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33)
회귀해서 건물주-333화(333/740)
333
신명순이 방을 나가고 혼자 남은 이정우.
꾸욱.
이정우는 자신의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윽!”
너무 세게 꼬집은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통증이 느껴지는 걸 보면 틀림없이 꿈은 아니라는 얘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아무리 생각해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처음 엄마한테 그 소리를 들었을 땐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엄마의 추가 설명이 끝나고 나서야 간신히 실감할 수 있었다.
“올여름 방학에 정밀 검사를 하고, 겨울 방학에 수술은 한다고?”
그렇게만 된다면 늦어도 내년 봄이면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평생을 절뚝거리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수술만 받으면 남들처럼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얘기다.
“후후!”
이정우는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나름대로 기쁨의 표현 방법이었다.
그리곤 벽에 걸려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11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괜찮을까?’
잠깐 고민하던 이정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밖으로 나온 이정우는 안방의 신명순을 향해 말했다.
“엄마,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이 시간에 어딜?”
신명순은 방문을 열며 물었다.
그러자 이정우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현성이한테 잠깐 갔다 오려고요.”
“이 시간에? 밤이 너무……, 아, 아니다. 어서 갔다 와. 밤길 조심하고.”
“네. 알았어요.”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이정우의 뒷모습을 보며 신명순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순간적으로 밤이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단 지금 이정우가 느낄 감정이 어떨지 짐작이 가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말을 하려다 급하게 멈춘 것이다.
지금 이정우는 꿈을 꾸는 심정일 것이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평생을 불편한 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라도 수술을 하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정상적인 걸음을 걸을 수 있다고 하니 그 마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감격스러울 것이다.
신명순은 이정우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 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방문을 닫았다.
같은 시각.
현성은 신미숙으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네, 사장님. 오늘 드디어 10만 원을 넘었습니다. 정말 이런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 저야 그저 사장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역시 사장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저도 처음엔 상가가 너무 안쪽에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한 번 라면 맛을 본 사람들은 꾸준히 찾아오더라고요.
“다행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지만 라면 못지않게 중요한 게 같이 먹는 김치입니다. 혹시라도 원가 줄이겠다고 출처 불명의 다른 양념 쓰면 안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사장님이 저한테 어떤 마음으로 도와주신 지 잘 알고 있는데 그런 못된 짓은 절대 안 할 겁니다!
신미숙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마음 다짐이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학생들뿐만이 아니고 일반 손님들한테도 특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제가 처음에도 얼핏 말씀드렸던 거 같은데 학생들만 상대하다가는 방학 기간에 힘들어집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노력을 많이 하셔야 합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정신이 없어 안 되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저도 사장님처럼 주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괜찮겠죠?
“물론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 동네 사람들도 사장님을 좋아하게 될 겁니다. 그럴수록 장사도 더 잘 될 거고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야 뭐, 그저 사장님을 따라 하는 거뿐인데요, 뭐. 그리고 참, 지난번에 우리 애들이 사장님한테 갔다고 하던데, 혹시 이상한 말이나 안 했나 모르겠어요. 요즘 한창 민감한 애들이라.
“하하, 수민이와 수연이 말이죠?”
-네, 저도 모르고 있다가 어제야 알았거든요. 그래서 혹시나 우리 애들이 무슨 실수라도 한 건 아닌가 싶어서요.
“아니요, 그런 거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그때였다.
똑똑.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사장님, 죄송한데 누가 찾아왔나 봅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또 연락드릴게요.
뚝.
전화가 끊기자 현성은 시계를 힐끗 바라봤다. 11시 30분이 막 지나고 있었다.
‘누구지?’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밖으로 나온 현성은 깜짝 놀랐다. 밖에는 이정우가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야, 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야?”
“너한테 할 말이 있어서.”
“할 말?”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생각해도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순간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는 친구다. 그런 친구가 이 시간에 할 말이 있다면서 자신을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자 그 이유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말이 빨라졌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그렇다고 뭘 그렇게 놀라냐?”
“내가 놀라지 않게 생겼냐?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도대체 무슨 일인데 이 늦은 시간에 찾아온 거야?”
현성은 불안한 표정으로 이정우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정우의 표정은 현성과는 전혀 반대였다. 아니, 오히려 현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기까지 했다.
그러자 현성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 웃어?”
“그래, 인마. 그러니까 이젠 그 표정 좀 풀어. 무슨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그게 뭐야?”
“너 같으면 안 그러겠냐? 지금 시간이 얼만데, 도대체 무슨 일이야? 빨리 말해 봐.”
현성은 여전히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 수술할 거 같다.”
“수술?”
현성의 동공이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커지는 순간이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씩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야, 그렇게 놀랄 일 아니야. 사실은…….”
이정우는 엄마로부터 들은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정우의 설명이 길게 이어지자 현성의 놀랐던 표정은 사라지면서 이번엔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우의 설명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그렇다니까. 나도 조금 전에 엄마한테 듣고 아무래도 너한테 만큼은 가장 먼저 얘기해야 할 거 같아서 이렇게 달려온 거야.”
“그러니까 지금 네 말은 수술만 받으면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얘기지?”“맞아. 엄마가 분명히 그랬어. 아저씨가 그렇게 말했다고.”
“그러니까 그 방법이 휜 다리를 교정하면서 동시에 뼈를 늘린다는 거고?”
