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7)
회귀해서 건물주-327화(327/740)
327
고깃집에서 박희철과 헤어진 현성이 가게에 거의 도착했을 때였다.
‘누구지?’
누군가 가게 앞에서 서성이는 게 보였다.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니고 두 사람씩이나. 얼핏 보기에도 어린 여자아이 두 명이었다.
가게에 도착한 현성은 바로 물었다.
“너희들 누구니?”
“혹시 현성이 오빠 맞아요?”
둘 중 언니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현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내가 김현성인데, 너희는 누구야?”
“안녕하세요, 저는 이수민이고요, 얘는 제 동생 수연이에요. 우리 엄마가 신미숙이고요.”
“아, 너희들이 수민이 수연이구나.”
현성은 그제야 여자아이들이 누구인지 알았다. 이 아이들은 바로 열흘 전에 홍천 시내에 라면 가게를 오픈해준 신미숙의 두 딸이었던 것이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혹시 여기서 나 기다렸던 거야?”
“네, 오빠 보려고 왔는데 문이 닫혀있더라고요. 그래서 기다렸어요.”
“얼마나 기다렸어?”
“음…… 한 시간 정도요.”
한 시간이라는 말에 현성은 깜짝 놀랐다. 아무리 4월 말이라고 하지만 강원도라 저녁이면 제법 쌀쌀하다. 이 날씨에 한 시간씩이나 밖에서 기다렸다고 하니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현성은 일단 가게 문부터 열었다.
“일단 들어와. 꽤 추웠을 텐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한 시간씩이나 기다렸어?”
“아니에요. 그렇게 춥지 않았어요.”
이수민이 가게로 따라 들어오면서 말했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양쪽 볼이 이미 발그레하게 변해있었다. 그만큼 추웠다는 얘기다.
“혹시 너희들 저녁 먹었니?”
“아니요, 이제 가서 동생이랑 같이 먹을 거예요. 엄마는 어차피 10시쯤에 오시니까 우리끼리 먼저 먹거든요.”
“그래? 그럼 이 오빠가 라면 끓여줄까?”
“네? 그건…….”
이수민은 이수연을 한 번 바라보고는 뭐라 대답을 못 하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너희들 추운 데서 너무 떨었어. 이 오빠가 빨리 라면 끓여줄 테니까 여기서 저녁 먹고 가.”
“…….”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쳐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현성은 그런 이수민과 이수연을 번갈아 쳐다본 후 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잠시 후.
현성은 쟁반에 라면 두 그릇을 들고 나왔다.
“수연아, 수민아, 추울 테니까 얼른 라면 먹어.”
“이거 먹어도 돼?”
이수연이 언니인 이수민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이수민이 젓가락을 챙겨 주며 말했다.
“응, 어차피 오빠가 끓여준 거니까 고맙다고 인사하고 먹자.”
이수민의 말이 끝나자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고개를 숙였다.
“오빠, 잘 먹을게요.”
“……저도요.”
“그래, 얼른 먹어. 추운데 어서…….”
현성은 더 말하고 싶었지만 자신의 말이 길어질수록 이수민과 이수연이 더 불편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후루룩.
이수민이 먼저 라면을 먹기 시작하자 이수연이 이수민을 힐긋 바라본 후 그제야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이수민이 입을 연 건 라면을 반쯤 먹었을 때였다.
“오빠, 맛있어요.”
“맛있어?”
“네, 사실은 오빠가 끓여주는 라면을 먹고 싶었거든요. 친구들이 워낙 많이 자랑을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수민은 처음과 달리 한 번 입을 열자 말이 술술 나왔다.
그런 이수민을 보며 현성이 말했다.
“진작 오지 그랬어?”
“저도 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요.”
“왜?”
“음……, 그런 게 있어요. 근데 그 이유는 말할 수 없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현성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말이었다. 오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갔지만 그 이유를 말할 수 없다는 게 더 이해가 안 갔다.
