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3)
회귀해서 건물주-343화(343/740)
343
킁킁.
“이게 무슨 냄새야?”
새벽 운동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온 현성은 코를 연신 실룩거렸다. 가게 문을 열고 나오자 어디선가 석유 냄새가 진동을 했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신춘오 회장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가스 불과 출입문 잠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닫을 때까지만 해도 아무 냄새도 안 났었다.
그 말은 결국 밤새 무슨 일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된다.
“이게 뭐야?”
현성은 냄새의 원인을 찾았다. 그건 바로 가게 출입구에서 오른쪽으로 2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나는 냄새였다. 바닥에는 여전히 석유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얼핏 생각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일이었다. 누군가 일부러 뿌리지 않았다면 이곳에 석유가 있을 리가 없다. 그 말은 결국 누군가 어젯밤에 이곳에 석유를 뿌렸다는 얘기가 아닌가 말이다.
석유를 뿌린다?
그 목적은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방화.
결론은 누군가 방화를 하기 위해 이곳에다 석유를 뿌렸다는 얘기가 된다.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인가.
‘잠깐!’
현성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건 바로 그 누군가가 방화를 시도했다면 왜 이 정도로 끝냈을까 하는 것이었다.
밤이 되면 이 골목은 거의 사람이 안 다닌다.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방화를 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잠깐 생각하던 현성의 머릿속에 두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중 하나는 변심이다. 즉 마음이 변한 것이다. 처음엔 방화를 하겠다고 계획했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변한 것이다. 그 이유야 정확히 모르겠지만 얼핏 생각나는 건 뒷감당이다.
뒷감당하기엔 너무 큰 사고일 게 뻔할 테니 말이다.
물론,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현성 자신이었을 것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라 어쩌면 목숨까지도 위험한 상황이었을 지도 모른다.
“후우!”
그런 생각까지 들자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또 하나. 상가 주변은 거의 목조 주택이다. 만약 불이 번지기라도 한다면 그 피해는 진짜 상상을 초월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 것이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정도 생각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가능성은 거의 희박한 경우이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제지를 당했을 것이다. 물론 그 누군가는 우연하게 그 시각에 골목을 지나가던 사람이었을 테고.
“아무래도…….”
스윽.
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두 번째 가능성은 너무 희박해서 그건 아닐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뒷감당을 할 자신이 없었을 것이다. 현성은 첫 번째 가능성으로 결론을 내리고 말았다.
저벅.
현성은 운동 대신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갔다.
그리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세제로 가게 앞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뒀다가는 석유 냄새 때문에 영업에 지장을 받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을까.
출근한 신명순이 이제 막 청소를 끝낸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 이게 무슨 냄새에요?”
“냄새가 납니까?”
“무슨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찐하진 않은데 하여간 냄새가 약간 나는 것 같아서요.”
“아, 그래요? 아침에 나와 봤더니 글쎄 누가 여기다 실례를 했지 뭡니까? 아무래도 어젯밤에 누군가 꽤나 급했나 봅니다.”
현성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괜히 석유를 뿌렸다고 하면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해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신명순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아니, 어떤 놈이 남의 가게 앞에다 그런 짓을…….”
“글쎄요, 어떤 놈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많이도 싸질렀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한 시간 동안이나 이렇게 청소를 하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하여간 미친놈 때문에 아침부터 고생이 많았네요. 그런 의미에서 커피 한잔할까요? 아직 영업 시작하려면 여유가 있으니 말입니다.”
“그럴까요, 그럼…….”
현성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신명순은 가게 안으로 사라졌다.
잠시 후.
현성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후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커피가 참 맛있네요.”
“사장님도 참, 커피가 다 똑같지 무슨 그런 말씀을…….”
“아닙니다. 저는 이상하게 어머니가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 둘만 있을 때만이라도 말씀 편하게 하시면 안 될까요?”
“그 문제는 제가 처음부터 말씀드렸잖아요. 아무리 아들 친구지만 제가 모시는 사장님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그리고 이젠 저도 습관이 돼서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 문제는 신경 안 쓰셔도 돼요.”
“하하, 늘 느끼는 거지만 어머니 고집도 참 대단하십니다.”
현성은 웃으며 신명순을 바라봤다.
