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29)
회귀해서 건물주-329화(329/740)
329
– 야산이야.
“야산? 그게 무슨 소리야?”
– 아버님이 산 땅이 야산이라고. 이런 경우는 목적이 하나밖에 없어.
“하나? 그게 뭐야?”
– 투자. 아니, 이건 투자라고 할 수가 없어. 이건 누가 봐도 투기야. 그렇지 않고서는 그런 땅을 살 이유가 없어.
박민수는 이형석의 말을 듣는 순간 아버지의 말이 생각났다. 100배로 뛴다는 말. 바로 아버지가 어제 전화로 했던 말이다.
친구 이형석은 춘천에서 부동산 컨설팅을 하는 친구다. 지역만 춘천이지 전국을 돌며 땅만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그런 친구다. 그런 친구의 입에서 투기라는 말이 나왔다. 그 말은 결국 아버지가 산 땅은 정상적인 투자 개념이 아니라는 얘기다.
즉, 모 아니면 도란 얘기다.
이런 경우는 둘 중의 하나다. 진짜 대박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애물단지. 누군가의 감언이설에 속아 샀을 것이다. 물론 그 누군가는 당연히 대박을 전제로 했을 것이고. 아버지가 얘기했듯이 100배는 기본이라는 밑밥을 깔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걸 철석같이 믿는 아버지라는 것.
박민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었다.
“네가 볼 때는 그 땅이 어때?”
– 우리는 이런 땅 쳐다보지도 않지. 아무런 정보가 없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정보가 없으면 안 움직여. 우리 정보라인이 이래 봬도 꽤 확실하거든.
“그러니까 그 말은 그 땅이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야?”
– 우리 시각에서는 그래. 근데 아버님은 그 땅을 왜 사신 거야? 그것도 한두 푼도 아니고 자그마치 5천만 원씩이나 주고 말이야.
“뭐? 5천만 원?”
박민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가 말한 건 2억이다. 거기다 동생한테도 2억을 얘기했으니 합이 4억이다.
그리고 2년 후에 그 땅이 100배로 뛴다고 했으니까 원금은 4백만 원이라는 얘기가 된다. 물론 세금 등 기타비용은 계산 편의상 무시한 금액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5천만 원이라니…….
박민수는 또 하나 궁금한 게 생겼다. 아버지의 말대로라면 2년 후 그 땅은 50억이 된다. 100배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그중에서 2억을 얘기했다. 물론 동생까지 합치면 4억.
그 많은 돈 중에 4억이라, 이건 말이 안 된다.
몇 년 전에 유산을 미리 나누어줄 때만 해도 아버지는 당신이 생활할 최소한의 것만 제외하고 모든 걸 우리 형제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이젠 50억 중의 4억이라니…….
‘잠깐!’
박민수는 아버지가 어제 했던 말이 생각났다. 앞으로는 1원 한 장 아무 조건 없이 그냥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설마……, 아버지가 변한 건가?’
박민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때 이형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야, 통화하다 말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어? 아, 아니야. 그냥 잠깐……. 그러니까 결국 네 생각엔 그 땅은 아니란 거지?”
– 그게 말이야…… 그런데 이상해.
“이상하다고? 그건 또 무슨 소리야?”
– 아버님이 그 동네네 두 번을 오셨더라고.
“두 번? 그럼 두 번에 나누어서 그 땅을 사셨다는 거야?”
– 아니, 그건 아니고 처음엔 아버님 명의로 땅을 사신 게 맞아. 근데 그다음엔 다른 사람 명의로 사셨더라고.
“다른 사람 명의? 그게 무슨 말이야?”
– 그게 이상한 게 꼬맹이야. 김현성이라고, 고등학생.
“김현성? 그게 누구야?”
– 그래서 대충 알아보니까 지금 현재는 3학년이고 라면 가게를 운영하고 있더라고.
박민수는 들을수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이 라면 가게를 한다는 것도 그렇고 그 학생이 아버지와 함께 땅을 샀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됐다.
“그러니까 그 학생이 땅을 샀다는 거지? 그 학생도 물론 일산의 땅을 산 거고? 아버지와 함께 말이야.”
– 응, 근데 문제는 그 금액이 장난 아니야.
“얼만데?”
– 5억.
“5억? 그게 말이 돼? 학생이 무슨 …….”
박민수는 점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학생이 땅을 산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 금액이 또 5억이라니…….
이형석의 입에서도 비슷한 말이 나왔다.