그때 동생인 이수연이 작은 목소리로 이수민을 보며 말했다.
“언니, 얘기하면 안 돼.”
“알았어, 그러니까 걱정 말고 얼른 라면이나 먹어.”
“얘기하면 알지?”
이수연은 갑자기 주먹을 흔들었다. 그 행동은 이수민이 얘기하면 주먹으로 때리겠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현성은 궁금한 나머지 동생인 이수연을 보며 물었다.
“수연아, 그 주먹은 뭐야?”
“네? 아, 아니에요. 그냥 우리끼리 대화 방식이에요. 오빠는 몰라도 되는 거예요.”
“그런 게 어디 있어? 사람 궁금하게…….”
“히히, 아무리 그래도 말 못 해요. 절대로요.”
이수연은 머리까지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대답했다. 그러자 오히려 궁금한 건 현성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한테 자꾸 묻기도 이상한 상황이었다. 그렇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러자 건너편에 앉은 이수연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히히히…….”
“이수연, 진짜 그럴 거지?”
“제가 뭘요?”
새초롬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는 이수연의 눈빛에선 장난기가 잔뜩 묻어났다.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이수민이 동생의 옆구리를 살짝 찔렀다.
“이수연, 너 오빠한테 뭐 하는 거야?”
“응? 뭐가? 난 그저 오빠 모습이 귀여워서 웃었던 건데.”
“뭐?”
이수민은 이수연의 귀엽다는 말에 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현성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50을 넘은 현성이 3학년인 어린아이한테 귀엽다는 말까지 들었으니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스윽.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정수기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현성이 사라지자 두 아이는 기다리기라도 한 듯 서로를 마주 보며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현성은 씨익 웃고 말았다. 상황이야 어찌 됐든 이수민과 이수연의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자, 물 마셔.”
현성은 물을 두 사람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이수민이 물었다.
“오빠, 괜찮으세요?”
“응? 뭐가?”
“혹시 우리 때문에 삐진 거 아니죠?”
“…….”
현성은 어이가 없어 할 말이 없었다. 그런데 더 황당한 건 이 상황에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었다. 말을 안 하자니 정말 삐진 게 되고, 그렇다고 무슨 말을 하기엔 마땅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때 이수연의 입에서 더 황당한 말이 나오고 말았다.
“언니는! 우리 오빠가 무슨 밴댕인지 알아?”
“…….”
현성은 이수연의 ‘밴댕이’라는 말에 더 이상은 아무 할 말이 없었다.
잠시 후.
라면을 다 먹은 이수민과 이수연이 쭈뼛쭈뼛 현성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현성은 조금 전에 자리를 옮겨 주방 안쪽에 앉아 있었다. 차마 ‘밴댕이’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오빠, 이거요.”
이수민이 현성 앞으로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 뭐야?”
“저랑 수연이랑 만든 거예요. 사실은 이거 주려고 아까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이게 뭔데?”
“그건 오빠가 직접 확인해 보세요.”
“응? 그래? 근데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거야?”
“고마워서요. 엄마가 그랬거든요.”
“엄마가? 엄마가 뭐라고 하셨는데?”
“오빠 덕분에 우리가 살았다고요. 오빠 아니었으면 우리는 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가 없었을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수민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당연히 그다음 말이 무슨 말인지 궁금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물을 수는 없었다. 그러기엔 지금 이 상황 자체가 현성으로선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사실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이다. 물론 이수민과 이수연 때문에 신미숙을 도와준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어린아이들한테 그런 말까지 했을 줄은 몰랐다. 그만큼 신미숙의 입장에서는 간절했고 절박했었다는 얘기일 것이다. 어쨌든 그나마 장사가 잘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때 이수민이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엄마가 다시 웃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네, 오빠. 사실 우리 엄마가 예전에는 잘 웃었거든요. 그런데 아빠가 돌아가신 후부터는 웃음을 잃어버렸는지 웃지 않은 거예요.”
