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0)
회귀해서 건물주-320화(320/740)
320
“아저씨는 저를 무시하셨습니다.”
“무시? 내가?”
“네, 조금 전 제 앞에서 저의 뒷조사를 했다고 당당히 말씀하신 것, 그게 바로 저를 무시한 겁니다. 무시하지 않고서는 그런 행동을 하실 수 없는 겁니다. 안 그렇습니까?”
“어, 그게…….”
마땅히 둘러댈 말이 없는 최성필이었다.
물론 현성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하지만 사실 무시해서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단지 시험을 해보고 싶었다. 어느 정도의 인성을 가지고 있는지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인제 와서 ‘내가 너를 시험하기 위해 그랬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사람이 말입니다, 누군가를 뒷조사한다는 자체가 나쁜 거지만, 그보다 더 나쁜 건 조금 전 아저씨의 행동이었습니다. 어떻게 제가 아무리 나이가 어리다고 하지만 제 앞에서 그런 식으로 행동을 할 수가 있는 겁니까? 저는 그게 더 기분 나쁘다는 겁니다.”
“흠흠…….”
그저 헛기침만 남발할 수밖에 없는 최필성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하나도 틀린 데가 없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억울한 면도 없는 건 아니지만 여기서 괜히 다른 말을 했다가는 더 험한 꼴을 당할 듯싶어 그저 고개를 주억거리는 걸로 모든 말을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현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어? 그, 그래. 어쨌든 다시 한번 사과할게. 그리고…… 아, 아니다. 그 땅 얘기 말인데…….”
“잠깐만요, 아저씨. 그 얘기는 좀 있다가요.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어, 그래. 갔다 와. 급한 거 없으니까.”
현성은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복덕방을 나왔다.
현성이 나가자 박영진이 참았던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 최 의원, 오늘 아주 임자 만났구먼.”
“와! 이건 뭐……, 저 자식 사람 잡는데요. 괜히 잠깐 시험 좀 해보려고 했다가 이게 뭔 꼴인지, 허허, 참…….”
“뭐, 시험?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사실은 말입니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최성필은 자신이 조금 전에 현성한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최성필의 설명이 이어지자 박영진은 실실 웃기 시작했다. 그러다 마침내 최성필의 설명이 끝나자 바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인간성을 보고 싶었다 이거지?”
“네, 뒷조사를 해보니까 이 녀석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범주의 인물이 아니더라고요.”
“그 정도야?”
“네, 한 마디로 상상을 초월하는 놈입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10억입니다.”
“10억? 그게 갑자기 무슨 말이야?”
박영진은 최성필의 말에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한두 푼도 아니고 10억이라니, 이건 상상도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때 최필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꼬맹이 통장에 입금된 금액입니다.”
“뭐?”
“저도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다시 확인해도 틀림없더라고요.”
“그게 정말이야?”
박영진은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아니, 어떻게 어린 학생한테 10억씩이나 입금을 한단 말인가 말이다.
박영진은 다시 물었다.
“도대체 누가 학생한테 10억을 입금했다는 거야?”
“그게 또 놀랍습니다. 바로 신춘오입니다.”
“신춘오? 그 사람이 누군데?”
“저도 처음엔 그 사람이 누군지 몰랐는데 더 조사를 해보니까 바로 농씸의 신춘오 회장인 겁니다.”
“농씸의 신춘오 회장? 아니, 그 사람이 왜 김 사장한테 10억씩이나 준다는 말이야? 무슨 친척이라도 되는 거야?”
“친척은 아니고, 신춘오 회장이 한 달 정도 그 아이의 가게에 머물렀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잠은 여관에서 자고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고, 근데 저도 그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겁니다. 무엇 때문에 농씸 회장이 그 시골에서 한 달씩이나 있었는지 말입니다.”
풀리지 않는 유일한 수수께끼가 바로 이거였다. 다른 건 다 알아낼 수 있었지만 농씸의 신춘오 회장이 왜 거기서 한 달씩이나 있었는지 그것만은 끝까지 알 수 없었다.
박영진이 다시 물었다.
“결국 그거까지는 못 알아냈다는 거지?”
“네, 거기까지가 한계였습니다.”
“그래서 김 사장은 그 돈을 그냥 가지고 있는 건가?”
