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8)
회귀해서 건물주-348화(348/740)
348
현성을 집에 내려주고 서울로 올라가는 승용차 안.
“…….”
“…….”
“…….”
신춘오 회장, 김영우 실장, 최진영 기사, 세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먼저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풉.”
침묵을 깬 건 신춘오 회장의 짧은 웃음소리였다. 그런 그가 낮은 목소리로 김영우 실장을 불렀다.
“김 실장.”
“네! 회장님!”
침묵의 무게감은 윗사람보다도 아랫사람이 상대적으로 훨씬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대답하는 김영우 실장의 목소리에 힘이 많이 들어가는 건 당연했다.
신춘오 회장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어떻게 생각해?”
질문의 요지를 모를 리 없는 김영우 실장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저 황당할 뿐입니다.”
“그지? 이건 말이 안 되는 거지?”
“네, 세상천지에 한국대를 싫다는 게 말이 됩니까? 남들은 거기 가고 싶어도 못 가서 안달인데 일부러 안 가겠다니, 아무래도 현성 군이 뭔가를 크게 착각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착각?”
“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하겠습니까?”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모의고사 점수도 290점이 넘는다. 그리고 아직 대입 시험을 보려면 4개월 정도 시간적 여유도 있다. 더군다나 이번에 3백만 원씩이나 주고 학원 강사를 통해 받은 예상 문제지만 제대로 공부를 한다면 300점 이상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300점. 그 점수면 한국대 어느 과에 지원하든 무조건 무사통과다.
그런데, 한국대에 가지 않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이어졌다.
“그래서 말인데, 아무래도 김 실장이 김 군의 생각을 좀 바꿔놔야 할 거 같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방금 김 실장이 얘기했듯이 지금 김 군은 뭔가를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네. 그렇다면 어른으로서 당연히 그 착각을 깨닫게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회장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현성 군 고집이 또 보통이 아니라서…….”
신춘오 회장이 팔짱을 풀며 다시 말했다.
“혼자가 힘들면 팀원을 이용하게.”
“TF팀 말씀입니까?”
“그래, 어차피 김 군을 위해서 만든 팀이니까 머리를 맞대보게.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아니, 무조건 방법을 찾게.”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부터 바로 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결과 나오면 바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김영우 실장은 다짐이라도 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팔짱을 낀 채 등을 뒤로 편하게 기댔다.
***
“이게 뭐야?”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이수혁은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이 건넨 가방을 열었다. 내용물을 확인한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이거 문제잖아? 근데 이게 도대체 무슨 문제야?”
“예상 문제.”
“예상 문제? 무슨 예상? 이거 혹시…… 대학 학력고사 예상 문제야?”
현성은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수혁이 바로 물었다.
“이거 누가 만든 거야?”
가장 민간한 문제다. 문제를 뽑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적중률이다. 얼마나 비슷한 유형의 문제가 시험에 나오는지. 그게 실력인 거고. 그렇다 보니 이수혁은 바로 물었던 것이다.
현성이 잠깐 뜸을 들인 후 씩 웃으며 말했다.
“강태성 알지?”
“강태성? 가끔 TV에 나오는 그 유명한 종로학원에 강태성? 설마……, 그 사람을 말하는 거야?”
“맞아. 그 강사가 직접 만든 거야.”
짝!
이수혁은 갑자기 박수를 침과 동시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진짜야?”
“그래, 조금 전에 서울에서 사람이 왔다 갔어. 그분이 나한테 주고 간 거야.”
“아니, 그분이 누군데 강태성이 만든 예상 문제를 가지고 와? 내가 알기론 강태성이는 돈도 돈이지만 아무나 안 만나 준다고 하던데?”
종로학원에서도 강태성의 강의를 들으려면 1년 전에 예약을 해야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이 날 정도로 입시 학원가에서는 전설 같은 인물이다.
그렇다 보니 이수혁의 이런 반응이 전혀 이상하게 보이지 않았다.
“그분도 만만치 않은 분이야. 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쨌거나 그 물건이 우리한테 들어왔다는 거야.”