– 아무리 생각해도 금액이 너무 커. 그냥 단순하게 샀다고 하기엔 뭔가 찝찝해. 그래서 좀 더 알아봤는데 우리로서는 별다른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어.
“너희 팀도 정보력이 상당하다며?”
– 그러니까 이상하다는 거야. 우리 레이다에는 안 잡히는데 아버님은 그 땅을 샀으니까 말이야. 도대체 아버님은 무슨 이유로 그 땅을 사셨는지 모르겠다고. 그렇다고 아버님이 아무 생각 없이 그 땅을 사시지는 않았을 테고 말이야.
“그래서, 결론은 뭐야?”
– 모르겠어.
“뭐라고? 야, 전국의 땅 정보는 다 꿰고 있는 전문가가 그런 소리를 하면 어떡해? 그러지 말고 레이다 좀 제대로 돌려봐. 나한테는 엄청 중요하단 말이야.”
– 음……, 그래서 내 생각인데 아버님한테 직접 여쭤보는 건 어때?
“씨알도 안 먹혀. 내가 오죽했으면 너한테 부탁을 했겠냐?”
– 미안하다. 나로서도 이건 뭐라고 말할 수가 없다. 처음엔 그냥 아버님이 헛다리 짚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단정하기엔 움직인 돈이 너무 커. 아무래도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같아.
“그러니까 결론은 모르겠다는 거네?”
– 그렇지. 솔직히 우리가 다 알 수는 없는 거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우리의 영역이 아닌 거 같아.
박민수는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클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컨설팅만큼은 실력으로 알아주는 친구다. 법인은 아니지만 오히려 실속 있는 정보력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그런 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팀이 움직였는데도 아무런 정보를 줄 수 없다고 하니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후!
박민수는 짧게 심호흡을 한 후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알았어. 혹시라도 뭔가 나오면 바로 연락 줘.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 어, 그래. 말해봐. 뭔데?
“혹시 말이야, 그 땅이 100배로 뛰려면 어떤 변수가 있어야 되는 거야?”
– 뭐? 100배? 하하……, 누가 그래? 아버님이 그 땅이 100배로 뛴다고 그래?
“아니, 꼭 그런 건 아니지만……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
– 그런 경우는 하나밖에 없어.
“하나? 그게 뭔데?”
– 신도시!
이형석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만큼 답변에 자신 있다는 얘기다.
박민수는 눈을 반짝이며 바로 물었다.
“신도시? 만약 신도시로 발표가 난다면 그 정도로 뛴다는 거지?”
– 물론이지. 만약 그렇게만 된다면 최소한 100배는 기본이고, 혹시라도 그 땅에 아파트 단지라도 들어서게 된다면 그 이상도 가능하지. 근데……, 미안하지만 일산은 아니야. 우리도 혹시나 해서 그쪽을 염두에 두고 레이다를 돌려봤거든.
“근데?”
– 깨끗해. 깨끗해도 너무 깨끗해.
“그 말이 무슨 말이야? 깨끗하다니?”
– 움직임이 없다는 거야. 보통 아버님같이 일반인이 움직일 정도면 선수들은 몇 년 전에 움직이거든. 특히 사모님들 말이야.
“사모님들?”
– 그래, 이 바닥에서도 알아주는 사모님들이 있거든. 어차피 남자들은 밖에서 일만 하지만 실속을 차리든 건 사모님들이거든.
“국회의원들 말이야?”
– 그 사람들뿐이겠냐? 물론 100%는 아니지만 나라에서 월급 받는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아니, 새삼스럽게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거나 치맛바람이 안 불어.
“결국은 신도시도 아니라는 얘기네.
– 우리 판단으로는 일단 최소한 5년 이내에는 일산 쪽은 아무것도 없어. 오히려 경기 남부라면 모를까. 하여간 그래.
쩝.
박민수는 입맛을 다셨다.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물었던 건데 최소한 5년 이내에는 그럴 일이 없다고 하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았다. 어쨌든 수고했고, 한국 들어가면 연락할게. 그럼 이만…….”
뚝.
박민수는 어쩔 수 없이 허탈한 마음으로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옆에 있던 아내 윤미영이 기다렸다는 듯 바로 물었다.
“뭐래?”
“모르겠대, 자기들도.”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형석 씨 전문가라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모른다고?”
“응, 팀이 움직여서 조사를 했나 봐. 그런데도 자기들로서는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대.”
윤미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물었다.
“아까 얼핏 듣기엔 아버님이 5천만 원을 투자했다고 하는 거 같던데, 그게 사실이야?”
