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55)
회귀해서 건물주-355화(355/740)
355
한수진을 태운 트럭은 어느새 오죽헌을 빠져나와 교동으로 향하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네.”
한수진이 현성을 힐긋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그렇잖아? 그 나이에 벌써 가게를 운영해서 차를 살 정도니 말이야.”
사실 조금 전 공터에서 트럭을 보고 어떻게 된 거냐고 한수진이 물었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대충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내용을 다 설명할 수는 없었기에 라면 가게 얘기를 했었다.
지금 한수진이 말하고 있는 게 바로 그 상황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운이 좋았습니다.”
“이젠 겸손까지?”
“하하, 겸손이 아니라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린 제가 어떻게…….”
“그만해.”
한수진은 현성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굳이 거짓말 같은 거 안 해도 돼. 본인 스스로 돈 벌어서 차를 샀다는 데 그게 흠은 아니잖아. 오히려 칭찬할 일이지. 하여간 처음 볼 때부터 다른 학생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역시 뭔가 다르긴 다르네.”
“그게 아니고…….”
“됐다니까. 그건 그렇고 어떻게 장사를 하면서도 수석을 할 정도로 공부를 잘할 수 있었을까? 보통 그런 경우는 거의 드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때였다.
옆 차선에서 달리던 승용차 한 대가 깜빡이도 안 켜고 현성의 트럭 앞으로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러자 현성은 긴장하지 않고 브레이크를 살짝 밟으며 속도를 줄였다.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운전에 집중했다.
그 모습을 본 한수진이 바로 물었다.
“오! 대단한데. 근데 면허증 언제 땄어?”
“한 달 조금 안 됐습니다.”
“한 달? 아니, 그런데 이렇게 운전을 잘해? 내가 보기엔 적어도 10년 이상은 된 거 같은데?”
“하하, 10년이요?”
“그렇잖아, 조금 전에도 승용차가 갑자기 끼어들었는데 전혀 놀라지도 않고 급브레이크도 안 밟고 말이야. 이게 어디 한 달도 안 된 사람의 운전 솜씨라고 할 수 있겠어?”
“저도 모르게 그만 몸이 알아서…….”
“그러니까! 자신도 모르게 몸이 알아서 움직였다는 건 그만큼 익숙하다는 거잖아. 그게 바로 운전 실력인 거고. 그게 어떻게 이제 면허를 딴지 한 달밖에 안 된 사람이 할 수 있는 행동이냐고?”
한수진은 고개를 저으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웃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하하, 아무래도 저는 운전 체질인가 봅니다.”
“체질?”
“네, 그렇지 않고서야 어머니 말씀처럼 어떻게 그 상황에 그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안 그렇습니까?”
“어? 듣고 보니까 그 말도 맞는 거 같네. 근데 운전이 체질인 사람도 있나?”
“어머니도 참, 바로 여기 있지 않습니까! 하하…….”
현성은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몇 번 두드렸다. 그러자 한수진도 잠깐 현성을 바라보다 곧 고개를 끄덕이며 웃기 시작했다.
트럭은 어느새 강릉 시내에 있는 중앙시장 입구에 도착해 있었다.
트럭에서 내린 두 사람.
현성의 눈에 시장 입구에 있는 리어카가 들어왔다. 어묵과 떡볶이 그리고 순대를 팔고 있는 노점상이었다.
전생에서 한수진과 시장에 오면 항상 들렀던 곳이다.
“저기 어때요?”
현성이 한수진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한수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난 좋지. 근데 현성이도 저런 거 좋아해?”
“물론입니다. 그것도 많이 좋아합니다.”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리어카 앞으로 다가갔다.
“어서 오세요!”
아주머니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았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주문했다.
“떡볶이하고 순대 좀 주세요. 근데 순대는 조금만 주시고 잡고기로 많이 주세요. 특히 간을 많이 주세요.”
“네, 알았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주문이 끝나자 옆에 있던 한수진이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물었다.
“왜요?”
“너 누구야?”
“현성이요.”
“장난치지 말고. 어떻게 된 거야?”
“뭐가요?”
