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30)
회귀해서 건물주-330화(330/740)
330
“아저씨가?”
“그래, 너도 알다시피 이제 결혼식이 10일밖에 안 남았잖아. 그렇다 보니까 아저씨가 너와 미리 밥이라도 한 끼 먹고 싶다고 하시더라고.”
“그건 좀 그런데…….”
이정우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머리를 살짝 긁었다.
물론 이해는 간다. 아무리 엄마와 결혼을 한다고 하지만 어쨌거나 남일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단둘이 식사를 한다는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왜, 부담스러워?”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게 이상하지. 난 그저 시간이 약이라고 보는데.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어색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물론 네 말도 틀린 건 아닌데 그래도 아저씨 입장에서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거 같던데. 그러니까 나한테 부탁을 했지.”
“할 말?”
“응, 아무래도 한 가족이 되는 거잖아. 당연히 할 말이 왜 없겠어?”
“듣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아저씨랑 단둘이 있기엔 솔직히 좀 그런데……. 혹시 같이 가줄 수 있어?”
“나도 같이?”
“응, 아무래도 네가 같이 있으면 내 맘이 좀 편할 거 같아서. 그건 아마 아저씨도 마찬가지일 거고.”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만 있기에는 좀 어색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중간에 있다면 그 어색함은 아무래도 덜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황 봐서 잠깐 자리를 피해 주면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고.
“그래, 알았어. 그게 너한테 심리적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고마워.”
“자식, 무슨 그런 걸로 우리 사이에…….”
현성은 가볍게 이정우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자 이정우가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농담이 아니고 진짜 고마워!”
“뭐냐? 말이 좀 무겁다?”
“우리 엄마 말이야.”
“아, 어머니?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이젠 완전히 마음이 바뀌었나 보네?”
이정우는 이틀 전까지도 어머니가 재혼하는 거에 대해서 반대는 안 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엔 아직 어렵다고 했었다. 그 이유는 돌아가신 아버지 때문이라고 했다. 왠지 아버지를 버린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었다.
“응, 이제는 나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어. 사실은 어제 수업 끝나고 아버지한테 갔다 왔어.”
“산소에?”
“응, 아버지한테 얘기는 해야 할 거 같아서 말이야.”
“음…… 그랬구나.”
“그리고 네 말대로 생각을 바꾸기로 했어. 아버지를 버리는 게 아니라 새로운 아버지가 한 사람 더 생기는 걸로 말이야.”
“진짜야?”
현성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신경이 쓰였었다.
물론, 반대는 안 하지만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엄마의 재혼을 축하해 줄 수 없다는 말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했지만 그게 마음처럼 잘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직은 어리기에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강제로 그 마음을 바꿀 수도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그 안타까움은 더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마음을 바꿨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반가운 마음에 목소리가 자신도 모르게 커졌던 것이다.
“응, 그렇게 마음을 바꾸고 나니까 그동안 머릿속이 무거웠는데 이젠 개운해졌어.”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그거 때문에 신경이 쓰였었는데. 그런데 어떻게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그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네가 그랬잖아.”
“내가? 내가 뭘?”
“오로지 엄마만 생각하라고. 엄마의 인생이라고 말이야. 그게 엄마를 위한 거고 결국은 나를 위한 거라고 말이야.”
이정우의 어머니인 신명순의 나이는 이제 40대 중반이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이정우한테 했던 말이 어머니의 인생을 생각하라는 거였다. 자신의 감정 때문에 어머니의 인생이 힘들어진다면 그 또한 자식 된 도리로서는 할 짓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행히도 그 말에 이정우의 마음이 움직인 듯했다.
툭.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다시 한번 가볍게 쳤다.
“잘했어!”
“잘한 거 맞지?”
“물론이야. 혹시 어머니도 그 사실을 알아?”
“응, 오늘 아침에 일찍 말씀드렸어. 그동안 엄마도 내색은 안 했지만 은근히 신경 쓰시는 것 같더라고.”
