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38)
회귀해서 건물주-338화(338/740)
338
“뭐?”
이정우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황당한 건 현성이었다.
솔직히 사과라기보다는 미안한 감정이 있는 건 사실이다. 전생에서 3천만 원이 필요하다고 할 때 여건이 안 돼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주지 못했었다.
그땐 그 돈이 왜 필요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회귀를 하고서야 그 돈의 목적이 수술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여건이 안 돼서 어쩔 수 없긴 했지만 그래도 미안한 감정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렇다 보니 이정우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성의 황당함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정우의 입에서 바로 다른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야, 그렇다고 뭘 진짜 고민을 하냐?”
“어? 그게…….”
“야, 네가 나한테 사과할 일이 뭐가 있겠냐? 오히려 내가 너한테 사과를 하면 모를까…….”
“나한테?”
“그래, 솔직히 내가 너를 좀 힘들게 했냐?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귀찮게 했었잖아. 공부도 그렇고 운동하는 것도 그렇고, 그리고 엄마 결혼할 때도 얼마나 많이 힘들게 했냐?”
“난 힘든 거 없었는데?”
“그건 네 생각이고 내 생각은 달라. 지금 와서 생각하니까 네가 없었으면 지금 이 자리에 내가 이렇게 당당하게 서 있을 수도 없었을 거야.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다, 현성아.”
이정우의 말이 끝나자 이수혁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정우, 많이 컸다. 이젠 사람을 가지고 노네.”
“뭐? 내가 언제?”
“조금 전에 그랬잖아. 현성이한테 사과할 거 없냐고 말이야. 그래놓고선 오히려 고맙다고 했잖아.”
“그거야 면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랬던 거고.”
“면회?”
“그래, 너하고 일수한테는 면회 오라고 했는데 현성이한테는 그럴 명분이 없으니 장난을 쳤던 거고.”
“하하…….”
이정우의 말이 끝나자 이수혁이 큰 소리로 웃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김일수와 현성도 그 웃음에 합류했다.
잠시 후.
먼저 입을 연 건 웃음을 그친 현성이었다.
“그러니까 면회 때문에 나한테 장난을 쳤다는 거지?”
“이왕이면 너까지 같이 오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명분이 없더라고. 그래서 잠깐 장난을 쳤던 거야. 히히…….”
“자식, 싱겁기는. 야, 그리고 내가 그런 말 안 하면 면회 안 갈 줄 알았던 거야?”
“뭐야? 지금 그 말은, 면회를 오겠다는 얘기처럼 들리는데, 내 말이 맞아?”
“당연한 거 아니야? 설마 네가 수술을 했는데 내가 면회 안 가겠냐? 이거 은근 섭섭한데. 나를 그런 사람으로밖에 안 봤다니…….”
현성은 일부러 서운한 척 말했다.
그러자 이정우가 고개를 좌우로 심하게 흔들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난 그저…… 그러니까…….”
제대로 말을 못 잇는 이정우.
그런 이정우를 보며 현성이 피식 웃었다.
“자식, 그렇다고 또 뭘 그렇게까지 긴장을 하고 그래, 그냥 농담이니까 신경 끊어. 그건 그렇고 모레 서울 간다고?”
“어? 어, 그래.”
“많이 떨리겠네?”
“어, 솔직히 많이 떨린다. 혹시나 싶어서 말이야.”
왜 그렇지 않겠는가. 물론 수술하면 좋아진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 얘기다. 문제는 그 전에 거쳐야 할 관문이 있다.
정밀 검사.
수술이 가능한지 그걸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아직 우리나라엔 선례가 없기 때문에 그 두려움은 더 클 것이다.
휜 다리를 교정하면서 동시에 뼈를 늘린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수술이 있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로 낯설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긴장이 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것을 알기에 현성은 일부러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이었다.
“야, 너무 걱정하지 마. 다른 병원도 아니고 한국대병원이잖아. 아마 틀림없이 좋은 결과 나올 거야.”
“……그렇겠지?”
“그럼! 당연하지. 그러니까 그냥 서울 구경한다고 생각하고 편한 마음으로 갔다 와.”
“응, 그래 알았어.”
이정우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는 편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눈빛은 어쩔 수 없는 듯했다. 그렇다고 억지로 강요한다고 될 것도 아니고 현성은 이정우의 어깨를 살짝 다독이는 걸로 마음을 대신했다.
