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72)
회귀해서 건물주-372화(372/740)
372
“…….”
이승철은 순간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범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일 거로 생각했는데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니 순간적으로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때 스피커폰에서 다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거기 혜선이네 횟집이죠?
“네, 맞는데 누구십니까?”
-안녕하세요~! 저는 혜선이랑 같은 과에 다니는 이은지인데요, 오늘 혜선이가 학교에…….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이은지였다. 그제야 현성도 이은지의 목소리를 알아들었다. 가끔 보면 실제 목소리와 전화 목소리가 다른 사람이 있다. 이은지의 경우가 그랬다. 그렇다 보니 현성으로서도 처음부터 이은지의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이은지가 전화를 건 이유는 이혜선이 학교에 결석하자 걱정이 되어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목소리를 확인한 현성이 대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은지야 나 현성이다.”
-김현성? 니가 지금 거기 왜 있어?
“일이 좀 생겼어.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말해줄게.”
-뭐야? 혜선이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
“미안해, 지금은 오래 통화할 수가 없어. 나중에 내가…….”
현성이 전화를 끊으려 하자 이은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만! 혜선이한테 무슨 일 생겼구나?
“응, 그런데 그게 좀, 내가 나중에…….”
현성은 다시 전화를 끊으려다 무슨 생각인지 갑자기 이은지를 불렀다.
“은지야, 뭐 좀 하나 물어보자.”
-뭔데?
“만약에 말이야, 인질범이 인질을 그의 집 앞에 데려다준다면, 그 심리는 뭐라고 생각해?”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니까 만약에 말이야.”
-만약 그렇다면 둘 중의 하나겠지.
“둘 중에 하나?”
-그래, 싸이코 아니면 가까운 사람이겠지.
“싸이코? 싸이코는 그렇다 치고, 가까운 사람은 왜?”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은 거지. 어떤 목적이 있어서 납치는 했지만……, 뭐야? 혹시 지금 혜선이 얘기야?
이은지는 바로 눈치를 챘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이은지까지 혜선의 납치를 알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현성은 대충 둘러대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곤 이승철을 바라보며 바로 물었다.
“혹시 가까운 사람 중에 의심이 갈 만한 사람은 없습니까?”
“음…… 글쎄,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한테 악하게 한 적이 없는데…….”
이승철은 고개를 살짝 좌우로 저으며 좀 더 고심하는 듯했다.
바로 그때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따르릉!
현성은 자동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10분 전 7시.
만약 이 전화가 범인의 전화가 맞는다면 범인은 지금 10분조차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심리적으로 쫓긴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 말은 곧 그만큼 빈틈이 많이 생긴다는 것일 것이고.
현성은 이승철을 바라보며 바로 말했다.
“최대한 천천히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이놈은 지금 10분도 못 기다릴 정도로 심리적으로 불안하고 초조한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그 심리를 이용해서 어떡하던 놈의 정체를 알아내야 합니다.”
“알았네.”
이승철도 이젠 현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스피커폰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돈은 다 준비됐겠지?
“아내가 지금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아마 10분 후면 도착할 겁니다. 그런데 돈은 어떻게?”
-방법은 지난번과 동일. 다시 말하지만 허튼짓하면 알지?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근데 우리 혜선이는 언제 만날 수 있나요?”
-그건 내가 알아서 해! 정각 7시 30분! 장소는 그때 그 자리!
“저기…… 여보세요, 여보세요!”
뚝!
범인은 이승철의 말은 듣지도 않고 자신의 말만 하고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조금의 실수도 안 하겠다는 듯 말수도 줄인 상태였다. 그만큼 긴장을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 현성은 조금 허탈한 기분이었다. 어떡하든 시간을 끌어 범인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했던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그때 손미정이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
“우리 혜선이 무사하겠지요?”
“걱정하지 마. 이 돈만 전해주고 나면 지난번처럼 금방 돌아올 거야.”
“제발 그랬으면…….”