“얼마야?”
“뭐가?”
“문제지 값 말이야. 그분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돈도 장난 아니었을 텐데.”
“글쎄다, 나한테 돈 얘기할 분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최소 3백은 줬을 거야.”
“뭐? 3백?”
이수혁이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전과목도 아니고 국.영.수 세 과목이다. 세 과목에 3백, 그 말은 결국, 한 과목당 백만 원이라는 얘기가 된다.
그렇다 보니 이수혁이 놀라는 건 당연했다.
슥슥.
갑자기 양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이수혁이 현성의 이름을 진중하게 불렀다.
“현성아!”
“응? 뭐야? 갑자기?”
“이 문제지 말이야. 한두 푼도 아니고 최소 3백만 원씩이나 하는 이 문제지를 나한테 가지고 온 이유가 뭐야?”
“이유?”
현성은 이수혁을 바라봤다.
이유는 확실하다. 그의 꿈을 이루어 주고 싶었다. 이틀 전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이 부모님으로부터 허락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몇 날 며칠을 논의한 끝에, 결국 국문과를 가도 된다는 허락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다는 말이 아버지의 꿈까지 포함해서 자신이 꼭 이루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아까 신춘오 회장으로부터 예상 문제지를 받는 순간 이수혁이 제일 먼저 생각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신춘오 회장과 헤어지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고.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꿈 때문에.”
“내 꿈?”
“그래, 네가 이틀 전에 나한테 그랬잖아. 아버지의 꿈까지 포함해서 네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이야.”
“그게 다야?”
“그럼, 그게 다지. 다른 게 있을 게 뭐가 있어?”
“…….”
현성의 대답에 이수혁은 할 말이 없었다. 물론 세상의 모든 걸 돈으로 계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최소 3백만 원, 한 과목당 백만 원짜리 문제지다. 그런 문제지를 아무 조건도 없이 단지 친구의 꿈을 위해서 들고 왔다는 말에 이수혁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피식.
이수혁이 가볍게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무슨 의미야?”
“너란 놈이 신기해서 그런다, 인마!”
“뭐? 신기?”
“그래, 인마. 세상에 어느 누가 한두 푼짜리도 아니고 3백만 원짜리 귀중품을 친구를 위해서 아무 조건도 없이 내줄 놈이 어디 있냐?”
“누가 그래? 조건이 없다고?”
“어? 그게 무슨 소리야? 조금 전에는…….”
이수혁이 고개를 갸웃하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280점.”
“뭐? 280점? 그게 뭐야? 너 설마…….”
“그래, 맞아. 너의 학력고사 목표 점수야. 이 문제를 주는 조건이야. 어때? 할 수 있겠어?”
“아니, 내가 어떻게…….”
“왜 못해?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
“280점이면 연대가 아니라 한국대도 갈 수 있는 점순데?”
이수혁은 금방이라도 눈이 튀어나올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너의 목표는 이제부터 연대가 아니라 한국대야.”
“한국대?”
“그래, 인마. 나만 믿어. 그리고 내일부터 다시 시작할 거야.”
“다시 시작한다고? 뭘?”
“과외. 그리고 너뿐만이 아니고 원하는 애들은 누구나 이 문제지를 공유할 거야. 남은 한 학기 동안 내 모든 걸 다 쏟아부을 작정이다.”
“…….”
이수혁의 귀에는 다른 말은 들리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온통 한국대라는 세 글자 생각뿐이었다.
***
“이제 얼마나 남은 거지?”
신춘오 회장이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김영우 실장이 고개를 숙이며 바로 말했다.
“12월 22일이 시험 날짜니까 정확히 한 달 남았습니다. 정말 시간처럼 빠른 게 없는 거 같습니다.”
“그러게 말이야. 김 군한테 예상 문제지를 준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3개월이 지났단 말이야?”
“네, 그렇습니다.”
“허허, 세월 참……, 그건 그렇고 요즘 김 군은 어떻게 지내는가?”
“무지 바쁩니다.”
“장사? 아니면 공부?”
