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73)
회귀해서 건물주-373화(373/740)
373
“이런 미친…….”
현성의 입에서 욕이 자동으로 튀어나왔다. 다시 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온 답변은 똑같았다.
그때 이승철과 이은지가 다가왔다.
이은지가 현성을 보며 먼저 물었다.
“뭐래?”
“영장 가져오래.”
“영장? 그 택시 회사가 그래?”
“응, 어차피 개인이라고 하면 안 가르쳐 줄 거 같아서 수원지검이라고 거짓말했더니 영장 가지고 오라고 그러더라고.”
“하긴……, 그럼 이제 어떡해?”
“그러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그 택시기사가…….”
그때 두 사람의 얘기를 듣던 이승철이 현성의 말을 자르며 물어왔다.
“잠깐! 지금 이게 무슨 소린가? 갑자기 영장 얘기는 뭐고, 그리고 또 택시 회사는 무슨 소리야?”
“아, 그거요. 그게 그러니까…….”
현성은 조금 전에 이은지와 얘기를 나누다 그 택시기사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택시를 조회하기 위해 그 택시 회사에 전화를 걸게 됐고, 그런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얘기, 그리고 택시 회사에서 영장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는 말까지 설명을 했다.
마침내 현성의 설명이 끝나자 이승철이 고개를 갸웃하며 바로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자네 말은 그 택시 기사가 범인일 거라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그 이유는 자신을 감추기 위해 변장을 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고?”
“네, 맞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범인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또 있습니다.”
“또?”
이승철이 궁금하다는 듯 고개를 쭉 내밀며 물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이은지도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인 듯 현성을 빤히 쳐다봤다.
현성의 답변이 바로 이어졌다.
“그 택시 기사는 아저씨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게 바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나를 알고 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잘 생각해 보십시오. 조금 전에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도 그 택시 기사는 많은 사람을 다 제쳐두고 정확히 아저씨 앞에 택시를 세웠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물론 그랬지.”
“어떻게 그게 가능했을까요? 결국, 그 택시 기사는 처음부터 아저씨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음…… 듣고 보니.”
이승철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금요일이라 그런지 유달리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그 택시 기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자신 앞에 택시를 세우고 창문을 내린 후 종이 가방을 받아 갔다. 그 말은 결국 현성의 말처럼 그는 이미 자신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현성의 말이 다시 이어졌다.
“하나만 여쭙겠습니다.”
“그래, 뭔가?”
“저의 생각이 맞는다면 첫 번째와 두 번째도 똑같은 상황이었을 거 같은데, 혹시 그때도 이번처럼 아저씨 앞에 정확히 택시를 세우고 돈을 받아 갔습니까?”
“어? 맞아! 그러고 보니 처음에도 그랬고 두 번째도 마찬가지였네. 그 말은…….”
“네, 역시 동일 인물일 겁니다. 저도 처음엔 택시 기사는 단순히 중간에서 수고비를 받고 심부름을 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범인은 자신이 직접 마스크에 선글라스 거기다 가발까지 쓰고 돈을 받아 갔던 겁니다.”
“허! 직접…….”
이승철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짓고는 주위를 한 번 돌아봤다.
그때 현성의 입에서 이상한 말이 나왔다.
“더 황당한 건 아마도 그 범인은 아저씨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겁니다.”
“내가 안다고?”
“네, 제 생각으론 틀림없습니다. 전화할 때 목소리 변조도 그렇고 돈을 받아 갈 때 변장도 그렇고요.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숨기고 싶었던 겁니다. 거기다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요구하는 금액도 생각보다 너무 적습니다. 그 말은 돈이 목적이 아니라 꼭 필요한 만큼만 요구한다는 거거든요. 그 이유는 아마도 아저씨와 잘 알고 지내는 사이이기 때문일 겁니다. 아저씨한테 미안한 거죠.”
이승철은 현성의 얘기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현성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리고 결정적인 건 혜선이를 직접 집까지 데려다준다는 겁니다. 어쩔 수 없이 돈이 필요해서 납치를 하기는 했지만 안전하게 지켜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범인은 틀림없이 아저씨와 아주 가까운 사이일 겁니다.”
“음…….”
이승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기를 잠깐.
‘설마…….’
어느 순간 그의 표정이 잠깐 일그러지는 듯하더니 바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변화를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때 이은지가 현성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기다려야지.”
“기다린다고? 경찰에 신고 안 하고?”
“지금은 아니야. 자칫 잘못하면 혜선이가 위험해질 수도 있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혜선이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거야. 신고는 그다음이고. 어차피 택시 번호도 알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차피 범인은 첫 번째와 두 번째처럼 이번에도 이혜선일 무사히 집에 데려다줄 것이다. 신고는 그다음이다. 어차피 차 번호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는 게 현성의 생각이었다.
***
같은 시각.
경포호를 빠져나온 택시 한 대는 교동에 있는 율곡중학교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룸미러에는 작은 십자가가 매달려 있었다.
“형님! 미안합니다!”
택시를 운전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사내.
최영수.
올해 나이는 42세, 이승철과 알고 지낸 지는 8년째다.
8년 전, 서울에서 장사를 하다가 친구 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더 이상 살 의욕이 없었다.
그때 마지막으로 선택한 곳이 강릉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이승철이었다.
추운 한겨울이었다.
바닷가에 홀로 서 있는 자신에게 이승철이 소주 세 병을 들고 다가온 것이다. 나중에야 알았지만 이승철은 직감적으로 자살하려는 자신을 알아봤다고 했다. 그래서 소주도 일부러 세 병씩이나 들고 왔었다고 했다.
그게 첫 인연이었다.
그렇게 소주 세 병을 마시면서 두 사람은 많은 시간 동안 얘기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최영수는 이승철의 횟집에서 일하게 됐다. 가게 한편에 머물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줬다.
