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8)
회귀해서 건물주-328화(328/740)
328
현성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박희철은 서랍장에서 노트부터 꺼냈다. 그리곤 바로 노트를 펼쳤다.
“음, 여기 있군.”
박희철이 찾아낸 전화번호의 주인은 미국에 사는 큰아들 박민수였다.
망설일 거 없이 바로 번호를 눌렀다.
– 여보세요.
“아비다.”
– 네, 아버지. 무슨 일이세요?
“바쁠 테니 용건만 바로 말하마. 다다음주 일요일이 무슨 날인지는 알고 있지?”
– 그 문제라면 이미 끝난 얘기잖아요. 아버지가 올해로 환갑입니다. 그런데 이제 무슨 또 결혼을 하신다고……, 지난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저는 그 결혼식 인정 못 합니다.
“끝까지 인정을 못 하겠다 이거지?”
– 네, 저는 지난번에도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새엄마가 생긴다는 것도 우리로서는 피곤하고요.
“뭐? 피곤?”
박희철은 어이가 없었다. 부모가 결혼을 하겠다는데 자식의 입에서 나온다는 말이 피곤하다는 말이 나오니 황당할 뿐이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자식을 그렇게 만든 것 또한 자신의 책임이니 그저 씁쓸할 뿐이었다.
– 그러니까 이제 그 얘기는 그만 하세요. 그 얘기 하실 거라면 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알았다. 다 내 잘못이니 누구를 탓하겠냐?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마지막으로 하나다.”
– 하나요? 그게 뭡니까?
“2억!”
– 네? 2억이요?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그러니까…….”
박희철은 아까 현성과 나눴던 얘기를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땅 얘기는 기본이고 2년 후에는 2억을 주겠다는 얘기도 빠트리지 않았다. 박희철의 설명이 끝나자 박민수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하하, 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왜? 아비가 거짓말하는 거 같냐?”
– 아니, 그게 지금 말이 됩니까? 결혼식에 참석하면 2년 후에 2억을 주겠다니, 그리고 더 말이 안 되는 건 지금의 땅이 2년 후에 100배로 뛴다니, 그 말을 저보고 지금 믿으라는 겁니까?
“믿고 안 믿고는 네 자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나는 미리 얘기했다. 나중에 딴소리해봐야 아무 소용없을 거라는 것만 알아라.”
– 아니, 무슨 그런…….
박희철은 박민수가 말을 끝내기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먼저 하나만 묻자.”
– 네? 뭡니까?
“내가 지금까지 평생을 살면서 너한테 거짓말한 적 있느냐? 특히 돈에 관해서 말이야.”
– 그거야…… 없지요. 주신다고 해놓고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은 없으니까요.
“내 말이 그 말이야.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너희들한테 거짓말을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명심해라. 그리고 난 이 전화를 똑같이 네 동생인 범수한테도 할 거란 얘기야.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지?”
– 형제지간에 경쟁이라도 붙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입은 삐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라고 했다. 경쟁이 아니라 공평한 기회를 주겠다는 거다. 그러니까 선택은 각자 알아서 하라는 얘기야. 그리고 하나 더 얘기하자면 한 사람한테만 몰아줄 수도 있다는 거 명심해라.”
– 결국은 경쟁이네요. 좋습니다. 그럼 저도 한 가지만 여쭙겠습니다.
“그래, 뭐냐?”
– 그 땅이 어딥니까?
“그 땅?”
– 네, 아버지가 투자했다는 그 땅 말입니다. 저로서도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 지금 그 말은 이 아비 말을 못 믿고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거지?”
– 그게 꼭 그런 건 아니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됐고, 내가 그것까지 가르쳐주고 싶지는 않구나. 난 이번 기회에 너희들의 진심을 확인하고 싶은 거니까 이제부터 모든 결정은 네가 알아서 하려무나. 그리고 분명히 말하지만 앞으로는 아무 조건 없이 너희들한테 1원 한 장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는 거 분명히 하마. 그러니까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라. 내가 하고 싶은 얘기는 다 했으니까 이만 끊는다.”
– 아버지! 아버지…….
뚝.
박희철은 수화기 너머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냉정하게 전화를 끊었다. 어차피 수화기를 더 붙들고 있어 봐야 똑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란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후!”
전화를 끊은 박희철은 짧은 심호흡을 내뱉었다.
‘이 기분은 뭐지?’
묘한 감정이 가슴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듯했다.
평생을 살면서 가장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그건 바로 자식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어떡하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어려서부터 유학을 보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그게 바로 패착이었다. 더군다나 6년 전에 남은 유산까지 모두 정리해서 두 녀석한테 나눠주고 나니 그다음부턴 말 그대로 남남이 되고 말았다.
