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61)
회귀해서 건물주-361화(361/740)
361
며칠 후.
오정수는 ‘다시는 술을 먹고 오토바이를 타지 않는다’라는 조건으로 민수연으로부터 3일 만에야 오토바이 키를 받을 수 있었다.
조교실을 나온 오정수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현성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뭘?”
“그날 내가 오토바이를 타고 갈 거란 걸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네가 어떻게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는지 말이야.”
“그냥 …….”
현성은 건성으로 오정수의 말을 흘렸다. 어차피 전생의 기억이라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얘기다. 그럴 바에야 긴말하지 말고 차라리 그냥 대충 넘기자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그건 또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듯했다.
오정수가 다시 물었다.
“진짜 이럴 거야?”
“뭐가?”
“말이 안 되잖아? 우리는 그날 처음 만났는데 네가 어떻게…….”
“야, 오정수!”
현성은 오정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오정수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뭐야? 왜 소리는 지르고 그래?”
“야, 내가 지금 소리 안 지르게 생겼냐? 그리고 어떻게 알았는지가 뭐가 중요한데? 만약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쩔 건데? 어?”
현성은 전생의 기억 때문인지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올랐다. 순간의 실수로 평생을 의족에 의지해 살던 오정수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또한 현성 혼자만의 감정일 뿐이었다.
“야, 너 왜 그래?”
“내가 뭘?”
“왜 오버하고 그래? 누가 사고를 낸다고……, 이래 봬도 내가 오토바이 운전 경력이 얼만데?”
“미친놈!”
“뭐?”
“야, 정신 차려. 그러다 한 방에 훅 가는 거야.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아, 아니다. 하여간 한 번만 더 술 처먹고 오토바이 탄다고 해봐라, 그땐 진짜 너 죽는다.”
그때였다.
누군가 현성을 툭 치며 말했다.
“지도교수님이 오래.”
“나를?”
“어.”
“왜?”
“몰라.”
그 말을 끝으로 과 사무실로 들어가는 녀석은 바로 조영민이었다. 워낙 말수가 적어서 친해지기 어려웠던 녀석이다.
덩치만큼이나 심지도 굳고 뭘 하든 끝장을 보는 듬직한 녀석이었다. 심지어는 아버지 장례식 때 3일 동안이나 같이 있었던 그런 녀석.
현성은 사라진 조영민의 뒷모습을 보며 빙긋 웃었다.
그리곤 바로 오정수를 보며 말했다.
“야, 나 지도교수님한테 갔다 올 테니까 과 사무실에서 영민이랑 기다리고 있어. 점심 같이 먹게.”
“영민이?”
“그래, 지금 방금 걔 말이야.”
“어? 어…… 그래.”
현성은 그 말을 끝으로 방향을 틀어 지도교수실로 향했다.
혼자 남은 오정수는 사라지는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간다. 이제 만난 지 오늘로 삼 일째다. 그런데 하는 행동을 봐서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거야 성격이 외향적이라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건 자신이 그날 오토바이를 타고 집에 가려고 했는지 어떻게 알았냐 하는 거다. 그리고 더 이상한 건 조금 전 그가 한 말이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말을 하다가 말았지만, 분명히 홀로 계신 어머니라고 했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도대체 저 자식 뭐야?”
오정수는 이미 사라진 현성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어서 오게. 혹시 생강차 괜찮은가?”
“생강차요?”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손민호의 질문을 되물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생에서 자신이 알고 있던 손민호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기 때문이다.
과 교수들 중에서도 근엄함의 표상이라 할 정도로 말도 없고 엄격하기로 유명했던 그다. 오죽하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런 그를 보고 왕교수라고 불렀을까. 참고로 왕교수는 왕재수 교수의 준말이었다.
그 정도로 손민호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비호감이었다.
“생강차가 싫으면 커피도 있고.”
“아닙니다. 이왕이면 생강차 주십시오. 저도 생강차 좋아합니다.”
“그래? 의외군. 보통 젊은 친구들은 이 생강 향을 싫어하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그 알싸한 향이 좋습니다.”
사실이다. 그렇다 보니 전생에서도 아내 윤지수는 매 가을이면 생강차를 직접 담곤 했었다. 특히 겨울철 감기와 봄철 면역력에 도움이 되기에 아침저녁으로 한 잔씩 마시면 그만한 보약이 없을 정도였다.
쪼르륵.
손민호가 찻잔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작은 스푼으로 몇 번 휘젓자 생강의 노란 빛이 그대로 찻잔에 우러났다.
“자, 들게.”
“네, 감사합니다. 그런데 색깔이 참으로 곱습니다.”
“곱다?”
“네, 저는 알싸한 향도 좋지만, 이 노란 빛 때문에도 생강차를 좋아합니다. 특히 지금처럼 봄에 마시면 꼭 봄을 마시는 기분이 들거든요.”
“허허, 봄을 마신다…… 하여간 별종은 별종이야.”
“네?”
“아, 아닐세. 말이 그렇다는 거지 행여나 오해는 말게. 난 그저 자네가 다른 친구들과 달라서 한 소리니까 말이야.”
손민호는 미안하다는 듯 손까지 허공에 휘저으며 자신의 말을 부연했다.
그러자 현성은 빙긋 웃으며 손민호가 따라준 찻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호로록.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 현성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손민호를 바라봤다.
“혹시나 해서 여쭙습니다만, 몸에 열이 많거나 위장장애가 있으신 건 아니죠?”