“아닙니다. 1억은 아버지한테 보내고 5억은 땅을 샀더라고요.”“땅? 어디에?”
“근데 그게…….”
최성필은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박영진이 바로 물었다.
“왜? 무슨 문제 있어?”
“그건 아니고요, 일산에 땅을 사긴 샀는데…….”
“일산? 그런데 왜?”
“그 땅이 이상합니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야산입니다. 그리고 그 야산 일대의 논밭을 다 샀더라고요.”
조사하면서도 가장 이해가 안 갔던 부분이다. 산도 산이지만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니면서 그 주변의 논밭을 몽땅 사버린 것이다.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5억 원어치나 말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박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야산과 논밭이라……, 결국 투자를 했다는 얘기네.”
“투자요?”
“그래, 아무래도 서울과 가까우니까 나중에 개발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미리 산 거겠지. 하지만 내 정보에 의하면 그쪽이 개발된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그렇다고 이 친구 하는 행동을 봐서는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사지는 않았을 거 같고, 아무래도 내가 직접 조만간에 그쪽에 올라가서 알아봐야겠네.”
“직접 말입니까?”
최성필은 고개를 갸웃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성이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박영진의 말이 이어졌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치기엔 금액이 너무 커.”
“5억을 말씀하시는 거죠?”
“그래, 말이 5억이지 그 금액이 보통 금액인가? 내가 60을 넘게 살면서도 여태껏 만져보지도 못한 돈일세. 그리고 요즘 나라 돌아가는 것도 좀 뒤숭숭하고.”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서울 땅값이 너무 비싸. 자고 나면 뛰는 게 땅값이란 말이야. 이러다간 2, 3년 내로 무슨 일이 터져도 터질 거 같단 말이야.”
최성필은 또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박영진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터진다는 게 무슨 말씀인지요?”
“터지기 전에 분산을 시킬 거란 얘기야.”
“분산이라면?”
“결국 집이야. 지금 주택난이 서울과 수도권은 장난이 아니야. 거기다 내년에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정점에 오를 거란 분석이야.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도 뒷짐 지고 가만히 지켜만 볼 수는 없을 걸세. 결국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에 택지를 조성하겠지.”
“택지 조성이요?”
“그래, 결국 필요한 건 아파트야. 그러기 위해선 아마도 신도시 몇 개는 터질 거 같은데 지금 그게 어디인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여유가 많으면 예상되는 몇 군데 묻어두고 싶은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
박영진은 아쉽다는 듯 입맛만 다실 뿐이었다.
그러자 최성필이 바로 물었다.
“그게 혹시 김 사장이 투자한 일산 쪽은 아닐까요? 아무래도 농씸 회장과 연관된 것도 그렇고.”
“글쎄……, 그런데 우리 정보에 일산은 없었거든. 어쨌든 이번에 한 번 올라가서 좀 알아봐야겠네. 그건 그렇고 김 사장의 움직임은 그게 다야?”
박영진의 질문에 최성필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작년에 건물을 하나 샀습니다.”
“건물?”
“네, 서명 터미널 옆에 2층짜린데 그 시골에선 그나마 요집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닙니다.”
“그 말은 다른 게 또 있다는 말이네?”
“네, 제가 눈독을 들이고 있는 산 중턱의 땅이 있는데, 그 주변의 땅들을 몽땅 사들이고 있는 겁니다.”
“그 시골에서 땅을 뭐 하려고?”
박영진은 고개를 살짝 틀었다. 얼핏 생각해도 투자하고는 거리가 먼 땅이다. 그렇다고 농사를 지을 것도 아닐 것이다. 그런데 땅을 산다? 당연히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최성필이 고개를 흔들며 바로 말을 이었다.
“저도 그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쪽으로 길이 뚫리긴 하는데…….”
“잠깐!”
박영진은 최성필의 말을 바로 끊었다.
그러자 최성필이 바로 물었다.
“왜요?”
“길이 뚫려? 언제?”
“2년 뒤에요. 4차선으로 뚫릴 겁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길이 뚫린다고 하더라도 땅에 투자할 정도로 땅값이 오르지는 않을 겁니다. 어차피 시골이니까 말입니다.”
“그거야 그런데, 다른 목적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다른 목적이요?”