현성은 모르는 척 물었다. 사실 전생에서 한수진이 이곳에 오면 시키던 주문 방법이다. 보통 사람들은 잡고기보다는 순대를 더 좋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수진의 경우는 그 반대였다. 오히려 순대보다는 잡고기, 그중에서도 간 부위를 가장 좋아했었다. 그래서 조금 전에 일부러 한수진이 전생해서 주문하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던 것이다.
한수진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사실 나는 순대보다도 잡고기를 더 좋아하거든. 그중에서도 간을 가장 좋아하고 말이야. 그리고 순대는 꼭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고.”
“저도요.”
“정말이야?”
“그럼요. 간이 고소하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식감이 퍽퍽해서 싫다고 하는데 저는 오히려 그 맛이 더 좋더라고요.”
“어쩜!”
한수진은 어느새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있었다.
그때 주인아주머니가 떡볶이와 순대 접시를 두 사람 앞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드님이 참 잘생겼어요!”
“네? 아, 네……. 호호, 우리 아들 잘생겼지요! 그죠! 공부도 잘해요. 이번에 강상대 전체 수석 먹었거든요.”
한수진은 현성을 힐긋 바라본 후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현성도 그런 한수진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두 사람의 눈빛은 허공에서 잠깐 부딪혔다. 그러자 두 사람은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곤 약속이라도 한 듯 간을 먹기 시작했다.
***
그날 저녁.
현성은 불판에 고기를 뒤집으며 말했다.
“어머니, 오늘 시장 같이 보시느라고 고생 많으셨어요.”
“고생은 무슨, 난 오히려 즐거웠는데……. 그리고 현성이 덕분에 맛있는 간도 실컷 먹고 말이야. 하여간 오늘 너무 좋았어.”
한수진의 얼굴엔 여전히 즐거운 듯 웃음기가 가득했다.
현성은 그런 한수진 앞으로 고기 한 점을 옮겨놓으며 말을 이었다.
“이것 좀 드셔보세요. 기름기가 많지 않아서 쫄깃한 게 맛있을 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
“뭐가 또 그렇게 신기합니까?”
“아니, 그렇잖아. 아까 낮에 순대 먹을 때도 내가 좋아하는 간을 챙겨주더니, 지금은 또 내가 삼겹살보다 목살을 더 좋아하는 걸 어떻게 알고 목살로 이렇게 사 왔는지 말이야. 사실 나는 삼겹살은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잘 안 먹거든.”
“저도 그래요. 특히 이 생 목살은 도톰하게 자르면 그 씹는 식감이 쫄깃해서 저는 일부러 좀 두껍게 썰어 달라고 하거든요.”
사실은 전생에서 한수진이 했던 말이다.
낮에 시장을 다 본 후 마지막으로 정육점에 들렀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전생에서 한수진의 고기 취향이었다.
한수진은 삼겹살보다는 목살을 더 좋아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지방이 삼겹살보다 더 적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고기 식감이 훨씬 쫄깃하다.
반면, 삼겹살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보통 지방의 부드러움 때문에 그 맛을 선호한다. 사람마다 기호가 다르겠지만 한수진의 경우는 삼겹살의 부드러움보다는 목살의 쫄깃한 식감을 더 좋아하는 경우였다.
한수진이 현성의 말에 격하게 공감을 표시했다.
“그지! 고기는 씹는 맛이지!”
“그럼요, 그러니까 이거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응, 그래. 알았어. 우리 현성이도 굽지만 말고 어서 먹어.”
그때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박민석이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엄마, 지금 우리 현성이라고 그랬어요?”
“어? 어, 그래. 우리 현성이. 근데 그게 왜?”
“하하……, 우리 엄마 맞아요?”
박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누구보다도 엄마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다.
엄마 같은 경우는 심하게 낯을 가리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사람하고나 바로 말을 트고 편하게 지낼 정도로 활달한 성격은 아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서 좀 친해지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잘 지낸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은 처음 만난 사람을 보고 ‘우리 현성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하니 당연히 이상하게 보이는 것이다.
한수진의 말이 이어졌다.