“응, 나도 놀랐어.”
“아버님한테 그만한 돈이 있었나?”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아버지가 사채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아무래도 그 돈인 거 같아. 나도 솔직히 이번에 놀랐어. 근데 문제는 그 5천이 아니야.”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만약 아버지 말씀대로 그 땅이 100배로 뛰기라도 하는 날에는…….”
박민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미영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100배? 그럼 50억?”
“그래, 어디까지나 만약이지만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야.”
“당연히 그렇지. 당신이 장남인데, 어?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아니, 그렇잖아. 아버님 말씀대로 그 땅이 100배로 뛴다면 50억이잖아. 근데 어제 아버님은 2억만 주신다고 했잖아. 그것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조건으로 말이야. 그럼 남는 돈은 어떻게 되는 거야?”
윤미영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제지간에 각 2억씩 주고 세금을 뗀다고 하더라도 대충 40억 정도는 남는다. 그 돈에서 최대한 양보해 50%만 받는다고 해도 20억이다. 그 돈이면 굳이 타국에서 살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남들은 미국이 좋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자신은 그래도 한국이 더 좋기 때문이다.
박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도 지금 그게 마음에 걸려. 처음엔 그저 2억도 많다고 생각했는데, 왜 그 돈만 준다고 했는지 말이야. 동생 주고 세금 떼고 대충 계산해도 40억이잖아. 그중에서 반만 준다고 해도 20억이란 말이야. 그러면 당신이 항상 얘기하는 것처럼 여기 정리해서 한국 들어가도 평생 일 안 하고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란 말이야.”
“내 말이……, 그런데 왜 아버님은 2억만 주신다고 했을까? 혹시…….”
“혹시 뭐?”
“새장가 들면서 새어머니한테 주시려고 그런 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
“응? 설마…….”
박민수의 얼굴에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졌다.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건 아버지의 마지막 말이었다. 앞으로는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1원 한 장 공짜로 주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던 말.
윤미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근데, 진짜 그 땅이 100배로 뛸까?”
“그걸 모르겠으니 미치겠다는 거야. 형석이 말로는 100배로 뛸 수 있는 조건은 신도시밖에 없다는 거야.”
“신도시?”
“그래, 그런데 문제는 자기가 알아본 바로는 최소한 5년 이내에는 일산이 신도시로 발표될 일은 없다는 거야.”
“아버님은 2년이라고 그랬잖아.”
“그러니까 미치겠다고. 결국, 두 사람 중의 한 사람은 틀렸다는 얘긴데…….”
박민수가 고민하는 이유는 하나다.
바로 ‘만약’이라는 변수다.
아버지와 친구, 두 사람 중의 믿음이 가는 건 당연히 친구 이형석이다.
객관적인 시각에서는 누가 봐도 이형석의 말이 맞는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이라는 변수다.
혹시 친구의 말을 믿고 아버지의 말을 무시했다가 만에 하나 아버지의 말이 맞는 날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2억? 그건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는 나머지 돈이다. 최소한 자신의 몫인 20억. 그걸 감당할 자신이 도저히 없는 것이다.
그때 윤미영이 진중하게 박민수를 불렀다.
“자기야!”
“응? 왜?”
“내 생각엔 이건 더 이상 고민할 게 아닌 거 같아.”
“그 말은…….”
“당장 2억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달린 문제야. 만약 우리가 아버님 결혼식에 안 갔다가 만약 2년 뒤에 진짜 아버님 말씀대로 그 땅이 뒤집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어쩔 거야? 그 뒷감당을 할 수 있겠어?”
박민수는 대답 대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자 윤미영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눈 딱 감고 갔다 오자. 그리고 2년만 기다리자.”
“내 생각도 그래. 우리 아버지가 지금까지 살면서 약속을 어긴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어쩌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될지도 몰라. 자그마치 20억이라고, 20억.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아버지한테 간다고 먼저 연락해야겠다.”
“기다려.”
“어? 뭘?”
윤미영은 검지를 살짝 좌우로 흔들며 말을 이었다.
“먼저 움직이지 마. 도련님이 어떻게 나오는지 일단 지켜보자고.”
“아, 맞다. 아버지가 한쪽으로 몰아 줄 수도 있다고 그랬으니까. 역시 이럴 때 보면 당신이 머리가 좋아.”
“…….”
윤미영은 대답 대신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박민수도 그런 윤미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모르는 게 있었다. 박희철이 무조건 퍼주던 예전의 박희철이 아니란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