“…….”
“근데 라면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다시 웃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밤에 우리 몰래 울기도 했는데 요즘은 그런 거 전혀 없어요.”
현성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번엔 동생인 이수연이 작은 입을 열었다.
“이게 다 오빠 덕분이라는 걸 우리는 알고 있어요.”
“내가 무슨…….”
“아니에요. 오빠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우리가 학교를 다닐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우리 엄마가 다시 웃음을 찾은 것도 다 오빠 덕분이라는 걸 알고 있어요. 그래서 언니랑 고민하다가 이걸 만든 거예요.”
현성의 손에는 어느새 상자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래, 고마워. 뭔지는 모르겠는데 고맙게 잘 받을게. 그리고 앞으로 학교도 잘 다니고 혹시 무슨 고민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와. 오빠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들어줄게. 알았지?”
“네, 오빠!”
“네!”
이수민과 이수연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대답을 한 후 서로를 마주 보고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고개를 숙였다.
“오빠! 고마워요.”
“저도요. 그리고 답장은 안 해도 돼요.”
“응?”
현성은 순간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두 아이는 이미 뒤돌아서 가게 문을 나서고 있었다.
“이게 뭐야?”
혼자 남은 현성은 이수민과 이수연이 건넨 상자를 열었다.
상자 안에는 유리병 안에 종이학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리고 편지 두 장도 나란히 놓여있었다.
“뭐라고 썼을까?”
현성은 빙긋 웃으며 분홍색 편지부터 읽기 시작했다.
현성의 가게를 벗어난 이수민과 이수연.
이수연이 먼저 물었다.
“언니는 뭐라고 썼어?”
“너는?”
“내가 먼저 물었잖아. 언니가 먼저 대답해야지.”
“응…… 나는 아까도 얘기했지만 우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엄마한테서 웃음을 되찾아준 것도 고맙다고.”
“그게 다야?”
이수연은 못 믿겠다는 듯 이수민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수민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썼지. 그래서 꼭 대학 갈 거라고.”
“대학?”
“응, 그래야 나중에 오빠를 만날 수가 있잖아. 너도 알잖아? 우리 오빠가 공부 잘하는 거. 그러니까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에 있는 대학 갈 거야.”
“쳇! 그렇다고 언제부터 우리 오빠래?”
이수연은 입을 빼죽 내밀었다.
그러자 이수민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이수연, 너야말로 아까 반칙한 거 알지?”
“내가 뭘?”
“아까 오빠 앞에서 네가 먼저 우리 오빠라고 그랬잖아. 그건 어디까지나 반칙이지. 안 그래?”
“내가 그랬어? 난 기억 안 나는데…….”
“너 진짜 그럴 거야? 아까 분명히 밴댕이 얘기하면서 우리 오빠라고 그랬거든.”
“글쎄…… 왜 나는 생각이 안 나지……?”
이수연은 일부러 약이라도 올리려는 듯 고개까지 흔들며 말했다.
그러자 이수민이 그런 이수연을 잠깐 흘겨보더니 바로 물었다.
“그런 너는, 오빠한테 뭐라고 썼어?”
“음…… 비밀!”
“뭐? 그런 게 어디 있어? 나는 다 얘기했는데?”
“누가 얘기하래? 언니 빨리 가자. 엄마 오기 전에 청소 끝내려면 서둘러야 돼. 아까 우리 오빠 기다리느라 시간을 너무 까먹었어.”
이수연은 그 말을 끝으로 골목을 서둘러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수민은 황당하다는 듯 이수연의 뒷모습을 노려봤다.
그러기를 잠깐.
“야, 이 여우 가시나야. 너 거기 안 서?”
이수민은 이수연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그 시각.
현성의 손에는 하얀 편지지가 들려 있었다.
편지를 읽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하, 하하하…….”
현성이 웃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마지막 줄에 쓰여 있는 글귀 때문이었다.
– 오빠, 9살 차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