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49)
회귀해서 건물주-349화(349/740)
349
교장 박상현은 통화 중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이 정년이라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었는데 회장님 덕분에 제가 소원 풀이 한번 제대로 하게 생겼습니다.”
-하하, 그러십니까? 근데 문제는 김 군이 워낙 고집이 세서 먹힐지 모르겠습니다.
“안 되면 무릎이라도 꿇을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릎이요? 하하……, 교장 선생님 농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농이요? 아닙니다. 진짜 제 부탁을 안 들어주면 이번엔 그럴 생각입니다. 절대 농이 아닙니다.”
박상현은 통화하다 말고 고개를 심하게 좌우로 저었다. 그 정도로 농이 아니리 진심이란 얘기다.
이제 곧 정년이다. 교직 생활 33년을 마감하는 마지막이다. 그래서 더욱 보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마무리로 제자 한 명이 한국대에 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당연히 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본인 당사자가 한국대에 갈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 이유는 설명할 수 없고 무조건 싫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설득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놀랍게도 농씸 본사였다. 처음엔 의아해했지만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별 인재로 현성을 농씸 본사로 데려가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현성이 한국대에 입학하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었다. 이미 원룸까지도 계약을 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역시 본인 당사자였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찾은 방법이 감성에 호소하자는 거였다. 그렇다 보니 만약 안 되면 마지막 방법으로 무릎이라도 꿇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진심이라는 것이고.
신춘오는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교장 박상현이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교장 선생님!
“네, 회장님. 말씀하세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가 배달을 시켜도 되겠습니까?
“배달이요? 아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1인 1닭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네? 1인 1닭이요?”
-네, 그렇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 수업 마치고 전교생을 상대로 치킨을 보내드릴까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박상현은 웃음이 나오는 걸 억지로 참았다. 교직 생활 33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다. 전교생을 상대로 1인 1닭이라니.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그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추억을 평생 간직한다는 것도 행복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였을까.
평생 안 하던 농담이 다 나왔다.
“저도 한 마리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하하, 네 알겠습니다. 특별히 두 마리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우리 현성 군 잘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네, 회장님. 감사합니다.”
뚝.
전화를 끊은 박상현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30분 후.
똑똑.
“부르셨습니까? 교장 선생님.”
“어서 오게, 현성 군. 이쪽으로 앉지!”
박상현은 반갑게 현성을 맞았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평상시보다 훨씬 밝아 보였다.
현성이 바로 물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왜? 그리 보이는가?”
“네, 안색이 아주 좋으십니다.”
“허허, 그런가. 조금 전에 귀한 분과 통화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귀한 분이요?”
“아, 아닐세. 자네는 모르는 사람일세.”
박상현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지금으로선 신춘오 회장과의 통화를 비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 네……. 그런데 저는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요?”
“특별한 건 아니고 그냥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불렀네.”
현성은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교장 선생이다. 물론, 교장 박상현과 각별한 사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일상을 물을 정도로 격의 없는 사이는 아니다. 왠지 뭔가를 숨기는 듯한 박상현의 표정이었지만 그렇다고 그 이유를 물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박상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참! 요즘도 식당에서 영업 끝나고 친구들을 가르치고 있는가?”
“네? 알고 계셨습니까?”
“물론이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네. 그래도 내가 이 학교 교장인데 그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지 않겠는가?”
“아, 네…….”
현성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조금은 의외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그 얘기는 꺼낸 적이 없었기에 당연히 모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일부러 모른 척했던 것이란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 친구들 이번 모의고사에서도 제법 성적이 잘 나왔더군.”
역시 박상현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모의고사 점수까지 신경을 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역시 조용히 뒤에서 관심을 가지고 모든 걸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현성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르시는 줄 알았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자네가 부담을 느낄까 봐 모른 척했었네. 하지만 이제는 시험 날짜도 한 달밖에 안 남았으니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거 같아서 말이야. 늦었지만 이제라도 고맙다는 말 꼭 해주고 싶었네.”
“아, 네. 감사합니다.”
현성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박상현이 고개를 저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아닐세, 그 말은 자네가 할 말이 아니라 내가 해야지. 자네 덕분에 내가 요즘 얼마나 행복한지 아는가?”
“네?”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정년이 이제 몇 달 안 남았지 않은가? 그런데 자네 덕분에 마무리를 잘하게 생겼으니 어찌 고맙지 않겠는가 말이야. 최소한 20명은 대학에 갈 테니. 교장으로서 이보다 더 행복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안 그런가?”
“네, 그 정도는 충분할 거 같습니다.”
전생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전생에서는 후기 대학과 전문대까지 포함해서 총 6명이 대학에 갔었다. 물론 1년 전에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교장의 입장에서는 행복하다는 말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어?’
현성은 순간 당황스러웠다.
조금 전까지도 온화한 미소를 짓던 교장 박상현의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갑자기 침울한 표정으로 변해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이 묻기도 전에 박상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네? 무슨…….”
