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2)
회귀해서 건물주-342화(342/740)
342
집으로 돌아온 현성이 씻고 방으로 막 들어왔을 때였다.
따르릉.
“이 시간에 누가?”
시계를 보니 10시가 넘은 상황이었다.
얼핏 생각해도 이 시간에 전화 올 사람은 없었다. 부모님은 아닐 것이다. 어제저녁에 통화할 때까지만 해도 아무 일도 없었으니까.
누구지?
현성은 궁금한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현성 군, 날세.
“어? 회장님! 이 시간에 회장님이 무슨 일이십니까?”
전화를 건 사람은 뜻밖에도 농씸의 신춘오 회장이었다.
물론, 몇 개월에 한 번씩 전화 통화를 하긴 했었다. 그때마다 신춘오 회장이 전화를 했었고 현성은 항상 받는 입장이었다. 현성으로선 특별히 전화를 할 이유가 없었으니까.
그런데 이상한 건 전화를 한 시간이다. 지금까지는 항상 초저녁에 통화를 했었다. 주로 7시 30분에서 8시 사이에 통화를 했었다.
아무래도 그 시간이 영업을 마치고 가장 여유 있는 시간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이미 10시가 넘지 않았는가 말이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놀라는 건 당연했다.
그리고 더군다나 오늘 같은 경우는 가게에 있었던 것도 아니고 조금 전까지도 이수혁의 집에 있다가 가게로 돌아온 지 이제 겨우 10분 정도 지났다. 그런데 어떻게 알고 바로 전화를 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지켜보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타이밍을 맞추기도 쉽지 않을 텐데 말이다.
신춘오 회장의 밝은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아직 자긴 이르고 문득 자네 생각이 나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올여름 어떻게 지냈는가? 상당히 더웠을 텐데.
“방학하고부터 조금 전까지 친구네 집에 있었습니다. 근데 걔네 집에 에어컨이 있거든요. 그래서 올여름은 시원하게 보냈습니다.”
-허허, 집에 에어컨이 있다고? 누군지 모르겠지만 대단한 집이네.
“걔네 아버지가 조합장이거든요.”
-조합장? 허허, 하긴 시골에서 조합장이면 유지니까 그럴 만도 하겠군. 아니, 그런데 무슨 일로 그 집에는 그렇게 오래 있었는가?
신춘오는 이미 알고 있었다. 현성이 과외를 하기 위해 이수혁의 집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비밀인 터라 알고 있으면서도 다시 물었던 것이다.
“친구랑 같이 공부를 하느냐고요. 이제 대학 시험도 많이 안 남았잖아요.”
-그 말은 과외라도 했다는 말인가?
“과외요? 친구 사이에 무슨 과외요? 그냥 같이 공부했습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게 능률도 더 오르기 때문에 방학 동안 그렇게 했던 겁니다.”
-허허, 그런가.
신춘오는 기분 좋게 웃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엄연히 현성이 친구를 상대로 과외를 한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현성은 그 티를 내지 않고 너무도 자연스럽게 친구와 함께 공부를 같이했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보통, 그 나이 때면 과외를 했다고 자랑을 하고 싶을 텐데도 현성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어린 나이에 그 정도의 인성을 갖춘다는 게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신춘오는 기분 좋게 웃었던 것이다.
“이 시간에 전화를 주신 걸 보니 그냥 하신 건 아닐 테고,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사실은 내가 내일쯤 한 번 내려갈까 하는데, 시간이 좀 괜찮겠는가?
“내일이요?”
-그래, 내일 점심이나 같이하려고 말이야. 할 얘기도 있고.
“이거 어쩌지요. 제가 내일은 어디 좀 가야 하는데요.”
-이런, 하필…… 쯧쯧.
신춘오 회장은 아쉽다는 듯 혀까지 찼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혹시 급한 일인가요?”
-아니, 뭐 꼭 급한 건 아닌데 자네 얼굴 본 지도 1년이 됐고, 자네랑 할 얘기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내려갈까 했었지. 근데 어디를 가려고?
“강릉이요.”
-강릉은 갑자기 왜? 무슨 일이 있는가?
“무슨 일은 아니고 누구 좀 만나 뵐 분이 있어서요. 혹시 급하시면 제가 일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루 이틀 변경해도 지장은 없는 일이라…….”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춘오 회장의 말이 빨랐다.
-아닐세.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네. 내가 차라리 일정을 조정하는 게 낫지.