그때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오늘 우리 왜 모이라고 한 거야?”
“내일이 방학이잖아, 그래서 밥이나 같이 먹으려고. 어차피 내일 방학하면 개학이나 해야 볼 거니까 말이야.”
“역시…….”
이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했다.
“야, 다들 빨리 밥 먹으러 가자. 배고프다.”
“오케이, 근데 뭐 먹을 거야?”
“삼겹살 어때? 그게 싫으면 다른 거 먹어도 되고.”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어서 가자. 고기 얘기하니까 벌써부터 입에 침 고인다.”
이수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네 사람은 바로 가게를 나와 식당으로 향했다.
10분 후.
“어서들 오게.”
식당에 들어서자 권오영 사장이 네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사장님, 저희들 오늘은 룸으로 들어갈게요. 할 얘기도 있고 그래서요.”
“얼마든지. 그래, 식사는 뭐로?”
“일단 삼겹살 10인분 주세요. 콜라도 몇 병 주시고요. 밥은 나중에 필요하면 말씀드릴게요.”
“그래, 알았네. 된장찌개는 내가 알아서 서비스로 넣어줄게.”
권오영 사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이정우가 밝게 인사를 건넸다.
“고맙습니다. 사장님!”
“어, 그래. 자네가 신 여사님 아들내미지? 지난번에 결혼식장에서 봤네.”
“어? 그걸 기억하세요?”
“자네가 축사를 읽지 않았는가? 그래서 기억하지. 하여간 그날 축사는 정말 최고였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는지……, 자네도 봤을 거야? 그날 희철이 형님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말이야.”
사실이다.
그날 결혼식장에서 단연 압권은 이정우의 축사 낭독이었다. 편지 형식으로 담백하게 표현한 이정우의 축사는 감동 그 자체였다.
특히, 박희철을 ‘아버지’라고 부르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함과 동시에 앞으로 엄마와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마지막 말에서 박희철은 눈물까지도 보였었다.
분명한 건 이정우가 예전과 다르게 확실히 변했다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말뿐만이 아니고 행동 자체도 변했다.
조금 전의 행동으로만 봐도 확실히 변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전엔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조차 꺼렸던 그다.
그런데 조금 전엔 권오영 사장한테 고맙다는 표현을 스스로 나서서 할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소한 거지만 확실히 변한 이정우의 모습이었다.
지글지글.
가운데에 불판을 놓고 둘둘 마주 앉은 네 사람.
먼저 입을 연 건 김일수였다.
“현성아, 아까 들어오면서 할 말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
“어, 그래. 특별한 건 아니고 아까도 말했지만, 한 학기를 마치면서 방학 전에 같이 밥 한 끼 먹고 싶었어. 그리고 올여름 방학이 우리한테 중요할 거 같아서 각자 어떻게 보낼 건지 얘기도 좀 나누려고, 그래서 말인데 너는 어떡할 거야?”
“너한테는 미안하지만 계속 가게 나와야 할 거 같아.”
“나한테 미안할 게 뭐 있어? 그런 생각하지 말라니까. 난 오히려 네가 있으면 편해. 가게 걱정 안 하고 내 볼일 보면 되니까 말이야.”
“그렇게 말해주니 나야 고마운데, 그래도 미안한 건 사실이야. 방학 때 손님도 별로 없고 말이야.”
“왜 자꾸 그런 말을 해? 내가 괜찮다니까.”
물론 방학이다 보니 손님이 많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이유로 김일수에게 부담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김일수가 가게에 있으므로 해서 현성 자신이 다른 볼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 알았어. 대신 더 열심히 할게.”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거든. 그건 그렇고 서울에 한 번 올라간다고 하지 않았어?”
“응, 방학 끝나기 전에 하루만 갔다 오면 돼. 요리 학원 좀 알아보려고. 여차하면 겨울 방학 때부터 학원 다니려고. 어차피 2월에는 수업도 별로 없으니까 담임한테 얘기하고 학교 안 나올까도 생각하고 있어.”
“하긴 개학하고 2주 정도만 학교 나오고 다시 봄 방학하니까 그 방법도 괜찮겠네.”
“응, 어떡하든 시간을 아끼려고. 그리고 조리사 자격증 따서 군대에 가면 특기도 살릴 수 있을 거 같고…….”