최성필의 질문에 박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게 꼭 땅에 투자할 목적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다른 목적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중요한 건 김 사장이 길이 뚫린다는 걸 알고 그 땅을 샀느냐 하는 거야.”
“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그거와 형님이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
“허허, 이 친구야 무슨 상관이라니……, 그렇게 감이 없는가?”
박영진은 최성필을 바라보며 약간은 한심하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최성필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그 정보를 미리 알고 땅을 샀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무슨 의미요? 아, 그러니까 정보망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바로 그거야, 목적이야 모르겠지만 그 정도의 정보력이라면 이건 대박인 거야. 생각해 보게, 지금 그 친구가 어디 땅을 샀는지 말이야.”
“지금 일산을 말씀하시는 거죠?”
딱!
박영진은 손가락을 튕기며 바로 말을 이었다.
“빙고! 물론 시골이라 정보의 가치는 다르겠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그 친구한테는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한두 푼도 아니고 5억이나 되는 돈을 그 먼 일산까지 가서 산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안 그래?”
“혹시나 말인데요, 만약 정부에서 몇 년 안에 일산을 신도시로 발표라도 하는 날에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걸 몰라서 묻는가?”
“저로서는 어느 정도인지 감이 안 와서 말입니다.”
“100배.”
“네? 100배요?”
“그래, 그것도 최소한. 완전히 돈방석에 앉는 거지.”
최성필은 잠시 사무실 천장을 바라봤다.
100배라…….
지금 이 꼬맹이가 투자한 돈이 5억이다. 만약에 이 꼬맹이가 미리 알고 투자를 한 게 맞는다면 그 돈은 500억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것도 최소한.
헉!
최성필은 자신도 모르게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때 박영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문제는 그걸 어떻게 알아내느냐인데…….”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그래?”
“네, 근데 만약 그걸 알아내게 되면 어떻게 하실 겁니까?”
“뭘 어떻게 해, 뻔한 거지. 긁어모을 수 있는 돈은 다 긁어모아서 일산으로 가는 거지. 물론 자네도 같이 말이야. 이건 무조건 올인이야.”
“흐흐흐…….”
최성필은 자신도 모르게 묘한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이건 일생일대의 기회다. 자그마치 100배다. 100배!
최성필이 상상의 나래를 막 펼칠 때였다.
뚜벅뚜벅.
현성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소리가 들렸다.
***
“산 중턱에 있는 땅을 사시고 싶다고요?”
현성이 최성필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최성필이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네. 자네도 알다시피 그곳이 산 중턱에 있다 보니 경관 하나만큼은 그 동네에서 최고 아닌가?”
“그거야 그렇지요. 그런데 그곳이 교통편이 안 좋다 보니 접근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왜 그곳을 사시려는 겁니까?”
“집을 지을 생각이네.”
“집이요?”
“그렇다네. 나중에 더 나이 먹으면 그곳에 집을 짓고 노년을 그곳에서 보내고 싶네.”
피식.
현성은 고개를 살짝 돌려 웃었다.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거짓말을 하는 최필성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던 것이다.
전생에서 최성필은 그곳에 150평이 넘는 가든 식당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결국은 끝까지 자신의 목적을 숨기겠다는 얘기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물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더욱더 땅을 팔 수가 없겠군요.”
“응? 그게 무슨 소린가?”
“제 생각으로는 그곳에 단순히 집을 짓고 살기엔 땅의 가치가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아깝다? 그 말은 자네의 목적은 따로 있다는 얘기 같은데, 그렇다면 자네는 그곳에 무엇을 할 셈인가?”
“저는 식당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그 순간 최성필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 그곳은 길이 워낙 좁아서 접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곳에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그건 바로 도로다. 도로가 뚫리지 않으면 그곳에 식당을 운영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하다.
그런데 조금 전 꼬맹이는 그곳에 식당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 말은 그 앞으로 도로가 뚫린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최성필은 박영진을 힐긋 바라보며 미소를 짓고는 현성에게 바로 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는가? 길도 없는 곳에서 식당을 하겠다니, 혹시 그쪽으로 길이라도 뚫린다는 얘긴가?”
“네, 뚫립니다. 그것도 4차선으로.”
“허! 4차선?”
최성필의 눈이 뒤집어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