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71)
회귀해서 건물주-371화(371/740)
371
따르릉!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현성의 시선은 벽에 걸린 벽시계로 향했다. 아직 6시가 되려면 5분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휙!
바로 그때 이승철이 전화를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현성은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전화를 받으려는 이승철의 손을 막았다.
그러자 이승철이 화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건가?”
“잠시만요. 조금만 있다가 전화를 받으세요.”
“왜? 이러다 전화 끊기면 어쩌려고?”
“아니요,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보다시피 6시가 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습니다. 그 얘기는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조금 전 이승철은 범인이 6시에 다시 전화를 건다고 했었다. 그런데 아직 6시가 되려면 5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약속 시각 전에 전화를 한다는 게 무슨 의미겠는가.
그건 손미정이나 이승철과 같이 범인도 지금 심리적으로 상당히 불안하고 초조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현성은 지금 그 범인의 심리를 이용할 생각인 것이다.
이승철이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엇을 의미하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어떤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놈도 우리만큼이나 초조하고 긴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 보니 빨리 끝내고 싶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우리는 그 반대로 가자는 겁니다. 어떡하든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페이스로 끌고 가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아시겠죠?”
이승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얼른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은 스피커폰 버튼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바로 말했다.
“그리고 통화는 여기 이 버튼을 누르세요.”
이번에도 이승철은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따르릉, 따르릉.
전화벨은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리고…….”
꾹!
현성이 무슨 말을 더하려고 할 때 이승철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스피커폰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여, 여보세요!”
-…….
“여보세요!”
-……행여나 허튼짓한 거 아니지?
잠시 말이 없던 범인의 목소리가 스피커폰을 통해 들려왔다.
이승철은 얼른 현성을 쳐다봤다. 그러자 현성은 양손을 펴서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한 후 위아래로 천천히 흔들었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통화하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이승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끄덕인 후 스피커폰을 향해 말했다.
“허튼짓할 게 뭐 있습니까? 한두 번도 아니고.”
-한두 번?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다시 얘기하지만 신고하는 순간 네 딸년은 끝이야.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우리 혜선이만 무사히 돌려보내 주십시오. 제발 부탁입니다.”
-그건 걱정하지 마라. 난 약속은 지킨다.
톡톡톡…….
현성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빠른 속도로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만큼 생각이 많다는 거였다.
범인은 지금 목소리를 변조해서 말하고 있었다.
목소리를 숨기는 이유가 뭘까?
범인은 지금 어차피 신고를 안 했다고 생각할 것이니 녹음을 대비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유가 있다는 것일 것이다.
목소리를 숨기는 다른 이유……?
‘그래!’
잠시 생각하던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범인이 지금 자신의 목소리를 숨기는 이유는 하나밖에 없을 것이다. 그건 바로 이승철이나 손미정이 범인의 목소리를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목소리를 변조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성은 통화하고 있는 이승철을 바라봤다.
다행히도 이승철은 냉정을 찾은 듯 범인의 말에 잘 답변하고 있었다.
“저희도 약속은 틀림없이 지킵니다. 그러니 우리 혜선이만 무사히…….”
-돈은 준비됐겠지?
드디어 범인이 돈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뚝!
현성은 그 순간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곤 바로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놀란 범인은 다시 재다이얼을 누를 것이다. 하지만 수화기를 내려놨으니 계속 통화 중으로 나올 것이다.
“뭐 하는 거야?”
이승철이 소리를 버럭 질렀다.
하지만 현성은 개의치 않고 오히려 조용한 목소리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잘 들으세요. 이제부턴 우리 쪽에서 대화를 이끌어 갈 겁니다. 일단 돈 얘기는 나중으로 미루고 혜선이가 무사한지부터 확인을 하겠다고 말씀하십시오.”
“그걸 저쪽에서 미쳤다고 들어주겠는가?”
“아니요, 틀림없이 들어 줄 겁니다. 저를 믿어주십시오.”
어차피 범인의 목적은 돈이다. 물론 그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어쨌건 범인에게 지금 필요한 건 돈이다.
