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64)
회귀해서 건물주-364화(364/740)
364
“네?”
“자네 누구냐고?”
“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구냐니까?”
손민호는 물으면서도 갑갑할 뿐이었다.
조금 전 농씸 회장의 비서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고시반 운영에 관한 지원을 얘기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 현성에 관한 언급이었다.
그의 말은 간단했다. 고시반 운영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부탁했었다. 그건 바로 현성이 이 사실을 알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었지만, 그냥 그렇게만 알아달라고 했다. 더 이상은 자신도 밝힐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지금 질문을 하면서도 농씸과 무슨 관계냐고 묻고 싶지만 그렇게 물을 수 없으니 손민호로서는 갑갑한 것이다. 농씸의 ‘농’자도 꺼낼 수 없으니 말이다.
갑갑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들어오자마자 무턱대고 누구냐고 물으니 당연히 갑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성은 손민호를 보며 다시 물었다.
“교수님, 갑자기 왜 이러십니까? 아무 이유도 없이 무조건 누구냐고 물으시면 저보고 어떡하라고 말입니까?”
“내가 더 갑갑하네. 그렇게밖에 물을 수 없으니 말이야.”
“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닐세, 됐네. 내가 앓느니 죽지.”
“교수님…….”
현성은 그저 손민호를 바라보는 걸로 질문을 대신했다. 분명 뭔가 있는 거 같은데 그렇다고 표정을 보아하니 더 물을 수도 없으니 그저 갑갑하기만 할 뿐이었다.
그때 손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건 그렇고 공사는 끝냈는가?”
“네, 조금 전에 마무리 지었습니다. 남는 공간은 평상 식으로 만들었습니다.”
“평상?”
“네, 5명 정도는 동시에 누워서 잘 수 있도록 널찍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밤늦게까지 공부를 하다 보면 집에 갈 수 없으니 말입니다.”
“음, 그래. 잘했네. 어차피 그 새벽에 버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잠자리가 필요하겠군. 그럼, 이제 모든 준비가 다 된 건가?”
“네, 이제 내일 입실만 하면 됩니다.”
“수고했네. 내일 입실 끝나고 학교 옆에 있는 고깃집으로 모이게.”
“고깃집이요?”
현성은 고깃집이란 말에 피식 웃으며 손민호를 바라봤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한 달 동안 손민호와 같이 고시반 출범을 준비하면서 외부 식당에서 밥 한 끼 안 먹었던 손민호다. 기껏해야 구내식당에서 밥 두 번 먹은 게 다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갑자기 고깃집으로 모이라고 하니 현성으로선 조금 의아했던 것이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가?”
“네? 아, 아닙니다. 전 그저…….”
“이 친구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말게. 교수 월급 얼마나 된다고 그러는가. 나중에 자네도 장가가서 처자식 먹여 살리다 보면…… 아, 아닐세. 내가 지금 궁상맞게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손민호는 머쓱한 듯 머리를 살짝 긁은 후 바로 말을 이었다.
“실은 후원자가 생겼네.”
“네? 후원자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고시반에 후원자가 생겼다고. 운영비는 기본이고 자네들이 먹는 고깃값까지도 책임을 지겠다는 후원자 말이야.”
“네? 그게 말이 됩니까? 고시반은 아직 출범도 안 했고, 아니, 출범을 한다고 해도 어느 누가 고시반에 후원을 한답니까?”
이건 말이 안 된다.
대학에서 고시반을 운영하는 경우는 간혹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부에서 고시반을 후원한다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지금 일어났다는 것이다.
현성은 궁금한 나머지 바로 물었다.
“누굽니까?”
“어? 그건…….”
“왜요?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겁니까?”
“말할 수 없네. 그쪽에서 익명을 요구했네.”
“네? 익명이요?”
“그래. 그러니까 나로서는 말할 수 없네.”
“아, 네…….”
현성도 더는 물을 수 없었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후원 자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았다.
그렇다 보니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근데 그 사람은 우리가 고시반을 운영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답니까? 아직 출범도 안 했는데 말입니다.”
“내 말이 그 말일세. 그리고 솔직히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대학에서 고시반을 운영한다고 해서 후원을 하는 경우는 없네. 그런데 후원을 했다는 거야. 이게 특수관계가 아니면 불가능할 거란 얘기야.”
“특수관계요? 누구랑 말입니까?”
“그런데 그게…….”
손민호는 갑갑할 뿐이었다. 어떡하든 확인하고 싶은데 그걸 확인할 수 없으니 갑갑한 건 당연했다.
결국, 나온 말은 엉뚱한 말이었다.
“됐네!”
“네? 뭐가요?”
“그런 게 있네. 그건 그렇고 그래서 말인데…….”
손민호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부탁이 하나 있네.”
“부탁이요? 저한테 말입니까?”
“그래, 자네가 스타트를 좀 끊어줘야겠네.”
“스타트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현성으로선 지금 손민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손민호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손민호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고시에 패스하란 얘기네.”
“고시에 패스요?”
“그래, 자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직 우리 학교에서는 지금까지 고시에 패스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네. 어찌 보면 슬픈 일이지.”
물론 현성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개교이래 강상대에서는 고시에 패스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현성이 졸업할 때까지도 없었다.
사시, 행시는 물론이고 공인회계사도 마찬가지였다. 나중에 현성이 졸업한 후 회계학과에서 세무사에 합격한 후배가 한 명이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많이 부족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손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더 이상은 안 되네.”
“네?”
“더 이상 미뤄줘서는 안 된다는 얘기네. 누군가 이제라도 스타트를 끊지 않으면 우리 학교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겠는가?”
손민호의 표정이 사뭇 진지해졌다.
