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60)
회귀해서 건물주-360화(360/740)
360
“뭐야?”
현성이 갑자기 소리 내어 웃자 옆에 있던 오정수가 물었다.
그러자 현성이 턱으로 김수용과 최민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자식들 말이야.”
“쟤들이 왜?”
“호랑이 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 가고 있잖아. 그러니 어찌 웃음이 안 나오겠냐?”
“응? 그게 무슨 말이야? 호랑이 굴이라니…….”
“두고 봐, 조금 있으면 재밌는 일이 벌어질 거야.”
오정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정수로서는 민수연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기에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현성으로선 전생에서 민수연의 진가를 여러 번 확인했기에 담담하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현성이 예상했던 장면이 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민 선배에……”
시작은 김수용이었다. 술기운이 과한 탓인지 아니면 일부러 민수연의 반응을 떠보려는 것인지 은근슬쩍 ‘님’자는 빼고 민수연을 불렀다.
“지금 나 부른 거예요?”
민수연의 버릇이다. 감정이 상하면 아무리 까마득한 후배라고 해도 말을 놓지 않는다. 그녀만의 철칙이라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심한 말이 나오기 때문이라고. 물론 현성도 나중에 안 사실이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김수용의 입은 매를 점점 벌고 있었다.
“네, 민 선배!”
조금 전엔 술기운을 핑계로 말끝을 늘리던 것마저 잘라 버리고 깔끔하게 ‘선배’라고 부르는 김수용이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민용이 이미 분위기 파악을 끝냈다고 생각했는지 한술 더 떴다.
“선배, 술 한 잔 따라줘요. 네?”
“…….”
민수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그녀의 대답은 침묵이었다.
이 또한 민수연의 버릇이다. 이미 어떻게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는 얘기다. 그다음 수순은 정해져 있었다.
침묵도 잠시.
그녀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그리곤 그녀의 입이 열렸다.
“기상하세요!”
“네에?”
“네?”
김수용과 최민용은 갑작스러운 민수연의 반응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민수연이 다시 말했다.
“기상하라고요. 지금부터 내 입에서 똑같은 말 두 번 나오면 후배님들은 오늘 죽습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내 입에서 ‘요’자 빠지는 순간에도 후배님들은 오늘 죽습니다. 그러니까 알아서들 해……요!”
분위기가 이쯤 되자 모든 시선이 한 곳으로 향하는 건 당연했다.
그때 분위기를 파악한 김명우가 바로 앞에 앉아있는 현성을 바라봤다. 어찌할 건지 물은 것이다.
현성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나선다는 건 오히려 민수연의 화를 더 돋울 뿐 아니라 그건 민수연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건 김수용과 최민용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들도 머리가 장식은 아니기에 이럴 때 분위기 파악은 빨랐다.
스윽.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민수연의 입이 다시 열렸다.
“앉으세요.”
스윽.
두 사람이 앉자 민수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어나세요!”
스윽.
“동작이 그렇게 느려서 어디 군대 가겠어요? 일어나세요!”
휙!
어차피 이젠 분위기 파악을 완전히 끝낸 김수용과 최민용이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민수연의 말 한마디는 법이었다.
당연히 두 사람의 움직이는 속도는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민수연의 입에서 깔끔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자동!”
굳이 군대를 안 갔다 와도 ‘자동’이라는 말이 주는 압박감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무한반복!
휙! 획! 획! ……………….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휘~익……, 휘~익…….
두 사람의 속도는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었다.
탁!
민수연이 술잔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동작 그만!”
이미 그녀의 말에선 아까 ‘자동’이란 말을 하면서부터 ‘요’자가 빠진 상태였다. 이미 게임은 그때 끝냈다는 얘기였다.
민수연이 손을 번쩍 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이모님, 여기 대접 세 개요.”
이제부터가 민수연의 주특기가 나올 것이다.
바로 대작이다. 전생에서 남녀 불문하고 누구와 붙어도 단 한 번도 져본 적이 없던 그 시킬, 이제 곧 그녀만의 스킬이 시전될 것이다.
잠시 후.
냉면 대접에 가득 담긴 막걸리 석 잔! 그리고 마주 앉은 세 사람.
“들어!”
“넵, 선배님!”
“넵, 선배님!”
민수연의 한마디에 김수용과 최민용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앞에 놓은 냉면 대접을 양손으로 번쩍 들었다.
그러자 민수연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원샷!”
“넵, 선배님!”
“넵, 선배님!”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선택의 자유? 적어도 지금 상황에선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그저 까라면 까는 게 지금으로선 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하지만!
자고로 사람이 의지 하나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걸 이들은 이때까지도 알지 못했다.
얼마 후.
두 잔째 술을 마시던 두 사람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느 순간 입을 틀어막은 후 화장실로 달려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바라본 민수연은 피식 웃으며 남은 술을 깔끔하게 마시기 시작했다.
탁!
짝짝짝……, 짝짝짝…….
민수연이 빈 잔을 내려놓자 갑자기 사방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만큼 그녀의 행동은 신입생들한테는 신비 그 자체였던 것이다. 이로 인해 민수연의 전설 같은 얘기가 88학번의 개강 파티에서도 다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전생에서는 민수연 또한 손민호와 같이 개강 파티를 시작한 지 10분 만에 나갔기 때문에 민수연의 전설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정수가 현성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호랑이가 아닌데?”