게다가 목소리까지 변조했다는 건 주변 인물일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혜선일 쉽게 건들지 못할 것이고, 이쪽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라면 들어줄 거라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현성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전화가 끊긴 건 그쪽에서 끊은 거라고 오히려 화를 내십시오.”
“알았네.”
이승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성은 다시 수화기를 제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현성은 손가락으로 셋을 세기 시작했다.
그리고 벨이 정확히 세 번 울린 뒤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이승철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여보세요!”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전화를 갑자기 끊고 그럽니까? 얼마나 놀랐는지 압니까?”
-뭐가 어째?
“다시는 그러지 마십시오. 심장마비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쪽에서 끊은 거 아니고?
“그럴 리가 있습니까? 이 상황에 제가 미쳤습니까?”
이승철은 오히려 현성이 시킨 대로 더 큰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범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됐고, 돈은 물론 준비됐겠지?
“먼저 우리 혜선이 목소리라도 좀 들려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불안해서 죽을 거 같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지금 나를 못 믿겠다 이거지?
“그게 아니고 우리 혜선이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 그렇게만 해주시면 시키는 대로 무조건 하겠습니다.”
-…….
범인은 고민을 하는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긴장이 되는 건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기껏해야 1, 2초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마치 1시간처럼 느껴지는 듯했다.
바로 그때, 스피커폰을 통해 범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딱 한 번이야. 피차간에 시간 끌지 말자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연하지요.”
이승철은 일부러 같은 말을 반복하며 현성이 시킨 대로 대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가 현성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표시였다. 현성도 그런 이승철을 향해 바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믿어줘서 고맙다는 의미였다.
-아빠!
바로 그때, 스피커폰으로 이혜선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일단 목소리를 들었으니 이혜선이 무사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범인이 요구한 금액과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범인이 아주 악질이 아닐 거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항상 변수가 있다 보니 100%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혜선의 안전을 먼저 확인했던 것이다.
“혜선아! 혜선아!”
스피커폰에서 이혜선의 목소리가 들리자 이승철과 손민정은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그녀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그러자 범인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됐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볼까?
뚝!
현성은 다시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이승철이 현성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처음 현성이 전화를 끊었을 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처음엔 놀라서 화가 난 표정이었다면 지금은 그게 아니라 전화를 끊은 이유가 궁금한 듯한 표정이었다.
“이번엔 또 왜?”
“돈은 아직 준비를 못 했다고 하십시오. 30분 후에는 준비가 된다고 하십시오. 지금은 저놈의 초조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딘가에 분명히 빈틈이 보일 겁니다. 우리는 그때를 노려 범인을 잡아야 합니다.”
“알았네.”
이승철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범인이 이쪽의 페이스대로 넘어오자 이승철도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듯했다.
현성은 다시 수화기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릉.
이번엔 이승철이 알아서 천천히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그리곤 바로 범인이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화를 내듯 큰 소리로 말했다.
“왜 자꾸 전화를 끊는 겁니까?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뭐야? 이번에도 그쪽이 아니야?
“혜선이 목소리까지 들었는데 제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 그러고 보니 오늘 전화 상태가 종일 이상하긴 하던데…….”
-하여간 이 전화국 새끼들이 문제야!
범인은 이승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욕설을 퍼부었다.
‘어?’
현성의 고개가 순간 모로 홱 돌아갔다. 분명 이번엔 변조된 목소리가 아닌 정상적인 목소리였다. 초조함이 가져온 그의 실수였다. 감정이 격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 변조를 깜박한 것이다.
현성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뚝!
현성은 전화를 끊으며 이승철한테 바로 물었다.
“들으셨어요?”
“뭘 말인가?”
“조금 전에 범임이 욕하던 목소리 말입니다. 변조된 목소리가 아닌 본래의 목소리였는데 못 들으셨어요?”
“글쎄, 너무 순식간이라 미처…….”
이승철은 고개를 갸웃거릴 뿐 범인의 목소리를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듯했다.
현성은 그런 이승철을 보며 다시 말했다.
“잘 생각해보세요. 주변에 있는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글쎄…….”
이승철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잠깐만!”
그때 손미정이 외쳤다.
그러자 현성이 바로 물었다.
“왜요? 누구 생각나는 사람이라도 있습니까?”