“죄송해서 그렇지요. 기껏 내려오시겠다고 하시는데.”
-아니지, 그거야 어디까지나 내 사정인 거고. 신경 쓰지 말게, 모레하고 글피는 내가 일이 있어서 안 되고, 혹시 이번 주 토요일은 어떤가?
“토요일이요? 음, 그날은 상관없습니다. 그때쯤이면 저도 한가합니다.”
-알았네, 그러면 그날 내가 내려갈 테니 그때 보세.
“알겠습니다. 그럼 그날 뵙겠습니다. 그럼 편히 주무십시오.”
현성이 수화기를 귀에서 막 떼려 할 때였다.
갑자기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크게 들렸다.
-현성 군!
형성은 수화기를 얼른 다시 잡으며 바로 대답했다.
“네, 회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사실은 말이야, 꿈자리가 좀 뒤숭숭해서 그러는데…….
“꿈자리요?”
-그래, 요 며칠 자네가 자꾸 꿈에 나타나더라고. 그래서 더 자네를 보고 싶었던 거고.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인데 가스 같은 건 다 잠갔지? 그리고 연탄은 요즘 안 때니까 상관없을 테고, 그리고…….
신춘호 회장의 말이 길어졌다. 한결같이 현성을 걱정하는 내용들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적은 없었다. 가끔 주의하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길게 얘기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현성은 숨소리도 죽인 채 신춘오 회장의 말을 들었다. 그 모든 말이 자기 자신을 생각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침내 신춘오 회장의 말이 끝나자 현성이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니, 무슨 꿈을 꾸셨기에…….”
-글쎄, 그게 말이야…… 아닐세. 괜히 내가 쓸데없는 말을 할 뻔했구먼. 아무쪼록 문 잘 잠그고 잘 자게. 그럼 이번 주 토요일에 보자고.
“네, 알겠습니다. 그럼 편안히 주무세요.”
뚝.
전화가 끊기자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시네.”
평상시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가끔 전화할 때마다 조심하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오늘처럼 이런 날은 없었다.
“무슨 꿈을 꾸셨기에…….”
현성은 밖으로 나왔다.
신춘오 회장이 하도 신신당부를 하기에 주방에 가스 불을 다시 보기 위함이었다.
후우……!
전화를 끊은 신춘오는 길게 심호흡을 내쉬었다.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디디딕.
신춘오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 실장, 날세.”
-어? 회장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무슨 일이라도…….
“밤늦게 미안하네.”
-아닙니다. 어차피 아직 잘 시간도 아니고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혹시나 해서 다시 확인 좀 하려고. 내가 얘기했던 거 틀림없이 잘 시행하고 있겠지?”
-아, 현성 군 말이죠?
“그래, 아무래도 너무 불안해서 말이야. 내가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왠지 모르게 자꾸 불안해서 말이야.”
-그렇지 않아도 회장님이 요즘 불안해하시기에 어제부터 24시간 보호하고 있습니다. 인원도 두 명 더 보충했습니다. 두 명씩 교대로 24시간 보호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무슨 일이 생기면 선조치 후보고할 수 있도록 확실히 얘기해 놨으니까 별일은 없을 겁니다.
“잘했네. 고맙구먼. 나도 이런 적은 처음이야.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주게.”
-네, 회장님. 걱정 마시고 편히 쉬십시오.
“그래, 그럼 수고하고. 김 실장!”
-네, 회장님.
“고맙네! 항상…….”
-제가 항상 감사드립니다. 그럼 편히…….
뚝.
후후!
전화를 끊은 신춘오 회장은 여전히 불안한 듯 호흡을 몰아쉬었다.
***
자정이 지나고 새벽 2시.
삼거리 가게에 나타난 두 사람.
라면 가게 사장인 민두식이 최민성을 보며 물었다.
“형님, 준비는 다 된 거죠?”
“준비는 했는데,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겠는가?”
“이제 와서 무슨 그런 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형님도 아시다시피 다음 주면 개학입니다. 이번에 끝내지 못하면 그 어린놈한테 또 당합니다. 상철이 형님도 그놈 때문에 이 동네에서 떠났는데 나까지 그 꼴을 당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내버리고 말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불안해하는 최민성의 한 손에는 기름통이 들려있었다.
“진짜 자꾸 이럴 겁니까?”
“이건 살인 행위야. 다시 생각해 보자고.”
