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19)
회귀해서 건물주-319화(319/740)
319
“여기 이 학생은…….”
“김현성이죠?”
박영진의 소개가 끝나기도 전에 최성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었다. 어차피 자신의 뒷조사를 했으니 최성필이 자신을 알아보는 게 별 이상하지는 않았다. 그저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게 궁금할 뿐이었다.
하지만 박영진은 달랐다.
물론 지난번에 현성에 관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얘기한 건 사실이지만 어쨌거나 아직 얼굴을 본 적은 없다.
그렇다 보니 박영진의 입장에서는 의아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알았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 그게 뭐야?”
“제가 얼마 전에 이 학생에 대해서 좀 알아봤거든요. 뒷조사 말입니다.”
현성의 미간이 좁아지는 순간이었다.
상식적으로 누군가의 뒷조사를 한다는 건 이유야 어찌 됐건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더군다나 당사자 앞에서 보란 듯이 뒷조사를 했다고 자랑하듯 말한다는 건 기본 예의에서도 한참 벗어날 뿐 아니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다는 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예의를 모를 정도로 형편없는 인간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일부러 상대의 반응을 보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
적어도 전자는 아닐 것이다. 어찌 됐건 최성필은 군 의원이다. 최소한 그 정도로 형편없는 인성은 아닐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그렇다면 남은 건 후자, 즉 고의적으로 지금 저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그렇다면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도 있을 테고.
‘그렇단 말이지.’
이유를 알기 전까진 섣불리 감정을 드러낼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낸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팔짱을 끼며 소파에 몸을 기댔다.
‘요놈 봐라?’
황당한 건 최성필이었다.
뒷조사를 한 건 사실이다.
뒷조사를 하면서 알게 된 건 하나다. 대단하다는 것.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주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였다.
처음엔 그저 땅을 사려는 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양파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의 능력은 끝이 없었다.
단순히 라면 가게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1일 평균 매출이 10만 원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학교에 화장실도 그의 작품이었다. 그리고 졸업한 선배를 불러서 강의를 하게끔 한 것도 그의 머릿속에서 나온 거였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건 그의 재력이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그의 부모가 재산가도 아니었다.
모두가 그 스스로 만든 거였다. 그것도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고부터 지금까지, 채 1년이 안 되는 기간에 말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 남의 동네까지 와서 상권을 살리겠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 그게 또 상가 사람들을 움직이고 있다.
포기했던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바뀌고 웃음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상가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상가 사람들의 눈빛이다.
사람은 눈빛을 보면 안다.
그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현재의 마음가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상가 사람들의 눈빛이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표정이 바뀌고, 웃음을 다시 찾고, 그리고 그 사람들의 눈빛마저 바뀐 것이다. 물론 그 모든 변화를 만들어 낸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고 지금 바로 자신의 눈앞에 있는 어린 김현성이다.
조금 전 복덕방에 들어오자마자 그의 얼굴을 처음 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호기심이 생겼다.
그의 능력은 이미 뒷조사를 하면서 알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 모르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인간성이다.
아니, 어쩌면 그의 그릇을 알고 싶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이제 고작 고3, 열아홉이다. 그의 뛰어난 능력만큼 과연 그 그릇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해서는 안 될 말인 줄 알면서도 했던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잠깐 동요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바로 평심을 찾는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그때 박영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 지금 뒷조사라고 했나?”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그 얘기는 나중에 제가…….”
“이 사람아!”
최성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영진은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사람은 자고로 최소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라는 게 있다. 그게 설사 나이가 어린 친구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런데 지금 최성필의 행동은 뭔가?
사람을 뒷조사한다는 자체가 정상적인 행동이 아니다. 그런데 당사자 앞에서 그걸 또 당당하게 말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이건 예의의 문제도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인성이다. 사람이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도리.
그런데 그걸 무시한다?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군다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지금 가장 귀하게 생각하는 사람을 상대로.
박영진이 다시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저는 괜찮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 현성이 끼어들었다.
그러자 박영진의 고개가 현성 쪽으로 홱 돌아갔다.
“뭐?”
“저는 괜찮다고요. 자세한 얘기야 더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마 이 아저씨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아저씨!”
현성은 최성필을 바라보며 일부러 ‘아저씨’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자신을 뒷조사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한테 적어도 ‘의원님’이란 존칭은 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누가 봐도 최성필이 입을 열 차례였다.
최성필을 바라보는 현성의 시선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연 사람은 최성필이 아니라 박영진이었다.
“정말 괜찮아?”
“그럼요, 안 괜찮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람이 살다 보면 별일이 다 있는데 이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뒷조사를 한다고 해도 제가 무슨 위법을 저지르거나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어떻습니까? 저는 당당합니다.”
현성은 일부러 양팔까지 벌리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 모습을 본 최성필.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엔 그저 어린 나이에 비해 뛰어난 능력을 갖췄기에 어떤 인간인지 궁금했었다. 그래서 일부러 뒷조사 사실을 말하면서 그의 인성을 시험할 요량이었다.