“네가 봐도 좀 이상하지?”
“네, 많이요. 솔직히 엄마 이런 모습은 처음 봐요. 꼭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아요.”
“사실은 나도 낯설어, 내 이런 모습이.”
한수진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쩔 수 없는 건 사람을 대하는 마음이다.
조심스럽다. 아니,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겁이 난다. 때로는 두렵기도 하다. 특히 나이를 떠나 남자를 상대할 때면 더 그렇다.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처음 만나는 남자들 앞에서는 더욱더 조심하게 되고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든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친근감이 들 정도로 낯설지 않다는 것이다.
한수진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나도 이유를 모르겠어. 그냥 현성이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 같아.”
“진짜 이상하네요.”
“그러니까 말이야. 하여튼 나이 50 먹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야.”
“어쨌든 잘됐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몇 개월 동안 낯가리느라고 또 고생했을 텐데요.”
그때 현성이 고기를 박민석 앞으로 옮겨놓으며 말을 이었다.
“민석이 형, 여기 고기 드세요.”
“응, 그래. 고맙다. 현성이라고 그랬지?”
“네, 김현성이요.”
현성은 살짝 웃으며 박민석을 바라봤다.
그러자 박민석이 피식 웃으며 바로 말했다.
“원래 이렇게 사교성이 좋아?”
“꼭 그런 건 아닌데 이상하게 편하네요.”
“혹시 너도 엄마처럼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던 그런 기분 같은 거야?”
“맞아요. 딱 그런 기분이에요. 전혀 낯설지도 않고 왠지 꼭 같이 살던 그런 기분 말입니다. 진짜 이상하지요?”
현성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러자 박민석이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갑자기 왜 웃어?”
한수진이 갑자기 웃는 박민석을 보며 물었다.
그러자 박민석이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낮에 현성이를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어요.”
“왜?”
“마치 거울을 보는 줄 알았거든요. 엄마도 보다시피 얘 눈매 보세요. 거기다 일자로 쭉 뻗은 시커먼 눈썹까지, 완전히 저를 똑 닮았더라니까요.”
“그건 맞아. 나도 처음에 현성이를 봤을 때 깜짝 놀랐으니까. 하여간 이것도 다 인연인가 봐.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겠어?”
“그러게 말입니다.”
박민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김현성, 고맙다. 이렇게 우리 집에 와 줘서.”
“저도 고맙습니다. 이렇게 어머니 곁에 계셔줘서 말입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박민석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게 있습니다. 어쨌든 고맙습니다. 민석이 형!”
“뭐야? 말이 좀 이상하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는 거야?”
“그런 거 아닙니다. 다른 게 있을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냥 형이 좋아서요.”
“이거 왠지 기분이 좀 싸한데…….”
박민석이 고개를 살짝 젓자 옆에 있던 한수진이 앞에 놓인 술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싸할 게 뭐 있어? 그러지 말고 우리 건배하자.”
“하긴, 오늘 처음 봤는데 있을 게 뭐가 있겠어요. 그래요, 우리 같이 현성이를 반기는 마음으로 건배해요. 자, 현성아, 너도 잔 들어.”
박민석이 현성을 보며 술잔을 들어 보였다.
그러자 현성도 앞에 놓인 술잔을 번쩍 들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멋진 건배사 한 번 부탁합니다.”
“호호, 그럼 그럴까. 자, 우리 집에 온 현성이를 열렬히 환영하며, 건배!”
“현성아, 환영한다!”
“네, 고맙습니다!”
쨍!
세 사람의 술잔은 허공에서 경쾌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현성의 눈에 환하게 미소 짓는 두 사람의 얼굴이 들어왔다. 이제 저 두 사람의 환한 미소를 지켜주는 건 현성 자신의 몫이다.
어떤 방법으로 박민석을 설득시킬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 기회는 주어졌다는 것이다.
그럼 된 것이다.
방법은 이제부터 찾으면 된다.
톡!
현성은 들고 있던 술잔을 한 번에 입속으로 털어 넣었다.
“캬!”
경월소주의 톡 쏘는 맛이 역시 일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