“뭐? 호랑이?”
“네가 조금 전에 그랬잖아. 쟤들이 호랑이 굴로 들어간다고.”
“아, 아…… 그거.”
현성은 그제야 오정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다.
현성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오정수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마야, 하마.”
“하마?”
“그래, 물 먹는 하마가 아니라 특이하게도 막걸리 먹는 하마. 저 작은 몸에 어떻게…….”
오정수의 말이 어느 순간 끊겼다.
스윽.
그러자 현성은 고개를 돌려 오정수를 바라봤다. 그런데 오정수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해 있었다.
자연스럽게 오정수의 시선을 좇던 현성은 그대로 얼음이 되고 말았다.
민수연, 그녀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였다.
“현성아~~~”
아주 친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가 들으면 마치 친누나가 동생을 부르는 듯한 목소리. 하지만 현성은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다.
그 친근한 목소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사-주(下賜酒).
하사품이 아닌 하사주, 이 또한 그녀만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그날 모임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서 특별히 따라주는 술. 그녀 나름의 고마움에 대한 표현 방식.
전혀 예상에 없던 그림이다.
저벅저벅.
하지만 전생의 기억은 몸으로 바로 나타났다. 어느새 몸은 이미 민수연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척!
현성이 다가가자 민수연은 자신의 술잔을 내밀었다. 물론, 조금 전에 깨끗이 비운 냉면 대접이었다.
자고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했다.
현성은 웃으며 민수연이 내민 냉면 대접을 양손으로 잡았다. 물론, 민수연이 가장 좋아하는 멘트를 보태서 말이다.
“꽉꽉 눌러 담아 주세요. 선생님!”
“……?”
민수연은 주전자를 든 채로 현성을 바라봤다. 그리곤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깐.
민수연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선생……님?”
“네, 선생님!”
그때가 아마 군대를 제대하고 2학년 복학해서 스승의 날 행사를 할 때였을 것이다. 그때 민수연이 무슨 말끝에 자신은 ‘선생님’이라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고 했었다. 어려서부터 자신의 꿈은 선생님이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래서 그날 처음으로 민수연을 보고 선생님이라고 불렀었다.
그러자 그날 민수연은 아이처럼 좋아했었다.
조금 전 민수연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호호, 호호호…….”
갑자기 웃던 민수연이 다시 현성을 불렀다.
“김현성!”
“네, 선생님!”
“너 누구야?”
“네?”
“도대체 누군데 아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더니 이번엔 또 내 평생소원을 들어주는 거야?”
“하하, 하하하…….”
현성으로선 달리 특별히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이럴 땐 웃는 게 상책이라는 걸 알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콸콸콸~~~!
민수연의 마음이 막걸리를 통해 냉면 대접에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어차피 즐기기로 한 현성이었다.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전생에서 마지막까지도 비가 온다고 막걸리에 김치전을 준비하던 아내 윤지수였다. 그만큼 막걸리에 대해서만큼은 현성도 일가견이 있었다.
게다가 지금의 몸은 20대가 아닌가 말이다.
스윽!
현성은 찰랑대는 냉면 대접을 번쩍 들었다.
벌컥벌컥!
시원하게 넘어가는 막걸리 소리만큼이나 기분도 최고였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시계는 어느덧 12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남은 사람들은 이제 15명 남짓.
그때 과대표인 김명우가 일어나 하얀 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자, 이제 여기는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2차 갑시다. 2차는 영동 나이트!”
그 당시 강릉에서 2차로는 최고로 핫한 장소였다. 말 그대로 올 나이트, 새벽 5시까지 영업을 하던 곳이다.
어차피 지금 이 시간까지 남은 사람들이다. 2차를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고! 고! 고! …….”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변수는 있는 법.
밖으로 나온 현성은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오정수였다.
혹시나 해서 주위를 돌아봤다. 그런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순간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다.
어쩌면 오정수는 오늘도 오토바이를 타고 개강 파티에 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에 없다는 건 집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갔을 것이라는 거고.
여기까지 생각이 들자 현성의 마음은 급해졌다.
“정수 못 봤어?”
“어? 조금 전에 방에서 봤는데…….”
“같이 안 나왔어?”
“아니, 나 먼저 나왔는데.”
후다닥!
현성은 다시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정수야!”
“…….”
방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시 밖으로 나와 사방을 살핀 후 주차장으로 발길을 막 돌릴 때였다.
툭!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치며 말했다.
“뭐해?”
돌아보니 오정수였다.
“뭐야? 너 어디 있었어?”
“화장실. 근데 왜?”
“어? 아, 아니야. 그냥……. 후우!”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그때 귓가에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야, 나 조용히 갈게. 애들한테는 분위기 깨지니까 말 안 하고 그냥 조용히…….”
홱!
현성의 목이 자동으로 돌아갔다.
“너 설마 지금 오토바이 타고 가려고?”
“어? 어, 그래. 근데 그걸 어떻게…….”
히죽!
현성은 오정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묘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현성은 누군가를 찾기 시작했다.
바로 민수연이었다. 이런 놈의 버릇을 고치는 데는 그만한 여인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다.
현성은 민수연을 향해 큰 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글쎄 이 새끼가 술 처먹고 오토바이 타고 집에 간답니다!”
“오정수 씨, 이쪽으로 잠깐만 오실래요?”
그녀의 입에서 다시 존댓말이 나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