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1)
회귀해서 건물주-321화(321/740)
321
최성필은 온몸에 전율이 흘렸다.
이 꼬맹이의 말이 사실이다. 정확히 앞으로 2년 후에는 그곳 앞으로 4차선이 뚫린다. 그렇게 되면 산 중턱의 그 땅은 고깃집 부지로서는 그 동네에서 최고의 자리가 된다.
문제는 이 꼬맹이가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 그것이 핵심이다.
믿을 수 없는 얘기이지만, 이 꼬맹이에게 진짜 막강한 정보 라인이 있다면 이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산 중턱의 그 땅이 문제가 아니다.
그건 조족지혈, 새 발의 피다.
조금 전 박영진이 말하기를 일산이 신도시로 발표라도 나는 날에는 최소 100배라고 했다. 1억만 투자해도 100억이 된다는 얘기다.
그렇게만 된다면 단순히 인생 역전이 아니라 대대손손 그 부를 누리며 이 세상 위에서 군림하면서 살 수 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이 꼬맹이가 그 정보를 진짜 알고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것이다.
최성필은 현성을 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
“도로가 뚫려?”
“네, 뚫립니다.”
“그것도 4차선으로?”
“네, 4차선으로 뚫립니다.”
됐다!
일단 도로가 뚫린다는 건 확인했다. 그것도 4차선까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하나다.
시기. 그 시기만 정확히 이 꼬맹이의 입에서 ‘2년 후’라는 답변만 나오면 게임은 끝나는 것이다.
내일이라도 당장 있는 돈 다 긁어모아 일산으로 달려가면 되는 것이다.
최성필은 잠깐 박영진을 바라봤다.
어차피 목적이 같은 두 사람이다. 박영진은 어느새 두 손을 모으고 현성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최성필은 그런 박영진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영진도 고개를 심하게 끄덕였다.
최성필은 떨리는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언제?”
“네? 그거야 저는 모르죠.”
최성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조금 전까지도 분명히 확신에 찬 목소리로 도로가 뚫린다고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시기를 모른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최성필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야말로 그게 무슨 소립니까? 제가 어떻게 그 시기를 압니까?”
“아니, 조금 전에 말투는 확신에 찬 목소리였잖아?”
“그거야 언젠가는 뚫릴 거라는 얘기죠.”
“언젠가는…….”
최성필은 풍선에 바람이 빠지듯 온몸에 힘이 갑자기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박영진은 울고 싶었다. 마지막 현성의 입에서 ‘언젠가는’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인생의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었다.
잠깐이지만 구체적인 계획까지도 세웠었다. 일주일 안으로 조달 가능한 현금이 2억이 조금 넘었다. 급한 대로 일단 그 돈으로 일산에 땅을 사려고 했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부동산이 처분되는 대로 살 계획이었다.
적어도 5년 안에만 일산이 신도시로 발표 난다면 그야말로 돈방석에 앉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모든 게 일순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허허…….”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오는 박영진이었다.
그때 최성필이 박영진을 보며 말했다.
“저, 잠깐 담배 좀…….”
“어? 어, 그래. 아니, 같이 나가. 나도 좀…….”
두 사람은 세상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힘없는 발걸음으로 복덕방을 나갔다.
혼자 남은 현성.
히죽.
그의 입가에 묘한 웃음이 번지기 시작했다.
***
그날 저녁.
마을 회관으로 향하던 현성은 박영진을 보며 물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모였을까요?”
“사실 나도 그게 걱정이라네. 어쩔 수 없이 시간을 7시로 잡긴 했지만 아직 영업이 안 끝난 사람들도 있다 보니 그게 걱정이야. 그렇다고 더 늦게 잡았다가는 자네한테 미안해서 안 되겠고, 일단 가 보세. 어쩌면 이번 기회가 사람들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을 걸세. 얼마나 변화를 바라고 있는지 말이야.”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박영진의 말이 맞다. 물론 장사를 끝내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매일 있는 것도 아니고 상가를 다시 살리겠다고 처음으로 모이는 자리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다. 어느 정도의 희생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디까지나 자발적인 참여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중요한 건 오늘 참석 인원을 보면 상가 사람들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나타날 것이라는 거다.
현성은 긴장한 마음으로 발걸음을 서둘렀다.
10분 후.
“후후!”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현성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다.
그러자 박영진이 슬쩍 물었다.
“왜, 긴장되는가?”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혹시라도 사람이 몇 명 안 왔으면, 그것처럼…….”
현성의 걱정은 여전히 상가 사람들의 참여율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도 긴장이 되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혹시라도 사람이 적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참여율이 적다면 앞으로 그만큼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때 박영진이 현성의 어깨를 살짝 쳤다.
“김 사장!”
“네, 사장님.”
“너무 부담 갖지 말게. 자네는 이미 최선을 다했네. 설사 몇 명 안 온다고 하더라도 그 또한 여기 사람들의 선택이네. 그땐 나로서도 더는 자네를 잡을 생각이 없네. 어차피 여기 사람들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면 더 이상의 미련은 버려야겠지.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말라는 얘기네.”
박영진은 이미 최악의 상황까지도 염두에 둔 듯했다.
현성은 잠깐 걷던 걸음을 멈췄다.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일단, 건물주들이 어려운 결정을 내려줬다. 거의 불가능하리라 생각했던 월세를 전체적으로 50%나 감액을 해준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상권에 대한 애착은 증명이 된 셈이다.
이제 남은 건 세입자들의 몫이다.
어차피 처음부터 쉬울 거란 예상은 하지 않았다. 물론 회관에 들어가 봐야 알겠지만 몇 사람이 왔을지는 모른다. 어쩌면 그 숫자가 턱없이 적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 숫자가 아니라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남은 건 완주뿐이다.
