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5)
회귀해서 건물주-345화(345/740)
345
“지금 한광현 씨라고 했습니까?”
“네, 한광현 씨요. 혹시 아십니까?”
“당연히 알지요. 우리 회사 형님인데요. 그런데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우리 형님은 어떻게…….”
택시기사는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슬쩍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바로 입을 열었다.
“사실은 1년 전에…….”
현성은 1년 전에 있었던 일을 택시기사한테 간단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택시기사는 운전 중임에도 불구하고 몇 번에 걸쳐 현성을 바라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그러니까 지금 학생의 말은 1년 전에 있었던 일 때문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찾아왔단 얘기지요?”
“네, 그냥 넘기기엔 제가 너무 큰 도움을 받았거든요. 덕분에 어머니도 무사하고요.”
“내가 이 일을 시작한 지 올해로 15년짼데 이런 일은 또 처음입니다. 근데 분명한 건 우리 광현이 형님이 다른 사람하고는 다른 게 확실해요.”
“처음이 아니라는 말씀이군요?”
“이일뿐이겠습니까? 그 형님이 일상이 좀 많이 다릅니다. 그나저나 그 형님을 만나려면 회사로 들어갈 게 아니라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요.”
“병원이요?”
현성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커졌다.
그러자 택시기사가 씩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네, 며칠 전에 쌀자루를 5층까지 올려주다가 그만…….”
“쌀자루요?”
“네, 웬 할머니가 쌀자루를 들고 택시에 탔다지 뭡니까? 그런데 그 형님 성격에 또 가만히 있을 양반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하필 그게 또 5층이라…….”
택시기사의 설명은 길었지만 결론은 그 일로 인해 다리를 다쳤다는 것이었다. 빨리 올라가려고 하다가 그만 중심을 잃고 계단에서 넘어져 다리가 골절됐다는 것이었다.
“어디 병원입니까?”
“잠깐만 기다리세요. 내가 알아서 그쪽으로 모실 테니.”
택시는 교동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으로 핸들을 틀었다.
10분쯤 더 달리자 택시가 도착한 곳은 강릉의료원 앞이었다.
“502홉니다. 그리고 택시비는 됐고, 그냥 내려요. 아무튼 학생의 그 마음이 너무 고맙네요. 그럼 광현이 형님 면회 잘하고 돌아가세요.”
“그래도 택시비는…….”
“이미 받고도 남았습니다. 광현이 형님이 좋아하실 겁니다. 어서 들어가 보세요.”
“고맙습니다. 박민석 기사님. 그럼…….”
현성은 이름을 부르는 걸로 감사 인사를 대신했다.
멀어져가는 택시를 보면서 현성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5층에 도착한 현성은 조금 전 박민석이 가르쳐준 502호 병실로 바로 향했다.
저벅.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창가 쪽 침대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현성의 얼굴을 먼저 알아본 한광현이 손을 올리며 입을 열었다.
“어? 자, 자네. 혹시…….”
“저를 알아보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작년 여름에 경포대에서 서명면까지 내 차로 운두령을 넘었던 그 친구가 아닌가?”
의외였다.
현성 자신이야 도움을 받았으니 기억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한광현 같은 경우는 입장이 다르다. 직업이 직업인만큼 손님을 대하는 숫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단번에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에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반갑고 고마웠다.
그렇다 보니 현성의 표정이 더욱 밝아지는 건 당연했다.
“아니,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시면서 저를 보자마자 바로 알아보셨습니까?”
“특별했으니까.”
“제가요?”
“그래, 그날 운두령을 넘으면서 어린 자네가 어머니를 걱정하는 마음이 남들하고는……, 아니, 참! 그나저나 어머니는 어떻게 되셨는가? 내 기억엔 분명히 그날 어머니가 위험하다고 했는데?”
현성은 다시 한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모든 내용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한광현이 신기할 정도였다.
“기억력이 참 좋으시군요.”
“기억력이 아니라 어머니 때문일세.”
“어머니요?”
“그래, 사실은 나도 우리 어머니가 2년 전에 돌아가셨거든. 그렇다 보니 그날 자네를 바라보는 내 심정이 좀 특별했었네. 그래서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거고. 참! 어머니는?”
“네, 괜찮습니다. 그때 아저씨 덕분에 무사히 사고를 막을 수가 있었습니다. 만약 그날 아저씨가 아니었다면 평생을 두고 후회할 뻔했습니다.”
현성의 말이 끝나자 한광현은 고개를 갸웃하며 바로 물었다.
“사실은 그때도 궁금했던 건데, 어머니가 위험하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이해가 안 간단 말이야.”
“아, 그게…….”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어쩔 수 없이 다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습니다.”
“꿈?”
“네, 꿈에서 어머니가 그만 교통사고를…….”
