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37)
회귀해서 건물주-337화(337/740)
337
여름방학 하루 전.
김일수와 이수혁, 그리고 이정우와 현성, 네 사람이 현성의 라면 가게에 모였다.
현성이 이정우를 보며 먼저 물었다.
“요즘 어머니와 아버지는 어때?”
“말도 마.”
“응? 왜? 무슨 일 있어?”
“나도 놀랐다니까. 우리 엄마가 글쎄……, 아니, 관두자. 내 입으로 차마 말을 못 하겠다.”
이정우는 무슨 말을 하려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수혁이 궁금한지 고개를 쑥 빼며 바로 물었다.
“야, 무슨 일인데? 혹시 밤에 응응 그런 거야?”
“응응? 그게 뭐야?”
“왜 그런 거 있잖아. 어른들이 밤에 불 끄고 하는 거.”
퍽.
이정우의 주먹이 어느새 이수혁의 어깨를 후려쳤다.
“이 자식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너 지금 우리 엄마를 어떻게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야, 인마. 그게 어때서. 어차피 어른이고 신혼이잖아. 이제 두 달밖에 안 됐고.”
“아무리 신혼이지만 설마 우리 엄마가 그러겠냐? 그리고 내가 있는데 조심성 없이……, 아니, 관두자. 내 입으로 얘기하려니 그건 좀 아닌 거 같다. 내가 말한 건 아저씨를, 아니, 아버지를 부르는 소리가 너무 이상해서 그렇다는 건데, 이 자식이 괜히 이상한 소리 하고 있어!”
이정우가 불쾌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앞에 앉은 김일수가 웃으며 물었다.
“어머니가 아저씨를 뭐라고 부르는데?”
“그게…… 오빠라고.”
“오빠?”
“그래, 난 우리 엄마가 아저씨, 아니, 아버지를 오빠라고 부르는 게 너무 이상해. 괜히 닭살 돋는 거 같고 적응이 안 돼.”
“보통은 결혼하면 여보나 당신이라고 부르는 거 아닌가?”
“내 말이 그 말이야. 그래서 내가 오죽했으면 엄마한테 조용히 오빠라고 안 부르면 안 되느냐고 그랬을까?”
“그랬더니?”
꼴깍.
김일수의 질문에 옆에 있던 이수혁이 마른침까지 삼키며 이정우를 바라봤다.
궁금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과연 이정우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그때 이정우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글쎄 엄마가 안 된다는 거야.”
“안 된다고? 왜? 그 이유가 뭐야?”
“아버지가…….”
“아버지? 아! 아저씨, 아저씨가 왜?”
“오빠라고 부르는 걸 좋아한다는 거야.”
“하하, 하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수혁과 김일수도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직 한 사람, 이정우의 표정만이 일그러져 있었다.
“야, 너희들 너무 한 거 아니야? 난 심각한데 뭐가 웃겨서 웃고 난리야?”
“야, 이정우. 그건 아니지.”
김일수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정우가 바로 물었다.
“뭐가 아닌데?”
“너 한문 시간에 여필종부란 말도 안 배웠냐?”
“뭐? 여필종부?”
“그래, 인마.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뜻을 따르고 좇아야 한다고 그랬잖아. 그러니까 어머니는 당연히 아저씨가 오빠라고 부르는 걸 좋아하면 그렇게 부르는 게 당연한 거지, 안 그래?”
“미친놈!”
“뭐?”
“야, 지금이 무슨 조선 시대야? 여필종부는 무슨 얼어 죽을…….”
이정우는 여전히 인정 못 하겠다는 듯 인상을 쓰고 있었다.
그러자 현성이 나섰다.
“이정우, 너 벌써 잊은 거야?”
“내가 뭘?”
“어머니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해하겠다고 했던 말 말이야. 네 입으로도 분명히 말했었잖아. 기억 안 나?”
“어? 아, 그거…….”
