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4)
회귀해서 건물주-324화(324/740)
324
“사장님…….”
신미숙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조금 전 현성이 체인점을 안 하겠다는 소리에 그저 황당할 뿐이었다. 기껏 지금까지 도와주고 마지막 순간에 안 하겠다고 하니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현성이 내민 종이의 내용을 보고서야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
내용은 길었지만, 결론은 간단했다.
아무 조건 없이 양념 레시피를 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단, 양념 레시피에 관한 비밀은 절대 타인에게 양도나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에는 현성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 수민이와 수연이랑 함께 행복하게 사시면 됩니다. 저는 그거면 됩니다.
신미숙은 현성을 향해 겨우 입을 열었다.
“사장님, 제가 이걸 어떻게 받습니까?”
“어차피 처음부터 저는 체인점 생각이 없었습니다. 제가 사장님을 도와드리기로 작정했던 것도 수민이와 수연이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그 아이들이 없었다면 죄송하지만 저는 사장님을 도와주지 않았을 겁니다.”
“…….”
“그러니 부디 아이들과 행복하게 사시면 됩니다. 저는 그거면 충분합니다.”
진심이었다. 처음부터 체인점은 안중에도 없었다. 신미숙의 도움을 거절하지 못했던 이유는 오직 하나였다. 아이들 때문이었다. 이제 3학년과 5학년인 두 딸이 있다고 했다. 그 아이들이 밝게 웃는 것, 그게 현성의 바람이었다.
신미숙은 자리에서 일어나 현성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열심히 장사해서 수민이와 수연이 잘 키우겠습니다.”
“네, 그래요. 그러시면 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네, 그 양념장 말인데요, 그 양념장 …….”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다른 사람한테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몇십억을 준다고 해도 절대 얘기하지 않을 겁니다.”
신미숙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굳은 약속을 했다. 현성이 원하는 대답이 그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성의 입에선 전혀 다른 말이 나왔다.
“아닙니다. 그게 아니고 알려주셔도 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까는 분명히 타인에게 양도나 공개하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그건 물론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요?”
“네, 사정이 딱한 분이 계시면 가르쳐줘도 된다는 얘깁니다. 물론, 그 판단은 전적으로 사장님이 하시는 거고요.”
“그러니까 그 말씀은…….”
신미숙은 그제야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현성은 지금 자신과 같이 딱한 사연이 있는 사람한테는 양념장 레시피를 알려주겠는 얘기다. 단순한 돈벌이가 아닌 절박한 상황에 놓인 사람한테는 오픈하겠다는 얘기다.
신미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사장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의 그 따뜻한 마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사람한테도 사장님의 말씀을 꼭 전하겠습니다. 얼마나 더 많은 가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양념장이 아니라 희망이 될 겁니다.”
신미숙은 말을 마치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
현성이 입구에 들어서자 창가 쪽에 앉아 있던 박희철이 손을 번쩍 들었다.
“여기!”
현성은 바로 박희철이 앉은 곳으로 향했다.
“일찍 오셨어요?”
“아녀, 나도 조금 전에 왔어. 그건 그렇고 내가 괜히 시간 뺏는 거 아닌지 모르겠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리고 어차피 영업도 끝나서 시간 많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저씨 결혼식 때문에 여쭤볼 것도 있고요.”
현성의 말이 끝나자 종업원이 다가왔다.
“회장님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의 말이 끝나자 박희철의 시선이 현성한테로 향했다.
“뭐로 먹을 텐가?”
“저는 아무거나 상관없습니다. 아저씨 드시기에 편하신 걸로 드십시오.”
“그래, 그럼 그냥 등심으로 넉넉히 주게. 이왕이면 부드러운 곳으로.”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깍듯이 고개를 숙인 후 물러갔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홍천에 그 라면집도 대박이라며?”
“얘기 들으셨습니까?”
“응, 그래. 어제저녁에 영진이한테 전화가 왔어. 라면 가게 덕분에 요즘 그 동네가 난리도 아니라고 하더군.”