전생에서 알던 손민호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땐 그가 한국대 출신이기 때문에 학생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모습에선 그런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오히려 진심으로 이 학교를 걱정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전생에서 손민호가 학생들을 무시했던 건 그의 인성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 그가 그렇게 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행인 건 이제라도 그 오해가 풀렸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손민호를 바라보는 현성의 눈빛이 변해있었다.
그때 손민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재학 중에 되겠는가?”
“네?”
“졸업하기 전에 공인회계사 시험을 패스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 거네.”
“글쎄요, 그건…….”
“자네는 할 수 있을 걸세. 아니, 자네는 꼭 해내야 하네. 자네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이고 이 학교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꼭!”
손민호는 마지막으로 ‘꼭’이라는 말까지 써가며 말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의 간절함이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현성 또한 고시반을 만들면서부터 다짐했던 부분이다. 이번만큼은 전생과 똑같은 실패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전생에서는 졸업을 하고도 3년을 더 공부를 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한계를 넘지 못하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뒷바라지한 부모님께는 한없이 죄송스러웠지만 더 이상 고집하다가는 인생의 실패자가 될 듯싶어 새로운 길을 선택했었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야 알았다.
그때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현성은 손민호를 보며 다짐하듯 말했다.
“똑같은 실수는 하지 않을 겁니다!”
“응? 똑같은 실수?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런 게 있습니다. 그리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꼭 패스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최단 시간에 말입니다.”
“최단 시간? 그 말은 왠지 내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짧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내 말이 맞는가?”
“네, 그렇습니다. 일단 내년 1월에 원서부터 접수하겠습니다.”
어차피 전생에서 다 배웠던 과목들이다. 물론, 아주 오래전 기억들이지만 그 기억들을 되찾는 데는 3개월이면 될 것이다. 그다음부턴 또 어차피 반복이다.
내년 2월에 1차 시험, 그리고 6월에 2차 시험이 있다. 앞으로 남은 시간은 충분하다. 공부하는 요령도 이미 터득을 한 상황, 못할 게 없다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현성의 생각인 거고.
손민호는 황당하다는 듯 현성을 바라봤다.
“지금 내년 1월이라고 했는가?”
“네, 그렇습니다.”
“단순히 원서를 접수하는 데 의의가 있는 건 아닐 테고?”
“물론입니다. 그때까지 준비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허……!”
손민호는 기가 막혀 할 말이 없었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물론 현성이 실력이 뛰어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고교 과정이다. 공인회계사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이 한두 개가 아니다.
경영학과 경제학은 기본이고 상법과 세법 그리고 회계학까지도 공부를 해야 한다. 아무리 빨리 배운다고 하더라도 최소 3년은 기본이다. 그런데 1년 만에 그걸 준비를 하겠다니……, 이건 말이 안 된다.
손민호는 현성을 보며 물었다.
“혹시 시험 과목은 알고 있는가?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혹시나 해서 말이야.”
손민호는 혹시라도 현성이 시험 과목을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제대로 시험과목을 알고 있다면 1년 만에 그걸 다 준비하겠다는 말은 안 나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물론입니다. 1교시 시험이 경영학입니다. 시험 시간은 110분이고 배점은 100점입니다. 그리고 2교시는 경제원론으로…….”
현성의 설명은 길게 이어졌다.
전생에서 4학년 때부터 시험을 보기 시작했으니 1차 시험만 4번을 봤었다. 그렇다 보니 시험 과목과 배점 그리고 시험 시간까지 입에서 줄줄 나오는 건 당연했다.
현성은 말이 나온 김에 2차 시험까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2차 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러지는데 첫날은 세법과 재무관리 그리고 회계감사입니다. 배점은 각 100점씩이고요. 그리고 둘째 날은 원가회계와 재무회계입니다. 재무회계는 배점이 150점입니다. 이상입니다.”
“…….”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손민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잠시 후.
손민호는 조용히 다시 입을 열었다.
“1년 만에 그걸 다 준비하겠다고?”
“네.”
“선행학습을 하겠다는 거지?”
“네.”
사실 따지고 보면 선행학습이 아니라 복습일 뿐이다. 일단 생소한 용어는 없다. 어쨌든 졸업을 하고도 3년을 더 했으니 공부를 하다 보면 예전 기억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은 시간 싸움이다.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 그런데 다행인 건 1학년 때는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것이다. 전생에서야 놀기 바빴지만, 적어도 이제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손민호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언제든지 오게.”
“네?”
“공부를 하다 모르는 게 있거든 언제든지 오라는 말이네. 나 또한 자네와 함께 그 시간을 함께하겠네.”
“고맙습니다.”
“아닐세, 고마운 걸로 따지면 내가 더 고맙네. 내가 첫날에도 말했지만, 이제는 지쳐서 포기하려고 했었네. 그런데 자네가 이렇게 나타난 거고. 아무튼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는 기분이야.”
그때였다.
꼬르륵.
손민호의 배에서 원초적인 소리가 들렸다.
“아니, 교수님 아직 식사 안 하셨던 겁니까?”
“기다렸다고 하면 믿겠는가?”
“하하, 정말입니까?”
“어서 가세.”
손민호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현성도 그의 뒤를 따랐다.
인문사회학관을 나온 두 사람.
앞서 걷던 손민호가 방향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교수님, 어디로 가십니까?”
“밥 먹으러.”
“네? 교내 식당은 이쪽인데요?”
현성은 손으로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손민호가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짜장면일세.”
“오~~ 정말입니까?”
“대신 1년 안에 꼭 합격해야 하네. 하하, 하하하…….”
손민호는 말을 하고도 멋쩍은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현성은 그런 손민호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