이정우는 순간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러자 현성이 빙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조금만 이해하면 안 되겠냐? 아저씨도 그렇고 어머니도 그렇고 두 분 다 그게 좋다는데 네가 중간에서 조금만 양보해라. 두 분이 행복하면 된 거잖아. 너도 그걸 바랄 거고. 너 결혼식 날 뭐라 그랬어? 두 분이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그랬잖아. 그러니까…….”
현성은 더 말하려다가 중간에서 말을 끊었다. 뭐든 적당히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이정우가 피식 웃었다.
“나만 바보 되는 거야?”
“내가 볼 땐 바보가 아니고 네가 잠깐 샘을 냈던 거 같다. 두 분이 너무 행복하니까 중간에서 괜히 심술이 났던 거지.”
“심술?”
“그래, 인마. 그러니까 이제부턴 애처럼 그러지 마. 그리고 아저씨가 널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면서 심술부리면 안 되지. 참! 그건 그렇고 병원에 언제 가기로 했어?”
“방학하고 바로 다음 날.”
“다음날? 그렇게 빨리?”
“응, 아버지가 미리 예약을 그렇게 잡았대. 하루라도 빨리 결과를 알고 싶어서 말이야.”
그때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김일수와 이수혁의 눈빛이 번뜩였다.
김일수의 말이 빨랐다.
“야, 그게 무슨 소리야? 병원에는 갑자기 왜? 어디 아파?”
“무슨 일이야?”
이수혁도 놀란 듯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나서서 이정우가 왜 병원에 가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김일수와 이수혁의 표정이 놀랍다는 듯 두 눈이 동그래졌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두 사람은 이정우를 바라보며 동시에 물었다.
“그게 진짜야?”
“정말?”
“응, 일단은 검사부터 하고 수술은 겨울방학 때 하려고.”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물었다.
“진짜 수술하면 똑바로 걸을 수 있다는 거야?”
“일단은.”
“일단은?”
“응, 일단 의사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고 하더라고. 물론 확실한 건 수술을 받아봐야 알겠지만 그래도 일단 그런 희망이 있다는 게 지금으로선 너무 좋아.”
“…….”
김일수는 말 대신 손바닥으로 눈을 비볐다.
너무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뭐야? 너 지금 우는 거야?”
“어? 아, 아니. 그냥…….”
김일수의 눈가는 어느새 붉어져 있었다.
그러자 이정우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뭐야? 인마. 갑자기 왜 그래?”
“미안해서…….”
“뭐가?”
“옛날에 아무 생각 없이 너를 괴롭힌 걸 생각하니까 너무 미안해서 말이야. 내가 그땐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아파하는 줄도 모르고 말이야.”
“자식, 새삼스럽게…… 됐어, 인마. 난 이미 다 잊었어. 덩치에 안 어울리게 눈물은…….”
“미안했다. 그땐 내가 진짜 아무 생각 없었다. 그 죗값은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꼭 치를게.”
현성은 그런 김일수를 바라봤다.
전생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도 이정우를 괴롭혔던 김일수다. 그런 그가 이렇게 이정우 앞에서 눈물로 직접 참회하는 모습을 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전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때 이정우가 작심한 듯 김일수를 큰 소리로 불렀다.
“야, 김일수!”
“어? 그래. 말해.”
“너 죗값을 치르겠다고 그랬지?”
“응, 그래. 내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식으로든 그 죗값은 꼭 치를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 자신이 도저히 용서가 안 될 거 같다.”
“좋아, 그럼 내가 그 기회를 줄게.”
“기회?”
김일수는 이정우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러자 이정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래, 겨울방학 때 내가 수술하면 한국대병원으로 면회 와.”
“면회?”
“그래, 인마. 그걸로 퉁치자고. 언제까지 그런 걸로 괴로워할 수는 없는 거잖아. 우리도 이제 한 학기만 더 다니면 고등학교 졸업이잖아. 모든 과거는 깔끔하게 다 털고 새 출발 하자고. 어때, 네 생각은?”
“나야 고맙지. 그런데 네가 좀 억울하지 않겠냐?”