어떤 식으로든 끝까지 여기 상권의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 그게 바로 현성 자신의 소명인 것이다.
‘그래! 하는 거다. 해보는 거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박영진을 보며 힘 있게 말했다.
“아닙니다. 일단 제가 시작한 일이니 단 한 명이 오더라도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어차피 이왕 시작했으니 끝을 볼 겁니다. 이럴 때일수록 악바리 근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악바리 근성?”
“네, 문제를 아는데 그 해답을 못 찾을 리 없지 않겠습니까? 끝까지 그 해답을 찾아내 이 상권을 꼭 살려낼 겁니다.”
“허허, 이 친구 하여간……, 좋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가 또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나도 자네와 끝까지 함께 하겠네. 자, 들어가 보자고!”
벌컥.
박영진은 힘차게 회관 문을 열어젖혔다.
“…….”
“…….”
두 사람은 잠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입을 먼저 연 건 박영진이었다.
“미안하네.”
박영진은 황당할 뿐이었다. 물론 걱정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기대를 했었다. 다른 사람의 일도 아니고 사실 따지고 보면 상가 사람들 개개인의 일이니까 말이다.
처음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의 눈을 의심했었다. 그 넓은 강당 안에 참석한 인원이 3명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사장님, 괜찮습니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단 한 사람이 오더라도 저는 끝까지 가겠다고요. 그나마 세 사람 아닙니까? 이 사람들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그래도 이건…….”
“일당백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끝까지 같이 하기로 했잖습니까?”
“그거야 그런데 이건 정도가 너무 심해서 말이야.”
박영진은 여전히 실망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때 참석한 세 명 중 한 사람인 김명순 사장이 박영진을 보며 말했다.
“박 사장, 너무 실망하지 마.”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히 아까 연락할 때까지만 해도 참석한다고 했는데 이게 뭡니까?”
“아직 시간이 5분 남았잖아.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난 우리 상가 사람들을 믿어. 그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배신하지는 않을 거야.”
박영진은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하며 말을 이었다.
“진짜 그럴까요?”
“사실 시간이 좀 빠르긴 했어. 아무래도 저녁 장사를 하는 시간이라 시간 내기가 쉽지는 않을 거야.”
“그래도 매일 이런 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건 박 사장이 몰라서 그래. 여기 사람들은 지금 단 한 사람의 손님도 아쉬울 판이야. 그만큼 힘들다는 거야. 그러니 이 시간에 모이라고 한 것 자체가 조금…….”
김명순은 박영진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그 말은 들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역지사지로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하지만 역시 직접 당사자가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부분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김명순을 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시간을 이렇게밖에 …….”
“아니야, 그건 아니야. 그저 말이 그렇다는 거지, 우리가 어떻게 김 사장한테 뭐라고 하겠는가? 내가 아무리 늙었지만 그 정도로 염치가 없는 건 아니야. 나는 단지 여기 상가 사람들이 그만큼 힘들다는 걸 얘기하고 싶었던 것뿐이야. 그러니까 혹시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말게. 솔직히 김 사장도 그날 봐서 알겠지만 20년 넘게 장사하던 걸 접으려던 나야. 그런데 내가 누구 덕분에 다시 장사할 마음을 먹었는지 김 사장도 잘 알지 않는가. 이게 다 김 사장 덕분이라고. 그리고 그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라 여기 상가 사람들도 다 똑같은 마음이고 말이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그때였다.
저벅저벅.
멀리서부터 발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한두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는 회관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김명순이 박영진과 현성을 보며 빙긋 웃었다.
“거봐. 내 말이 맞지. 우리 상가 사람들이 최소한 믿음에 배신하는 사람들은 아니라니까.”
김명순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회관 문이 열렸다.
벌컥.
김명순의 예상이 맞았다.
상가 사람들은 한 명도 빠지지 않고 100% 참석했다. 심지어 어느 상가에서는 3명씩이나 참석한 상가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참석한 인원 중에는 임대인인 건물주들도 10명이나 눈에 띄었다. 그중에는 군 의원인 최성필이는 물론이고 맨 마지막에 현성이 만났던 이우석도 있었다.
현성은 빙긋 웃으며 박영진을 바라봤다. 박영진의 표정은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다는 듯 입이 귀에 걸려있었다.
현성은 그런 박영진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영진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후 강당 앞으로 나섰다.
그리곤 먼저 강당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여러분들이 한마음으로…….”
박영진의 인사말은 예상외로 길게 이어졌다. 나름대로 잠깐이지만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인사 중간에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걸 가지고 탓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중간중간 박수를 치는 이도 있었다.
10분쯤 지났을 때였다.
박영진이 현성을 보며 고개를 까닥였다. 자신의 옆으로 오라는 얘기였다.
현성이 옆으로 다가가자 박영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 이 학생은 여러분들도 아시다시피…….”
현성의 소개가 이어졌다. 처음엔 당연한 수순이라 그런가 보다 했다. 근데 문제는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현성을 향한 칭찬 일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라면 가게를 한다는 것과 평균 일 매출이 10만 원이 넘는다는 것, 그리고 심지어는 학교에서도 1등을 한다는 것까지 빼먹지 않았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박영진보다도 모인 상가 사람들의 반응이었다. 마치 무슨 유명한 강사를 초빙이라도 한 듯 현성을 바라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다.
결국, 모든 부담은 현성의 몫이었다.
아무리 전생에서 50을 넘게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라 긴장이 안 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드디어 박영진의 소개가 끝나고 현성은 강단 앞에 서서는 어렵게 입을 뗐다.
“……안녕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