얼굴빛이 하얘질 정도로 손미정은 긴장한 상태였다.
그러자 현성도 옆에서 이승철의 말을 거들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아저씨 말씀처럼 금방 돌아올 겁니다. 그나마 돈도 필요한 만큼만 요구하는 거로 봐서는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물론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이 납치를 당했는데 걱정하지 말란다고 걱정을 안 하는 부모가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현성으로서도 지금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파르르.
역시나 손미정은 더 이상 말도 못 하고 양손을 떨고 있었다. 그건 손에 돈 봉투를 들고 있는 이승철도 마찬가지였다.
잠시 후.
7시 10분.
범인과 약속한 시각까지 20분 남았다. 여기 횟집에서 범인과 약속한 장소까지는 걸어서 10분 거리다.
현성은 이승철을 보며 말했다.
“그럼 저 먼저 출발하겠습니다.”
마음 같아선 이혜선의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물론 그럴 확률은 희박하지만, 혹시라도 범인이 이혜선을 풀어주기 위해 집으로 왔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하는 날에는 이혜선이 오히려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범인을 잡는 것보다도 이혜선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각 끝에 현성이 선택한 곳은 범인과의 약속장소인 택시 정류장이다. 이승철이 돈을 건네줄 때 택시기사의 인상착의와 택시 번호라도 외우기 위함이다. 어차피 택시기사와 범인과는 어떤 식으로든 연결고리가 있을 거라는 게 현성의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승철과 같이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혹시라도 범인이 멀리서 지켜볼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현성이 횟집을 나와 막 발길을 떼려 할 때였다.
끼이익!
택시 한 대가 급하게 횟집 앞에서 멈췄다. 그리곤 누군가 뒷문을 열고 내리더니 현성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김현성!”
“이은지? 네가 어떻게?”
택시에서 내린 사람은 바로 이은지였다. 아무래도 그렇게 전화는 끊었지만, 걱정이 돼서 온 듯했다.
이은지가 다가와 바로 말했다.
“걱정이 돼서. 그 인질 얘기 말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혜선이 얘긴 거 같아서 말이야. 내 말 맞지?”
“맞아.”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여기까지 일부러 택시를 타고 온 이은지한테 더는 속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두 사람은 고등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사이였다.
“일단 따라와.”
현성은 범인과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안 남았기에 여기에 서서 얘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발길을 옮기며 바로 말했다. 최소한 10분 전에는 약속장소에 먼저 도착해서 주변 상황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이은지도 심각한 상황이란 걸 알았는지 아무 말도 안 하고 바로 현성 옆으로 바싹 다가왔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은지야,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들어. 그러니까…….”
현성은 모든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성의 설명이 이어지자 이은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면서도 중간에서 말을 끊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걷던 걸음을 멈추며 바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그래, 나도 솔직히 너무 당황스럽다. 참, 여기서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야. 빨리 가자.”
현성은 이은지의 팔을 끌며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그러자 이은지가 바로 물었다.
“그래서 혜선인 지금 무사한 거지?”
“응, 아까 목소리는 일단 확인했어.”
“갑자기 무슨 영화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래? 그나저나 우리 혜선이 어떡하냐? 엄청 무서울 텐데.”
“내 말이……, 일단 빨리 서두르자.”
두 사람은 부지런히 택시 정류장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잠시 후.
택시 정류장에 도착한 두 사람.
이은지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학생들이 이렇게 많아?”
“금요일이잖아.”
“아무리 금요일이라도 그렇지, 근데 이 학생들은 이 시간에 여기를 왜 온 거야?”
현성은 턱으로 건물 2층을 가리켰다. 그곳은 바로 경포호에 있는 ‘경포 나이트’였다. 그 당시에 한창 유명했던 곳이다.
나이트장 가기엔 좀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으로 학생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무래도 학기 초고 금요일이라 그런 듯했다. 경포호에 비친 나이트장의 야간 조명이 휘황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아저씨 저기 오셨네.”