“둘 답니다. 이제 슬슬 찬바람 불기 시작하니까 학생들이 몰린답니다. 그리고 공부도 이제 시험이 얼마 남지 않다 보니 아무래도 신경을 더 쓰는 거 같습니다.”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물었다.
“아직도 지난번에 얘기했던 것처럼 친구들하고 같이 공부를 하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정확히 20명입니다.”
“한 명도 이탈이 없다는 얘기네?”
“네, 처음 그대롭니다. 그런데 대단한 건 그 20명의 점수가 하나 같이 대단하다는 겁니다. 그게 물론 현성 군의 작품이고요.”
“비결은?”
“회장님이 건넨 문제지에 현성 군이 문제를 더 추가했답니다. 그것도 한 문제당 열 문제씩 말입니다.”
신춘오 회장은 놀랍다는 듯 김영우 실장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응용을 했다는 거야?”
“네, 바로 그겁니다. 비슷한 문제를 더 만들어서 그물코를 촘촘하게 만들어 빈틈을 없애는 방식인 거죠. 그러니 어떤 문제가 나와도 스스로 풀 수 있는 실력이 되는 겁니다.”
“정말 대단한 친구야. 하나를 가르쳐 주면 열을 깨우치니 말이야. 그건 그렇고 아직도 현성 군은 한국대에 올 생각이 없다는 거야?”
“그건 변동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TF팀이 한 가지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김영우 실장의 대답에 신춘오 회장의 표정이 금방 환해졌다.
“지금 방법이라고 했는가?”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 방법이란 게 뭔가?”“현성 군 학교의 교장 선생의 도움을 받는 겁니다.”
신춘오 회장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핏 들어도 무슨 얘긴지 쉽게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교장 선생의 도움을 받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해보게.”
“네, 그러니까…….”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길게 이어졌다. 그러자 처음엔 의문을 가지고 바라보던 신춘오 회장의 표정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김 실장 말은 교장 선생이 내년 초가 정년이니까 마지막으로 그만두기 전에 한 사람이라도 한국대에 가는 게 소원일 거라는 얘기지?”
“그건 이미 확인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어쩔 수 없이 제가 직접 전화해서 확인을 했습니다.”
“옳거니, 그러니까 교장 선생은 정년을 마치기 전에 당연히 한 명이라도 한국대에 가는 것이 소원일 것이고, 우리는 그 마음을 이용하자? 이건가?”
“이용한다기보다는 서로가 좋은 거니까요.”
신춘오 회장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교장 선생도 마찬가지지만 현성한테도 틀림없이 좋은 결과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성이다. 과연 교장 선생의 말을 들어줄 것인지.
신춘오 회장은 바로 물었다.
“근데, 현성 군이 교장 선생의 말을 들어주겠는가?”
“제가 아는 현성 군이라면 틀림없이 들어줄 겁니다.”
“근거는?”
“각별하거든요.”
“각별? 교장 선생과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두 사람이 꽤 가까운 사이였습니다. 많은 일도 같이했더군요. 그리고…….”
김영우 실장이 잠깐 말을 끊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뭔가? 왜 말을 하다 말고 끊어?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그런 게 아니고 회장님도 아시다시피 그 친구가 정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까?”“정? 아, 그래. 맞아, 그런 면이 있지.”
“그래서 제 생각에는 틀림없이 교장 선생의 부탁을 들어줄 거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도 최대한 읍소를 하겠다고 했고요.”
“읍소까지?”
“네, 최대한 협조를 부탁드렸습니다.”
“허허, 김 실장이 신경을 많이 썼구먼.”
신춘오 회장은 기분이 좋은 듯 얼굴에 미소기 만연했다.
김영우 실장의 말이 이어졌다.
“회장님께서 인사 차원에서 교장 선생과 전화 한 통화만 해주시면 됩니다. 제가 모든 설명은 다 해놨으니까요.”
“알았네,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과연 현성 군이 어떻게 나올지 아직은 조금…….”
신춘오 회장은 약간의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누구보다도 현성의 고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디디딕.
그때 김영우 실장이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