물론 놀라운 결과였다. 당연히 화를 내거나 심한 말을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분위기였다. 어쨌거나 고의든 아니든 잘못한 건 자신이니까 말이다. 어차피 각오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 꼬맹이는 전혀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처음엔 잠깐 동요하는 듯싶더니 바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팔짱을 끼며 느긋하게 자신을 바라봤다.
마치 어디까지 하는지 지켜보겠다는 듯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갑자기 자신과 박영진의 대화에 끼어들면서 정작 본인은 괜찮다며 너스레를 떨기 시작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마치 일부러 들으라는 듯 ‘아저씨’라는 호칭을 두 번씩이나 강조했다.
말이라는 건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그 사람이 어떻게 부르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아저씨’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이다. 아니, 오히려 다정하게 부르면 정감이 가는 말이다.
그런데 조금 전 이 꼬맹이가 부른 ‘아저씨’라는 말은 정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처음 들어왔을 때 박영진이 분명히 ‘최 의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꼬맹이도 자신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게 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호칭은 정해졌다. ‘의원님’이라고.
그런데도 이 꼬맹이는 작정이라도 한 듯 ‘아저씨’라는 말을 두 번씩이나 강하게 불렀다.
그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본인은 ‘의원님’이라고 부르기 싫다는 얘기다. 아니, 부르기 싫은 게 아니라 부르지 않겠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엿이나 드세요’인 거다.
보기 좋게 자신이 한방 먹었다는 얘기다. 뒷조사를 한 대가로.
최성필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잠시 후.
한참을 웃던 최성필이 웃음을 멈추며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김현성이라고 했던가?”
“네.”
“하하, 이거 내가 초면에 실례가 많았네. 정식으로 인사하겠네. 나는 최성필이라고 하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김현성이라고 합니다.”
현성은 최성필이 내민 손을 가볍게 잡았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영진이 최성필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뭐가 말입니까?”
“당사자가 괜찮다고 하니까 내가 더는 말하지 않겠지만 최 의원이 무엇 때문에 여기 김 사장한테 관심을 가졌던 거냐고?”
“아, 그거요. 그게 그러니까…….”
최성필은 무엇 때문에 현성에 관해 뒷조사를 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성필의 설명이 이어지자 그제야 알겠다는 듯 박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마침내 최성필의 설명이 끝나자 박영진이 바로 물었다.
“김 사장한테 땅을 사겠다고?”
“네, 산 중턱에 있는 땅을 사려고요. 그런데 여기 김 사장이 전혀 팔 생각이 없답니다.”
“그럼, 그만인 거지. 팔 사람이 생각이 없다는데 더 이상 말할 게 뭐 있겠는가?”
“그렇긴 한데……, 그래도 그 땅이 저는 꼭 필요해서요. 그런데 김 사장이 아예 만나주지를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가게로 찾아갈까 했었는데 오늘 이렇게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박영진은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내가 자리라도 피해 줄까? 두 사람이 얘기하게.”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복덕방인데 땅 얘기야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허허, 그런가. 들었지? 최 의원, 그럼 어디 얘기해보게.”
이번엔 박영진의 시선이 최성필한테 향했다.
그러자 최성필이 빙긋 웃고는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 땅 말인데…….”
“잠깐만요!”
최성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이 먼저 말을 끊었다.
그러자 최성필은 약간 당황스럽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어? 왜? 무슨 다른 할 말이 있는 건가?”
“먼저 저한테 하실 말씀이 있을 거 같은데요. 저는 그 말씀부터 듣고 싶습니다만.”
“먼저?”
최성필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지금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박영진을 슬쩍 바라봤다.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그러자 박영진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최성필은 다시 시선을 돌려 현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미안한데, 김 사장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내가 잘 모르겠거든. 그러니 무슨 말인지 알려주면 고맙겠는데.”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어? 어, 그래. 그러니 자네가…….”
“실망입니다.”
난감한 건 최성필이었다. 다시 한번 박영진한테 도움을 요청했지만 이번엔 아예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결국,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는 얘긴데,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현성이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알 수가 없으니 갑갑할 뿐이었다.
그때.
‘혹시……?’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조금 전에 자신의 입으로 얘기했던 뒷조사 얘기다.
뒷조사를 한다는 건 이유 불문하고 분명히 잘못된 행동이다. 조금 전에 뒷조사를 하게 된 경위는 분명히 다 말했다. 그런데 그때 빠진 게 하나 있다.
사과.
자신은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사람은 자고로 잘못을 했으면 사과를 하는 게 당연한 거다. 아무리 나이가 어린 상대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생각을 정리한 최성필은 현성을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네. 내가 진심으로 사과하겠네.”
“죄송하지만 무엇이 미안하다는 겁니까?”
“이유 불문하고 자네의 뒷조사를 했다는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하겠네.”
“아, 네. 그리고 또요?”
“또?”
최성필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참을 고민해서 겨우 찾아낸 것이 뒷조사에 대한 사과였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라 또 다른 걸 요구하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것이다.
최성필이 다시 고민에 빠지려 할 때였다.
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