“갑자기 그건 왜 묻는가?”
“생강이 대부분 좋기는 한데, 열 많은 사람이나 위장장애가 있는 분들이 드시면 안 좋거든요.”
“정말인가?”
손민호의 목소리가 놀랍다는 듯 갑자기 커졌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왜요? 혹시 어디가 안 좋은 데라도 있으십니까?”
“아니, 심한 건 아니지만 내가 가끔 위궤양 때문에 고생을 해서 말이야.”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가 봅니다. 혹시 출혈이 있거나 그렇지는 않습니까?”
“그 정도는 아니고…….”
손민호는 대답을 하면서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곤 바로 물었다.
“그런데 어린 자네가 그런 건 또 어떻게 다 알았는가?”
“그냥 조금 관심이 있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위궤양이 심하실 때는 아예 드시지 마시고, 평상시에도 지나치지 않게 하루에 한두 잔 정도로만 적당히 드시면 문제없을 겁니다. 뭐든 과유불급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허허, 그런가. 알았네, 알았어.”
손민호는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처음 현성이 생강차를 좋아한다고 할 때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었다. 보통 어린 친구들은 생강의 알싸한 맛 때문에 생강차 자체를 꺼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 맛 때문에 좋아한다고 하니 당연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거까지는 특이하긴 하지만 개인 취향일 수 있으니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가려 했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생강에 대한 그의 일반 상식이었다.
이제 고작 스무 살의 어린 친구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박식하다는 것이었다.
손민호는 그저 신기하다는 듯 현성을 다시 한번 바라봤다.
잠깐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교차하는 순간 현성의 입이 다시 열렸다.
“참, 저를 부르신 이유가……?”
“어? 어, 그래. 내가 그만 자네 생강차 얘기를 듣다 보니…….”
호로록.
손민호는 앞에 놓인 생강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찻잔을 내려놓으며 바로 말을 이었다.
“다른 게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자네한테 궁금한 게 있어서 말이야. 웬만하면 참고 넘기려고 했는데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자네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어서 이렇게 불렀네.”
“궁금한 거요? 그게 뭡니까?”
“음…… 다른 게 아니라, 자네 입학 점수 말인데…….”
잠깐 망설이던 손민호는 현성을 부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은 길게 이어졌지만, 질문의 요지는 결국 하나였다.
-그 점수로 왜 강상대를 왔느냐?
어차피 어느 정도는 예상했던 질문이다.
보통은 체력장 빼고 250~260점 정도면 강상대의 전체 수석 점수다. 그런데 현성의 경우는 그보다도 50점이나 높으니 지도교수로서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현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그게 궁금하셨던 거군요?”
“그 대답의 표정은 뭔가? 마치 이미 예상이라도 한 듯한 표정인데, 내 말이 맞는가?”
“네, 솔직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감사?”
손민호는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말이 현성의 입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관심?”
“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젠데 이렇게 일부러 관심을 보여주시니 저로서는 감사한 겁니다.”
“그거야 자네 점수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그런 거지. 그래도 내가 명색이 자네 지도교순데 당연한 거 아닌가?”
물론이다. 맞는 말이고 당연한 거다.
하지만 전생에서 그는 그러지 않았다. 관심을 가지고 학생들을 보듬어주고 이끌어줄 의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방관?
무관심?
이것도 아니었다. 차라리 방관과 무관심이었다면 최소한 상처는 받지 않았을 것이다.
무시.
전생에서 그가 지도교수로서 보여준 모습이었다.
이유?
간단하다. 지방대에다 후기대. 결국은 학생들의 실력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는 판단하에 철저히 무시했던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너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하는 것이었다.
그에게 있어 강상대의 학생들은 그저 밥벌이의 수단이자 도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현성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그렇지 않은 교수님도 계신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교수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허허, 이거 왠지 기분이 좀…… 그래, 그건 그렇고 이젠 자네가 이곳에 온 이유를 말해줄 수 있겠는가?”
“네, 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어차피 얼마 전에 학장과 얘기하면서 어느 정도는 얘기했던 부분이다. 물론, 그 이유가 다는 아니지만, 거기에 한 가지만 더 추가하면 된다. 그 한 가지는 일부러 만들어 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손민호가 궁금하다는 듯 바로 물었다.
“두 가지?”
“네, 그 첫째가 강상대가 위치한 지리적 요건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바다를…….”
현성은 얼마 전에 학장한테 했던 말을 다시 반복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처음에는 어이없어하던 손민호의 표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그의 입에선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하하, 하하하…… 그러니까 비 오는 날 바닷가에서 막걸리를 먹고 싶어서 강상대에 왔다 이건가?”
“네, 한국대에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허허, 참…… 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그다음 두 번째 이유는?”
“교수님 때문입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하지만 전생에서처럼 학생들이 무시당하지 않게 하려면 그를 이용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내려진 답변이었다.
하지만 그걸 알 리 없는 손민호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 지금 나 때문이라고 했는가?”
“네, 그렇습니다. 교수님 때문이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
손민호는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다. 얼핏 생각해도 이건 말이 안 된다. 세상천지에 어느 학생이 학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 교수 때문에 선택을 한단 말인가.
궁금하지 않다면 당연히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손민호는 입이 마르는지 마지막 남은 생강차를 한 번에 털어넣은 다음 바로 물었다.
“그래, 그 이유가 뭔가?”
“그건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