그러자 신명순이 오히려 더 크게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호호호, 지금 고집이라고 그랬어요? 제가 알기론 주위에 사장님만큼 고집이 센 사람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우리 오빠가, 아니, 회장님이 그러는데 사장님 고집이야말로 황소고집이라고 하던데요. 회장님도 절대 못 이긴다고 말입니다.”
“아버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신명순과 박희철이 결혼을 한 후부터는 박희철을 ‘아버님’이라고 부른다. 그전에는 아저씨라고 불렀지만, 친구의 아버지가 되었으니 호칭이 바뀌는 건 당연했다.
물론 처음부터 호칭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게 친구인 이정우를 위해서도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한 것이다.
“네, 그러니까 그 고집 얘기는 사장님이 할 얘기가 아닌 거 같은데요. 안 그래요?”
“하하, 그게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그럼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말이 없네요. 그건 그렇고 요즘 정우는 어떻습니까?”
따지고 보면 신명순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기에 현성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자 신명순이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요즘 아주 신났어요. 병원에서 수술하면 걷는 데 크게 이상 없을 거라는 답변을 들은 후부터는 애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달라져요? 어떻게요?”
“일단은 자신감이 넘쳐요. 웃음도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거 같아서 저는 그게 제일 좋아요.”
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평생을 불구의 몸으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수술만 하면 어느 정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고 하니 그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들 것이다.
현성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그러고도 남을 겁니다. 아마 다른 세상을 사는 느낌일 겁니다.”
“맞아요. 그래서인지 요즘은 정우 눈빛만 봐도 기분이 덩달아 좋아져요. 사실 지금까지 말은 못 해도 어미로서 평생 죄지은 기분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돼서 얼마나 마음이 …….”
신명순은 말끝을 흐리며 커피잔을 들어 입가로 가져갔다. 그동안 말은 못 하고 심적으로 얼마나 마음이 괴로웠을지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 부분이었다.
현성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명순이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번에 사장님한테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저요?”
“네, 회장님이 모른 척하라고 했지만 저로서는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어떻게 한두 푼도 아니고 천오백만 원씩이나 되는 돈을 수술하라고 그렇게 선뜻 내놓을 수가 있어요?”
“아하, 그거요. 정우니까요. 저도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렇게 못 합니다. 정우니까 가능한 겁니다.”
“아니, 우리 정우는 항상 사장님한테 도움만 받았는데 그게 무슨…….”
“아닙니다. 어머니는 모르는 저희 둘만의 비밀이 있습니다. 그러니 그 부분은 전혀 괘념치 않으셔도 됩니다.”
사실이다.
전생에서 대여점을 만화카페로 리모델링하면서 부족했던 금액을 빌려줬던 것도 이정우다. 그것도 하나밖에 없는 적금을 깨서 말이다.
세상천지에 친구가 아무리 어렵다고 해도 자신의 적금까지 깨면서 도와줄 친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신명순이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더는 말씀 못 드리겠고, 하여간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을게요. 사실 우리 모자한테 사장님은 구세주나 다름없어요. 제가 건물주한테 쫓겨났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 정우 일도 그렇고……,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에요.”
“저도 고마운 건 마찬가지입니다. 어머니가 안 계셨으면 지금 이렇게 가게를 안정적으로 운영하지도 못했을 겁니다. 그러니 혹시라도 부담 같은 건 전혀 가지시면 안 됩니다. 아셨죠?”
“사장님도 참…… 고맙네요, 빈말이라도 그렇게 해주시니.”
현성은 신명순을 보며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저는 빈말 같은 거 못 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면 저는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원주 나가는 첫차를 타려면 자금쯤 나가야 돼서.”
“아, 맞다! 사장님 오늘 강릉 가신다고 하셨죠?”
“네, 거기까지 갔다 오려면 서둘러야 돼서요.”
“네, 얼른…… 참! 조금 전에 오다가 삼거리 슈퍼 사장님한테 이상한 얘기를 들었어요.”
“이상한 얘기요?”
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신명순이 바로 입을 열었다.
“삼거리 라면집 있잖아요?”
“라면집이라면 그 민 사장 말입니까?”
“네, 맞아요. 그 민 사장하고 거기서 일하는 최 씨하고 오늘 새벽에 병원에 실려 갔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실려 가다니? 그것도 새벽에?”
“슈퍼 사장님 말로는 누구한테 맞은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꽤 심하게 맞은 거 같다고 하더라고요. 119 구급차가 와서 싣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현성으로선 쉽게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었다.