“어쩐지…….”
“그게 무슨 말이야? 오늘 우리 엄마가 뭐라고 그랬어?”
“아니, 뭐라고 그런 건 아니고 오늘 아침에 출근하셨는데 다른 날하고 다르게 힘도 넘치고 얼굴이 화사할 정도로 밝으시더라고. 역시, 다 이유가 있었던 거네.”
“정말이야?”
“물론이지. 내가 오죽했으면 무슨 일 있느냐고 여쭤봤었어. 그런데 아무 일도 없다면서도 계속 웃으시는 거야.”
이정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내가 그동안 아무래도 주접을 떨었던 거 같아.”
“주접이라니? 그건 아니야. 네 입장에서는 충분히 고민할 수 있는 상황이었어. 그래도 어쨌거나 이렇게 다 웃을 수 있는 결론을 내줘서 고맙다. 잘했고, 역시 이정우다.”
“나야말로 고마워, 만약 나 혼자였다면 이런 결정을 내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참! 그리고 이상한 일이 있었어.”
“이상한 일? 그게 뭐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바로 말했다.
“아버지 산소에 누가 왔다 갔나 봐. 어제 산소에 갔는데 술이랑 과일이 있더라고.”
“누가? 혹시 어머니 아니야?”
“그래서 물어봤는데, 엄마는 아니래.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버지 산소가 아무나 그냥 지나가다가 들를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
“물론이지. 산 중턱에 있으니까 일부러 작정하고 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곳이지.”
“그러니까 말이야. 엄마하고 나 아니면 거기 갈 사람이 없는데…….”
일부러 작정을 하고 가기 전에는 갈 수 없는 곳이다. 그 말은 누군가 일부러 갔다는 얘긴데…….
잠깐!
현성의 머릿속에 얼핏 한 사람이 떠올랐다.
“혹시 말이야…….”
“왜? 누구 짐작이라도 가는 사람 있어?”
“내 생각에는 혹시 아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데…….”
“아저씨? 에이, 설마 아무리 그렇다고 그 아저씨가 우리 아버지 산소에? 그건 아닐 거 같은데.”
“글쎄다, 그렇지 않고서는 누가 거기까지 일부러 올라간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상하다고. 그건 그렇고 그 아저씨랑은 언제 만나면 되는 거야?”
“오늘.”
“오늘?”
현성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응, 사실은 지금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실 거야.”
“야, 김현성. 그러고 보니까 너 오늘 나를 부른 이유가 그 아저씨 때문이었어?”
“맞아. 아저씨가 너를 꼭 보고 싶다고 하셨거든.”
“내가 만약 거절했으면 어쩌려고 미리 약속을 잡은 거야?”
“내가 잡은 게 아니고 그 아저씨가 먼저 기다리신다고 그랬어. 만약 오늘 아니면 내일도 기다린다고 하셨거든.”
“아니, 내가 무슨 제갈량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이정우는 오히려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까지나 앞으로 아버지가 될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보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것에 고마움보다도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이정우는 미안한 마음에 바로 물었다.
“식당이 어디야?”
“서명 가든.”
“서명 가든? 거기서 나를 기다리신다고?”
이정우는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서명 가든은 이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다. 솔직히 지금까지 말만 들었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할 정도로 고급스러운 식당이다. 그런 식당에서 자신을 기다린다는 건 그만큼 자신을 귀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이기에 이정우로서는 놀라는 건 당연했다.
“아마 아저씨는 거기서 두 시간 전부터 기다렸을 거야.”
“인마, 그럼 진작에 그렇다고 말했어야지. 이제 와서…… 됐고, 어서 가자.”
이정우는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현성도 미소를 지으며 이정우의 뒤를 따랐다.
30분 후.
서명 가든에 도착하자 종업원이 두 사람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박 회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현성을 알아본 종업원은 두 사람을 바로 룸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이미 박희철이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들어가자 박희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두 사람을 맞았다. 그만큼 박희철은 이정우에 대한 예를 표하고 있었다.