“네, 저도 신 사장님한테 연락받았습니다. 이제 오픈한지 열흘짼데 다행히도 손님이 많다고 하니 저도 마음이 놓입니다. 사실 처음엔 혹시나 손님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도 그런 염려는 던 거 같습니다.”
신미숙한테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전화를 받았다. 첫날 오픈 날은 말 그대로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아무리 무료 시식이라지만 그렇게까지 사람이 몰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자그마치 라면이 1,000그릇이 넘게 나갔다고 했다.
현성 자신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숫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료 시식.
역시, 오픈 행사에서 무료 시식만큼 좋은 이벤트는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다행히 그 후로도 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준다고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이미 퍼진 상태라 하교 시간이면 라면을 먹기 위해 장사진을 친다고 했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역시 자네는 대단해. 어떻게 공짜로 라면을 줄 생각을 했는가?”
“사실은 고육지책이었습니다.”
“고육지책?”
“네, 상가의 위치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상가가 골목 맨 안쪽에 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짜로 이벤트를 한 거란 말이지?”
“물론, 그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가장 큰 이유? 그 말은 다른 이유도 또 있었다는 얘기네?”
박희철은 재미있다는 듯 관심을 보였다.
그때 주문한 고기가 도착했다. 현성은 바로 큰 등심 덩어리 하나를 불판 위에 올리며 말을 이었다.
“시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시험?”
“네, 상권의 크기를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어느 정도인지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상권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었거든요.”
인구수로 따지면 이 동네와 거의 4배 차이가 난다. 그 상권에서 무료로 이벤트를 할 경우 어느 정도의 사람이 몰리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이다.
박희철이 적극적으로 물었다.
“그래서 확인이 된 건가?”
“네, 어느 정도는 된 거 같습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 장사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하는 게 맞는 거 같습니다. 제 예상으로는 다른 음식도 아니고 라면이라 많아야 500명 정도 예상했거든요. 근데 제 예상보다 배로 온 겁니다. 1,000명이 넘을 거라고는 진짜 생각을 못 했습니다.”
“영진이 말에 의하면 라면 가게 오픈하던 날 그 동네가 완전 사람으로 난리를 쳤다고 하더라고, 그렇다 보니 상가 사람들도 모처럼 사람 구경 실컷 했다고 하더군.”
박희철의 말이 끝나자 현성은 고기 한 점을 박희철 앞으로 놓으며 말을 이었다.
“덕분에 상가 사람들도 희망을 가졌을 겁니다.”
“그랬겠지. 지금까지 상권이 죽어서 사람이 없다가 한꺼번에 몰려왔으니 다들 무슨 일인가 싶었을 거야.”
“그리고 또 중요한 건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일반 성인들도 움직였다는 겁니다.”
“일반 성인들까지?”
“네, 정확한 숫자는 아니지만 대략 7:3 정도로 성인들이 왔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상가가 살아나려면 학생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도 어른들이 움직여야 하거든요.”
“그거야 당연하지. 하여간 이번에 자네의 능력을 또 한 번 검증한 셈이야. 그리고 참, 그건 또 어떻게 된 건가?”
박희철의 말에 현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할인행사 말이야. 거기 상가 전체가 20% 할인을 하고 있다고 하던데, 영진이 말로는 그것도 자네 작품이라고 하더군, 그 말이 사실인가?”
“아, 그거요.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상권을 살리기 위한 방법으로 전체적으로 3개월 동안 할인행사를 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박희철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허허, 하여간 자네는 장사하는 데 귀신이야 귀신.”
“하하, 귀신이요?”
“그렇지 않은가? 일반 백화점에서나 하는 할인행사를 동네 상권에서도 할 줄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자네가 아니면 아무도 생각할 수 없는 방법이었네.”
“다행히도 상가분들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겁니다. 저 혼자 아무리 나서서 얘기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자네가 대단하다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이 사람아, 거기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인가? 자네도 알다시피 다들 최하 10년 이상은 넘게 장사한 사람들이네. 그런 사람들이 왜 어린 자네의 말을 들었겠는가?”
“그거야…….”
“그만큼 자네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다는 거야. 그래서 자네가 대단하다는 거고.”