“그게…… 맞는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누군데요? 상관없으니까 생각나는 대로 말씀해보세요.”
“집 앞에 있는 세탁소 최 씨 비슷한 거 같기는 한데…… 확실치는 않아.”
손미정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그러자 이승철이 바로 말했다.
“최 씨는 아니야. 최 씨 목소리는 저렇게 얇지 않아. 그리고 최 씨는 지금 문중에 상을 당해서 어제부터 단양에 갔다가 내일이나 온다고 했단 말이야.”
“알겠습니다. 혹시 다른 사람은 생각나는 사람 없습니까?”
“없어. 일반적인 대화 목소리도 아니고 욕하는 소리라…….”
“네, 알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 앞으로도 잘 들어주세요.”
현성은 다시 수화기를 올려놓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벨이 바로 울렸고, 이승철과 범인은 서로 전화국을 욕하며 화풀이를 대신했다. 범인은 이번엔 확실히 목소리 변조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이승철은 현성이 얘기한 대로 돈을 준비하는데 30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자 범인은 난리를 쳤지만 결국 30분 뒤에 다시 전화하겠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전화를 끊었다.
잠시 후.
벌컥벌컥.
현성은 손미정이 건네준 물 한 컵을 다 마신 후 이승철을 보며 물었다.
“돈은 어떻게 전달했습니까?”
“택시로.”
“택시요? 택시로 어떻게요?”
“미리 얘기한 장소에 가 있으면 택시가 오더라고, 그때 들고 있던 종이가방을 건네주면 그게 끝이야.”
“네?”
현성은 황당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크게 나왔다. 그 이유는 돈을 전달하는 방법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나 단순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나 TV에서 보면 범인이 돈을 건네받기 위해서는 별의별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다 동원되는 것을 봤었다. 그런데 이렇게 단순한 방법으로 돈을 건네줬다고 하니 현성으로선 황당했던 것이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혹시 두 번 다 같은 방법이었습니까?”
“그렇다네.”
“그럼 그 택시기사 얼굴은 봤겠네요?”
“당연하지. 운전석 창문으로 종이가방을 건네줬으니까.”
“혹시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사 얼굴이 같던가요?”
“아니, 전혀 달랐네. 첫 번째는…….”
이승철의 설명이 더 이어졌지만, 그의 말은 더 이상 현성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현성은 점점 더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승철의 말대로라면 택시기사와 범인은 별개라는 얘기가 된다. 하긴 어느 바보가 직접 돈을 받으러 오겠는가. 혹시나 기대를 했던 자신의 생각이 한심할 뿐이었다.
현성은 다시 물었다.
“그럼 혜선이는 언제 풀어줍니까?”
“돈 건네주고 1시간 후면 집에서 전화가 오더라고.”
“집에서요? 누구한테요?”
“누군 누구야, 혜선이지. 눈 떠보니 집 앞 의자에 앉아 있더라는 거야.”
이건 또 뭔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었다. 이승철의 말대로라면 범인이 인질을 집까지 데려다줬다는 얘긴데……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혜선인 뭐래요?”
“잠들어서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기억이 없다고 하더라고.”
“수면제를 먹였다는 얘기네요. 이놈 생각보다 용의주도한 놈인데요.”
처음엔 똑같은 방법에 그것도 주기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에 조금은 단순한 놈일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범행 방식을 알면 알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혹시 집 앞에 CCTV 설치는 했어요?”
“그렇지 않아도 두 번 그런 일 겪고 나서, 혹시나 싶어 큰돈 들여 집 앞에 한 대 달아놨네.”
“이번에도 똑같이 집 앞에 혜선일 데려다 놓을까요?”
“글쎄…… 그거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나 같으면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러지는 않을 거 같은데…….”
“아, 머리 아프네요.”
톡톡.
현성은 다시 머리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따르릉.
현성의 시선은 바로 벽시계로 향했다. 6시 40분. 아직 약속한 시각은 20분이나 남은 상태였다.
“뭐야 이 새끼?”
현성의 입에서 자동으로 욕이 튀어나왔다.
어느새 이승철은 전화기 옆으로 바짝 다가와 있었다.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자 이승철이 전화기의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스피커폰을 통해 들려온 목소리는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