한두 살 먹은 애들도 아니고 그 시간에 싸운 것도 아닐 텐데 맞아서 구급차에 실려 갔다고 하니 쉽게 이해가 안 가는 건 당연했다.
그때 신명순이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렇게 맞았는데도 피 한 방을 안 낫다고 하더라고요. 다리하고 팔에만 골절이 있었다고, 아무래도 전문가들이 한 짓인 거 같다고…….”
“전문가요?”
“이상하잖아요? 팔다리가 다 부러졌는데도 피는 한 방울도 안 나왔다는 게요.”
“그건 또 그렇네요. 그나저나 그 정도면 장사도 못 할 텐데, 그건 그렇고 제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네요. 저는 차 시간 때문에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그래요.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현성은 신명순과 인사를 나누고 가게 밖으로 나왔다.
‘전문가?’
현성은 터미널로 걸어가면서 머리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그때 현성의 뒤를 일정한 거리를 두고 두 사람이 따르고 있었다.
그중 한 사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
“김 실장님이 특별 보너스로 10만 원씩 준다고 했지?”
“그러게 말이야. 이런 보직이 어디 있냐? 지방 출장 오니까 부장님 눈치 안 봐도 되고 먹는 것도 마음대로 먹고 게다가 한 건 했다고 특별 보너스까지 받고 말이야.”
“내 말이, 아무래도 저 꼬맹이가 회장님 거시기가 맞긴 맞는가 봐.”
“아무려면 어때, 우리야 그저 졸업할 때까지 저 꼬맹이만 보호하면 되는 거지. 그동안 우린 팔자 핀 거야.”
“오늘은 강릉 간다고 했지?”
“응,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가자고. 들키면 안 되니까 일정한 거리 꼭 지키고.”
“오케이, 그 정도야 일도 아니지. 내가 유디티 나와서 이런 일을 할 줄이야…… 쿡쿡.”
두 사람은 웃으며 발걸음을 서둘렀다.
***
강릉에 도착한 현성은 경포해변 옆에 있는 초당동으로 향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초당 순두부 마을이다.
“후우!”
순두부 마을 입구에 도착한 현성은 심호흡부터 챙겼다.
여기에 온 이유는 하나다. 한 사람을 만나기 위함이다.
유복순.
아내 윤지수의 어머니, 즉 장모님이다.
회귀하기 전까지도 매년 가을이면 장모님을 찾아와 2박 3일씩 머물던 곳이다. 여름휴가 때는 오히려 장사를 하느라 못 오고 남들 휴가가 끝나면 가을에 내려오곤 했었다.
조금만 가면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이 나오기 때문에 모처럼 도심지를 벗어나 휴식을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이곳에 장모님이 계시느냐 하는 것이다.
사실은 지난겨울 방학에도 이곳에 왔었다. 하지만 그때도 장모님은 안 계셨다. 그 이유는 아직 이쪽으로 이사를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모님의 원래 고향은 전라남도 장성이다.
안타까운 건 장모님이 이곳으로 언제 이사를 왔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내 윤지수를 처음 만난 건 지금으로부터 11년 뒤인 30살에 만났다. 그땐 이미 장모님이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고,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선 이곳에 장모님이 언제 이사 왔는지 모르는 게 당연한 것이다.
“오늘은 계실까?”
현성은 다시 발걸음을 서둘렀다.
잠시 걷던 현성은 발걸음을 멈췄다. 그리곤 뒤를 돌아왔다.
‘뭐지?’
아침에 터미널에 도착했을 때부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바로 누군가 자신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한 건 원주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쫓아오던 두 사람도 같은 버스를 타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우연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원주에서 강릉으로 가는 버스에도 그 두 사람이 동승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이곳까지 쫓아온 것이다.
‘도대체 누구기에…….’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을 미행할 사람은 없다.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신경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묻기엔 상황이 좀 애매하고, 일단은 좀 더 두고 보는 걸로 결론을 낸 현성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옮겼다.
저벅.
10분쯤 걸었을까.
길 오른편에 기와집이 나왔다.
처마 밑에는 겨울에 봤던 그 간판이 그대로 있었다.
-할머니 초당 순두부.
그런데 그 간판은 장모님이 장사를 할 때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직접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
현성은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