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the building owner RAW novel - Chapter (376)
회귀해서 건물주-376화(376/740)
376
“지금 90석이라고 했는가?”
“네, 그렇습니다.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현성 군이 분명히 90석이라고 했답니다.”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일이다. 물론 과반을 넘기기 힘들 거라는 건 회사 내 정보팀의 분석에 의해 이미 한 달 전에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 숫자는 미묘한 차이였다.
3석.
과반에 부족한 숫자였다. 하지만 그 정도는 무소속 의원 몇 명만 데려오면 되는 문제였다. 그래서 이미 작업에 들어갔고, 그 결과 두 사람은 이미 얘기가 끝난 상태다. 이제 남은 숫자는 한 석뿐이다. 하지만 그 한 석도 어차피 몸값만 더 쳐주면 오늘이라도 당장 결단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그런대로 국정 운영을 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90석을 못 넘는다니……. 이게 말이 되는가 말이다.
신춘오 회장은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김영우 실장을 보며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이번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은 고사하고 지역구에서 90석도 못 얻는다는 얘기지?”
“네,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근거는?”
“네?”
“근거 말이야. 아무리 김 군이 어리다고 하지만 아무 근거도 없이 그런 엄청난 말을 하지는 않았을 거 아닌가?”
“아, 그거야 그렇긴 한데, 근데 그게…….”
김영우 실장은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뭔가 있기는 있다는 얘기네?”
“자체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뭐? 자체적으로?”
“네, 그렇습니다. 보고에 의하면 현성 군 혼자서 분석을 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본인 스스로도 이번에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답니다.”
“그러니까 어디에 의뢰를 한 것도 아니고 김 군 혼자서 분석을 했다? 지금 그 얘기야?”
“네, 그렇습니다.”
“허허…….”
신춘오 회장은 너무나 황당한 나머지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여의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공식적인 정치 연구소만 해도 여덟 개다. 거기다 각 정당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사설 단체까지 합치면 그 숫자는 스무 곳이 넘는다. 하지만 그 많은 곳 어디에서도 100석 미만을 예상한 곳은 한 곳도 없다.
물론 무시하면 된다. 어차피 어린 친구가 한 말이고 객관성도 보장이 안 되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보여준 행동 때문이다.
그중 가장 우선은 씬라면의 출시였다.
광고가 나가기 전까지는 절대적인 대외비였다. 그런데 그는 광고가 나가기도 전에 씬라면의 존재를 알아버린 것이다. 그것도 한 달 전에 말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제품의 디자인이다. 광고가 나가기도 전에 이미 간판에 그 상품 이미지를 실물과 똑같이 디자인을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바로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유출한 흔적은 찾지를 못했다. 오죽했으면 회사 내 최초로 미제사건으로 남았을까.
그리고 요즘 그의 행동에 가장 놀라운 게 또 하나 잡혔다.
그건 바로 일산에 대한 투자다. 1년 전 그 친구가 일산에 투자를 할 때만 해도 어떤 정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며칠 전 이상한 얘기를 들었다.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을 보며 물었다.
“참, 며칠 전에 얘기했던 일산 얘기는 어떻게 됐어?”
“그게 아무래도 심상치 않습니다.”
“심상치 않다? 그 말은 무슨 움직임이라도 있다는 겐가?”
“그렇지 않아도 오늘 같이 보고를 드리려고 했는데…….”
“뭐야?”
신춘오 회장이 급한 마음에 김영우 실장의 말을 끊었다. 그리곤 바로 말을 이었다.
“어서 설명을 해보게!”
“신성이 움직인 거 같습니다.”
“신성이?”
“네, 오늘 긴급 보고에 의하면 신성의 자금이 아무래도 그쪽으로 흘러 들어간 거 같습니다. 물론 신성은 아니라고 하는데 저희 판단으로는 틀림없습니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음…….”
신춘오 회장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기를 잠시.
신춘오 회장이 짧게 물었다.
“국토부는?”
“근데 그게 또 이상합니다.”
“왜?”
“전혀 움직임이 없습니다. 중동, 평촌, 산본은 이미 그 움직임을 파악했는데 일산 쪽은 아직 움직임이 전혀 없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신춘오 회장은 다시 한번 입을 굳게 다문 채 고민하는 듯했다.
………….
침묵의 시간이 의외로 길어지고 있었다.
김영우 실장은 혹시라도 방해가 될까 봐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얼마쯤 시간이 지났을까.