“억울할 게 뭐 있어? 어차피 중요한 건 지금이잖아. 지금 우리가 이렇게 친한 친구가 됐는데 말이야. 안 그래?”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김일수가 여전히 미련을 못 버리자 이정우가 현성을 힐긋 바라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어느 날 현성이가 그러더라. 과거에 집착하는 놈치고 잘 되는 놈 없다고 말이야. 이게 무슨 말이겠냐?”
“그거야 미래가 중요한 거니까.”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더는 그 일 때문에 신경 쓰지 말라고. 너는 이미 작년에 잘못을 인정했고 나한테 사과까지 했잖아. 그럼 된 거지. 뭐가 더 필요해?”
이정우가 양손을 벌리며 김일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일수가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이정우, 너 너무 많이 변한 거 아니야?”
“그래 보이냐?”
“어, 요즘 너를 보면 갑자기 어른이 된 거 같아. 말하는 것도 예전하고 많이 달라졌고 말이야.”
“그게 다 여기 있는 애늙은이 덕분이다.”
이정우는 현성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김일수가 다시 물었다.
“현성이가 왜?”
“너도 알다시피 우리 엄마가 두 달 전에 결혼식을 올렸잖아?”
“그거야 그런데, 그거하고 무슨 상관이야?”
“야, 너는 안 겪어봐서 모르겠지만 이 나이에 엄마를 시집보낸다는 게 쉽지는 않더라. 그걸 인정한다는 것부터 힘들었고, 그리고 또…….”
이정우는 그동안 신명순의 결혼 과정에서 겪었던 심적 갈등에 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정우의 설명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그만큼 이정우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힘들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정우의 설명이 끝나자 김일수가 바로 물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시간을 무사히 보낼 수 있었던 게 바로 여기 있는 현성이 덕분이었다고.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이렇게 변한 거고.”
“결국은 현성이 덕분에 이렇게 어른이 됐다는 얘기네?”
“굳이 이유를 찾자면……, 그건 그렇고 너도 더 이상 그 문제로 신경 쓰지 마라. 난 이미 다 잊었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마무리로 면회 한 번 와라. 사실, 그거 때문은 아니고 솔직히 병원에 입원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쪽팔리잖아, 안 그래?”
피식.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김일수의 말처럼 이정우가 변한 건 사실이다. 처음 신명순이 박희철을 정식으로 사귄다고 할 때부터 고민이 많았던 이정우다.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이정우의 이해 폭도 넓어졌고 나중엔 진심으로 엄마의 결혼을 축하해 주기까지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러면서 이정우 자신도 성장했다는 것이다.
그때 이수혁의 말이 들렸다.
“정우야, 나도 미안하다.”
“뭐? 넌 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이정우가 이수혁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수혁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내가 비겁했어.”
“비겁? 언제? 네가?”
“그래, 일수가 너를 괴롭힐 때 알면서도 모른 척했어. 어차피 나하고는 상관없다고 생각했거든. 난 그저 내 공부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그게 얼마나 이기적이고 비겁한 행동이었는지 이제는 알 거 같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사과하고 싶다.”
“뭐야? 오늘 분위기가 왜 이래? 일수도 그렇고 수혁이 너까지.”
“아니, 사실은 작년에 우리가 같이 모여서 공부할 때부터 생각했던 건데 말할 기회가 없었어. 그런데 조금 전에 일수가 사과하는 거 보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게 이렇게까지 사과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아니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친구가 괴롭힘을 당하는 걸 매일 보면서도 모른 척했다는 건 진짜 나쁜 행동이었어.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잠깐!”
이정우가 이수혁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다시 말을 이었다.
“좋아, 그러니까 너도 사과하고 싶다는 거지?”
“그래, 늦었지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
“너도 면회 와.”
“뭐?”
“면회 오라고. 나 수술하면 말이야. 이제 됐지?”
“어?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거야?”
“당연하지. 자고로 사과는 행동으로 하는 거야. 말로만 하는 건 그건 사과가 아니야. 안 그래? 현성아!”
이정우는 갑자기 시선을 현성한테로 돌렸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너는 나한테 사과할 거 없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