그나마 재산이 남아있을 땐 1년에 한 번이라도 왔다 가던 녀석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마저도 발길을 끊고 말았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나자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자식들 원망도 많이 했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게 자신의 탓이었기에 누구도 원망할 수가 없었다. 남는 건 오로지 회한뿐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렇게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그건 바로 현성과의 만남.
그로 인해 어마어마한 돈이 생기게 됐다. 물론 2년 후이긴 하지만.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50억. 처음엔 10억만 갖겠다고 했지만 현성은 그럴 필요 없다고 하면서 50억 전체를 가지라고 했다.
물론 그 이유는 현성 앞으로 5억을 더 투자했기 때문이다. 그 돈만 해도 나중에 500억이 되니 자신은 그 돈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그러겠노라고 했다.
50억.
평생을 두고도 만져볼 수 없었던 돈이다. 그 돈만 손안에 들어온다면 세상에 못 할 게 뭐 있겠는가 말이다.
그중에서도 당연히 가장 먼저 욕심이 나는 건 역시 자식이다. 실패한 자식 농사에 대한 회한.
어차피 돈으로 망친 자식들이다. 돈이면 최고인 줄 아는 녀석들이다.
돈!
돈 때문에 자식을 망쳤는데, 그 돈이 다시 생긴다.
한 번 실패했는데 똑같은 실패를 또다시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이번엔 기회다.
물론,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조건 없이 무조건 주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아주 조그만 것부터라도 하나씩 바꿀 수만 있다면, 그러면 되는 거다.
“후후!”
박희철의 표정은 어느새 자신감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 그가 다시 일본에 있는 둘째한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휴우…….”
전화가 끊기자 박민수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이 길게 나왔다.
그러자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내 윤미영이 물었다.
“아버님 아니야?”
“맞아.”
“근데 무슨 한숨을 그렇게 쉬어? 아버님이 뭐라고 하셨는데?”
“그게…….”
박민수는 쉽게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버지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전화를 해서는 결혼식에 참석하면 2억을 주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박민수가 말을 제대로 안 하자 윤미영이 바로 물었다.
“뭔데 그래?”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돼서 말이야. 글쎄, 아버지가…….”
박민수는 조금 전 아버지와 통화했던 내용을 아내인 윤미영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민수의 설명이 길어지자 윤미영의 표정이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박민수의 설명이 끝나자 윤미영이 바로 물었다.
“2억?”
“그래, 당신의 결혼식에 참석을 하면 2억을 주신다는 거야. 이게 말이 되냐고?”
“아버님이 혹시 우리 오게 만들려고 거짓말하시는 거 아닐까?”
“나도 처음엔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던 건 아닌데…….”
“또 다른 말씀이라도 하신 거야?”
“응, 그게 글쎄 땅 얘기를 하시더라고.”
“땅? 아버님한테 땅이 있으셨나……, 자기가 지난번에 아버님한테 더 이상 땅은 없다고 했잖아.”
“그건 사실이야. 6년 전에 우리한테 미리 유산을 주신다면서 있던 땅은 다 팔았거든. 그때 남은 건 집 근처에 있는 선산밖에 없었어.”
사실이다.
그 당시에 아버지는 작정이라도 하신 듯 그동안 가지고 있던 모든 땅을 다 팔았다. 심지어는 경기도에 투자했던 땅까지도 다 처분을 했었다. 그때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 개월 지났을 때였다.
윤미영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고 지금 그 선산을 말하는 건 아닐 거 아냐? 어차피 그 촌구석에 있는 선산이 돈이 되는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그거야 물론이지.”
“그런데 2억은 또 무슨 소리야?”
“작년에 땅을 사셨다고 하시더라고. 그런데 그 땅이 2년 후에는 100배로 뛴다는 거야.”
“100배? 거기가 어딘데?”
박민수는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그걸 말씀을 안 하시네.”
“왜? 돈은 2억을 주신다고 말씀하시면서 그건 왜 비밀로 하시는 거야?”
“우리의 진심을 알고 싶다는 거야?”
“진심?”
“응, 그래. 그러니까 우리가 당신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 알고 싶다는 거야. 내가 볼 땐 아무래도 결혼식에 우리를 참석시키기 위해서 거짓말하시는 거 같은데.”
“거짓말? 아버님이? 그건 아닐 거 같은데. 아버님이 지금까지 당신한테 거짓말한 적 있어?”
윤미영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박민수가 바로 말을 이었다.
