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5)
회귀해서 건물주-35화(35/740)
개학 첫 날이라 오전수업으로 끝났다.
처음엔 걱정도 많았었다. 하지만 머리보단 몸의 적응이 빨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이름도 기억나는 걸 보면서 스스로도 놀랐던 부분이다.
하굣길에 이정우가 먼저 물었다.
“김현성, 아까 국어 시간에 그 말은 무슨 말이야?”
“그 말?”
“꿈 말이야. 네가 말했던 건물주. 처음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긴 했는데, 네 표정을 보니 은근 진지한 표정이더라고.”
“그랬냐?”
사실이었다.
다른 친구들이야 현성의 말이 그저 농담처럼 들렸을지 모르겠지만, 현성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농담하기엔 너무 많은 경험을 한 현성이었다.
전생에서 가게를 22년 동안하면서 건물주를 세 번 만났었다.
첫 번째는 계약기간이 끝날 때쯤 건물주가 말 한마디 없이 건축업자한테 팔아넘기는 바람에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다.
기간이 다 됐기에 뭐라 항변할 수도 없었다.
두 번째는 다행히도 착한(?) 건물주를 만났었다. 그런데 그 건물주는 계약하고 7년이 되던 해에 명을 달리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자식들이었다.
재산분할.
그러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들의 몫이었다.
과도한 월세인상.
법?
그것도 버틸 힘이 있는 사람들의 얘기였다.
결국, 상가들 중 거기서 버텨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성을 비롯해 남은 두 상가도 나갈 수밖에 없었다.
TV에서 어쩌다 이슈화되는 것들은 유명인이거나 아니면 어떤 특수한 경우일 뿐이다. 하지만 그 또한 세입자가 이기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
빠드득.
세 번째 건물주를 생각하니 저절로 이가 갈렸다. 현성 죽음의 원흉, 이세호다.
“나쁜 새끼.”
“뭐?”
갑자기 현성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오자 이정우가 현성을 바라봤다.
“아니, 너 말고, 아주 나쁜 새끼 있어. 나중에 내가 꼭 만나야 할 놈!”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게 있어. 어찌됐든 난 꼭 건물주 될 거다. 두고 봐.”
현성의 대답에 이정우는 고개를 약간 틀었다. 건물주 되겠다는 마음은 알겠는데, 말하는 분위기가 왠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어떤 한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때 현성이 이정우를 불렀다.
“정우야, 너 이런 말 들어봤어?”
“무슨 말인데?”
“조물주 위에 건물주!”
“뭐? 조물주 위에 건물주? 누가 그 말을 만들었는지 기가 막히다, 기가 막혀. 히히…….”
이정우는 어이가 없는지 웃고 말았다.
하긴 아주 훗날에나 유행처럼 번졌던 말이니 이정우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씁쓸한 미래의 모습이다.
잠깐 웃던 이정우가 현성을 보며 씩 웃었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뭐야? 그 웃음은?”
“나중에 혹시라도 건물주 되면 싸게 상가 하나 주라. 히히히…….”
이정우는 말을 하면서도 어이가 없는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알았어. 꼭 그러마.”
“진짜?”
“너니까 준다. 무조건!”
이정우는 현성의 말에 농담인줄 알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반면 현성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그 이상도 얼마든지 줄 것이다. 평생을 한마음으로 같이 했던 친구다. 뭔들 못 주겠는가.
두 사람은 그렇게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정문을 나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온 현성은 우선 준치부터 챙겼다.
박희철이 아침에 수업 끝나면 집으로 오라고 했지만 현성으로선 갈 마음이 없었다.
땅?
의미 없다.
세상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박희철이 말은 준다고 하지만 그게 정말로 행동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기엔 현성이 살아온 세월이 너무 길다.
“준치! 잘 지냈어?”
현성이 부르자 알아듣기라도 한 듯 준치는 현성 앞으로 쪼르륵 달려왔다.
손을 내밀자 뭉툭한 주둥이로 현성의 손을 연신 비벼댔다. 이젠 처음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활력이 넘쳤다.
그때 아버지가 현성을 불렀다.
현성은 아버지한테 다가가며 나긋하게 말했다.
“부르셨어요?”
“그래, 여기 좀 앉아 봐라.”
아버지는 서류봉투 안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현성에게 내밀었다. 서류를 읽어보니 논문서였다.
현성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예상이야 했지만 막상 눈앞에 논문서가 보이자 자신도 모르게 놀랐던 것이다.
“아버지 이건?”
“그래, 집 앞에 있는 논이다. 오늘 명의 이전까지 끝냈다. 네 덕분에 빚도 다 갚고 이렇게 땅까지 사게 되었구나.”
“축하드립니다. 아버지.”
“면목 없지만, 고맙다.”
아버지는 멋쩍은 듯 괜히 머리를 쓰다듬었다.
현성은 등기부 등본을 다시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부분에서 시선이 멈췄다.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버지, 최고십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냐?”
“명의를 어머니 앞으로 하셨네요?”
“난 또 뭔 소리라고…….”