“어차피 이판사판입니다. 저놈이 장사를 계속하는 한 저나 형님이나 이 동네에서 살기는 틀렸습니다. 우리가 살기 위해서는 저놈이 없어져야 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은 그런 약해 빠진 소리는 하지 마세요.”
그 말이 끝나자 민두식은 시간을 확인했다.
시세는 어느덧 2시 1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형님, 이제 갑시다. 방범 순찰도 끝났으니 지금이 딱입니다. 어서요!”
“민 사장, 그러지 말고 다시 한번만…….”
“아! 진짜…… 이봐요, 최민성 씨, 정신 차려요. 당신이나 나나 저 새끼가 설치는 한 우리는 손가락만 빨아야 한다는 거 왜 몰라? 그리고 지금까지 누가 당신한테 월급 줬는지 잘 생각하세요. 네!”
민두식이 최민성을 바라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최민성이 아무 말도 못 하고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그걸로 끝이었다.
가게를 나온 두 사람은 현성의 가게 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시각.
어둠 속에 숨어 있는 두 사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이런 시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밤낮으로 지키라는 거야?”
“쉿! 조용해. 회장님의 특별 지시라잖아.”
“아니, 그렇기는 한데 이게 뭐냐고? 그나저나 저 꼬맹이랑 회장님하고는 도대체 어떤 사이길래 이렇게까지 철통으로 지키라는 거야?”
“나도 잘 모르는데 들리는 얘기로는 숨겨 놓은 자식이라는 얘기도 있어.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24시간 지키라고 하지는 않을 거 아냐.”
“숨겨 놓은 자식?”
“나도 확실하지는 않아, 그러니까 입 조심해. 괜히…… 쉿, 누가 온다.”
두 사람은 다시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터벅터벅.
최민성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다.
그러자 민두식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님, 끝까지 진짜 이럴 겁니까? 지금 내가 나 혼자 잘 먹고 잘살자고 이러는 거냐고요?”
“어? 그, 그래 알았어.”
“눈 딱 감고 한 방에 끝냅시다. 그냥 이번 일만 끝내고 우리도 열심히 장사 좀 해봅시다. 네?”
최민성은 대답 대신 고개를 힘없이 끄덕였다.
어느새 현성의 가게 앞에 도착한 두 사람.
민두식이 다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뭐해요? 빨리 기름 뿌리지 않고?”
“어? 그, 그래…….”
민두식은 기름통을 열고 기름을 가게 앞에 뿌리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두 사람.
“저 새끼들 뭐야?”
“이거 기름 냄새 아니야?”
“석유 냄새잖아! 야, 뭐해? 저 새끼들 잡아!”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두 사람은 어둠을 뚫고 비호처럼 날았다.
***
따르릉.
잠을 자던 신춘오는 전화벨이 한 번 울리자 바로 눈을 떴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마음에 잠이 안 오다가 조금 전에야 겨우 잠이 들었었다.
이 시간에 전화를 걸 사람은 한 사람밖에 없다.
“김 실장, 무슨 일이야? 설마?”
-회장님!
김영우 비서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
순간적으로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걸 직감한 신춘오 회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무슨 일이냐고?”
-무사합니다.
“무사? 현성이는 무사하다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걱정하실까 봐 우선 결과부터 말씀드리는 겁니다.
후우!
신춘오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부터 터져 나왔다. 조금 전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걸 바로 직감했기 때문이다.
한숨을 돌린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게 그러니까…….
김영우 실장은 조금 전에 보고 받은 내용을 그대로 신춘오 회장한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바로 소리를 질렀다.
“뭐? 불을 싸질러?”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 애들이 그 전에 잡았답니다.
“그래서, 그놈들은?”
-이미 병원에 실려 갔답니다. 적어도 전치 6주는 나올 거랍니다.
“잘했어. 얘들한테 특별 보너스 쏴주고 자세한 건 나중에 다시 보고하도록. 수고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어떤 꿈을 꾸셨기에…….
“아니, 됐네. 내 입으로 차마 그 꿈 얘기는 못 하겠고, 그 친구들한테 혹시 모르니까 별도로 내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24시간 지키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그럼 자세한 내용은 조회 끝나고 바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알았네. 수고했어. 자네도 이만 쉬어.”
뚝.
전화를 끊은 신춘오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꼭 감았다. 생각할수록 아찔한 순간이었다. 만약 그 꿈을 안 꾸었더라면 이번 일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신춘오 회장은 눈을 감은 채 아버지를 불렀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현성이를 구하겠다고 불 속으로 뛰어들던 모습이 아직도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