“김 실장!”
고민하던 신춘오 회장이 낮은 목소리로 김영우 실장을 불렀다.
고민이 끝났다는 얘기다.
김영우 실장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네, 회장님!”
“일산에 한 장만 투입하게.”
“네? 그 말씀은……?”
“김 군의 통찰력을 한 번 믿어보려고 하네. 그렇다고 기업가인 내가 땅장사를 할 수는 없는 입장이고 단지 김 군을 믿는다는 의미에서 한 장만 투입하겠다는 거네. 무슨 말인지 알겠지?”
“네, 회장님.”
김영우 실장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
상징성.
지금 신춘오 회장은 돈이 목적이 아닌 현성에 대한 신뢰의 상징으로 일산에 땅을 사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그의 선택은 여기서 끝이 아닐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신춘오 회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시간 이후로 무소속 의원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접근하지 말게.”
“손을 떼신다는 말씀입니까?”
“어차피 90석도 못 얻을 바에야 그까짓 3석 더 가져온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렇게 되면 어차피 개판 되는 거야. 여당도 무늬만 여당이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이런 상황에서 괜히 돈 낭비할 필요가 없지 않겠는가. 안 그래?”
“그거야 그렇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그러시다가…….”
“왜? 김 실장은 불안한가?”
“그게…….”
왜 불안하지 않겠는가.
물론 현성의 말대로 여당이 90석도 못 얻는다면 무소속 세 명의 가치는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회사 내 정보팀의 예상대로 과반에서 3석이 모자라는 경우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그런데 선거를 하루 앞두고 노선을 완전히 바꾼다고 하니 김영우 실장으로선 당연히 불안한 것이다.
신춘오 회장의 말이 바로 이어졌다.
“나를 믿게. 아니, 김 군을 믿어 보자고.”
“그래도 내일이 선거일이라…….”
“신성이 어떤 놈들이야?”
“네?”
“조금 전에 그놈들이 움직였다고 했지?”
“네, 그건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거하고 선거하고 무슨 상관이라도…….”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신성의 자금이 움직인 건 확인했지만 그것과 선거는 별개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춘오 회장이 바로 물었다.
“김 군이 일산의 땅을 산 게 언제인가?”
“1년 전입니다.”
“그럼 신성이 움직인 게 언제인가?”
“3일 전입니다.”
“그래도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아, 그러니까 그 말씀은…….”
“이제야 알겠는가? 신성은 3일 전에 움직였지만 김 군은 이미 1년 전에 움직였네. 신성이 누구야? 대한민국에서 땅 투기로는 그놈들을 따라갈 놈들이 없어. 여의도에서 그놈들 돈 안 받아 처먹은 놈들이 누가 있을 거 같아? 내가 알기로는 열 놈도 안 돼. 그런 신성보다도 1년을 먼저 움직였단 말이야.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얘기지만 김 군의 정보력이 그 정도라는 거야.”
“아, 네…….”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1년 전 현성이 일산의 땅을 살 때만 해도 솔직히 말은 안 했지만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며칠 전에 신성의 자금이 일산으로 유입되는 걸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것 같았다.
신성.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절대적인 지위에 있는 부동산 최고의 투자 전문 회사다. 말이 좋아 투자지 투기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로 그 수익률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만큼 정계에 그들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런 회사보다 1년을 앞서 움직일 수 있는 정보력, 그게 바로 이제 스무 살짜리 현성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는 건 그의 정보력이다. 도대체 어느 정보 라인이기에 신성보다 1년을 앞설 수 있단 말인가.
김영우 실장은 신춘오 회장을 보며 물었다.
“도대체 어느 정보 라인일까요?”
“그런 건 없을 걸세.”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런 게 없다니?”
“내가 조금 전에 뭐라고 했는가?”
“조금 전에요? 아, 통찰력…….”“그래, 내가 분명히 통찰력을 믿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난 김 군이 어떤 정보 라인이 아니라 그의 통찰력에서 나온 거라고 믿네. 아무리 정보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신성보다 1년이나 빠르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그의 통찰력이네. 세상을 꿰뚫어 보는 힘 말이야.”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물었다.
“이번 선거도 말입니까?”
“그래, 그의 눈에는 민심이 그렇게 보인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 흥분되는 거고.”
“흥분이요? 아, 그러니까 선거 결과 때문에 그렇다는 거죠?”