아버지는 별거 아니라는 듯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그 반대였다. 어깨를 쭉 내민 모습에서 뿌듯함이 가득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어머니가 현성의 목소리를 듣고는 옆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현성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어머니, 여기 보세요.”
현성은 손가락으로 권리자 이름이 적혀있는 부분을 가리켰다. 그러자 어머니의 반응은 바로 나타났다.
“어머, 여보!”
그저 아침에 등기소 간다고 하기에 일이 잘 풀렸나보다 했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은 최고였고 행복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의 이름으로 된 논문서를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뭐라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마구 용솟음치는 듯했다.
어머니가 다시 말을 이었다.
“여보, 고마워요.”
“내가 한 게 뭐가 있다고, 우리 현성이한테 고마워해야지.”
아버지는 공을 현성에게 돌렸다. 그러자 옆에 있던 현성이 무안하다는 듯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자꾸 그러시면 무안합니다.”
“아니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나머지 논은 내 손으로 꼭 사도록 하마.”
“……알았어요. 아버지 무조건 파이팅입니다.”
현성은 주먹을 쥐며 아버지를 응원했다.
그때, 아버지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현성한테 내밀었다. 통장이었다.
현성은 통장을 받으며 아버지한테 물었다.
“이게 뭡니까?”
“반만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다 못 쓰겠더구나. 나머지는 네가 알아서 필요한데 쓰려무나.”
생각지도 못 했던 일이다.
평생을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던 당신의 꿈이었다. 그 돈으로 다 산다 하더라도 두 마지기정도 밖에 안 될 텐데 그걸 또 반으로 줄였다.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버지의 마음 씀씀이에 순간 울컥한 현성이었다.
“아버지!”
현성은 등기부 등본을 다시 살폈다. 조금 전에는 당연히 최소 600평은 넘을 거라 생각했기에 그 부분은 확인도 안 했었다.
아마도 평당 3,000원이 조금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강원 산간이란 지역 특성 때문에 그 금액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런데 다시 보니 1,100(m²)로 표시되어 있었다. 대략 330평이 조금 안 되는 면적이었다. 아버지는 진짜로 반만 샀던 것이다.
샤락.
현성은 통장을 넘겨 잔액을 확인해 봤다.
역시 통장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돈이 남아 있었다. 아버지의 말은 사실이었다.
현성은 아버지를 바라봤다.
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버지의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버지는 그 돈을 도저히 다 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아버지다.
잠깐 아버지를 바라보던 현성이 입을 열었다.
“아버지, 고맙게 잘 쓰겠습니다.”
현성은 아버지를 보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굳이 다른 말은 필요 없었다.
그러자 아버지가 바로 말을 이었다.
“별소릴 다하는 구나. 그래도 이렇게 아무 소리 안 하고 받아주니 오히려 내가 고맙구나.”
“같은 마음 아니겠습니까?”
“허허….”
아버지는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다.
아버지의 주는 마음이나 그것을 받는 현성의 마음이 같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잠깐이지만 서로 눈을 마주했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그때 어머니가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현성이 물었다.
“어디 가시게요?”
“이런 날은 한잔해야지 않겠니? 안 그래요, 여보?”
“좋지!”
“오늘은 땅 주인인 제가 쏩니다. 호호…….”
어머니는 그 말과 함께 부엌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아버지가 웃으며 바로 말했다.
“뭐? 땅 주인? 하하…….”
아버지도 기분 좋은 듯 큰 소리로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현성의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지는 순간이었다.
현성은 기분 좋게 한잔하고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만들어 준 침대에 누웠다. 비록 합판으로 만들어진 침대지만,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느낌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좋다!”
전생에선 이렇게 가족끼리 웃으며 시간을 보낸 기억이 나질 않는다. 특별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왜 그땐 그게 안 됐던 걸까?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쩔 수 없이 가난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돈…….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오죽하면 가난은 악마를 만든다는 말까지 있겠는가.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다녀왔습니다.”
밖에서 동생 김지연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은 문을 열고 동생을 불렀다.
“지연아, 잠깐만.”
“왜?”
“잠깐이면 돼. 얘기 좀 하자.”
“어…….”
김지연은 대답을 하면서도 잠시 망설였다.
며칠 전에 현성과의 일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특별히 해결책도 없으면서 자신의 진로문제를 가지고 얘기했던 게 마음에 걸렸다.
물론 걱정해서 하는 말인지도 안다. 하지만 걱정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너무나 잘 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입에서도 좋은 말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아직도 그 불편함이 머릿속에 남아 있는데…….
그런데 다시 또 얘기를 하잔다.
‘어쩌지?’
그때 현성이 다시 김지연을 불렀다.
“뭐해 지연아?”
“어? 응, 알았어.”
김지연은 어쩔 수 없이 현성의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김지연은 현성을 보며 말했다.
“미리 얘기할게. 저번 그 얘기라면 난 그냥 나갈 거야.”
“알았어. 일단 앉아 봐.”
킁킁.
김지연은 갑자기 코를 실룩거리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술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뭐야? 오빠 술 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