이은지가 택시 정류장에 도착한 이승철을 보며 말했다.
시계를 보니 약속 시각 3분 전이었다.
현성은 이승철 뒤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현성은 귓속말로 이은지한테 말했다.
“인상착의하고 택시 번호 외우는 거 알지?”
“어! 알았어!”
이은지의 목소리에서 긴장한 티가 느껴졌다.
긴장하기는 현성도 마찬가지였다. 전생에서도 영화나 TV에서나 봤지 직접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없으니 긴장하는 게 당연했다.
그때 택시 한 대가 이승철 앞으로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꿀꺽.
긴장한 탓인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두 사람이었다.
휙!
그때 이승철 옆에 서 있던 연인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택시를 잡아탄 후 사라졌다.
“2분 지났어.”
이은지가 작은 목소리로 현성을 보며 말했다. 시계를 확인하니 정확히 7시 32분을 막 지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택시 한 대가 미끄러지듯 다가오기 시작했다.
꿀꺽.
자신도 모르게 또다시 마른침을 삼키는 현성이었다.
그때 흰색 택시가 다가오더니 정확히 이승철 앞에 섰다.
스르륵!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자 마스크에 선글라스를 낀 중년 남성이 보였다. 특이한 건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파마를 하고 있었다.
그는 자연스럽게 이승철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이승철은 기다렸다는 듯 종이가방을 건네줬다.
그게 끝이었다.
3초!
택시가 서고 창문이 내려지고 돈이 든 종이가방을 챙겨 떠나는 데 걸린 시간이다. 택시는 이미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이은지가 허탈한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뭐야? 끝난 거야?”
“그러게, 너무 순식간이라 허무할 정도네. 그나저나 외웠지?”
“당연하지. 회사는 신일운수, 택시 번호는 강원 바 2488, 그리고 그 사람 가발 같던데…….”
“가발?”
현성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가발을 썼을 거라고는 생각을 미처 못 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바로 이은지에게 다시 물었다.
“가발이 확실해?”
“내가 볼 땐 틀림없어. 우리 아버지도 가발을 쓰시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어.”
“가발이라……?”
현성은 순간적으로 의문이 생겼다.
택시기사는 단순히 중간에서 수고비를 받고 심부름을 해주는 사람일 거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해가 넘어간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선글라스까지 끼고 있었다. 거기다 가발까지…….
잠깐 고민하던 현성은 이은지를 향해 바로 물었다.
“마스크에 선글라스, 그리고 가발까지, 그 이유가 뭘까?”
“이유? 그거야 뻔하지 않겠어. 자신을 숨기고 싶은 거지.”
“숨긴다고? 왜?”
“왜긴, 그거야 자신이…… 어? 혹시…… 그 사람이……?”
“……!”
이은지가 말을 하다 말고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두 사람의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히는 순간, 현성의 몸이 움직였다.
타다닥!
현성은 어딘가로 뛰기 시작했다.
자신의 실수다. 택시기사는 단순히 그저 중간에서 심부름꾼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은지와 얘기를 나누는 순간 그 택시기사가 바로 범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성이 도착한 곳은 공중전화 앞이었다.
일단 114 번호를 눌렀다.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신일운수요!”
-신일운수 말입니까,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고객님께서 문의하신 번호는…….
현성은 다시 버튼을 눌렀다.
-네, 신일운수 사무실입니다.
“혹시 강원 바에 2488번 조회 좀 가능하겠습니까?”
-죄송하지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요?
“강력 사건 때문에 그렇습니다. 빨리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전화하시는 분은 소속이 어디십니까?
어차피 개인이라고 하면 답은 뻔할 것이고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수원지검에 김현성입니다.”
-영장 가지고 오십시오. 그리고 장난 전화 하는 거 아닙니다.
“아니, 그게 아니고…….”
뚜뚜뚜…….
전화가 끊겨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