“물론, 그거야 없지.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잖아. 갑자기 2억이라니, 그리고 동생한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거야.”
“도련님한테도? 그럼 뭐야? 합이 4억이잖아.”
“그러니까 말이야. 안 오면 한 사람한테 몰아 줄 수도 있다고 말씀하시더라고.”
“몰아줘? 결국은 결혼식에 오라는 거네. 그래서 어떡할 거야?”
“나도 그게 고민이야. 가자니 귀찮고 안 가자니 돈이 눈에 밟히고, 돈이 한두 푼이라야지. 자그마치 2억이야, 2억.”
“음……, 일단은 도련님한테 확인부터 해봐. 진짜 아버님이 똑같은 말씀을 하셨는지 말이야.”
윤미영의 눈빛이 반짝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2억이란 돈이 걸려있으니 말이다.
“그럴까? 잠깐만…….”
박민수는 바로 일본에 있는 동생한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 여보세요.
“범수야 난데, 별일 없지?”
– 응. 그런데 형이 웬일이야? 혹시 아버지가 형한테도 전화했었어?
“응, 30분 전에 전화 왔었어. 다다음주에 있는 아버지 결혼식에 참석하라고 말이야.”
– 나한테도 같은 말씀을 하셨어. 그런데 갑자기 이상한 말씀을 하시더라고. 글쎄, 결혼식에 참석하면 2년 후에 2억을 주시겠다는 거야. 혹시 형한테도 그런 얘기 하셨어?
“응, 그래서 너는 어떡할 거야?”
– 아직 잘 모르겠어. 그런데 아버지한테 그런 돈이 있었어? 몇 년 전에 다 정리해서 우리한테 준 거 아니었어?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
– 형은 그래서 어쩔 거야?
“나도 지금은 잘 모르겠어. 그리고 다른 말씀은 없었어?”
박민수는 그 말을 하며 아내인 윤미영을 바라봤다. 혹시나 아버지가 땅 얘기를 동생한테도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윤미영이 전화기 옆으로 바짝 다가왔다.
– 아니, 다른 말씀은 없었는데, 왜? 뭐 다른 게 또 있어?
“아, 아니. 그건 아니고, 난 또 혹시나 하고 말이야. 알았다. 혹시 어떻게 할 건지 결정되면 전화 한 번 줘.”
– 알았어, 형.
뚝.
전화를 끊자마자 윤미영이 바로 물었다.
“도련님이 뭐래? 혹시 아버님이 땅 얘기도 하셨대?”
“글쎄, 그건 아닌 거 같아.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다른 말씀은 없었다는데.”
“혹시 도련님이 거짓말하는 거 아닐까?”
“음…… 글쎄, 그런 거 같지는 않은 거 같아. 아니지, 혹시 그건 모르지. 이 녀석이 가끔 암한 구석이 있거든.”
“맞아. 나도 몇 번 안 봤지만 도련님 눈빛이 좀…….”
“그건 그렇고 어쩌냐? 무시하기엔 금액이 너무 큰대.”
“당신 친구 중에 부동산 하는 친구 있다고 하지 않았어? 당신하고는 친하다고 했잖아?”
“아, 맞다. 형석이. 그 녀석한테 부탁을 하면 되겠구나.”
박민수는 노트에서 급하게 전화번호를 찾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전화번호를 찾은 박민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형석아, 나야. 민수.”
– 여어, 민수. 어디야? 혹시 한국 왔냐?
“아니야, 여기 미국이야. 너한테 부탁할 게 있어서.”
– 뭔데? 좋은 건수라도 있는 거야?
“사실은 우리 아버지가 땅을 사셨다는 데 거기 정보 좀 필요해서. 네가 좀 알아 알아봐 줄 수 있을까?”
– 그 정도야 당연히 내가 해줘야지. 그리고 아버님이 땅을 사셨다면 알짜 정보일 수도 있고 말이야. 아버님 함자하고 주소만 얘기해 줘. 내가 바로 알아볼 테니까. 우리 팀이 그런 건 또 빠르거든.
“오케이, 우리 아버지 이름이…….”
박민수는 아버지의 이름과 주소를 가르쳐줬다. 그리고는 몇 마디 인사를 더 나누고 전화를 끊었다.
이형석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다음 날 오후였다.
– 민수야 찾았다.
“벌써?”
– 내가 어제 말했잖아. 우리는 팀으로 움직인다고.
“그래서, 아버지가 산 땅이 어디야?”
– 일산.
“일산?”
– 어, 근데 그게 말이야. 이상해.
“이상해? 뭐가? 혹시……?”
박민수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때 이형석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