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34)
회귀해서 건물주-334화(334/740)
334
10분이 더 지나도 두 사람의 통화는 끝이 안 났다.
그러자 현성이 수화기를 오른손에서 왼손으로 바꿔 잡으며 말을 이었다.
“아저씨, 이렇게 합시다.”
-어떻게?
“반반이요.”
-반반?
“네, 어쩔 수 없잖아요. 아저씨도 저도 서로 양보를 안 하니 이러다가는 밤을 새워도 결론이 안 날 거 같습니다. 그러니 반반 부담하자고요. 그 외에는 방법이 없을 거 같습니다. 그나저나 아저씨 고집이 이렇게 황소고집인지는 진짜 미처 몰랐습니다.”
-허허, 이 친구야 그 소리는 내가 할 소릴세. 어린 사람이 고집도 어느 정도지, 어른이 그 정도로 말했으면 모른 척하고 들어 줄 것이지……, 하여튼 알았네. 자네 말대로 그렇게 하세.
그제야 현성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러자 지금까지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정우의 얼굴에도 옅은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이정우의 눈언저리는 발갛게 부어 있었다.
그때 수화기 너머에서 박희철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보게.
“네, 아저씨, 말씀하세요.”
-고맙네. 우리 정우 곁에 자네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네. 앞으로도 그 우정 영원히 변치 않았으면 좋겠네.
“그거야 당연하지요. 그리고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이렇게 든든한 아버지가 돼 주셔서 말입니다.”
-허허, 참……. 그리고 며칠 후에 가게로 찾아가겠네. 결혼식 문제로 상의할 일도 있고 그러니. 그럼 그때 보세.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겠습니다. 편히 주무세요.”
그때였다.
옆에 있던 이정우가 손짓을 하며 전화기를 바꿔 달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만요! 정우가 바꿔 달래요.”
수화기를 받아든 이정우가 바로 말을 이었다.
“여보세요?”
-어, 그래 정우야.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정우는 고개를 연신 숙이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자 수화기 너머에서 박희철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우야!
“네.”
-이 아비가 우리 정우 꼭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만들어 줄 테니까 앞으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거 다 했으면 좋겠다.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아버…지!”
-허허, 그래. 그리고 고맙다. 아버지라고 불러줘서. 그럼 이만 끊는다. 조만간에 엄마랑 같이 저녁 먹자꾸나.
“네…….”
뚝.
전화가 끊기자 이정우는 수화기를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자 현성이 그런 이정우를 보며 피식 웃었다.
잠시 후.
현성이 이정우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응? 아, 그거. 솔직히 많이 어색하기는 한데 지금 노력하지 않으면 나중엔 더 어려울 거 같아서 말이야.”
툭.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살짝 치며 말을 이었다.
“잘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어? 쉽지 않았을 텐데.”
“네가 그랬잖아. 엄마 입장에서 생각하라고.”
“그렇기야 하지만 그래도 대단한데. 하여튼 잘했어.”
“그건 그렇고 괜찮겠어?”
“뭐가?”
현성은 이정우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정우가 바로 말을 이었다.
“치료비 말이야. 아까 얼핏 들었는데 2천이라고 하는 거 같던데, 그거에 반이면 천만 원이잖아.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너니까 되는 거야.”
이정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성이 말했다.
그러자 이정우가 다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너는 이 늦은 밤에 왜 나한테 달려왔어?”
“그거야 너한테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거든. 누구보다도 네가 가장 기뻐할 거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나도 같은 마음이야. 네가 나한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어서 이 늦은 시간에 달려왔듯이 나도 같은 마음이라고. 그러니까 그 수술비 부분은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이번엔 이렇게라도 너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이번엔?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언제 또 무슨 일이 있었어?”
“어? 아, 아니야. 그냥 그런 게 있어. 어쨌든 너는 그 문제는 신경 쓰지 말고 수술에만 신경 써. 그래서 꼭 똑바로 걷기만 하면 돼. 알았지?”
현성의 말이 끝나자 이정우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이정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현성아!”
“뭐야? 갑자기 그 목소리는……?”
현성은 이정우의 진중한 목소리에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정우가 침을 한 번 삼키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욕심이 난다.”
“그게 무슨 소리야?”
“나 진짜 제대로 걷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이정우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받을게. 아니, 꼭 받을 거야. 남들이 뻔뻔하다고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네 도움 꼭 받을 거야.”
“잘 생각했어. 그리고 욕하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생각 하지 말고 수술만 잘 받으면 돼.”
“그래, 알았어. 나 진짜 무서웠거든.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게 말이야.”
“미안해. 내가 미처 그 생각은 못 하고 있었어. 진작에…….”
“그게 무슨 소리야? 난 지금 네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는데. 나를 일수로부터 해방시켜 준 것도 너고, 아무런 꿈도 없던 나한테 공무원이라는 목표를 잡아 준 것도 너야. 그리고 이젠 수술까지. 세상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모든 걸 다 주는 사람이 어디 있냐? 이건 진짜 기적 같은 일이야.”
“그래! 좋다. 우리 진짜 기적을 만들어 보자. 수술 잘 받아서 진짜 보란 듯이 흔들리지 말고 똑바로 걷는 거다. 자신 있지?”
현성의 목소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그러자 이정우도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물론이지! 꼭 수술 성공해서 네 앞에서 당당하게 걷는 모습 꼭 보여 줄게. 그리고 이 은혜는 내가 평생 잊지 않을 거다.”
“자식, 친구 사이에 별소릴 다한다. 그건 그렇고 배 안 고프냐?”
“어? 그러고 보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지났네. 우리 하면 끓여 먹을까?”