“어서 오게.”
“안녕…… 하세요.”
이정우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자 박희철이 반갑게 이정우를 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와줘서 고맙네. 어서 앉게.”
“네…….”
이정우가 자리를 잡고 앉자 그제야 박희철이 현성을 보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거 또 자네의 신세를 지는구먼.”
“신세는 무슨 신셉니까? 저야 오히려 정우 덕분에 근사한 저녁도 먹고 좋습니다. 그나저나 너무 오래 기다리신 거 아닙니까?”
“아니, 괜찮네. 이 정도쯤이야 얼마든지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네.”
현성은 그런 박희철을 보며 빙긋 웃었다. 거짓말이 아니라 박희철의 표정에서는 전혀 피곤한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할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박희철의 진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까 얘기했던 고기 좀 넉넉히 주고 맥주도 두 병 주게. 오늘은 내가 여기 이 친구들과 한잔해야겠네.”
“네, 회장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종업원이 물러가자 박희철이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아직 저녁 안 먹었지?”
“네, 현성이가 저녁 먹지 말고 나오라고 해서 아직 안 먹었습니다.”
“잘했네. 그리고 이렇게 와줘서 고맙고.”
“아닙니다. 오히려 제가 고맙습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안 쓰셔도 되는데…….”
이정우는 고개를 살짝 숙였다. 고마움의 표시였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는 예상을 못 했었다.
조금 전에 현성이가 서명 가든에서 아저씨가 기다린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놀랐던 건 사실이다. 그만큼 이 동네에서 서명 가든이 갖는 상징성은 특별하니까.
하지만 그건 돈이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하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조금 전 자신이 방에 들어왔을 때 박희철이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얼마든지 앉아서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상황이었다. 그게 이상하거나 불쾌한 것도 아니고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런데 박희철은 그 차원이 아니라 진짜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자신을 맞았다.
사람이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이정우는 진심으로 자신을 반겨준 박희철이 고마웠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그건 아니지. 이 또한 귀한 인연인데 최선을 다해야지.”
“고맙습니다.”
이정우는 한 번 더 고개를 숙였다.
그때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세팅이 끝나고 숯불에 소고기를 막 올렸을 때였다.
보통은 이 정도 식당에서는 종업원이 고기를 굽고 식사가 끝날 때까지 시중을 드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갑자기 박희철이 입을 열었다.
“이제 나가보셔도 됩니다.”
“네? 고기는 저희가…….”
“아닙니다. 제가 직접 굽겠습니다. 여기 이 친구들한테는 제가 직접 구워주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박희철이 무슨 말은 하는지 바로 알아들었기에 바로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나갔다.
그러자 현성이 박희철을 보며 빙긋 웃었다.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하하, 이 친구야. 놀리지 말게. 이래 봬도 내가 왕년에 고기 좀 굽던 사람이거든.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볼까.”
“어쨌건 보기 좋습니다. 오늘 아저씨의 새로운 모습을 여러 번 봅니다.”
“허허, 이 친구가……, 하하…….”
박희철은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었다.
그때 현성은 이정우를 보며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그 의미를 알아챈 이정우가 자리에서 일어나 맥주병을 들었다.
“한잔 따르겠습니다.”
“어? 그래. 우리 정우가 주는 첫 잔인데 받아야지. 자, 가득 따라보게.”
쪼르륵.
술이 술잔에 가득 차자 박희철은 병을 들고는 반대로 이정우와 현성에게 맥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곤 바로 술잔을 높이 들었다.
“자, 우리 건배할까?”
세 사람의 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30분쯤 지나자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잠깐 화장실 좀…….”
화장실을 핑계로 방을 나온 현성은 그대로 서명 가든을 빠져나왔다. 이제부터는 두 사람만의 대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현성이 나가고 남은 두 사람.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박희철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우야!”
어느 때보다도 진중한 박희철의 목소리였다.
잠깐 대답을 망설이던 이정우가 힘들게 입을 열었다.
“……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