“자네 말이야!”
“…….”
갑자기 변한 교장 박상현의 모습에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박상현을 바라볼 뿐.
박상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네, 갑자기 왜 이러시는지요?”
“한. 국. 대.”
박상현의 입에서 세 글자가 한 글자씩 튀어나왔다.
그제야 현성은 박상현이 왜 자신을 불렀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그 문제라면 이미 끝난 얘기 아닙니까? 제가 분명히…….”
“누가 그래? 이미 끝났다고?”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상현이 먼저 치고 나왔다.
“교장 선생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지금까지 교장 박상현과 많은 대화를 나눴지만, 오늘 같은 경우는 처음이었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듯했다.
박상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난 아니야.”
“교장 선생님! 이제 그 말씀은…….”
“현성 군,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이제 마지막이야. 33년 교직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박상현의 말이 이어졌다.
처음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10분이 지나도록 박상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말은 길었지만 하고자 하는 핵심은 하나였다. 마지막인 만큼 마무리를 잘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 마무리는 현성이 한국대에 가는 것.
그런데 그 말끝에 이상한 말이 나왔다.
“길을 내주게.”
“네? 길이요?”
“그래, 후배들을 위해서 말이야.”
“…….”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박상현이 얘기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학기를 시작하자마자 박상현의 요구는 계속됐었다. 물론 그 또한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기에 매번 곤혹을 치르면서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끝까지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건 확실히 가야 할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감히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길!
박상현은 조금 전 ‘길’이라고 했다.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희망!
박상현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앞으로 남은 후배들한테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비록 어려운 환경이지만 우리도 하면 된다는 희망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가능성을 주고 싶다는 얘기다.
“후!”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박상현의 말이 이어졌다.
“일주일 남았네. 그때까지 진지하게 고민해주게.”
“…….”
“내 개인적인 욕심은 나도 내려놓겠네. 솔직히 지금까지는 교직 생활을 마감하면서 훈장이라 생각하고 욕심을 냈지만, 이제는 그 욕심을 내려놓겠다는 말일세.”
“…….”
“그렇다고 강요도 하지 않겠네. 선택은 자네가 하게.”
툭툭.
박상현은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성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
현성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며칠 후.
저벅저벅.
김영우 실장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똑똑.
안에서 대답이 들리기도 전에 문을 열었다.
“뭔가?”
신춘오 회장은 급히 문을 열고 들어오는 김영우 실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김영우 실장의 입이 바로 열렸다.
“됐습니다!”
“돼? 뭐가 말이야?”
“그 녀석이, 아니, 현성 군이 드디어 오케이를 했답니다.”
“그게 정말이야?”
“네, 조금 전에 교장 선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늘 원서 접수했답니다.”
탁!
신춘오 회장은 탁자를 내리쳤다.
“아, 고놈 참……. 고생했어, 김 실장.”
“아닙니다. 저보단 교장 선생이 제대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그래, 그 고집불통을 꺾은 방법이 뭐였다고 하던가?”
“그게 그러니까…….”
김영우 실장은 박상현으로부터 들은 얘기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이어질수록 신춘오 회장의 표정이 점점 웃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김영우 실장의 설명이 끝나자 신춘오 회장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푸하하하…….”
잠시 후.
웃음을 그친 신춘오 회장이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내가 얘기했던 치킨은 어떻게 됐는가?”
“이미 입금까지 끝냈습니다. 내일 오전 수업이 끝나면 서명 고등학교로 650마리가 배달될 겁니다.”
“그래, 수고했네. 그리고 저번에 불 싸지르려고 했던 놈들은 어떻게 됐는가?”
“현성 군 몰래 처리하다 보니 방화미수죄까지는 물을 수 없었습니다. 그냥 우리 애들이 경고하는 걸로 마무리했습니다. 근데 며칠 전에 가게를 내놨다고 합니다.”
김영우 실장의 말에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장사를 안 하겠다는 거야?”
“네, 아무래도 이번에 의욕이 완전히 꺾인 거 같습니다. 혹시 그래도 모르니까 주의 깊게 지켜보라고 했습니다.”
“그래, 쥐도 막판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고 했네. 너무 잡지 말고 지켜보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신춘오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김영우 실장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후 바로 사라졌다.
다음 날.
4교시가 끝나자 서명 고등학교에 1톤 트럭 한 대가 들어왔다.
누군가 소리쳤다.
“저게 뭐야?”
“어? 저 아저씨는 치킨 가게 사장님이잖아?”
“근데 저 아저씨 지금 트럭에 뭘 싣고 온 거야?”
“야, 저거 치킨 같은데? 저 박스 포장지 봐.”
현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봤다.
“풉!”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고 말았다. 트럭 적재함에 가득 쌓인 건 틀림없이 치킨이었다.
“아니, 어떤 미친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