죽을 용기로 다시 살아보라고 했다.
그렇게 최영수는 인생의 마지막 종착지로 선택한 강릉에서 다시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 것이다.
횟집에서 일한 지 1년이 지났을 때 이승철의 권유로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조금씩 다시 세상 속으로 적응해 가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병원으로 달려가 보니 1년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마치 다른 사람을 보는 것처럼 노쇠한 모습이었다.
간암 2기였다.
그동안에 벌어 놓았던 모든 것을 털어 항암치료에 들어갔다. 하지만 항암치료라는 게 하루 이틀에 끝나는 것이 아니기에 그 돈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결국, 2년 만에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벌어 놓은 돈이 다 떨어진 것이다.
그래도 어떡하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하루 2, 3시간씩만 자면서 밤낮으로 운전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1년이 한계였다. 체력이 완전히 바닥이 난 것이다.
그때 눈에 보인 것이 이혜선이었다.
사람의 탈을 쓰고 해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머니의 죽음을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한 번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늘어나는 병원비를 감당할 길이 없었다. 결국 또다시 죄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게 2년 전이었다.
그리고 이제 오늘이 세 번째다.
어머니를 살리겠다는 미명하에 저지른 일이지만 도저히 용서가 안 되는 일이라는 건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형님! 죗값은 나중에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최영수는 고개를 몇 번씩이나 주억거렸다.
이제 이 돈이면 당분간 어머니의 병원비는 문제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일 듯싶다.
의사 말에 의하면 앞으로 3개월을 넘기기가 힘들 거라는 거였다. 그래서 이번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이건 용서가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릉!
최영수는 조금이라도 빨리 가기 위해 액셀을 꾹 밟았다.
집에 도착한 최영수는 시계를 바라봤다.
이혜선이 잠에서 깨려면 앞으로 30분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10분 전에만 집에서 나가면 된다. 어차피 이혜선의 집까지는 채 5분도 안 걸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정문으로 못 간다. CCTV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후문에 데려다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최영수는 수면에 빠진 이혜선을 바라봤다.
“미안해, 혜선아…….”
친조카처럼 따르던 이혜선이었다.
최영수의 눈가가 어느새 촉촉해지기 시작했다.
***
“뭐 좀 보여?”
이은지가 한 시간째 CCTV를 확인하고 있는 현성을 향해 물었다.
“없어, 어떤 놈인지 그림자도 안 보여. 역시 보통 놈이 아니야.”
“하긴 그러니까 CCTV를 피해 정문이 아닌 후문에다 혜선일 데려다 놨겠지.”
이혜선은 돈 봉투를 가져간 지 정확히 한 시간 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번엔 정문이 아닌 후문 쪽에 이혜선을 데려다 놓고 사라졌다.
결국, 범임은 CCTV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이제 그만 하게.”
이승철이 뒤에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는 현성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현성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경찰에 신고를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차 번호까지도 알고 있으니 범인을 잡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그 문제는 내가 아까도 말했지만, 일단은 하루 이틀만 기다려 주게. 내가 따로 확인할 게 있어서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단은 우리 혜선이가 무사히 돌아왔으니 그걸로 됐네.”
“그래도…….”
“아니, 부탁함세.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하겠네.”
“……네, 알겠습니다.”
현성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해가 안 가는 건 사실이다. 이혜선이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승철이 한사코 신고를 말렸기 때문이다. 그 이유를 물었지만, 지금으로선 말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한 시간이 지난 지금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라도 신고를 하는 게 맞는다는 생각에 다시 얘기를 했지만 이승철의 답변은 처음과 같이 시간을 갖고 확인할 게 있다는 것이었다.
그 확인하고 싶은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승철이 ‘부탁한다’라는 말까지 써가며 간곡히 얘기하는데 더 강요를 한다는 것도 그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현성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현성아!”
모니터를 확인하던 이은지가 현성을 갑자기 불렀다.
“왜, 뭐라도 찾았어?”
“여기 이거 봐봐.”
이은지가 가리키는 정지 화면에는 택시의 모습이 보였다.
현성도 몇 번씩이나 봤던 장면이었다. 지나가는 택시였고 별 특이사항은 보이지 않았기에 그냥 지나쳤던 장면이었다.
“택시잖아, 그게 왜?”
“잘 봐봐.”
이은지는 손가락으로 택시의 번호판을 가리켰다. 그러자 택시 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숫자를 알아보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었다. 물론 현성도 이미 확인했던 부분이다.
“그건 나도 이미 봤어. 근데 그게 왜?”
“여기 번호 말인데, 이게 좀 이상하지 않아?”
“번호? 2400이잖아?”
“그래, 맞아. 2400. 근데 이 숫자 보고 뭐 생각나는 거 없어?”
이은지는 현성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
그 순간 현성의 머릿속에도 뭔가 떠오는 게 있었다.
“너 혹시……?”
“맞아! 그 택시 번호랑 끝 두 자리만 달라. 아까 그 택시는 2488이고 여기 이 택시는 2400, 뭔가 냄새가 나는 거 같지 않니?”
“그 말은 혹시…… 변……조?”
현성은 조심스럽게 말을 끝내며 이은지를 바라봤다.
그러자 이은지의 눈빛이 반짝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엄지와 중지를 허공에서 튕겼다.
딱!
“바로 그거야. 여기 보면 알겠지만, 택시 회사도 똑같고 차 색깔도 똑같아. 다른 게 있다면 오로지 마지막 숫자 두 자리야.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는 얘기 아니냐?”
“물론 그렇긴 한데…….”
현성은 말끝을 흐리며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의 눈이 어느 순간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이 사람 대머리…… 맞……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