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0)
회귀해서 건물주-340화(340/740)
340
“뭐라고?”
이수혁은 놀란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새삼스럽게…….”
“아니, 아직 방학 끝나려면 일주일이나 남았잖아. 그런데 왜 벌써 가겠다는 거야? 일주일이 힘들면 5일, 아니, 3일이라도 더 있으면 안 돼?”
“굳이 뭐 하러, 내가 볼 때 이젠 그럴 필요 없을 거 같다. 어차피 이젠 너 혼자서도 충분히 하고도 남아.”
“그게 무슨 소리야?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러지 말고…….”
스윽.
현성은 이수혁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끊었다.
“수혁아!”
“어? 왜?”
“너는 이제 너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수 있어. 너 자신을 믿어. 그리고 내가 3일 더 있다고 해서 너한테 특별히 도움이 될 것도 없어. 그리고 너도 알다시피 이젠 네가 다 알아서 하잖아. 안 그래?”
“그건 어디까지나 네가 옆에 있으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그리고 나 어디 좀 갔다 와야 돼.”
현성은 말이 길어질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최후의 방법을 썼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은 말만 반복될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게 또 완전히 빈말은 아니었다.
“어? 어디?”
“강릉.”
“강릉? 갑자기 강릉은 왜?”
“만날 사람이 있어. 방학 끝나기 전에 갔다 오려고. 그러니까 이제부턴 혼자서 하는 습관을 들여. 더도 말고 지금처럼만 하면 돼.”
이수혁이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후우……! 누굴 만난다고?”
“그래, 어차피 방학할 때부터 생각했던 거야. 사실은 방학하자마자 가려고 했었는데 어쩔 수 없이 미뤘던 거야.”
“나 때문에?”
“그렇다고 꼭 너 때문만은 아니야. 나도 부족한 공부 때문에 망설였었는데 네가 마침 도움을 요청하니까 그렇게 됐던 거야.”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여기서 더 부탁을 한다는 건 친구로서 도리가 아니고, 그래, 알았어. 남은 기간 동안 나 혼자 해볼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잘 만나고 와.”
“그래, 알았어. 물론 알아서 잘하겠지만, 귀찮아도 운동시간 절대로 빼먹지 말고. 진짜 나중엔 체력 싸움이니까 말이야.”
이수혁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였다.
똑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저녁 시간을 알리는 소리였다.
***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저녁을 다 먹은 이수혁이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러자 이수혁의 어머니인 유수민이 이수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뭔데?”
“현성이가 간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간다니? 어디를 간다는 거야?”
“그게 그러니까…….”
이수혁은 조금 전에 현성과 나눴던 얘기를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이수혁의 말이 끝나자 이만수가 현성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현성 군, 지금 수혁이가 한 말이 정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제가 없어도 수혁이 혼자서도 충분히 잘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허허, 참…… 더 붙잡고 싶어도 사정이 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없고 이거야 원…….”
이만수의 표정에 아쉬움이 역력히 묻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수혁이 외동아들이다 보니 그를 바라보는 마음이 애처로울 수밖에 없었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기는 하는 거 같은데 좀처럼 성적이 안 오르니 애가 타는 건 당연했다.
그래서 아내와 의논한 끝에 마지막으로 선택한 방법이 과외를 다시 시키자는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이수혁이 과외를 거부하는 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도움이 안 된다는 것.
하지만 그대로 물러설 수 없었기에 몇 번에 걸쳐 다시 과외를 권유했었다. 그때 이수혁이 다른 조건을 내세웠다.
다른 사람은 다 싫고 친구인 현성이라면 받아드리겠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본인 당사자가 원하니 말이다.
어쩔 수 없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며칠 지나자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수혁의 얼굴빛부터 달라졌다. 혼자 할 때면 그렇게 힘들어하던 녀석이 어느새 웃고 있는 것이었다.
공부를 하면서 웃는 모습은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이었다. 그거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서울 학원에서 구한 모의고사 문제를 풀었는데 240점이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해도 안 오르던 성적이 마지막 모의고사보다 32점이나 더 오른 것이다. 불과 같이 공부한 지 20일 만에 만들어낸 쾌거였다.
그런데 이제 그런 그가 그만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니 어찌 아쉬움이 남지 않겠는가 말이다.
그때 유수민이 현성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미안한데 2, 3일이라도 더…….”
“여보!”
옆에 있던 이만수가 유수민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그만합시다. 여기서 더 부탁을 하는 건 예의가 아니오.”
“그래도 너무 아쉬워서…….”
“더 이상은 욕심이오. 그냥 가는 것도 아니고 사정이 있어서 가겠다는 건데 그건 아니오. 이왕 이렇게 된 거 기분 좋게 박수치며 보내 줍시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잖소.”
“그거야 물론이지요. 하지만…….”
유수민의 눈빛은 여전히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그러자 이만수가 유수민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더 이상은 안 된다고 강하게 눈빛으로 얘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수민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그때 그 모습을 바라보던 이수혁이 낮은 목소리로 유수민을 불렀다.
“엄마!”
“어? 응, 그래. 왜?”
“그만 하세요. 현성이 그동안 진짜 고생했어요. 세상에 어느 누가 자신의 24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도와주는 친구가 어디 있어요? 그것도 하루 이틀도 아니고 거의 한 달 동안을 말입니다. 그리고…….”
이수혁은 잠깐 말을 멈춘 후 현성을 한 번 바라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저도 이번에 느낀 게 많아요. 이제부턴 저 혼자 열심히 할 겁니다. 그러니까 이제 현성이가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도록 엄마가 그만 마음을 내려놓으세요.”
“어? 그, 그래야지……. 근데 진짜 혼자서 할 수 있겠어?”