“응, 우리나라엔 아직까지 없는 치료 방법인데 외국의 사례를 연수하면서 이제 곧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소아마비 환자를 상대로 시작할 거래.”
처음 듣는 얘기다.
전생에서 이정우는 50이 넘도록 다리 수술을 받은 적이 없었다. 만약 지금과 같이 그런 수술 방법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틀림없이 수술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정우는 평생을 불편한 다리로 살았다.
‘어떻게 된 거지?’
잠깐 생각하던 현성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말 그대로 몰랐을 거라는 것.
평생을 불편한 다리 때문에 힘들어했던 이정우다. 그런 그가 만약 그런 수술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수술을 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능성은 알면서도 부득이한 사정으로 못 했을 것이라는 것.
물론, 그 부득이한 사정은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 당시 이정우의 형편은 안 좋았으니까.
‘잠깐!’
고민하던 현성의 머릿속에 예전 기억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그때가 아마 서른이 되던 해일 것이다.
어느 날 이정우한테서 전화가 왔었다. 그리곤 한다는 말이 ‘돈 좀 있냐’하는 것이었다.
그때 현성은 비디오 가게를 시작한 지 2년쯤 지났을 때였다. 아버지로부터 농협에서 융자를 받아 가게를 오픈했던 때라 당연히 여유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해줄 수 있는 금액은 백만 원 정도라고 했었다. 그러자 그때 이정우는 체념한 듯 ‘됐다’고 했었다.
얼마가 필요한 거냐고 물으니 최소한 3천만 원 정도는 필요하다고 했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끝까지 말하지 않았던 이정우다.
‘어쩌면…….’
현성은 그제야 전생에서 이정우가 그때 왜 3천만 원이라는 돈이 필요했었는지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유추일 뿐 확실한 건 아니다.
현성은 바로 전화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이정우가 바로 물었다.
“갑자기 전화는 왜?”
“확인할 게 있어서.”
현성은 바로 박희철한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울리자 박희철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저씨, 접니다. 혹시 주무시는데 전화한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음, 아니야. 괜찮아. 그런데 이 시간에 웬일인가?
“확인할 게 있어서요.”
-확인? 그래 뭔데?
“정우 문젠데요, 오늘 말씀하신…….”
현성은 조금 전에 이정우한테 들은 얘기를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수술비용에 관해서 물었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물었다.
-수술비용?
“네, 제가 확인할 게 있어서요.”
-좀 많이 들긴 하는데……, 처음 시작할 때 최소 2천 정도는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아무래도 정말 검사도 해야 되고 무엇보다도 이제 처음 시도하는 수술 방법이라 좀 비쌀 수밖에 없더라고.
“아, 네…….”
현성은 잽싸게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전생에서 이정우가 전화했을 때가 지금으로부터 11년 후인 1998년 초반이었다. 그때 필요한 금액이 최소 3천이라고 했다.
2천만 원과 3천만 원, 거기다 11년의 차이라……. 11년의 돈 가치를 계산한다면 어느 정도 자신의 예상이 맞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시 그때 이정우는 다리 수술을 받고 싶었던 거였다. 그래서 혹시나 전화를 했던 것인데 현성 자신은 능력이 없던 것이고. 물론 집안 사정상 수술을 받는다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현성은 옆에 있는 이정우를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전생에서 그가 받았을 상실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돈만 있었으면 수술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고, 그렇게 됐다면 평생을 다리 때문에 고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려운 현실 속에선 그럴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을 이정우를 생각하니 마음이 짠해 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생에서는 비록 아무 도움도 못 줬지만 지금은 다르다.
그리고 지금 박희철은 여유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현금을 작년에 일산의 땅에 투자했기 때문에 현금은 없을 수밖에 없다. 만약 이정우를 수술시키기 위해서는 대출밖에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다.
생각을 정리한 현성은 박희철한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우 수술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아저씨는 지금 현금이 없잖아요. 어차피 작년에 일산에 다 투자했으니까 말입니다.”
-그렇기야 하지만……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압니다. 대출이라는 거. 하지만 그러지 마십시오. 제가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정우는 이제부터 내 아들일세. 그러니 내가 당연히…….
현성은 박희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말을 이었다.
“네, 그래서 고맙다는 겁니다. 아저씨가 그렇게 생각을 해주신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 수술 방법이 있다는 걸 찾아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러니 이젠 제가 그 수술비를 책임지겠다는 겁니다.”
-그건 아니야. 그 돈이 한두 푼도 아니고…….
“예전엔 저도 어쩔 수 없었지만 이제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제가…….”
-예전? 그게 무슨 소리야?
“아, 그런 게 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거나 이번엔 제가 정우 수술비는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안 되네. 엄연히 내가 있는데 그럴 수는 없지. 자네 나를 무시하는 건가?
“무시가 아니라…….”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없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우는 자신도 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조금 전 얼핏 들리는 소리로는 수술비가 최소 2천만 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말이 2천만 원이지 자신으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큰 금액이다.
아까 엄마한테 수술 얘기를 들었을 때만 하더라도 수술비 생각은 하지도 못했었다. 그저 어린 마음에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말에 흥분이 되어 좋아하기에 바빴다.
그런데 막상 수술비 얘기를 들으니 순간적으로 걱정이 앞섰다. 그 돈이 얼마나 큰 금액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눈앞에서 벌어졌다.
현성과 박희철, 두 사람이 지금 서로 자신의 수술비를 책임지겠다고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몇 분째 통화를 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이정우는 통화하는 현성을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