“꿈에서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한광현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봤다.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꿈에서 어머니가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서 그걸 진짜로 믿고 달려간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말이다.
하지만 한광현으로서도 다른 말을 할 수 없는 게 그게 사실로 일어났다는 것이다.
“허, 참…….”
한광현의 입에선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그때 현성은 들고 있던 두유 두 박스를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여기에 놓을 테니까 참으로 드세요.”
“아니, 뭘 이런 걸 또 사 오고 그러는가? 그것도 두 박스씩이나. 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현성은 빙긋 웃었다.
그러자 한광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는가?”
“운 좋게도 박민석 기사님을 만났습니다.”
“아, 어쩐지. 그렇지 않으면 자네가 여기를 찾아올 수가 없지.”
“처음엔 명신 사무실로 가자고 그랬지요.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저씨를 찾는다고 하니까 여기로……. 근데 그 아저씨가 택시비도 안 받으셨습니다.”
“허허, 민석이라면 충분히 그럴 녀석이지. 남들은 마지막 직업으로 선택하는 게 택시 운전이라고 하지만 그 친구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 택시기사로서 자부심도 강하고 정이 뭔지를 아는 그런 친구니까 말이야.”
말하는 한광현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는 법,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딱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스윽.
현성은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봤다. 오후 3시를 막 지나고 있었다.
“잠깐 밖에 공기 좀 쐴까요?”
“어? 그럴까? 그런데 내가 보다시피 다리가 이래서 멀리는 못 나가고…….”
현성은 한광현이 목발을 챙기려 하자 얼른 복도로 나가 공용으로 쓰는 휠체어를 끌고 들어왔다.
“오늘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허허, 그 휠체어는 또 언제 봤는가?”
“그 정도 센스는 제가 또 기본입니다.”
“허허, 이 친구가 또 재밌는 친구일세. 처음 볼 때부터 인상이 맘에 들었는데 이렇게 또 인연이 닿을 줄이야. 그러고 보면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단 말이야.”
한광현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현성을 바라봤다.
얼굴에 미소가 번지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혹시라도 한광현을 만나지 못했다면 어머니의 사고를 막지 못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어머니는 전생과 같이 한쪽 다리를 절며 평생을 사실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후우!
현성의 입에서 짧은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다시 생각해도 그날 한광현을 만난 건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으로 나온 현성은 휠체어를 정문 쪽으로 밀며 말했다.
“출출하시죠?”
“어? 그냥 조금……, 병원에 며칠 있었더니 벌써 습관이 됐는지 점심 먹고 3시간만 지나면 뱃속이 허하니, 이거야 원 참. 그래, 자네 뭐 먹고 싶은 거 있나?”
“순댓국 어때요?”
“순댓국?”
“네, 아까 들어오다 보니까 병원 앞에 순댓국집 있더라고요. 병원 밥이란 게 또 며칠 먹으면 질리지 않습니까? 칼칼하게 순댓국 드시러 가죠?”
현성의 말에 한광현은 고개를 돌리며 피식 웃었다.
“자네 혹시 내 뱃속에 들어왔다 갔는가?”
“하하, 그 말씀은?”
“그렇지 않아도 병원 밥 며칠 먹었더니 솔직히 질리더라고. 다리가 부러진 것뿐이지, 속은 멀쩡하니까 말이야. 사실은 오늘 저녁에라도 민석이 동생 오면…….”
현성은 한광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휠체어를 힘차게 밀었다.
잠시 후.
식당 앞에 도착한 두 사람.
한광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인도와 식당과의 높이가 다르다 보니 계단이 세 개나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광현의 표정은 금세 밝아졌다.
“업히시죠?”
“어? 괜찮겠나?”
“제가 힘이 또 장삽니다. 3층까지도 문제없으니 아무 걱정 마시고 업히세요.”
“자네가 오늘 아주 날을 잡았구먼. 그래, 오늘 내가 자네 덕분에 호사 좀 누려보겠네.”
한광현은 웃으며 현성의 등에 업혔다.
“어서 오세요.”
현성이 한광현을 업고 식당에 들어서자 사장으로 보이는 50대 남자가 다가왔다.
“이거 죄송합니다. 계단이 있어서 들어오시기 힘드셨죠?”
“저야 여기 젊은 친구가 있어 들어왔지만 다른 환자들은 아무래도 힘들 거 같습니다.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한광현이 의자에 앉으며 정중히 말을 건넸다.
그러자 식당 사장이 고개를 숙이며 바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저희도 머리가 아픕니다. 인도와 식당과의 거리가 가깝다 보니 계단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경사를 완만하게 만들려니 인도까지 출입로가 나가야 되고 그건 또 시청에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장의 말이 길어졌다. 대충 들어보니 무슨 상황인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상황이었다.