“네, 지금까지 제가 모르는 게 있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이번에 저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알았고 장점이 무엇인지도 알았어요. 물론 현성이가 그걸 깨닫게 해줬고요. 그러니까 이제는 저를 한 번 믿어보세요. 더 이상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겁니다.”
이수혁의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지금까지는 보지 못했던 진중한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수민의 시선이 현성을 향했다.
그리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기, 현성아.”
“네, 어머니. 편하게 말씀하세요.”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나 보네. 난 그저 우리 수혁이 점수 올라가는 게 너무 좋아서 조금만 더 있었으면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내가 또 내 욕심만 부렸구나. 사실 이런 경우가 처음이었거든. 다른 선생들은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점수를 올린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 그런데 너는 불과 20일 만에 30점 넘게 올리는 거 보고 나도 모르게 그만…….”
유수민이 탁자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사실, 처음 수혁이가 과외 선생을 너로 선택했을 때 많이 불안했었어. 대학 시험이 이제 몇 개월 안 남았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초조했거든. 혹시 또 시행착오만 겪는 거 아닌가 하고 말이야.”
“…….”
“그런데 그 생각은 3일 만에 없어지더라.”
“3일이요?”
“응, 그래. 3일 딱 지나니까 우리 수혁이의 표정이 바뀌더라고. 그래서 아! 어쩌면 이번엔 다를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가졌어. 근데 20일 만에 32점이 올라가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 그동안은 그렇게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었어도 성적이 안 올랐거든.”
“그게 문제였던 겁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현성의 말에 유수민이 놀랍다는 듯 바로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수혁이는 다른 친구들하고 다르거든요.”
“달라?”
“네, 사람들은 보통 책상 앞에 오래만 앉아있으면 성적이 오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않거든요. 물론 그런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수혁이였습니다.”
“우리 수혁이가?”
“네, 수혁이 같은 경우는…….”
현성은 그동안 자신이 어떻게 이수혁을 파악하고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는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던 유수민이 어느새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이만수의 표정도 유수민과 비슷했다. 그리고 현성의 설명이 마침내 끝나자 이만수가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 수혁이 같은 경우는 오래 앉아있어 봐야 오히려 능률이 떨어진다는 거지?”
“그게 또 무조건 그런 게 아니더라고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무조건 그런 게 아니라니?”
“과목마다 다르더라고요.”
“과목마다 달라?”
현성도 처음에 황당했던 부분이다. 처음엔 몰랐는데 나중에서야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서는 집중도도 그렇고 집중하는 시간도 다르다는 걸 알았다. 어쩌면 당연한 거였는데 처음엔 그거까지는 생각을 못 했던 것이다.
“네, 좋아하는 과목에서는 확실히 집중도도 높고 오래 앉아있더라고요.”
“아, 그러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에서는 오래 공부를 해도 능률이 안 떨어진다는 얘기지?”
“바로 그겁니다. 특히 역사 쪽과 국어에서 그런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허허, 이거야 참…… 아니, 그럼 지금까지 다른 과외 선생들은 뭘 한 거야?”
이만수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수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금 역사와 국어라고 했어?”
“네, 어머니.”“그럼 대학 전공도 그쪽으로 가는 게 맞겠네?”
“이왕이면 자신이 좋아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물론 그 문제는 다른 사람보다도 수혁이 의견이 가장 중요할 거 같습니다.”
유수민이 잠깐 고민을 하는 듯하더니 다시 물었다.
“혹시 말인데……, 법학과는 어때? 난 우리 수혁이가 법대 나와서 법조인이 되었으면 좋겠는데.”
“법대요?”
“응, 검사나 판사 말이야. 아니면 변호사도 괜찮고.”
“글쎄요, 조금 전에도 얘기했지만, 그 문제는 수혁이 의견이 가장 중요할 거 같은데요.”
“아니, 내 얘기는 수혁이보다 현성이 너의 생각을 듣고 싶어서 그래. 지켜봤으니까 우리 수혁이가 어떤지 잘 알 거 아니야.”
현성은 이수혁을 슬쩍 바라봤다.
사실은 일주일 전에 그 문제로 이수혁과 얘기를 나누었었다. 어머니는 자신에게 법학과 가기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수혁 자신은 싫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은 그쪽보다는 국문과를 가고 싶다고 했다.
자신의 꿈은 작가라고.
어렸을 적부터 글 쓰는 게 좋다고 했다. 그리고 사실 이수혁은 학교 다니면서도 각종 글짓기 대회에서도 입상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어머니인 유수민이 원하는 건 오로지 법학과를 나와 법조인이 되는 것을 원한다고 했다.
이수혁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 의미를 모를 리 없는 현성이 유수민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머님!”
“응? 그래. 말해봐.”
“혹시 제 의견이 중요한가요?”
“당연하지. 그렇지 않으면 내가 뭐 하러 물었겠어?”
“그럼 먼저 한 가지 약속을 해주십시오.”
“약속?”
유수민은 다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이만수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만수가 헛기침을 하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그 한 가지가 뭔가?”
“수혁이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존중하기로 말입니다.”
“절대적으로?”
“네, 아버님이나 어머님의 바람이 아닌 수혁이 본인의 의견을 따르는 겁니다. 그게 어떤 것이든 말입니다.”
“그건 좀…….”
이만수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어차피 예상된 답변이었다.
스윽.
현성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이만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현성을 바라봤다.
“자네 혹시 이대로 가려고 하는 건 아니지?”
“아니, 맞습니다. 저녁도 다 먹었고 더 이상 드릴 말씀도 없고 내일 강릉 가려면 오늘은 일찍 쉬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허허, 이 친구가…….”
이만수는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현성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때였다.
턱!
이만수가 지나가는 현성의 손목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