현성은 김일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서는 졸업할 때까지도 약한 얘들만 괴롭히며 나쁜 짓을 하던 그 모습과는 너무도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잘 생각했다. 이왕 군대 갈 거면 경력을 쌓는 게 낫지. 자식, 나름대로 많이 고민했구나?”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그때 열심히 고기를 굽던 이수혁이 말했다.
“자, 얘기는 일단 요기까지, 고기 익었으니까 이제 먹자.”
“그래, 먹자. 많이들 먹어. 먹고 모자라면 고기 더 시키고.”
네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불판에 익은 고기를 먹기 시작했다.
1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들이었다. 서로 어울릴 거 같지도 않던 녀석들이 이제 이렇게 한 자리서 변한 모습으로 함께한다는 자체가 신기할 정도였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꺼억.”
트림을 하며 뒤로 물러난 현성과 이수혁.
하지만 김일수와 이정우는 여전히 고기를 구우며 먹고 있었다. 신기한 건 이정우였다. 김일수야 원래 먹는 양이 많다 보니 그렇다 쳐도 이정우는 예외였다.
“정우야, 너 오늘 왜 이렇게 많이 먹어?”
보다 못한 이수혁이 나섰다.
그러자 이정우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나도 모르겠어. 병원에 간다고 긴장을 해서 그런지 자꾸 먹히네.”
“많이 먹어. 그리고 병원 가서 검사 잘 받고.”
“그래, 알았어.”
이정우는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때 이수혁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우리 아버지 만났었어?”
“응, 이틀 전에 가게로 오셨었어. 그런데 이상한 말씀을 하시던데?”
“뭐라고 하셨는데?”
“과외를 부탁하시더라고.”
현성도 의외였다.
이수혁 같은 경우는 원래 대학생으로부터 과외를 받았었다. 그러다가 작년 가을부터 과외를 끊은 상태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움이 안 된다는 것.
결국, 혼자 공부하기로 했던 이수혁이다.
그런데 그의 아버지가 이틀 전 찾아와서는 이번 여름방학부터 학력고사 볼 때까지 과외를 부탁하고 간 것이다.
물론 아직 어떤 결정도 못 내린 상태고.
이수혁이 담담하게 물었다.
“어떡할 거야?”
뭐지?
현성은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에 질문을 할 때만 하더라도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침착한 목소리로 질문하는 걸 들어보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얘기는 이수혁은 아버지인 이만수가 현성 자신을 찾아왔던 목적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은 바로 물었다.
“뭐야? 이미 알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당연하다고?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먼저 얘기한 거거든. 아버지한테 말이야.”
이건 또 무슨 소리?
지금 이수혁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의 아버지인 이만수가 자신을 찾아와 과외를 부탁한 건 이만수의 생각이 아니라 처음부터 당사자인 이수혁의 생각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게 사실이야?”
“그래, 내가 먼저 아버지한테 말한 거야.”
“왜?”
“너니까!”
이수혁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바로 말했다.
그런 이수혁이 다시 말을 이었다.
“너도 알다시피 열흘 전에 마지막으로 본 모의고사 점수가 210점을 못 넘었어. 정확히는 208점이야. 너도 알고 있지?”
현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모의고사보다 정확히 10점이 더 오른 점수였다.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솔직히 말해줘. 진짜 내가 이대로 공부하면 내가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겠냐?”
“…….”
당연히 못 간다. 이수혁이 원하는 곳은 연대다. 그 점수로는 당연히 죽었다 깨도 불가능하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현성의 침묵이 무슨 의미인지 모를 리 없는 이수혁.
“연대는 고사하고 지방대도 못 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나의 방법으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다시 과외를 받으라는 거야. 이대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이야. 그런데 내가 다른 사람은 싫어.”
“왜?”
“이미 작년에 받아봤는데 나하고는 안 맞더라고. 그런데 엄마는 또 그 사람을 얘기하는 거야.”
이수혁의 표정이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의 표정에선 두려움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이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싫다고 했지. 그랬더니 아버지가 그날 밤에 조용히 찾아오셨더라고.”
“…….”
“그때 네 얘기를 했어. 너라면 하겠다고 말이야.”
“내가 어떻게…….”
“너니까 가능한 거야. 작년에 우리 같이 공부했던 거 기억하지?”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수혁이 다시 말했다.
“그때가 제일 즐거웠어. 점수도 제일 잘 나왔잖아. 너랑 나랑 공동 1등 했으니까.”
“그거야…….”
현성은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이수혁의 눈빛 때문이었다.
그때 이수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 좀 살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