?”
“형님이 봐도 관리가 참 잘 됐죠? 저도 일주일 전에 처음 들어왔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요.”
보통은 상가라는 게 사용을 안 하게 되면 일단 먼지는 기본이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이곳은 신기할 정도로 전혀 그런 게 없었다.
“그만큼 관리를 잘했다는 얘기네. 어쨌건 밖에서 보기보단 가게도 넓고 이 정도면 크게 손 볼 것도 없어서 이틀 정도면 끝날 거 같은데. 주방하고 천정만 손보면 바로 장사할 수 있겠는데.”
“제가 봐도 그래요. 어차피 간판 공사하려면 시간도 없는데 잘 됐어요. 형님은 여기 공사 끝나는 대로 바로 간판 작업 들어가면 될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것 좀 봐줘.”
유민철은 서류철을 현성 앞으로 내밀었다. 조금 전에 박영진한테 준 서류철과 동일한 거였다.
그 말은 자신을 위해서도 서류철을 하나 더 만들었다는 얘기다. 유민철의 마음 씀씀이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어쩌면 어리다고 적당히 무시할 수도 있을 텐데 유민철은 그러지 않고 오히려 더 신경을 썼던 것이다.
샤락.
현성은 기분 좋게 서류철 표지를 넘겼다.
“어? 이건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