“오케이, 잠깐만 기다려. 내가 금방 라면 끓여줄게.”
현성이 막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려 할 때였다.
턱.
이정우가 갑자기 현성의 어깨를 잡았다.
“현성아, 오늘 라면은 내가 끓인다.”
“뭐? 네가?”
“그래, 물론 너만큼은 못 끓이겠지만 그래도 오늘만큼은 내가 끓여주고 싶다. 주방 잠깐 써도 되지?”
“물론이지. 그럼 정우가 끓여주는 라면 좀 먹어볼까?”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이정우는 그 말을 끝으로 주방으로 사라졌다.
빙긋.
주방에서 라면을 끓이는 이정우를 바라보며 현성의 얼굴엔 밝은 미소가 가득했다.
다행이다.
이제 올겨울 방학에 수술을 받고 나면 늦어도 내년 여름이면 더 이상 절뚝거리며 걸을 일은 없을 것이다.
전생에서는 하지 못했던 일이다. 이렇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너무 감사할 뿐이었다.
***
며칠 후.
“무슨 성격이 그리 급해?”
박희철이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으며 현성한테 물었다.
“뭐가요?”
“정우 치료비 말이야. 통장을 확인해 보니까 벌써 천오백만 원이 들어와 있더군. 근데 왜 천오백만 원이야? 분명히 반반 부담하기로 했잖은가?”
“나머지는 재활치료빕니다.”
“재활치료비?”
“네, 수술도 수술이지만 교정과 동시에 뼈를 늘리는 일이니, 재활에도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겁니다. 그리고 또 잘 먹어야 할 테고요.”
“그래서 미리 재활치료비에 식비까지 분담을 했다는 건가?”
“계산은 제대로 해야 하니까요.”
“허허, 하긴…… 누가 자네를 말리겠는가?”
박희철은 현성을 보며 기분 좋게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정우 수술 문제는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단하십니다.”
“내 아들이니까.”
“네?”
“자네가 작년에 나한테 했던 말 기억 못 하는가?”
“네? 제가요?”
“그래, 내가 작년에 자네한테 명순 씨와 정식으로 만난다고 얘기했을 때 자네가 나한테 그랬잖은가. 혹시 두 사람이 잘되었을 경우 정우를 친아들처럼 생각해 달라고 말이야.”
“아, 그거요.”
현성은 그제야 얼핏 생각이 났다.
작년에 박희철이 신명순을 정식으로 만나겠다고 얘기했을 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전생에서 재혼을 하는 경우를 어쩌다 봤었다. 그런데 그때마다 문제가 되는 것은 당사자보다는 그 자녀들 때문에 곤란한 경우가 생기는 걸 많이 봤었다.
그래서 했던 말이 정우를 친자식처럼 생각해 달라는 거였다.
박희철의 말이 이어졌다.
“결혼식 날짜를 잡은 후 오랜 시간을 고민했었네.”
“고민이요?”
“그래, 만약 친아버지라면 정우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하고 말이야.”
“아, 네…….”
“아무리 생각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는 거야. 그러다가 어느 날 자네가 나한테 늘 하던 말이 생각났네.”
“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박희철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희철이 바로 말을 이었다.
“역지사지.”
“역지사지요?”
“그래, 자네가 나랑 얘기할 때마다 가장 많이 했던 말일세. 그래서 그다음부터 생각한 것이 내가 정우가 되는 것이었네.”
“정우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셨다는 거지요?”
“그렇다네. 그렇게 정우가 돼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보니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되더란 말이지.”
“그게 바로…….”
“맞네. 바로 불편한 몸일세.”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정우한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자신은 그런 생각을 못 했으니 말이다.
박희철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그래서 그때부터 유명한 병원을 찾아다녔네. 혹시라도 정우가 똑바로 걸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하고 말이야.”
“그러다 찾은 곳이 한국대병원이군요?”
“그래, 거기서 최 박사를 만났네. 어찌 보면 운이 좋았던 거지. 그 최 박사의 지인 중에 정우와 비슷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그만 자살을…….”
“자살이요?”
“응, 어느 날 넘어졌는데 심하게 다쳤다고 하더라고. 물론 그거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 것은 아니지만 그게 아무래도 발단이 된 거 같다고 하더라고. 어려서부터 그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아무래도 많이 힘들었던 거 같네.”
“본인 아니면 그건 모르는 거니까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서 안타까운 마음에 연구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고. 다행히도 운때가 맞았던 거 같네.”
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 그게 단순한 운이겠습니까? 아저씨가 그만큼 정우를 생각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그 진심이 통한 거지요.”
“뭘 또 그렇게까지…….”
“아닙니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어쨌든 아저씨 덕분에 정우가 똑바로 걸을 수 있게 된 겁니다. 그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좋은 결과 나왔으면 좋겠네. 그리고 참, 며칠 전에 드디어 연락이 왔었네.”
현성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연락이요?”
“응, 그래. 아들 녀석들 말이네. 그 녀석들이 글쎄 결혼식에 참석하겠다고 하더군.”
“정말입니까?”
“그렇다니까. 하하…….”
박희철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웃음에서 왠지 묘한 장난기가 느껴졌다.
현성은 그런 박희철을 보며 물었다.
“혹시 웃으시는 이유가…….”
“이왕 올 거면 3일 전에 오라고 했네.”
“3일 전이요? 3일 전이면 내일이잖아요?”
“맞아. 내일이야.”
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가까운 거리에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과 일본에 있는 아들들한테 하루 전도 아니고 3일이나 일찍 들어오라고 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한 건 당연했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이유는요?”
“이유? 간단해. 히히…….”
박희철은 갑자기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