박희철은 앞에 놓인 고기를 한 점 먹은 후 천천히 다시 입을 열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아는가?”
“네? 그건…….”
왜 모르겠는가. 현성도 20년을 넘게 장사를 한 사람이다. 하지만 60이 넘은 박희철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현성이 말이 없자 박희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여우들일세.”
“여우요?”
“그래, 어떤 경우에도 자기들 손해날 일은 절대 하지 않는 법이지. 그런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자네의 말을 순순히 들었겠는가, 이유는 하나야.”
“하나요?”
“그래, 도움이 된다고 결론을 내린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응하지 않았을 걸세.”
맞는 말이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다. 장사를 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반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모든 사람들의 행동에는 자기 자신의 이익이 가장 우선이기 때문이다.
단지, 장사하는 사람들의 판단이 조금 더 빠르다는 것일 뿐.
박희철이 궁금한 듯 물었다.
“혹시 이게 끝인가?”
“네? 끝이라니요?”
“상가를 살리는 프로젝트 말일세. 내 생각엔 이게 끝은 아닐 거 같은데, 안 그런가?”
“물론입니다. 이건 시작일 뿐입니다. 물꼬를 튼 것뿐입니다.”
“물꼬를 텄다?”
“네, 정확히 말하자면 상권의 흐름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제 겨우 열흘밖에 안 지나서 이른 감은 있지만 분명한 건 흐름은 바뀌었다는 겁니다. 그 효과도 이미 상가에서 미비하지만 나타나고 있고요.”
사실이다.
그날 그렇게 헤어지고 꾸준히 연락이 오는 사람은 바로 최성필이다. 어차피 거리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상가의 변화를 알 수는 없다. 그나마 다행히도 최성필이 이틀에 한 번꼴로 연락을 주기에 상가의 변화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분명한 건 할인행사를 하면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분명히 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매출도 당연히 조금씩 오르고 있고 말이다.
박희철이 다시 물었다.
“누군가의 연락을 받고 있다는 얘기네?”
“네, 최 의원이요.”
“최 의원? 성필이 말인가?”
“네, 다행히도 그분이 자주 연락을 주십니다. 아무래도 이번에 그쪽 상권을 살리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거 같습니다.”
“내가 지난번에 뭐라고 했는가? 최 의원은 다른 흑심이 있다고 그랬잖아.”
“저는 아무 상관 없습니다. 그리고 그게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나쁜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중요한 건 그분이 상가 발전을 위해서 열심히 뛰고 있다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덕분에 상권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는 겁니다. 저는 그걸로 족합니다.”
“허허, 하여간 자네는 그릇이 커. 좋네, 그건 그렇고 이제 물꼬를 텄다고 했으니 그다음 방법은 또 뭔가?”
박희철이 의외로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게 별문제가 될 것은 없기에 현성은 바로 대답했다.
“쿠폰과 배달입니다.”
“쿠폰과 배달?”
“네, 일정 금액 이상으로 물건을 구매할 경우 쿠폰을 줄 겁니다. 물론 그 쿠폰은 나중에 그 상권 내에서는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할 겁니다.”
“결국,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오게끔 하겠다는 얘기지?”
“바로 그겁니다. 쿠폰의 특성을 최대로 살려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오게 만들 겁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상권은 점점 더 살아날 겁니다.”
박희철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김 사장이야. 정말 좋은 방법이네. 그러면서 배달도 해주겠다는 거고?”
“네, 하지만 배달은 조금 더 시간이 걸릴 겁니다. 아무래도 배달하는 사람을 고정으로 쓰려면 일단 돈이 필요하니까요. 그 문제는 차후에 상권이 조금 더 살아났을 때 상가 사람들과 다시 논의를 할 겁니다.”
“음…… 앞으로 1년 후에는 거기 상권도 많이 살아나겠구먼.”
“지금 일단 목표는 6개월입니다. 6개월 이내로 어떡하든 상권을 살리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건 그렇고 이제 2주 후에는 아저씨 결혼식인데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죠?”
현성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희철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왜요?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그게…….”
“무슨 문제가 있군요?”
박희철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