문제는 인도와 식당과의 거리였다. 거리가 짧다 보니 경사를 완만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시설물이 인도까지 침범할 수밖에 없으니 방법이 없는 것이었다.
“미안합니다. 그런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고…….”
한광현은 바로 사과를 전했다.
그러자 식당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닙니다. 저희가 죄송할 따름입니다. 어떡하든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겠는데……, 그건 그렇고 뭐로 드릴까요?”
“순댓국 특대로 두 그릇 주시고요, 혹시 오소리감투 특별히 추가됩니까?”
현성이 묻자 식당 사장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보아하니 학생 같은데 오소리감투라는 말을 다 아시네요?”
“아, 그거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역시 습관은 무서운 법이다. 전생에서 순댓국을 먹을 때면 제일 좋아하던 부위가 바로 오소리감투였다. 오소리감투는 돼지의 위를 말하는 건데 씹으면 맛이 고소하고 특히 쫄깃한 식감이 좋아서 특별히 좋아하던 부위다.
“아버지가 가르쳐줬습니다.”
“아아, 아버님이 순댓국을 드실 줄 아시네요. 네, 알겠어요. 특별히 오소리감투 듬뿍 넣어서 두 그릇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사장이 주방으로 사라지자 한광현이 현성을 보며 피식 웃었다.
“거짓말도 제법인데?”
“네? 거짓말이요? 제가 언제?”
“조금 전에 아버님이 가르쳐줬다는 말, 그 말 거짓말이잖아?”
“그게 보여요? 하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물론 그건 한광현의 말이 사실이다. 사실 전생에서는 아버지와 순댓국을 먹어본 적도 없다. 시골이다 보니 그런 식당 자체가 없었으니 말이다. 나중에 나이를 먹고 순댓국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그거까지 미주알고주알 다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잠시만요.”
현성은 한광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가게 밖으로 나왔다.
‘음…….’
계단 앞에서 잠깐 고민을 하던 현성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 식당 사장이 다가와 말했다.
“순댓국 나왔습니다. 어서 식기 전에…….”
“잠깐만요.”
현성은 사장의 말이 끝나기 전에 손을 들어 말을 끊은 다음 바로 말했다.
“여기를 말입니다. 세로가 아니라 가로로 이렇게 옆으로 경사지를 만들면 휠체어가 충분히 다닐 수 있을 거 같은데요. 그렇게 하면 당연히 인도로 시설물이 나올 일도 없을 테고요.”
“어? 그러고 보니…….”
식당 사장은 양팔로 공간을 재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니, 나는 지금까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요? 학생 말처럼 세로가 아닌 가로로 설치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방법인데 말입니다. 허허, 참…….”
“대신 공사비는 몇 배로 들 겁니다. 난간도 설치해야 될 거고요.”
“괜찮습니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부담할 용의가 있습니다. 병원 앞이라 휠체어를 타고 오는 분들한테 항상 죄송스러웠는데, 오늘 당장이라도 견적을 받아보도록 하죠. 이거 오늘 학생 덕분에 내가 그동안 앓던 이가 빠진 거 같습니다.”
식당 사장은 기분 좋다는 듯 웃음이 얼굴에 가득했다.
현성이 자리에 앉자 한광현이 씩 웃고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입을 열었다.
“고맙네!”
“별말씀을요, 많이 드십시오.”
“앞으로는 불편한 사람들도 자네 덕분에 편하게 들어와서 순댓국을 먹을 수 있을 걸세. 이게 바로 세상 살아가는 맛이 아니겠는가. 어서 먹지.”
그때였다.
식당 사장이 접시에 뭔가를 들고 왔다.
접시 안에는 오소리감투와 귀 그리고 염통 등 몇 가지가 담겨 있었다. 한결같이 식감이 좋은 내장 부위였다.
“아드님이 참 훌륭하십니다. 덕분에 제 고민이 해결됐습니다. 제가 드릴 건 없고 식감이 좋은 걸로 가져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네? 아, 그게…… 하하, 네, 감사합니다.”
한광현이 무슨 말을 하려다 큰 소리로 웃고 말았다.
그때 현성이 사장을 바로 불렀다.
“사장님!”
“네? 무슨…….”
“수육 포장되죠?”
“포장이요? 그거야 당연히 됩니다.”
“특대로 하나 포장해주세요. 지금 말고 저희 나갈 때 따뜻하게 말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특별히 오소리감투랑 식감 좋은 걸로 확실히 챙겨드리죠.”
사장이 물러가자 한광현이 현성을 보며 물었다.
“포장은 왜?”
“병실 분들하고 드시라고요.”
“…… 하하, 하하하…….”
한광현은 잠시 말이 없다가 갑자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