“그렇지. 이미 내 마음은 결정을 내렸고 이제 남은 건 내 결정에 대한 확인만 남은 셈이니까 말이야. 여차하면 이 정부에 미운털이 박힐지도 모르니 왜 흥분이 안 되겠는가. 안 그런가?”
김영우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이다. 만약 여기서 현성의 예상이 빗나가는 순간 그 대가는 고스란히 농씸으로 돌아올 것이다.
“회장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를 저는 모르겠습니다. 위험 부담이 너무 큽니다. 차라리 그냥 지금까지 하던 대로 그냥…….”
“아니, 그건 내가 싫네.”
신춘오 회장은 김영우 실장의 말을 끊으며 자신의 말을 이었다.
“자고로 믿음이라는 건 반쪽은 없는 걸세. 물론 김 군은 지금 내 마음을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안 보인다고 해서 그런 식으로 장난을 치고 싶지는 않네. 그러니 내가 말한 대로 일을 처리해 주게.”
“네, 알겠습니다. 일산의 땅도 바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소속 의원들과의 접촉도 이 시간부터 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어차피 박쥐들이야. 미련 두지 말고 정리해. 그렇지 않아도 그동안 영 마음에 안 들었어. 참, 그리고 만약 일산 땅에서 나는 수익은 김 실장하고 나하고 반반이야. 그러니까 열심히 기도하라고. 내가 볼 땐 그 금액이 만만치 않을 거 같거든.”
“네? 그게 정말입니까?”
“우리가 함께한 시간이 20년일세. 그 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
김영우 실장은 말 대신 고개를 90도로 숙였다.
농담이 아니라 만에 하나 신도시 발표라도 하는 날에는 최소 100배다. 그렇게 되면 1억만 투자해도 100억이다. 그거에 반이면 50억.
김영우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한 번 더 고개를 푹 숙였다.
***
-과연 이번 선거의 결과가 어떻게 될지…….
TV에선 아침부터 민정당의 의석수가 과반을 넘을 것이냐에 모든 관심이 쏠려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 중에 어느 당이 제1야당이 될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어머니, 뭐가 그리 바쁘세요?”
투표를 하기 위해 집으로 온 현성이 주방에서 바삐 움직이는 어머니를 향해 물었다. 현성이 집에 도착한 건 어제 늦은 밤이었다. 그렇다 보니 어머니는 뭐라도 하나 더 챙겨 먹이려고 아침부터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야, 뭐 별것도 한 게 없는데 괜히 마음만 바빠서 그렇지 뭐. 그나저나 네 아버지는 왜 이렇게 안 오신다니?”
“아버지요? 어디 가셨는데요?”
“어디 가신 게 아니고 닭 잡아서 손질한다고 개울가로 나갔는데 여태 안 오시는구나.”
“닭이요?”
“그래, 너 몸보신시켜준다고 네 아버지가 아침부터 닭을 잡으셨지, 뭐니. 예전엔 안 그러시더니 요즘 들어서는…….”
그때였다.
현관문이 열리면서 아버지가 들어오셨다.
그러자 어머니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말했다.
“아니, 무슨 닭을 길러서 잡아 오셨수?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니, 그게 아니고 인삼 좀 가서 구해오느라고 늦었어.”
“인삼이요? 이른 아침에 그걸 어디 가서 구해왔데요?”
“저 윗마을 최 씨한테 갔다 오다 보니 시간이 좀 그렇게 됐네. 자, 얼른 이거 넣고 푹 삶으라고.”
아버지는 닭과 인삼을 어머니한테 건네줬다.
최 씨네 집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가도 최소 30분은 걸리는 거리다. 최소 왕복 1시간은 걸렸다는 얘기다.
그래서인지 아버지의 이마엔 땀방울이 촉촉이 젖어 있었다.
현성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말했다.
“아버지 고맙습니다.”
“별소릴 다한다. 객지에 나가서 밥도 제대로 못 먹을 텐데 집에 왔을 때라도 잘 먹어야지. 그리고 이따 투표 끝내고 점심은 막국수 먹으러 가자꾸나.”
“막국수요?”
“그래, 얼마 전에 새로 문을 연 집인데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히더구나. 그리고 그 집 감자전도 직접 감자를 갈아서 하는데 그 맛이 또…….”
아버지의 설명은 그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현성은 그런 아버지를 보며 빙긋 웃었다. 예전엔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다. 이런 게 행복이란 걸 알지도 못했다.
돌고 돌아 이제야 그 소소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인지를 깨닫는 현성이었다.